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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04화 (103/1,000)

104화. 진세

기다림은 오후 내내 지속 되었다. 잠시 후, 목진 등은 곧 멀리까지 땅을 덮으며 다가오는 인영들을 볼 수 있었다.

대충 보기에도 사람들의 수가 거의 1만에 가까웠다. 그중에 신백경의 강자가 100명은 넘어 보였다. 이 정도 수라면 북령경의 모든 신백경의 강자들을 모아둔 것보다 많았다.

“역시 북창령원이구나…….”

목진은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목진은 차가운 백색 기운을 내뱉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모여 이곳의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에 곧 빙현령교도 곧 알아차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놈은 크게 화를 낼 것이다.

“이렇게 싸우면 정말로 장관이겠는데.”

방종은 감탄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하기도 힘든 모습이었다. 이런 광경이 그들의 작전으로 만들어졌다니. 정말 놀라웠다.

“우리는 언제 손을 쓰는 것이지?”

“급할 필요 없다.”

초기의 물음에 목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만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이 아닐 거다. 이곳에 온 사람들 중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그 말에 초기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부지리라고는 했지만, 오늘 이곳에는 어부가 너무 많았다. 결국에는 어부끼리 싸우게 될 것이다.

이제 빙설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이 내는 소리가 멀리까지 전해졌다. 심지어 눈보라까지 수그러들 정도였다.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심처로 들어가지 않았고, 전부 빙현령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경천동지할 울음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울음소리에는 살기와 분노가 가득했다. 잠을 자고 있던 놈을 깨운 것이다. 놈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개미 같은 사람들을 찾아냈다.

쿠릉!

그때 울음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그들을 덮쳐왔고, 하늘을 덮은 눈보라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변했다. 일부 운이 없는 사람들은 그것에 맞아서 상처가 났다. 사람들은 서둘러 영기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조심하시오. 축생이 나오려고 합니다.”

누군가 영력을 끌어올려서 큰소리로 외쳤다.

쿠르릉

빙설의 대지가 진동하기 시작했고, 눈보라가 빙설 세계의 심처에서 불어왔다. 사람들은 대략 1,000장쯤 되는 거대한 눈의 폭풍이 심처에서 나타난 것임을 확인했다.

그 소리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눈의 폭풍은 빠르게 이동했고, 불과 몇 호흡 만에 무수히 많은 이들의 앞까지 다가왔다. 곧 눈보라가 찢어지고 그 안에서 한 쌍의 얼음수정으로 된 날개가 튀어나왔다.

쿠오!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강력한 영력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영력의 압박감이 천지를 뒤덮었다.

펑!

눈의 폭풍이 터져나가며 천지에 눈이 내렸고, 거대한 생물이 눈 사이로 나타났다. 그 순간 사람들의 동공이 작아졌다.

그들 앞에 나타난 생물은 몸통이 마치 용과 같았다. 거대한 몸에는 수정과 같은 얼음으로 된 갑옷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눈부신 아름다움과 달리 사납게 생긴 거대한 입에서는 한기가 토해져 나오며 공기마저 얼리고 있었다.

얼음같이 푸른 커다란 눈으로 무수히 사람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가 천천히 움직이며 눈보라와 함께 하늘을 뒤덮었다.

소란스러웠던 곳이 순식간에 고요하게 변했다. 사람들은 일찍이 마음의 준비를 하긴 했지만, 천급 영수를 실제로 보는 순간 긴장해 덜덜 떨었다.

“저것이 빙현령교인가…….”

목진 역시 하늘을 덮은 거대한 모습에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즐거움이 스쳐지나갔다.

이 빙현령교는 융천경 초기에 불과했다. 이 정도라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목진의 말과 동시에 빙현교룡의 분노에 찬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입이 벌어지며 차가운 기류가 수많은 사람을 덮쳐갔다.

천급의 영수가 직접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쿵!

