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 금강부도수(金剛浮屠手)
웅!
목진의 신영이 쏘아졌다. 그의 장심에서 금빛이 요동쳤고, 신비한 금빛의 탑 문양이 장심에 응집되면서 특이한 파동이 발산되었다.
“금강, 부도수!”
목진 체내에 있는 영력이 거의 최대로 운용되었다. 금빛이 손바닥에서 찬란하게 빛나며 황금으로 주조된 것처럼 변했다.
목진은 발을 놀려서 허공으로 향했다. 오른손을 맹렬히 뻗으며 금빛으로 하늘을 덮었다. 10장이 넘는 금빛 대수인(大手印)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 대수인의 위에는 선명한 금빛의 탑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쿵!
금빛 대수인이 큰 소리를 내며 강하게 금빛 태양을 후려쳤다.
둥!
두 개의 강력한 기세가 충돌하면서 금빛의 파도가 광풍과 함께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짓눌러주마!”
목진의 검은 눈동자가 금빛처럼 변했고, 그는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펑!
그때 금빛 대수인에 새겨져 있던 탑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탑 문양이 진동하면서 금빛 탑으로 변해 금빛의 태양을 억눌렀다.
금빛 대수인이 태양을 뒤덮자 초기의 강력한 태양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 모습은 정말로 태양이 짓눌린 것처럼 보였다.
초기의 안색이 마침내 급변하기 시작했다. 탑 문양이 새겨진 대수인은 너무 기이했다. 대수인이 태양을 덮자 그와 태양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점점 약해졌다.
“이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기이하다니!”
초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힘을 모아 사용한 최강의 공격이 이렇게 막혀버리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쿵!
대수인이 완전히 떨어지자 태양은 어두워지다가 결국 사라졌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그때 대수인이 다시 날아올라 밝게 빛나며, 초기의 위에 나타나 그를 내려쳤다.
으릉!
그 모습에 초기 뒤에 있던 벽안금정수가 긴 울음소리를 냈다. 위험을 느끼고 초기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서둘러 체내의 영력을 뿜어내 권풍을 만들어 하늘을 뒤덮은 대수인을 향해 날렸다.
펑펑펑!
초기의 맹렬한 공격에도 금빛 대수인은 마치 바람 앞에 산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장풍은 대기를 짓누르며 맹렬한 권풍까지 전부 부숴버렸다. 그리고 무수한 시선을 받으며 초기의 몸을 그대로 짓눌렀다.
둥!
사람들의 심장을 덜컥 뛰게 만드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금빛의 파동이 퍼져 나가며 초기는 피를 토하며 땅으로 떨어졌다. 그가 떨어진 곳을 따라 피의 흔적이 남았다.
초기의 몸이 지면과 충돌하면서 수십 장 크기의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그는 다시 한번 더 피를 토했고, 안색이 종이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본래 그의 몸 주변에 남아 있던 웅혼한 영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모습에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하게 변했다. 목진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까지 가슴이 서늘하게 변했다.
초기는 신백경 강자였다. 게다가 벽안금정수의 정백을 연화까지 시켰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신백경 중기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고작 신백경 초기에 불과한 목진에게 패배했다.
일부 영로를 경험했던 사람들도 이 모습을 보고 침묵했다. 그들의 빛나는 눈 속에는 강한 일렁거림만 남아 있었다.
영로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약해진 목진을 이기고 명성을 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상황은 어찌 되었든 목진은 역시 목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는 여전히 뛰어난 사람이었고, 다시 한번 빛을 내뿜었다.
“목 형은 정말로 대단해.”
묵령 등은 감탄했고, 눈에는 존경의 빛이 가득했다.
엽경령 역시 천천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호리호리한 체구의 목진을 바라보았다. 소년에게서 빛이 났다. 목진은 지금 영로에 있을 때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낙왕 낙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과연 평범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며 목진은 초기의 곁으로 내려왔다. 검은 눈동자가 싸늘한 눈으로 창백한 얼굴의 초기를 바라보았다. 이놈은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 만약 목진이 신백경에 오르면서 금강부도수라는 특이한 영결을 익히지 않았다면 오늘 결단코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이겼다.”
초기가 입가에 흘린 피를 닦았다. 그는 복잡한 눈으로 목진을 보았다. 본래 그는 신백경 중기의 힘과 정백의 힘으로 목진을 손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영로에서 희현이나 양홍이 그를 두려워했던 이유가 있었다. 과연 목진은 강했다. 영로정관을 얻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초기의 미간에서 자금(紫金)색 인장이 반짝였다. 그 빛은 곧 목진을 향해서 날아갔고, 초기는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것이 나의 대가다. 가지고 가라.”
“7급 인장이라…….”
사람들의 시선이 자금색 인장에 쏠렸다. 이 정도 급의 인장이라면 이 지역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목진이 손짓을 하자 자금색 빛이 떠올라 장심으로 향했다. 목진은 눈을 감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슉!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파풍성이 들려왔다. 십여 개의 신영이 빠르게 나타나서 초기의 옆에서 그를 부축했다.
“하하, 목 형, 이번 일은 초기가 경솔해서 벌어진 일이오. 그 인장은 배상금이니 이번 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소.”
영준한 소년이 목진을 보고 웃으며 포권했다. 그 말에 초기 옅에 있던 십여 명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들은 초기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것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엽경령 등도 서둘러 와서 목진의 옆에서 초방의 사람들을 경계했다.
