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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06화 (105/1,000)

106화. 탈취

목진의 시선이 먼 곳에 있는 전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빙현령교의 영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고, 포효소리도 줄어들었다.

쿠릉!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천지의 온도가 빠르게 떨어졌다. 눈꽃이 허공을 떠오르며 빙현령교의 포효가 다급하게 변했다. 천지에 있던 영기가 조금씩 난폭해질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과연 목숨을 걸었구나.”

목진은 변화를 느끼고, 눈썹을 치켜뜨며 서둘러 체내의 영력을 운용했다. 이제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쿠르릉!

멀리서 빙현령교가 지심염룡을 떼어내고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광폭한 포효와 함께 놈의 날개를 덮고 있던 얼음에서 빛의 무늬가 떠올랐다. 그 무늬에 선혈이 빠르게 스며들었고, 빛의 무늬는 점점 더 붉어졌다.

아래쪽에 있던 지심염룡도 무언가 위험함을 느꼈는지 더 이상 달려들지 않고 다리를 굴려 땅을 부수기 시작했다. 땅이 부서지면서 용암이 뿜어져 나와 근처가 전부 용암지대로 변했다.

슉!

그때 빙현령교의 커다란 날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지간의 영력이 미친 듯이 움직였고, 마지막에는 빙현령교 자체가 하나의 영력의 구가 되었다. 그 빛의 구 표면에 피로 물든 무늬가 떠올랐다.

엄청난 파동이 거대한 빛의 구에서 발산되었다. 그 모습에 목진 일행은 순간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크릉!

날카로운 포효와 함께 빙현령교의 모든 힘이 담긴 빛의 구가 폭발했다. 그러자 하늘을 덮은 눈보라와 함께 얼음으로 된 운석이 지심염룡을 덮쳤다.

무!

빙현령교의 필사적인 반항에 지심염룡 역시 포효했다. 놈은 용암이 흐르고 있는 화염의 뿔에서 맹렬하게 용암을 뿜어냈다. 갈라진 땅에서도 무수히 많은 용암 줄기가 쏘아지며 마지막에는 100장이 넘는 용암 기둥이 되어 차가운 영력이 담긴 빛의 구와 충돌했다.

펑펑펑!

맹렬한 충격으로 용암 기둥은 빠르게 붕괴했고 용암은 사방으로 튀었다. 빛의 구는 용암 기둥을 쉽게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심염룡의 위에서 터져 나갔다.

쿵!

눈보라가 휘몰아치며 숲은 순식간에 빙설의 세계가 되었다. 다행히 목진 일행은 미리 피했지만 십여 명의 신백경 고수들이 말려들어 인장이 박살나 빛과 함께 사라졌다.

목진 일행은 서둘러 절벽 뒤로 숨었다. 조금 전의 무서운 공격은 피했지만 한기는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기는 그들의 체내에 있는 영력을 순식간에 느리게 만들었다.

목진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했다. 빙설은 모든 것을 파괴한 뒤에 천천히 사라졌고, 하늘에 있던 빙현령교는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며 강하게 부딪혔다.

빙현령교가 떨어진 곳 근처, 원래는 붉은색의 몸통을 갖고 있었던 지심염룡이 어둡게 변했다. 뿔에 붙어 있던 불은 점점 꺼져가고 있었고, 온몸에는 작은 균열들이 생겨났다.

빙현령교와 마찬가지로 중상을 입은 것이다.

격렬했던 전쟁은 어느새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중상을 입은 두 마리의 천급 영수를 보며 눈이 붉게 변했다. 하지만 한기의 영향으로 느려진 영력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목진, 움직여라!”

구유작의 의념이 다시 목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검은 화염이 목진의 몸에서 피어나며 몸 안에 있던 한기를 전부 태워버렸다.

슉!

목진의 신형이 움직인 순간, 수많은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얼음과 불의 전장 위에 나타났고,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는 흑염이 요동쳤다.

끼룩!

맑은 새의 울음소리가 몸에서 울려 퍼졌다. 그 울음소리를 들은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의 거대한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슉!

목진의 두 눈에 검은 화염이 맹렬히 타오르며, 두 개의 검은 화염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은 중상을 입어 그 검은색의 빛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놈들의 몸에서 격렬한 통증이 전해졌다. 불타는 검은 화염은 놈들의 모든 방어를 무시하고 그 단단한 머리통을 그대로 관통했다.

두 천급 영수는 점점 굳어갔고, 생기는 빠르게 사라졌다.

“빨리, 움직여라!”

구유작의 의념이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 의념은 이전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조금 전의 공격으로 많은 영력을 소비한 것이다.

슉!

목진의 신영이 바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손이 움직이자 붉고 푸른 두 빛이 천급 영수의 머리에서 빠져나와 목진의 손에 잡혔다.

두 빛 속에는 작은 빙교와 염룡이 있었는데, 놈들은 목진의 손에 잡히자마자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쳤다. 그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목진도 점점 버티기가 힘들었다.

“흥!”

그러나 목진의 콧방귀와 함께 장심에서 검은 화염이 뿜어져 나와 두 정백을 감쌌다. 그리고 다시 신영을 움직여 두 개의 천급 영수시체로 가서 팔을 흔들자 놈들의 시체가 개자탁으로 들어갔다.

파직!