백색의 차가운 기류가 창공을 관통하는 폭포처럼 엄청난 영력의 파동과 함께 사람들을 덮쳤다.

“으악!”

날카로운 비명이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그 한기의 폭포가 지나간 곳에는 어떤 선혈 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한기에 휩쓸린 사람들은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짧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사라졌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졌다. 그는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있던 인장이 박살이 나면서 빛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인장은 빈사 상태의 사람을 보호하지. 그리고 인장이 부서질 때 숨겨진 영력이 뿜어져 나오며 바로 전송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바로 탈락이지.”

옆에 있던 엽경력의 말에 목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북창계는 수련을 하는 곳이고, 인장은 보호의 수단이었다. 영로에서는 누가 죽든 살든 관여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하하. 영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전부 선발을 거친 사람들이지. 만약 이곳에서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선발한다면 최소한 절반은 죽을 거야. 그 대상이 북창령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엄청난 일을 감당할 수는 없겠지.”

방종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5대원의 힘이 강력하고 대천세계에서 유명하다고 하지만 원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절반이 죽어 나간다면 부모들의 원한을 살 것이다.

“죽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탈락의 대가는 역시 무겁지. 조금 전에 운이 없던 사람들 중 2명은 신백경의 강자였다.”

초기가 말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들은 5급 인장까지는 무난하게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단숨에 탈락했다.

“계속 지켜보지. 빙현령교의 상태는 아직 멀쩡하니까. 뭔가 하겠지.”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들고 거대한 영수를 보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빙현령교의 공격에 깜짝 놀랐다. 이곳에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융천경의 힘을 지닌 천급 영수를 상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

그런 힘이라면 이곳에 있는 누구든 순식간에 죽일 수 있었다.

“모든 신백경의 고수들이 같이 출수합시다. 영륜경의 무인들은 뒤로 빠져서 영력을 모아서 공격한다.”

그때 무리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북창령원에 참가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실력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결단을 내렸다. 허공에 있던 사람 중에서 일부는 웅혼한 영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100명이 넘은 빛의 신영이 최전방에 나타났고, 그들이 내뿜는 영력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쿠르릉!

허공에 있던 빙현령교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놈의 푸른 몸에 흉포함이 스치며 포효소리와 함께 한기를 뿜어냈다.

“출수!”

100명이 넘은 신백경의 강자들이 고함을 지르며 각종 공격을 동시에 쏟아냈다. 하늘을 뒤덮은 빛줄기가 한기의 흐름과 충돌했다.

펑펑!

양쪽에서 쏘아낸 공격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수백 장이 넘는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 나가며 아래쪽에 덮여 있는 눈과 얼음을 수 미터나 파고 내려갔다.

눈보라가 불어왔고, 양쪽의 공세는 천천히 사라졌다. 빙현령교의 공격이 막힌 것이다.

“사람이 많으니 과연 대단하군.”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100명이 넘는 신백경의 고수가 연합하자 빙현령교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격!”

허공에서 다시 한번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천 명의 영륜경 무인들이 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 고함에 천지가 울릴 정도였다.

우르릉!

엄청난 영력 공세가 펼쳐졌다. 그 공세에 하늘을 덮은 눈보라마저 부서지고 알록달록한 빛이 하늘을 가르며 빙현령교의 거대한 몸에 쏟아졌다.

둥둥!

작은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공격에 빙현령교는 백 장 넘게 뒤로 물러났고, 몸에 있던 얼음 갑옷에도 균열이 나타났다.

크르릉!

몸에 전해지는 고통에 빙현령교 역시 화가 치밀었다. 놈은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거대한 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폭한 영력이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덮은 눈보라가 엄청난 속도로 전방에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눈보라가 무수히 많은 얼음의 장창으로 변했다. 장창에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빙현령교가 정말로 화가 난 것이다.

슉! 슉! 슉!

