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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05화 (104/1,000)

105화. 지심염룡(地心炎龍)

목진은 달궈지고 있는 암석에 손을 대고 있었고, 눈으로는 먼 곳에 있는 땅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거대한 땅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쿵!

지진과 같은 거대한 진동이 땅에서 느껴졌다. 먼 곳에서부터 땅이 갈라지면서 수백 장이 넘는 거대한 용암 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웅!

용암 기둥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용암 기둥을 따라서 천지가 울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빙현령교와 비교해서 약하지 않은 영력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목진의 안색이 굳어지고 눈빛이 떨렸다.

이곳 지하에 또 한 마리의 천급 영수가 숨어 있었던 것인가!?

붉은 용암이 구름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불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용암이 떨어져 내렸다.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눈보라와 만나 안개와 수증기로 변해 퍼져 나갔다.

“어찌 된 일이지?!”

“무슨 일이야?”

“무언가가 땅을 뚫고 올라온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 곧 갈라지는 땅과 녹아내리는 얼음을 보았고, 땅이 붉게 변하면서 주변의 온도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어떻게 된 거지?”

땅이 갈라지자 엽경령 등이 놀라서 물었다.

“우리들의 정보가 틀렸다. 이곳에는 한 마리의 천급 영수가 사는 게 아니었어…… 두 마리다.”

목진의 말에 초기 등의 안색 역시 변했다. 이런 상황은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저 천급 영수는 땅속에 숨어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못 찾는 게 당연하지.”

목진은 예리한 눈빛으로 땅이 갈라지며 뿜어져 나오는 용암을 보면서 말했다.

“어쩌면 놈은 일찍이 위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대해서 알고 있었을 것이야. 하지만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던 것이지. 양쪽의 영력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던 것이지. 흠, 축생 놈이 머리가 좋네.”

초기 등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본래 어부가 되려고 했던 사람들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천급 영수조차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었다. 천급에 다다른 영수는 역시 머리가 좋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방종이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천급 영수가 한 마리였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두 마리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모아도 천급 영수 두 마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우선 기다리자.”

목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비록 천급 영수지만 둘이 손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아. 게다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놈들은 적대하는 관계야. 용암에 있는 천급 영수의 주요 목표는 아마도 빙현령교일 거야.”

“그렇지. 천급 영수는 서로를 잡아먹어 더욱 강한 영맥과 영력을 얻지. 그렇게 진화에 큰 도움을 받는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진정한 맞수라고 할 수 있지!”

방종의 눈도 빛났다.

엽경령 등은 눈에 희색이 떠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기회가 더 많아진 것이 아닌가?

그러나 목진의 생각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일단 상황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지켜보자.”

그렇게 말을 하고 그는 다시 원래 바라보던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땅이 갈라진 곳에서 점점 더 많은 용암이 분출되면서 한빙의 대지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커다란 충돌과 함께 순간 산이 흔들리고 용암이 요동쳤다. 그때 엄청난 영력을 가진 거대한 영수가 용암에서 걸어 나왔다.

우르릉.

땅이 떨리고 무수히 많은 시선이 용암으로 향했다. 수백 장의 크기를 가진 붉은 영수가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붉은 영수는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겼다. 온몸에 불꽃이 타올랐고, 용암이 끝없이 몸에서 흘러내리며 얼음을 녹였다.

사납게 생긴 놈의 머리에는 용암이 굳어서 만들어진 것 같은 화염의 뿔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공기마저 태워버렸다.

“이건…….”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용암에서 나온 생물로 향했다.

“지심염룡! 만수록 서열 70위!”

목진은 그 거대한 생물을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엽경령 등의 안색이 굳었다. 이 지심염룡은 빙현령교에 비해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세상에 또 한 마리의 천급 영수라니!”

“어떻게 하지?”

“빨리 후퇴…… 물러나!”

그때 다른 사람들도 거대한 생물을 알아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그 소리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빙현령교 한 마리였다면 사람들을 모아 싸울 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두 마리의 천급 영수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당황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제 전의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꺾여버렸다.

무!