영수의 시체가 개자탁으로 들어갈 때, 개자탁이 갈라지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비록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놈들의 몸에는 강력한 영력이 남아 있었기에 개자탁이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목진은 순식간에 사체를 챙겼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신백경의 강자들은 그가 그저 영수 정백과 사체를 갖고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죽고 싶구나!”

목진의 거침없는 행동에 고생해서 쫓아왔던 신백경의 강자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분노에 찬 함성을 지르며 신영을 날렸다.

“정백을 내놓아라!”

그중 세 개의 신영이 가장 빨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와 싸늘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3개의 강력한 영력을 목진을 향해 쏘았다.

숨어있던 고수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 인영이 허공을 딛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웅혼한 영력의 파동이 그들의 몸에서 발산되었다. 이 정도 영력이라면 신백경 후기에 이른 것이 분명했다.

세 사람은 멀지 않은 곳의 목진을 싸늘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네놈이 욕심이 많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두 마리의 천급 영수를 위해서 멀리까지 쫓아오고,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혼자 독식하겠다는 것이냐?”

그들 중 마른 체형의 소년이 싸늘한 눈빛으로 목진을 보며 냉소하며 말했다.

“신백경 초기에 불과한 놈이 야심도 크구나. 죽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것이냐? 정백과 영수의 시체를 내놓으면 이번만은 그냥 보내주겠다.”

이번에는 마른 소년의 왼쪽에 있던 사람이 외쳤다. 그리고 우측에 있던 사람은 싸늘한 눈빛으로 목진을 주시하면서 손바닥에 영력을 집중시켰다.

그 모습에 엽경령 등은 긴장했다. 그들은 허공에 있는 세 개의 신영을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

“사관(謝冠), 오호(伍虎), 진정(秦政)이라니…… 젠장, 저놈들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

방종의 작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 세 사람은 영로에서도 그 명성이 대단했다. 영로가 끝났을 때는 준왕급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비록 왕급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매우 강했다.

목진은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놈이 바로 혈화자 목진입니다. 이전에 본 적이 있죠.”

갑자기 하늘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목진을 알아본 것이다.

“음? 목진?”

세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러나 곧 목진을 보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로에서 명성이 자자하던 혈화자 목진의 실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냐? 정말로 재미있구나! 듣기로는 왕급의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하던데.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구나!”

목진은 비록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신백경 후기에 도달했으니, 그들도 영로에서 나름 활약했을 것이다.

목진의 눈이 빛났다. 그들은 확실히 대단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뒤에 아직도 수십 명의 신백경 고수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힘을 합치면 천급 영수와도 충분히 일전을 치러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정면으로 그들과 대항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구유작의 힘도 조금 전 두 마리의 천급 영수를 처리하면서 전부 사용했다.

‘반드시 먼저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정백만 연화시킨다면 저놈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목진의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목진, 당장 정백을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혈화자라고 불리는 너도 이곳에서 탈락할 것이다.”

사관은 손을 뻗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개의 정백이다. 너희들이 나눠 가져라!”

목진이 손짓하자 두 개의 빛덩이가 하늘로 쏘아졌다. 빛덩이가 쏘아지는 순간 무지개빛이 되어 경악할 속도로 날아갔다.

이에 세 명은 날아가는 빛덩이를 보고 거의 조건반사처럼 출수했다. 하지만 바로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빛덩이에서 영력 파동이 느껴지긴 했지만 천급 영수의 정백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부족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그저 평범한 영수 정백이었다.

“네놈이 정녕 죽고 싶구나!”

사관 등 3명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그들은 곧바로 목진을 향해 쏘아져 나가며 추격했다.

“쫓아라! 놈은 혼자 2개의 천급 영수의 정백을 갖고 도망쳤다. 절대 놓치지 마라!”

그 말에 뒤에 있던 신백경 고수 수십 명이 뛰쳐나와 고함을 지르며 목진을 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엽경령 등은 당황하며 서로의 얼굴만 보았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렇게 추격을 당하면 정말 위험해질 텐데. 천급 영수 2개가 주는 매력은 엄청나니까. 앞으로 쫓는 사람은 더 많아질 거야. 게다가 목진은 그저 신백경 초기로 보이니……”

방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초기 역시 눈썹을 찌푸렸다. 목진이 생각해둔 방법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일단 따라가자.”

엽경령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 목진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만 남겨두고 떠난다는 것이 편치 않았다.

방종과 초기 역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빠르게 목진을 쫓았다.

그 시각, 목진은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사관 등이 그를 바짝 쫓고 있었고, 또 그 뒤에는 신백경의 고수들이 그를 쫓았다.

한 무리가 한 명을 쫓는 이상한 광경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들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고작 반 시진 만에 거대한 산맥을 건넜고, 그들의 움직임은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이들이 허공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광경에 그저 눈을 뜨고 멍하니 지켜보았다. 거의 100명에 가까운 신백경 고수들의 모습에 놀라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겨우 한 명을 쫓는다고?”

“앞서가는 이가 천급 영수 정백을 두 개나 가진 모양이야!”

“뭐라고?! 천급 영수 정백을 두 개나?”

“빨리! 빨리! 이 소식을 대장한테 전해. 좋은 물건을 발견했다고!”

그들이 지나가자 곳곳에서 소란스러운 움직임이 생겨났다. 잠시 후에는 더욱 큰 소란이 일어났고, 수많은 이들의 눈에 탐욕이 스쳐 지나갔다. 일부 신백경 고수들은 바로 출발해 추살하는 무리에 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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