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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11화 (110/1,000)

111화. 용상진의 위력

웅웅.

목진의 머리 위에서 금빛이 급격히 퍼져 나갔고, 마지막엔 거대한 금빛 영진이 되어 천천히 회전했다. 금빛 선들은 복잡하게 엉켜 신비한 움직임을 보였다.

구불구불한 영진은 마치 하늘과 땅을 지키는 용과 코끼리처럼 보였다.

그때 목진은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찔렀다.

“용상진!”

쿵!

금빛 영진이 순식간에 눈부신 금빛을 내뿜었다. 어찌나 눈이 부신지 태양이 뿜어내는 것 같았다. 영진은 거대한 금빛 기둥을 토해냈다.

크아!

금빛 기둥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포효하는 금색 용과 황금으로 만든 듯한 거대한 코끼리로 변했다. 용과 코끼리의 위력에 하늘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온 하늘에 영기가 가득 차올랐다.

매섭게 뛰어오는 용과 코끼리를 보면서 뒤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들을 다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쿵!

세 사람은 힘을 모아서 영력을 하늘로 높이 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의 영력과 목진의 용과 코끼리가 공중에서 강하게 부딪쳤다.

쾅!

영력의 충격파가 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만큼 강력했다. 뒤따른 강력한 바람은 숲속을 마구 헤집고 다녔다.

“용상진압!”

목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되뇌더니 재빨리 수인을 바꿨다.

쿵!

이때 용과 코끼리가 융합되어 하나의 금빛 광판이 되었고, 그 위에는 날아다니는 금 용과 뛰어다니는 금 코끼리가 있었다.

쿵쿵.

금빛 광판은 그대로 셋을 억눌렀고 세 사람의 영력은 광판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그들의 창백한 얼굴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들의 영력이 끝내는 부서졌고, 금빛 광판에서 솟은 기둥은 그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그들을 강타했다.

욱!

세 사람은 동시에 피를 토해냈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비틀거렸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당해내지 못한 영진을 보면서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들의 얼굴도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영진이 저렇게 강하단 말인가?

창백한 얼굴을 한 사관 일행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도망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검은색 검이 그들의 목을 겨누었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낙리는 조용히 세 사람에게 말했다.

낙리의 말에 그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고, 이마에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들의 미간이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7급과 두 개의 6급 인장이 빛이 되어 아래에 있는 목진에게 날아갔다.

목진은 곧바로 그들의 인장을 자신의 인장으로 흡수했다. 어두웠던 목진의 인장이 순식간에 반짝이는 빛으로 변했다. 그러나 세 개의 인장을 흡수해도 목진은 여전히 7급 인장이었다. 뒤로 갈수록 인장의 등급을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선물이라 생각하고 고맙게 받을게.”

목진은 웃으면서 그들을 향해 두 손을 맞잡아 예를 표했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셋은 속으로는 목진을 욕했지만 감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했다.

낙왕이 곁에 있는 데다가 무시했던 목진이 저토록 강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힘을 합쳐도 목진의 영진을 당해낼 수 없었다.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네.”

세 사람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까지 인장을 올리는 데 수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다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 잘 가.”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면서 세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목진, 잘난 척하지 마. 오늘은 낙왕이 있어서 무사했지만, 북창엔 하나의 왕만 있는 게 아니야. 북창전에서도 그렇게 잘난 척 할 수 있는지 보자!”

사관은 이를 악물고 내키지 않는 듯 코웃음을 치며 더는 머무르지 않고 먼 곳을 향해 도망쳤다.

“다른 왕이라……”

그게 누구든 상관없다. 목진이 영로에서 쫓겨났다고 아무나 그의 꼭대기에 설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가 도전한다면 목진은 언제든지 진정한 강자가 누군지 보여줄 준비가 돼 있었다.

“다들 안 가고 뭐 하지? 나한테 인장을 주고 싶어서 그러나?”

목진은 아니꼬운 듯 구경하던 신백경 사람들에게 말했다. 당장이라도 그들에게 인장을 내놓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 말도 못 하고 황급히 도망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이 텅텅 비어버렸다.

목진은 텅 빈 하늘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중에 있던 낙리도 천천히 목진의 옆에 내려왔다.

“초형, 방형, 도와줘서 고마워.”

목진은 혼란스러운 듯한 초기와 방종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이럴 때 나서서 도와준다는 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떠나 그 마음만으로도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방종은 웃으면서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초기는 목진의 말에도 낙리만 빤히 바라보았다. 잠깐 머뭇거리던 초기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물었다.

“낙리야, 넌 괜찮아?”

낙리는 초기를 보고선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아는 사인가?”

옆에서 듣고 있던 엽경령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고, 방종도 웃으면서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초기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영로에서 만난 적 있어. 네가 날 구해주기도 했고……”

낙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기억이 났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관심 없는 일과 사람한테는 늘 그렇듯 무심한 그녀였다.

“두 마리의 천급 영수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다 초형과 방형이 도움이 있어서야. 그러니 이 빙현령교는 그냥 둘이 가져가.”

목진이 손을 휘젓자 앞 공터에 거대한 빙현령교가 나타났다.

“고맙네, 목형.”

방종이 매우 기뻐하면서 목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인장 영기도 하나 줄게.”

목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푸른색의 인장이 나타났다. 이 정도의 천급 영수의 인장 영기라면 곧바로 영인을 7급까지 올릴 수 있다.

목진이 두 인장을 흡수했다면 8급 인장을 얻을 수 있겠지만 좋은 걸 혼자 독차지하는 성격이 되지 못했다. 그는 두 개의 천급 영수의 정백을 다 흡수했으니 이 정도는 내놔도 된다고 생각했다.

