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대추격
목진은 이를 꽉 물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기척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적은 장소로 갔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것은 여전했다.
“젠장!”
목진이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말벌집은 건드린 것 같았다.
슉!
목진이 망설이는 사이 갑자기 개자탁이 진동하며 2개의 빛이 나타났다. 그것은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의 정백이었다.
웅!
검은 화염이 목진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며 두 개의 정백을 감싸더니 바로 목진의 몸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망할 놈. 지금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목진이 깜짝 놀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단전 안, 구유작은 만다라 꽃을 뚫고 들어온 두 개의 정백을 보며 교활한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이것들을 연화시키지. 일단 뛰어라. 내가 힘을 제공할 테니.”
말이 끝나자 구유작은 더 이상 목진을 신경 쓰지 않고, 눈앞에 있는 두 개의 천급 영수 정백만을 바라보았다. 구유작의 눈빛에 진중함과 망설임이 떠올랐지만, 곧 입을 벌려 정백을 삼켰다.
쿵!
경악할 영력의 파동이 구유작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망할 놈의 새 자식이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목진이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이 망할 구유작이 정백 2개를 전부 삼킨 것이다. 자신의 몫은 조금도 남겨두지 않았다!
“너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화가 난 것과는 별개로 지금은 구유작을 제지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급히 체내의 영력을 운용하며 속도를 높였다.
* * *
목진이 천급 영수 2마리를 죽이고 쫓긴다는 소식은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갔다. 게다가 천급 영수 정백을 가졌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 소식은 겨우 반나절 만에 북창계 안쪽 전역에까지 쫙 퍼졌다.
* * *
북창계 안쪽, 남동쪽
붉은빛이 도는 산맥의 심처, 수백 명의 신영이 산봉우리에 나타났다. 그들의 눈은 모두 산맥 중앙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독안(獨眼)의 거대한 원숭이가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엄청난 영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런 영력의 압박은 융천경 초기의 천급 영수만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독안 원숭이의 몸에는 거대한 검흔이 새겨져 있었다. 중상을 입은 것이다. 중상을 입을 독안거원(獨眼巨猿)과 산봉우리에 있는 수백의 신영이 계속해서 공격하면서 소모전을 펼치고 있었다.
최전방에 있는 산봉우리 위에는 십여 명이 있었고, 그들 앞에는 2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은 매우 건장했고, 한 명은 매우 마른 체격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모든 신경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독안거원에게 집중되었다. 영력 파동이 점점 약해지는 독안거원을 보면서 그들은 놈의 반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남자 옆에는 검은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몸매의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마치 은하수 같았다. 그녀는 한껏 집중하고 있는 두 남자와는 달리 조금 무관심한 얼굴로 독안거원을 바라보았다. 맑은 유리 같은 눈동자에는 어떤 파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이런 태도에도 강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눈앞의 천급 영수에게 중상을 입혔기 때문에 그들이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하하, 낙리. 저 천급 영수의 영기만 흡수할 수 있다면 넌 최초로 9급 인장을 얻는 사람이 될 거야.”
마른 체구의 소년이 아무 말도 없는 소녀에게 말했다.
“아마도.”
소녀의 유리 같은 눈은 여전히 차분했다. 북창계의 모든 이들이 놀랄만한 말에도 그녀는 여전히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소년은 소녀의 성격이 원래 그런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리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때 후방에서 갑자기 어떤 움직임이 느껴지더니, 한 신영이 마른 소년 앞에 가서 멈춰 섰다.
“대장, 방금 북서쪽에서 어떤 사람이 두 개의 천급 영수 정백을 얻었다고 합니다. 지금 100명이 넘은 신백경의 고수에게 쫓기고 있으며, 중상을 입은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도 끼어들까요?”
“음? 천급 영수 정백 두 개?”
마른 소년은 조금 놀랐고, 옆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도 놀라서 물었다.
“누가 그렇게 강한 거야?”
“이름이 아마도…… 목진? 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앞에 있던 두 대장의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던 검은 치마 소녀를 보았다.
소녀 역시 조금씩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9급 인장을 얻어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던 그녀의 유리 같은 눈에 미세한 변화가 생겨났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검은 치마의 소녀가 조용히 물었다. 조금 떨려오는 목소리가 그녀가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보고를 올린 남자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했다.
“목진이라고 합니다. 두 개의 천급 영수의 정백을 얻고, 지금은 100명이 넘는 신백경의 고수들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지?”
중상이라는 말에 소녀의 작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평온하던 눈에도 조금씩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북서쪽입니다.”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몸을 돌렸다.
