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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08화 (107/1,000)

108화. 변고

목진은 구유작의 힘을 빌려서 짧은 시간 안에 추격자들을 떨쳐내고, 거대한 산에 있는 폭포 주변으로 날아갔다.

그는 땅에 닿자마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비록 추격자들을 따돌리긴 했지만, 영력의 흔적이 남았으니 곧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서둘러야 했다.

목진의 심신이 다시 단전으로 향했다. 그는 구유작의 몸에서 화염이 은은하게 휘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구유작의 몸은 끝없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그것은 체내의 영력이 극히 불안정할 때 생기는 현상이었다.

목진의 심신이 영력의 광륜에 있는 작은 신백으로 향했다. 그는 작아진 몸으로 만다라 꽃 앞으로 갔다. 작은 손이 움직이며 영력을 쏘아냈다. 그러다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의 영력이 구유작의 몸에 닿는 순간, 온갖 광폭한 영력에 목진의 영력이 부서진 것이다.

목진의 얼굴이 잠시 굳었으나, 곧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 신백경 초기에 불과했고, 눈앞에 있는 구유작은 자신의 영력뿐만 아니라 빙현령교, 지심염룡의 정백까지 삼킨 상태였다. 그러니 그가 돕고 싶어도 경지가 모자라 도울 수가 없었다.

“만다라 꽃을 사용해라! 설마 신백경 초기의 실력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냐?”

그때 구유작의 의념이 들려왔다.

“내가 이걸 움직일 수 있었다면, 네놈이 내 앞에서 이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것 같아?”

목진이 화가 나서 말했다. 만약 목진이 만다라 꽃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구유작을 바로 연화시켰을 것이다.

목진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백을 움직여 만다라 꽃 근처에 도착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어서 가볍게 꽃을 만졌다.

꽃에 닿는 순간 목진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그의 심신이 아무런 방해도 없이 신비한 만다라 꽃에 융합된 것이다. 곧 이해할 수 없는 파동이 그의 가슴 속으로 밀려들었다.

목진은 독특한 감각을 느끼는 동시에 눈앞에 있는 만다라 꽃에서 어떤 영성이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도와줄 수 있어?”

목진은 자신이 이 만다라 꽃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의념을 보내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웅.

목진의 의념이 전해지는 순간, 지금까지 어떤 움직임도 없던 만다라 꽃에서 보라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름답고도 요사스러운 꽃잎이 천천히 펼쳐졌다.

그리고 꽃잎 위에는 자금색의 신비한 무늬가 떠올랐다. 자금색의 커다란 그물 같은 무늬는 쏘아져 구유작을 덮어 버렸다.

웅웅!

자금색의 그물이 덮이는 순간, 구유작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구유작은 맹렬히 발버둥을 치며 분노에 찬 의념을 보냈다.

“너는 뭐 하는 짓이야!”

구유작은 자금색의 거대한 그물이 덮치는 순간, 몸 안에 있던 2개의 정백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구유작도 함께 압박감을 느꼈는데, 만다라 꽃이 그들을 전부 제거하려는 것만 같았다.

“내가 어떻게 알아!”

목진 역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 그도 만다라 꽃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구유작을 해치지 마!”

목진이 이를 물고 만다라 꽃에 의념을 보냈다.

목진은 곧 자신이 보낸 의념이 어떤 효과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만다라 꽃은 비록 영성은 있었지만 지능은 없었다.

목진이 만다라 꽃에 도움을 청하자 꽃은 목진에게 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려고 했다. 정백은 구유작의 몸 안에 있었고, 그것을 제어하려면 구유작도 같이 제거해야 했다.

“정백을 토해. 그렇지 않으면 너도 같이 제거된다!”

목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놈들의 영력을 이미 흡수했는데, 어떻게 토해내!”

“너…….”

목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이 죽일 놈의 새는 꼭 그렇게 다급하게 정백을 삼켜야 했을까?

“결국은 너 때문에 죽는구나!”

목진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신영을 움직여서 만다라 꽃 안으로 들어가 구유작의 등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양손으로 자금색의 그물을 들어 올렸다.

구유작은 목진의 행동에 놀랐다. 구유작의 검게 타오르는 눈에 복잡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놈이 이렇게 멍청할 줄이야. 자금색의 그물이 어떤 해악을 끼칠지도 모르는데 당랑거철의 자세로 돌진하다니!

자금색 그물이 목진의 몸에 닿는 순간 잠시 멈칫하더니, 목진의 신백을 통과해서 계속 구유작을 압박했다.

“만다라 꽃은 나를 무시한다.”

목진은 아무런 흔적도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만다라 꽃은 너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전부 제거할 것이다.”

구유작의 말소리가 조금씩 평온하게 변했다. 자금색 그물의 압박에도 발악하지 않았다.

“그래. 꼴좋다!”

“네가 감히 나를 욕해!”

구유작은 목진의 말에 화를 내며 검은 화염의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목진을 등 위에서 날려 보내려고 했지만, 힘이 부족해 목진 바로 앞에 떨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목진의 물음에 구유작은 그의 눈을 보더니,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너에게 해가 없다는 것을 알리면 된다. 만약 내가 너에게 해가 되지 않으면 만다라 꽃도 나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위협을 없애겠다고?”