“목 형…….”
영준한 소년은 이 상황을 보고 목진이 그들을 보내주지 않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얼굴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가지고 가라.”
목진은 그를 보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자금색 빛이 어두운 안색을 한 초기에게 돌아갔다. 초기는 굳은 표정으로 목진을 보았다.
7급 인장은 초기가 정말로 노력해서 만든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든 7급 인장에 대한 매력을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목진은 그것을 돌려주었다.
“너와 나는 어떤 은원도 없다. 물론 7급 인장은 대단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평범한 것이다.”
목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목진의 미간은 이전에 용상진을 사면서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말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인장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초기의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는 곧 자금색의 빛을 흡수한 뒤에 말했다.
“고맙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과연 다르군.”
목진은 초기가 실연의 상처를 입은 듯한 표정을 하자 입을 삐죽였다.
“하하, 목 형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은 저희 초방이 빚을 졌습니다. 이후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불러 주시죠. 최대한 돕겠습니다.”
영준한 소년은 목진이 인장을 돌려주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포권했다.
목진은 손을 흔들고 조용히 몸을 돌렸다.
“기다려…….”
엽경령이 갑자기 목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영준한 소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쪽에서 부탁할 일이 있다.”
“말씀하시죠.”
“우리는 요즘 천급 영수의 흔적을 찾고 있다. 초방의 인원이 많으니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했을 테지. 이쪽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나?”
“천급 영수?”
소년과 초기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눈에서 놀라움이 가득했다. 목진 일행이 천급 영수를 찾고 있다는 말인가? 담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대장…….”
그들 뒤에서 초방쪽 사람이 나타나 천천히 말했다.
“천급 영수에 대해서 확실히 들은 것이 있습니다. 한빙곡 쪽에…….”
“한빙곡(寒氷谷)?”
소년과 초기의 눈빛이 의아하게 변하더니, 곧 무언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에 그들은 기이한 지역을 발견했다.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격렬하게 부는 바람 사이로 어떤 거대한 물체를 본 것이다. 그 위압감은 절대로 평범한 고급영수가 낼 수 없는 것이었다.
“목 형. 이 일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준한 소년과 초기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목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엽경령은 초기 일행의 말을 듣고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목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어쩌면 정말로 천급 영수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을까?
정말 의외의 수확이었다.
엽방의 숙영지. 중앙에 있는 큰 천막에 목진과 엽경령, 초기 무리가 자리를 잡았다.
“방 형, 천급 영수에 대한 소식을 말해줄 수 있겠어?”
목진은 초기 옆에 앉은 영준한 소년을 보고 말했다. 이전의 대화로 그의 이름이 방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역시 영로에 참가했었고, 지금은 신백경 중기였다. 초기와는 친한 친구로 같이 초방을 만들었다.
방종은 목진의 말을 듣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목진이 초기를 이긴 것에 관해 치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호감을 보였다.
그는 약간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일주일 전, 우리는 상당히 특이한 지역을 발견했지. 우리는 그곳을 한빙곡이라고 불렀어. 왜냐면 그곳은 항상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고,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곳이었지.”
“그곳에서 우리는 꽤 진귀한 보물들을 찾았지. 단지 이상했던 것은 어떤 영수도 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야. 그리고 아무도 그곳의 보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어.”
“그래서 다시 조사를 시작했지. 하지만 우리가 보물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 할 때, 깊숙한 곳에서 경천동지할 소리가 들려온 거야. 그리고 눈 폭풍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때 주변에서 느껴진 영력의 압박은 절대로 고급영수가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목진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더니 물었다.
“그 영수는 무엇인지 찾았나?”
천급의 영수는 강했다. 아무리 약한 천급의 영수라고 하더라도 지금 그들이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반드시 어떤 영수인지, 만수록에는 몇 위인지 알아야 움직일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우리는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려서 영수의 윤곽을 그렸다.”
방종과 초기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우피지(牛皮紙)를 꺼내 목진에게 주었다. 목진이 그것을 받아서 펼치자 눈보라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보기에는 거대한 교룡과 같은 생물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놈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 눈보라를 소환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수록에서 80위 이상은 전부 천급 영수지. 내 생각에는 북창계에는 50위 안에 있는 천급의 영수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목진이 천천히 말했다.
방종 등도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50위 안에 들어간 천급 영수의 경우 성숙기에 이르면 화천경이나 심지어 통천경의 고수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 그런 존재는 북창령원에서도 제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열 50위에서 80위 사이에서 살펴봐야겠군. 그 안에서 교룡의 형태에 날개가 달리고 추운 곳을 좋아하는 천급 영수는 딱 하나지.”
목진은 우피지를 손가락으로 퉁기며 초기 등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바로 서열 73위 빙현령교.”
“빙현령교.”
초기, 방종, 엽경령 등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빙현령교는 극한의 땅에서 살아간다. 거대한 날개로 눈보라를 불러 천지를 얼어붙게 만들고, 100년마다 탈피하는 데 그때마다 힘이 늘어난다. 그리고 세 번 탈피하게 되면 융천경 후기의 강자와 맞먹는 힘을 가진다.
“융천경 후기…….”
목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이 빙현령교가 아직 성숙기가 아니길 빌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잡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당초 목진이 융천경 초기에 도달한 류경산과 싸웠을 때도 구유작을 힘을 빌려서 이겼다. 만약 빙현령교가 융천경 후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구유작을 부르더라도 이기기는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