땅이 울리며 지심염룡은 용암 밖을 완전히 걸어 나왔다. 용암이 흐르는 꼬리를 휘두르자. 산이 무너지면서 무수히 많은 돌조각이 용암과 함께 튀었다. 수십 명이 돌조각에 맞아 빛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지심염룡의 흉포함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공포가 차올라 서둘러 후퇴했다.

한편, 빙현령교 역시 잠시 공격을 멈추고 천천히 걸어오는 지심염룡을 바라보았다. 그놈 역시 오랜 적수가 나타날 것을 예상한 것처럼 보였다.

크르릉!

빙현령교가 지심염룡을 향해서 포효했다. 영력이 뿜어져 나오며 하늘을 덮은 눈보라가 마치 칼날처럼 지심염룡을 덮쳤다.

하지만 지심염룡은 이런 눈보라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거대한 몸에서 용암이 끝없이 흐르며 신백경의 강자도 순식간에 찢어버렸던 눈의 칼날은 지심염룡의 몸에 닿자마자 그대로 증발했다.

슉!

빙현령교는 지심염룡의 발걸음을 전혀 막을 수 없는 것을 보고 다시 분노했다. 빙현령교는 거대한 입을 벌려서 거의 100장 크기의 한기를 뿜어냈다. 그 한기의 흐름에 대지마저 얼어붙기 시작했다.

지심염룡의 발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놈의 머리 위에 있던 화염의 뿔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용암의 기둥이 뿔에서 쏘아지며 한기와 하나가 되었다.

쿵!

한기와 용암이 합쳐지면서 놈들의 발아래에 있던 땅이 무너졌다. 그 엄청난 영력의 파도에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파괴되었다.

뒤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도 이 광경을 보고 몸이 굳었다.

크릉!

빙현령교가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날개를 움직였다. 거대한 몸뚱이가 마치 한기를 가진 유성처럼 지심염룡을 향해서 쏘아졌다. 천급 영수들의 육신은 거대했다. 그들에겐 충만한 살상력을 가진 그들의 육신이 그들의 가장 큰 무기였다.

빙현령교의 공격에 지심염룡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거대한 용암으로 된 발로 땅을 딛고 빙현령교를 향해 돌진했다.

펑!

두 거대한 생물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얼음과 용암이 사방으로 튀면서 마치 하늘이 떨리는 것 같았다.

두 마리의 천급 영수가 죽일 듯이 싸우자 한기와 용암이 움직이며 서로를 향해서 침범했다. 이 빙설의 세계는 이미 난장판이 되었고, 용암과 한기가 포효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공격을 멈추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두 거대한 생물을 보았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진동했으며, 뜨거운 선혈이 땅에 떨어지면서 하얀 눈의 대지를 물들였다.

“빙현령교가 밀리고 있다.”

엽경령은 두 마리의 천급 영수가 싸우는 것을 보고 목진에게 말했다.

“빙현령교는 이미 많은 영력을 소비했어. 게다가 부상도 입었지. 그리고 이 교활한 지심염룡은 매복하고 있다가 움직인 것이니, 빙현령교는 당연히 상대가 안 되겠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지?”

“기다려야지!”

“비록 빙현령교가 밀린다고 해도 둘의 힘은 비슷해. 지심염룡이 놈을 죽이려고 한다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때가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지.”

초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르릉!

대지가 떨리며 두 마리 거대 생물이 미친 듯이 굴러다녔다. 시간이 지나면서 빙현령교가 점점 밀리며 온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크릉!

빙현령교는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갑자기 포효했다. 그리고 지심염룡과 거리를 벌리더니 갑자기 날개를 펼쳤다. 놈은 피를 흘리면서도 먼 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승산이 없자 도망친 것이다.

지심염룡 역시 포효했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걸 알고 있는 지심염룡은 땅을 박차며 한 줄기의 용암이 되어 빙현령교를 급하게 쫓았다.

두 마리의 거대한 생물이 땅에 흔적을 남기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쫓아라! 도망가게 두지 마!”