방종은 매우 기뻐하면서 받은 인장을 초기와 함께 나눴다. 그들의 인장은 이미 6급이었기 때문에 이것만 흡수하면 7급이 될 것이다.

인장을 넘긴 목진은 이번에는 엽경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남은 인장을 넘기면서 미안한 듯 말했다.

“원래는 영수 정백을 드리고 싶었는데,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없어졌네요.”

엽경령은 미소를 지으면서 인장 영기를 받았다.

“괜찮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제가 전에 천급 영수를 없앤 적이 있는데, 마침 남아 있는 정백이 있어요. 그쪽한테 어울릴 것 같아요.”

낙리는 눈을 깜빡이더니 엽경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에서 한 줄기의 빛이 흘러나왔고 그사이에 하얀 일각수가 있었다.

“아니, 이건… 만수록 87위에 있는 일각옥수(獨角玉獸) 아닌가요?”

엽경령은 새하얀 정백을 보면서 놀란 듯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귀중한 걸 받을 순 없어요.”

“목진을 도와줬으니 제가 선물을 드릴게요.”

낙리는 웃으면서 정백을 엽경령의 손 위에 올려놨다.

“목진을 도와줬는데 낙왕께서 선물을 주다니요. 정말 슬기로우시네요.”

엽경령은 짓궂은 얼굴을 하고선 말했다.

“참 사이가 좋으시네요.”

엽경령의 말에 목진은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어서 돌아가죠. 묵령이랑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들과 만나고 나서 바로 북창계의 제일 안쪽으로 가야죠.”

“거기가 진정으로 재미있는 곳이죠.”

엽방의 영지에서 목진을 기다리던 묵령과 다른 이들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자 일제히 환호하면서 뛰쳐나왔다.

목진을 죽이려는 자들이 있다는 소식이 워낙 떠들썩하여 매우 걱정하던 차였다. 물론 목진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전과 달리 많은 사람이 목진을 추살하려 하니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나 목진이나 엽경령이 봉변을 당해 인장이 없어진다면 엽방도 존재할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언니!”

순아는 기쁜 마음에 엽경령에게 달려가 안겼다. 엽경령은 순아를 꼭 끌어안고 환하게 웃었다.

“목형!”

묵령과 다른 이들도 목진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으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뒤에 있는 소녀를 보고 다들 멍해졌다.

그녀는 엽경령보다 훨씬 더 예뻤다. 맑은 두 눈과 특유의 분위기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한창 혈기왕성한 소년들은 낙리를 보면서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머뭇거렸다. 그러자 엽경령이 웃으면서 말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너희들이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니 잘못 걸려들었다간 목진에게 맞을 수도 있어.”

“네?”

엽경령의 말에 그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묵령은 궁금한 듯 목진에게 물었다.

“목형, 근데 언제부터 만나신 거예요? 천아 누나가 알게 되면 속상해 할 텐데.”

묵령의 말에 목진이 순간 긴장했다.

‘왜 갑자기 지금 천아 얘기를…….’

“천아 누나가 누구지?”

역시나 예상대로 낙리가 궁금한 듯 다가와서 물었다.

묵령은 얼굴을 붉힌 채 우물쭈물하였다.

“북령경에 있는 저희 친구요. 목형이랑 함께 컸는걸요.”

“죽마고우구먼.”

낙리는 웃으면서 손으로 목진의 손을 꼬집었다. 목진은 그런 낙리의 모습에 놀랐다. 만사 귀찮은 낙리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가자.”

목진은 웃으면서 낙리의 손을 잡았다.

“다들 준비해. 내일 바로 북창계로 들어간다. 그 누구도 탈락하지 않도록 할 테니까 나만 믿어라.”

한동안 엽방과 지내면서 목진은 그들과 정이 들어 이 정도의 도움은 주고 싶었다.

“역시 목형이십니다!”

목진의 말에 엽방 사람들은 매우 기뻐했다. 목진이 도와준다고 했으니 인장의 등급이 부족해서 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손을 잡은 목진을 보면서 낙리는 부끄러워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목진은 오히려 낙리의 손을 더 꽉 잡았고, 낙리는 이내 포기하고 가만히 있었다.

* * *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영지 내에선 모닥불이 피어오르며 시끌벅적해졌다. 목진과 낙리는 영지의 구석에 따로 앉아 있었다. 다들 궁금한지 힐끗거렸지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낙리는 모닥불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향기로운 냄새가 목진의 코를 자극했고 평소보다 훨씬 더 향기로웠다.

낙리는 빤히 고기만 보고 있는 목진에게 웃으면서 다 구운 고기를 건넸다.

“드디어 낙왕님께서 직접 해준 요리를 먹어보네.”

목진은 감탄하면서 고기를 받았고, 고기의 향긋함에 침을 삼켰다.

목진의 말에 낙리는 눈을 흘겼지만 이내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목진과 함께라면 그 어떤 사소한 일일지라도 즐거웠다.

낙리는 조용히 모닥불 옆에 앉아서 허겁지겁 고기를 먹고 있는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았다가 풀었고, 은색 긴 생머리는 불빛 아래에서 더 빛이 났다.

“언제쯤이면 머리카락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야?”

목진은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낙리의 머리카락에 관해 물었다. 전에 목진이 낙리에게 머리카락에 관해서 물었을 때 영결 수련에 아직 성공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던 기억이 얼핏 났다.

“왜? 싫어?”

낙리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물었다.

“그럴 리가. 괜히 싫다고 했다가 또 며칠을 토라지려고?”

목진은 웃으면서 놀리듯 말했다. 전에 검은색 머리가 더 예쁘다고 했다가 그다음 날부터 사흘간 목진은 혼자 밥을 해 먹어야 했다. 분명 그때 낙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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