목진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너를 연화시키는 것밖에 없잖아.”

“그건 꿈도 꾸지 마. 나 구유작은 고대 불사조의 핏줄이다. 자분(自焚) 정백을 가졌다는 말이야. 사람에게 절대로 연화가 되지 않는다.”

구유작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

“농담이야.”

목진이 헛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구유작은 목진을 노려보다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드디어 입을 열었다.

“연화 말고도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어떤 거야?”

구유작의 눈이 빛났다. 그는 중대한 결정을 한 것처럼 천천히 눈을 감았다.

“혈맥 연결(血脈連結)”

“혈맥… 연결?”

목진 역시 당황했다. 그는 몇 번을 되새기더니 갑자기 구유작을 향해서 말했다.

“그게 뭐지?”

“고대 신수 혈맥을 이어온 종족들의 비밀 수단과 같은 것이지. 간단히 말해서 특수한 방법으로 너와 나의 혈맥을 연결하는 것이다.”

“좋은 점은 네가 나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단순한 연화보다는 더욱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능력을 빌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구유작이 담담하게 말했다.

“단점은 이후부터 우리는 단단하게 연결되어 만약 네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너무한 거 아니야?”

“너희 사람들은 수련을 통해서 수명을 늘릴 수 있지. 하지만 네가 아주 높은 경지에 오르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너희들이 무조건 먼저 죽는다.”

구유작이 말했다.

“게다가 내가 너 같이 수준 낮은 사람과 혈맥을 연결하고 싶겠느냐? 구유작은 불사조의 혈맥을 이어왔다. 너희들보다도 훨씬 고귀한 혈통이란 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혈맥 연결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구유작 일족은 한 번도 이런 멍청한 일을 한 적이 없다. 만약 지금과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절대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유작의 의념에서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인간은 단순하게 정백을 연화시켜 영수의 의지를 말살하고 그들의 능력을 취한다. 이런 방법은 비열하고 저열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혈맥 연결은 그 방법이나 잠재력에서 단순하게 연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진정으로 둘이 완전히 연결되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혈맥 연결은 반드시 양쪽이 모두 동의해야 했다.

고등 존재는 자신의 존엄을 내려놓고, 인간과 혈맥 연결을 한다는 것은 일족의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완전히 말살당하더라도 혈맥 연결과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런 상황은 구유작이 만든 것이었다. 그러니 누가 탐욕스럽게 한 번에 두 개의 천급 영수 정백을 삼키라고 했는가.

혈맥 연결은 듣기에는 장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다른 사람과 같이 묶는다는 점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왜 그렇게 꾸물거려.”

구유작은 목진의 침묵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자금색의 그물이 점점 그를 조여오고 있었다.

목진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비록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혈맥 연결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동의해준 이유는 인정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고,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나의 생명을 쉽게 다른 사람과 같이 묶지 않았을 거야.”

구유작의 힘은 확실히 강력했다. 하지만 목진은 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목진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구유작보다 약하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을 깊게 믿고 있었다.

어쩌면 이후에는 그의 힘이 구유작의 힘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구유작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구유작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두려워했다면 흑신뇌와 정면으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구유작은 목진과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목진에 대해서 점차 이해하게 되었고, 특히 조금 전 부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서 자금색 그물에 뛰어든 것을 보고는 마음이 움직였다.

눈앞에 있는 이놈은 다른 비열한 인간들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서 먼저 혈맥 연결을 제안한 것이다. 구유작은 목진을 인정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죽어도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빨리. 시간이 없다.”

목진이 구유작을 재촉했다.

“혈맥 연결은 나에게 맡겨라. 만약 네가 조금의 반항이라도 한다면 연결은 실패할 것이다. 게다가……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실패하면 영원히 다시 연결할 수 없다.”

“역시 좀 까다롭네.”

목진은 조금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구유작은 곧바로 날개를 움직였다. 검은 화염이 구유작의 몸에서 빠져나와 빠르게 둘 사이에 하나의 검은 문양을 만들었다.

문양은 검은 화염으로 이뤄졌고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인체의 가장 깊은 곳과 소통할 수 있는 신비한 물건 같았다.

“너의 정혈을 안에 떨어트려라.”

구유작이 말했다.

목진은 그 말을 듣고 손가락을 찔렀다. 붉은 선혈이 맺히면서 곧 검은 화염의 문양 안으로 떨어졌다.

푸쉬!

선혈이 떨어지자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가, 곧 문양과 합쳐지면서 사라졌다. 하얀 연기가 검은 화염 문양으로 흡수되어 문양의 절반을 차지했다.

구유작의 눈빛이 진중하게 변했다. 구유작의 미간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더니, 검은색의 액체가 쏘아졌다. 검은색의 혈액 안은 마치 검은 화염이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검은 혈액 역시 검은 문양 안으로 들어가 절반을 차지했다.

웅.

두 혈액이 각각 검은 문양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그러자 검은 문양이 천천히 회전하더니, 두 혈액이 천천히 섞이기 시작했다.

펑!

두 혈액이 접촉하는 순간, 목진과 구유작의 신체가 맹렬히 떨렸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회전하는 검은 문양을 응시했다.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둘도 없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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