“두 마리의 천급 영수다. 놈들을 잡으면 우리는 바로 8급 인장을 만들 수 있어!”

“놈들의 정백을 연화시키면 신백경 초기라도 중기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

“쫓아라!”

사람들은 멀어지는 천급 영수를 보더니, 곧 정신없이 영수들을 쫓기 시작했다.

슉슉!

파풍성이 들리며 숨어 있던 사람들도 참지 못하고 나타났다.

“가자. 쫓아간다.”

목진 역시 손짓하며 먼저 출발했다. 눈앞의 좋은 기회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엽경령 등도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쫓아갔다.

목진은 앞서가면서 고개를 들어 멀리 있는 두 마리의 거대한 생물을 보았다. 그의 눈에 열기가 가득 차올랐다.

목진이 두 마리의 천급 영수를 쫓고 있을 때, 단전에 있는 만다라 꽃에서 눈을 감고 있던 구유작이 눈을 떴다.

구유작은 검은 화염을 태우며 눈을 반짝였다.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인가?”

초록이 무성한 숲은 평화 그 자체였다. 숲속에서 종종 들려오는 영수들의 울음소리는 숲을 한층 더 생기 있게 만들어주었다.

둥!

하지만 이런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땅에 흔들리며 무수히 많은 영수가 숲에서 도망을 쳤다. 그들은 잔뜩 겁을 먹은 채로 저 멀리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의 하늘은 불처럼 붉은색과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색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붉은빛과 푸른빛 사이로 거대한 생물체가 미친 듯이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력의 충격파가 마치 폭풍처럼 퍼져 나가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쿠릉!

두 마리의 거대한 생물이 싸우면서 뜨거운 선혈이 끝없이 흘러나왔고, 천지에는 피비린내가 가득 찼다. 하지만 피 냄새를 맡고 좋아해야 할 영수들은 공포에 떨었고, 이전과 같은 사나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두 마리의 거대한 생물이 풍기는 영기에 압박을 느낀 것이다.

거대한 생물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의 모습이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들은 두 마리의 천급 영수가 일으키는 싸움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과연 천급 영수구나.”

엽경령이 경탄했다. 그녀는 곧 전방을 주시하며 말했다.

“빙현령교의 상처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이제 버티지 못할 것이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빙현령교의 영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게다가 전부 신백경의 경지지.”

목진은 고개를 돌려서 뒤쪽을 바라보았다. 몇몇 신영이 쏘아지듯 그들을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전부 신백경의 경지로 약한 힘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중 몇몇은 숨어있는데도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보아하니 손속이 꽤 매서운 사람들인 것 같다.

“목진.”

목진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갑자기 안색이 굳어졌다. 왜냐면 의념 하나가 그의 머릿속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구유작이었다!

목진의 눈에 경악스러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구유작이 먼저 연락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러지?”

목진이 빠르게 대답했다.

“곧 빙현령교가 최후의 수를 써서 지심염룡과 동귀어진을 하려고 할 것이야. 그때가 되면 둘 다 중상을 입을 것이니 만다라 꽃을 조금만 약하게 해서 내가 싸울 수 있게 해줘. 내가 놈들을 처리하지.”

“네가 손을 쓰겠다고?”

목진은 깜짝 놀랐다. 구유작이 먼저 그를 도와주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흥, 내가 손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나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됐다. 더 떠들 필요 없다. 내가 손을 쓰지 않으면 너도 이득을 취할 수 없을 것이야.”

구유작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내가 놈들을 죽이면 너는 바로 영수 정백을 취하고, 놈들의 육신을 개자탁에 넣고 도망쳐라. 네 뒤를 따라오는 이들 중에는 네가 지금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으니 빠르게 도망쳐야 한다.”

“좋아.”

목진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구유작의 말이 옳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너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구유작이 도와준다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조금 있다가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면 먼저 돌아가도 되고요. 나는 나중에 따로 돌아갈 테니까요.”

목진은 고개를 들어서 엽경령 등을 보면서 말했다.

갑작스러운 목진의 말에 엽경령과 나머지 일행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는 물어볼 수가 없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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