빙현령교의 날갯짓과 함께 무수히 많은 얼음 장창이 쏘아졌다. 하늘을 가득 덮은 얼음의 장창이 대기를 가르며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쿵!

빙현령교의 무서운 공세에 사람들의 안색이 달라졌고, 서둘러 체내의 영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펑펑펑!

하늘을 덮으며 날아가는 장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슉슉!

매서운 공격에 운 나쁜 사람들은 장창에 맞아 이마에 있는 인장이 부서져 빛이 되어 사라졌다.

무서운 영기의 파동이 천지를 덮으며 눈보라를 일으켰다.

목진 일행은 갈라진 틈으로 이 무시무시한 격전을 지켜보며 전율을 느꼈다. 이 광경은 정말로 작은 전쟁과도 같았다.

인간과 천급 영수 간의 전쟁.

목진이 앞으로 나아가 눈으로 덮인 절벽을 만졌다. 그리고 멀리서 벌어지고 있는 폭격을 바라보았다.

“음?”

그 순간 목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절벽을 만지고 있는 자신의 손바닥을 보았다. 눈이 조금 녹아 있었다. 게다가 조금씩 따듯한 공기가 느껴졌다.

“전투 때문에 생겨난 변화인가?”

목진은 눈이 조금씩 녹는 것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다시 전투를 바라보았다.

양쪽의 공격은 계속되었고, 빙현령교의 대공세에도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비록 손실이 적지 않았지만 빙현령교의 흉포한 기운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빙현령교가 사람들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싸움이 계속된다면 빙현령교에게 불리했다. 게다가 놈은 일부 지역에서 교활하게 숨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놈이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쓸 것이다.

쿠릉!

그때 빙현령교가 포효하며 양 날개를 움직였다. 몸에 있던 얼음 갑옷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와 하늘을 가득 덮은 영력의 공세를 뚫고 지나갔다.

쿵!

놈은 하늘을 덮은 공격을 뚫고 사람들이 까맣게 모여 있는 곳을 향해서 돌진했다. 놈이 거대한 꼬리를 횡으로 휘두르자, 산봉우리가 그대로 박살이 났다.

슉슉!

사람들의 몸이 빛에 휩싸였고, 인장이 부서지면서 전송되었다.

사람들이 서둘러 흩어졌고, 산에 숨어 있던 사람들 역시 서둘러 움직였다.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라. 저 축생을 죽여라!”

“죽어라!”

“같이 출수하라!”

각종 함성이 천지에 울려 퍼졌다. 옆에 있던 친구들의 인장이 부서지면서 그들의 눈이 붉게 변했다. 이에 그들 역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영력을 일으켜 빙현령교의 거대한 몸을 후려쳤다.

양측이 전부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 들었다.

목진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벌렸다. 다행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인장의 보호를 받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 피의 강이 흘렀을 것이다.

“빙현령교는 영력을 많이 사용했다.”

엽경령은 하늘에 있는 거대한 몸뚱이를 보았다. 지금까지의 전투로 몸에 있던 얼음 갑옷이 많이 부서졌고,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영력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모두 주의해야 해. 빙현령교가 다시 한번 영력을 크게 소모하면 숨어 있던 사람들도 전부 출수할 것이야…….”

목진의 시선이 주변으로 향했다. 숨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강자가 있었다. 그들이 연합하면 빙현령교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다.

“그래!”

엽경령과 방종, 초기 등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영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진은 역시 영력을 움직였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이 굳어졌다. 그는 절벽을 다시 한번 만졌고, 뜨거운 열기가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현상은 전투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목진이 몸은 낮춰서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눈이 사라지고 암석이 뜨겁게 변한 것을 확인했다.

“왜 그래?”

초기는 목진의 특이한 행동에 조금 당황했다.

목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넓은 땅이 빠르게 달궈지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 일단 출수하지 말자.”

엽경령 등은 서로의 눈을 보며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목진의 어두운 안색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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