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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98화 (97/1,000)

98화. 전리품

산골짜기 밖, 양궁과 주려의 사람들 역시 점차 움직임을 멈췄다. 그들은 목진에게 잡혀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양궁과 주려를 보고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그들을 이끌던 주려와 양궁이 가볍게 제압당했는데,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망할 놈. 조금 전에 그렇게 오만하게 굴던 놈이. 게다가 감히 나를 때려!”

얼굴에 파란 멍이 든 왕성이 영륜경 후기의 무인을 발로 차며 욕을 했다. 조금 전까지 이놈에게 적지 않게 곤욕을 치렀던 탓이다.

영륜경 후기의 무인은 왕성에게 맞고도 반격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산비탈에서 양궁과 주려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목 앞에 멈춰있는 지풍에서 스산한 한기나 흘러나와 꼼짝할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소년의 눈은 평온했다.

목진은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싸움이 끝났으니 우리 이제 대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우선 이걸 내놔라.”

목진은 두 사람의 이마에 있는 인장을 가리켰다. 금색으로 빛나는 것을 보아 두 사람은 모두 5급 인장이었다.

“너!”

목진이 그들의 인장을 빼앗으려고 하자 양궁과 주려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5급까지 올리기 위해서 꽤 많은 애를 썼다.

“동의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내가 인장을 지워버리면 너희들은 아마도 북창령원에서 바로 탈락하겠지?”

목진이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양궁과 주려의 안색이 순간 창백하게 변했다. 그들은 떨리는 눈빛으로 평온하게 말하고 있는 목진을 보았다. 그의 손속은 주려와 양궁의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과감했다.

“선택을 끝냈나?”

목진이 그들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네놈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양궁과 주령는 서로의 눈을 보았다. 상대방의 눈빛에서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었고, 결국 미간에서 2개의 금빛 인장이 날아올랐다. 그들의 인장이 어두워졌다.

목진의 미간에 있던 인장에 금빛이 흡수되자, 어두운 금색이었던 인장이 6급이 되었다. 목진은 양궁의 인장을 흡수한 뒤에 손가락을 튕겨서 주령의 인장을 엽경령에게 보냈다.

엽경령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당황했지만 목진이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인장 영력을 흡수했다. 엽경령의 미간에 있던 인장도 밝게 빛을 냈다.

“이제 우리를 보내줄 것이냐?”

양궁이 말했다. 목진은 두 사람을 훑어보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조금 전에 나의 귀여운 동생을 괴롭혔으니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지.”

“우리의 인장 영력까지 너에게 줬는데. 무엇을 또 바라는 것이냐!”

“내가 조금 전에 네놈들이 꺼낸 재미있는 물건을 봤는데.”

목진의 시선이 천천히 그들의 몸으로 향했다. 그의 눈빛에 양궁과 주려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이 도적놈은 그들의 영기마저 갖고 갈 생각인가? 영기는 그들의 호신물이었다.

“그런 것 없다.”

양궁과 주려가 이를 악물고 동시에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목진이 웃다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지풍은 번개처럼 두 사람의 목을 지나서 마지막에는 그들의 미간에 멈췄다.

싸늘한 지풍이 그들을 미간을 노리자 두 사람의 마음은 인장보다 더 어두워졌다. 언제든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미간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양궁과 주려의 다리가 조금 풀렸다. 만약 인장이 제거되면 그들은 북창령원에 들어갈 자격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은? 이건 마지막 기회다.”

목진은 두 사람을 보고 웃었다. 그의 미소에 양궁과 주려의 가슴이 서늘하게 변했다.

양궁과 주려는 힘없이 탄식했다. 그리고 저항을 멈추고 손을 내밀자 그들의 손에서 빛이 모여들더니 곧 2개의 빛덩이로 변했다.

그 빛덩이 속에 검은색 방패와 돌로 된 솥이 보였다.

“이것은…… 영기?”

목진의 눈썹이 움직이며 의아하다는 듯이 두 사람을 보았다. 보아하니 두 사람의 집안은 꽤 잘 나가는 듯했다. 이런 물건은 목진의 아버지도 갖고 있지 않았다.

목진은 속으로 경악했지만, 그의 손은 망설임도 없이 검은 방패와 돌솥으로 향했다. 두 영기는 목진의 손에서 발버둥 쳤지만, 그의 힘에 제압당해 결국 개자탁(저물대)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기증에 감사드립니다.”

목진은 천천히 손가락을 치우고, 두 사람을 보면서 웃었다. 양궁과 주려는 안색이 퍼렇게 변하며 목진을 노려보았다.

“애송이. 감히 우리의 것을 빼앗다니. 너의 이름을 말해라. 절대로 이번 일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말에 목진이 웃으며 답했다.

“목진. 두 사람이 다시 찾아오겠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지만 만약 너희들이 다시 와서 나를 귀찮게 할 생각이라면, 그땐 내가 만족할만한 전리품을 갖고 와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인장을 지울 수밖에 없으니까.”

미소 짓는 목진을 보면서 그들은 심장이 덜컥했다. 이놈은 자신들이 다시 찾아오는 것을 반기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보물을 가져다줄 것처럼 말이다.

“두고 보자!”

비록 그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입은 아직 건재했다. 그들은 목진을 향해 소리치고는 재빨리 도망갔다.

두 사람이 도망가자 나머지 사람들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절대 멈추지 않았다.