“낙리. 조급해하지 마라. 금강독목원(金剛獨目猿)은 곧 처리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북창원에서 처음으로 9급 인장을 받을 수 있어. 지금 가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마른 소년이 다급하게 말했다.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순간 고개를 돌리더니 맑은 눈동자로 소년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이곳 북창령원에 온 것은 그를 위한 건데, 그를 잡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9급 인장이 무슨 소용이지?”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는 쓴웃음을 짓는 소년을 보고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가 상처를 입었어. 그에게는 지금 내가 필요해. 그러니 나를 막지 마. 나는 그의 곁으로 가야 해. 막으면 내가 먼저 널 배신할지도 몰라.”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정색하자 마른 소년은 곧장 입을 닫았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놈, 정말 질투가 나네. 사람을 좀 보내줄까?”
“괜찮아, 혼자 처리할 수 있어.”
검은 치마를 입은 소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살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신영을 움직였다. 그리고 무지개빛으로 변해 북서쪽으로 향했다.
‘목진, 같이 북창령원에 가기로 했으니 나를 기다려야 해.’
슉! 슉!
깊은 산속, 다급한 파풍성이 울려 퍼졌다. 멀리서 빛이 번쩍이며 수많은 이들의 분노에 찬 고함소리가 끝없이 들려왔다.
사람들 앞에 목진이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목진 앞에 있는 놈들은 꼬박 하루 동안 그를 쫓았고, 아직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쫓기는 와중에도 뒤에 따라붙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그만큼 천급 영수 정백의 유혹은 정말 엄청났다. 게다가 목진의 경지가 그저 신백경 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부추겼다.
사람들은 목진을 잡아서 천급 영수의 정백을 얻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빨리 놈들을 떨어트려야 한다.”
목진은 눈썹을 찌푸렸고, 곧 눈이 반짝였다.
둥!
목진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갑자기 그의 몸 안에서 낮은 폭발음이 들리며 흔들렸다. 그 진동은 점점 몸속 전체로 퍼져 나갔다.
우드득!
갑작스럽게 시작된 체내의 진동에 목진이 비틀거렸다. 나중에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입에서 선혈까지 뿜어져 나왔다.
“빨리,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잡아라!”
“도망치게 두지 마라!”
후방에서 그를 쫓는 무리가 그 광경을 보고 기뻐했다. 목진의 속도는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거의 하루 동안 쫓아다녔지만 포위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목진의 모습을 보고 더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목진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스쳤다. 그는 서둘러 단전으로 향했고, 단전에 도달하자 엄청난 영력의 파동이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그 영력의 출발점은 바로 만다라 꽃 위의 구유작이었다!
구유작의 몸은 배나 팽창돼 있었고, 온몸에는 짙은 검은 화염이 타올랐다. 목진은 구유작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혼잡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편, 구유작의 눈빛에도 고통의 기색이 떠올랐다.
“너 뭐 하는 거야?”
목진이 화가 나서 외쳤다. 이 죽일 놈의 새가 몰래 혼자서 두 개의 천급 영수의 정백을 먹어치우고 이런 문제까지 일으켰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죽이고 싶었다.
구유작은 만다라 꽃 위에 엎드려 있었다. 검은 화염 사이로 조금씩 푸른색과 붉은색의 화염이 나타났다.
목진은 구유작이 욕심을 부려서 한 번에 2개의 정백을 연화시키려다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유작은 지금 매우 약해진 상태였다.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에게 중상을 입은 것이다.
하나씩 흡수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빙현령교와 지심염룡은 각각 눈보라를 일으키고 용암을 부리는 놈들이었다. 본래도 배척 관계였던 것을 함께 삼켰으니 배척하는 힘이 배가 되어 결국에는 탈이 난 것이다.
“꼴 좋다!”
목진은 욕을 한바탕 퍼부었다. 자업자득이었다.
하지만 고소한 것은 나중 일이고, 지금은 무척이나 초조했다. 구유작이 단전에서 반서(反噬)를 당했으니, 지금 터져버린다면 목진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어찌 됐든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뭘 해야 하지?”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복은 쌍으로 오지 않고,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이 목진의 상황과 꼭 맞아떨어졌다.
“연…… 연화시켜야 한다!”
구유작은 고통에 찬 의념을 보냈다.
“지금은 우선 쫓아오는 사람들을 먼저 따돌려야 한다. 그러니 네가 고통스러워도 일단 나를 도와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목진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목진은 바로 단전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추격자들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는 숨을 한번 내쉬었다. 그 순간 갑자기 단전에서 강력한 힘이 쏟아져나왔다.
둥둥!
힘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목진은 단전 안에서 다시 한번 영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구유작이 지금 힘을 뿜어내는 행동은 완전히 설상가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화륵!
검은 화염이 목진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며, 그의 등에서 10장 넓이의 화염으로 된 날개 한 쌍이 생겨났다. 날개가 떨리며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신영은 검은 광선이 되어 쏘아지며 형용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뒤에서 쫓아오던 사람들은 순간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쫓아라. 놈이 남긴 영력의 파동을 따라가라!”
“놈도 목숨을 걸었다. 일단 쫓아가면 놈은 도망칠 곳이 없다!”
그들은 목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영력을 운용해 속도를 더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