멀리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갈해와 갈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의 이빨은 갈리다가 못해 박살이 날 정도였다. 어부지리로 보물을 취하려고한 계획은 박살이 났다.

“큰형, 어쩌지?”

갈청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목진의 전투력은 이미 평범한 신백경 초기를 뛰어넘었다. 그와 맞서고 싶다면 아마도 신백경 중기의 강자는 있어야 할 것이다.

갈해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곧 그는 의기소침해지며 말했다.

“됐다. 빨리 물러나자. 지금 우리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만약 들키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가슴속이 서늘해졌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산비탈 위에 있던 목진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빨라 가자!”

갈해가 깜짝 놀라서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서둘러 몸을 뺐다. 만약 그가 다시 목진의 손에 떨어진다면 그의 성격으로 봐서 분명 인장을 지워버릴 것이다.

“멍청한 놈. 언제까지 잘난 척하나 두고 보자. 내가 이미 너에 대한 소식을 북창계에 뿌렸으니까. 곧 너의 맞수들이 너를 찾아갈 것이다. 그때도 기세등등한지 두고 보자고!”

갈해는 도망가면서 속으로 끝없이 욕을 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강자들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 * *

“정말로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군.”

목진은 멀리서 갈해가 도망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쫓아가지 않았다. 갈해 같은 놈은 영로에서도 신경 쓰지 않았고,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가 단념하지 않으면 나중에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목진은 시선을 돌려 옆에 있는 엽경령 등을 보았다. 그리고 엽경령의 품에 있는 순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순아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삐죽이더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목진 오빠. 미안해. 내가 일을 망칠 뻔했어.”

이전에 목진은 그녀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 숨어서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마지막에 언니를 협박하는 데 이용당해 크게 상심했다.

“충분히 잘했어. 만약 네가 시간을 끌지 못했다면 나도 신혼음양지를 연화시키지 못했을 거야.”

목진은 웃으며 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곧 정색하며 말했다.

“하지만 조금은 용감해져야 해. 네 언니가 언제까지 너를 보호할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넌 잠재력이 아주 커. 그리고 나중에 엄청나게 강한 적을 만나면 네가 언니를 보호해야 할 수도 있어. 그때도 네가 겁을 먹으면 언니는 다칠 거야. 그런 것을 보고 싶니?”

순아는 영진을 다루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영진에 대한 완벽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목진의 지식은 대부분 온령에서 온 것이다. 북령경에서는 괜찮은 영진사였지만, 진정한 영진사와는 차이가 있었다.

만약 순아에게 충분한 용기가 있었다면 목진의 영진보다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순아는 따듯한 미소의 목진을 보았다. 목진 오빠의 말이 옳았다. 계속해서 언니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었다. 그녀도 더욱 강해져서 언니를 보호해야 한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엽경령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목진이 순아를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목진 역시 만족하며 웃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쳐 양궁과 주려에게 빼앗은 검은 방패와 돌솥을 불러냈다. 특이한 영력이 파동이 넘실거렸다.

목진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검은 방패와 돌솥을 보았다. 그는 곧장 이번에 얻은 전리품을 연구해볼 생각이었다.

검은 방패와 돌솥은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목진의 장심에 얌전히 떠 있었다.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특이한 영력의 파동이 발산되었다.

목진은 호기심에 두 영기를 살펴보았다. 영기의 제작 방법은 상당히 복잡했다. 오직 영기사들만이 만들 수 있었다. 북령경 전체에 영기사라는 존재가 거의 없었다. 북령경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대천세계에도 아주 적었다.

목진은 검은 방패를 손에 들고 영력을 밀어 넣었다. 순간 빛이 터져 나오면서 손바닥 크기의 검은 방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일장 정도의 크기가 되어 뒤에 있는 것을 보호했다.

검은색 표면에 검은색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표면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무늬가 있었고, 은은하게 중후한 느낌도 들었다.

양궁은 이 방패를 이용해서 세 줄기의 삼라사인을 받아냈다.

목진의 계산에 따르면 이 방패는 신백경 중기의 강자가 맹렬히 공격해온다면 한번은 막아낼 수 있었다. 목진은 속으로 감탄했다. 이 영기는 전투 중에 꽤 쓸모가 있을 것이다.

목진은 방패를 살펴보다가 순아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건 너에게 주는 상이다.”

검은 방패와 돌솥은 전부 호신용 영기였다. 목진은 돌솥을 남기고 방패를 순아에게 주었다. 어차피 순아는 영진사였고, 전투경험도 적었다. 이 방패가 있으면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

순아는 작은 손으로 방패를 받아 살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목진 오빠, 고마워.”

“이 방패와 돌솥은 전부 하품 영기다.”

옆에 있던 엽경령도 살펴보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순아에게는 꽤 좋은 것이지. 그들이 이것으로 방어하지 못했다면 벌써 순아에게 처리되었을 것이야.”

“우리도 원래 영기가 있었다. 질도 이것보다 좋았지. 하지만 북창계에 들어올 때, 전부 집안 어른들에게 압수당했다. 북창령원에서는 자신의 힘으로 수련하는 곳이니, 영기를 이용해 지위를 얻는 것은 오히려 경지를 떨어트리는 것이라고 하더군.”

엽경령의 말을 듣고 목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북령경에 있을 때도 이런 영기를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엽경령에게는 흔한 것이었다.

목진은 돌솥을 챙겼다. 영기를 챙기긴 했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수 있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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