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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17화 (116/1,000)

117화. 영작과 빙응

“이젠 차이를 알았으니 덤비지 않는 건가?”

안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더욱더 맹렬하게 공격했다. 목진은 점점 뒤로 물러났고 안연은 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목진이 전혀 반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젠 끝내자!”

목진이 아무 말도 없자 안연은 흥미를 잃고 최후의 공격을 날렸다. 그녀의 손에선 다시 한번 강력한 영력이 솟아올랐고 목진을 향해 찔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공격이 미처 목진에게 닿기도 전에 아무 말도 없던 목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안 선배, 아직 기뻐하기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별로 좋은 습관은 아니네요.”

목진은 웃은 얼굴을 한 채 바로 주먹을 안연에게 휘둘렀다. 검은 영력은 물처럼 그의 주먹에서 흘러나왔고 그사이엔 흑염이 활활 타오르면서 굉장한 열기를 내뿜었다.

쾅!

목진의 권풍과 안연의 공격이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두 사람이 밟고 있는 바닥이 동시에 금이 가면서 부서졌다.

충격파에 부서진 바위가 날아다녔고, 목진와 안연은 동시에 그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갔다.

대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놀라움에 웅성거렸다. 목진이 안연을 물리쳤다? 아까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데?

“흥미로운 녀석이네.”

대부분의 전투는 이미 끝났고 고참들은 사람들과 함께 대전에서 목진과 안연의 전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도 목진의 모습에 놀란 눈치였다. 목진이 이렇게 끈질기게 안연이랑 싸울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안연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잠깐 스쳐 갔다. 목진이 어떻게 열세에서 벗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안연은 검은 영력에 둘러싸인 목진을 바라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검은 영력엔 기이한 흑염이 보였고 상당히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영력이 갑자기 이렇게 늘어날 수 있지?”

아까의 목진은 그저 신백경 후기의 실력이었다면 지금은 융천경의 코앞에 다다른 셈이었다. 여전히 그녀와 차이가 나지만 그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안 선배, 다시 시작할까요?”

목진은 안연을 보면서 웃었고 눈에선 흑염이 활활 타올랐다. 넘쳐나는 힘은 목진을 흥분하게 했다.

“내가 두려워할 것 같아?”

안연은 놀랍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꾸했다.

슉!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목진이 어느새 눈앞에 나타났다. 흑염에 둘러싸인 주먹은 점점 안연과 가까워졌다.

“쇄공령장!”

안연은 급히 쇄공령장으로 상대했고 굉음과 함께 목진의 주먹과 부딪쳤다.

쾅!

강력한 충격파가 두 사람 사이에서 흘러나왔고 안연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두 영력이 부딪칠 때 목진의 검은 영력이 어찌나 포악한지 그녀의 영력마저 태워버렸다.

“이게 뭐야? 어떻게 영력을 태울 수 있는 거지?”

안연은 점점 쇠약해지는 영력을 느끼면서 놀란 마음에 공중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고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때, 그녀 주변의 영력이 요동치더니 파란색의 거대한 매가 뒤에서 나타났다.

파란색의 거대한 매는 얼음으로 된 갑옷을 입은 것처럼 한기를 내뿜었고 그 주위의 공기는 다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목진은 안연의 뒤에 있는 매를 바라보면서 살짝 긴장했다.

“저건…….”

대전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의아한 눈으로 그들의 전투를 구경했다. 함께 구경하고 있던 고참들도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 저 녀석이 결국 안연의 북명금문응(北暝金紋鷹)을 소환하게 만들었다.

북명금문응은 만수록 지방에서 65위인 천급 영수이다.

신백경 중기밖에 안 돼 보이는 저 신인이 영수를 소환해야 할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강력한 영력은 홍수처럼 안연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매가 날개를 펴자 순식간에 공기도 얼어버렸고 대전엔 한기가 흘렀다.

빙현령교의 한기보다 더 강한 한기였다.

“내가 북명금문응을 소환하게 만들다니 네가 여기서 져도 자랑할만한 일이야.”

안연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목진을 바라보는 눈엔 정중함이 담겨있었다. 어찌 됐든 목진의 실력에 놀란 것은 사실이다. 아직 신백경 중기밖에 안 되지만 나중에 융천경이 되면 자신을 초월할 게 분명했다.

안연은 실력을 중히 생각하는 사람이라 목진의 실력을 확인하고는 진정한 대결 상대로 보기 시작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지고 싶은 생각은 없네요.”

목진은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면서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말했다. 넘치는 힘에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울부짖고 싶었다. 당장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안연의 몸에서 파란빛이 흘러나왔고 거대한 파란 매는 날개를 휘저었다. 안연은 파란빛 속에서 천천히 거대한 매 속에 녹아들었다.

까아!

그녀가 매의 몸속에 녹아들자 매의 눈은 더 매섭게 변했다. 마치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것처럼 거대한 매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파도와 같은 영력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그 주변이 얼어붙었고 공기 중의 습기도 얼었다.

거대한 매는 울부짖으며 날개를 펼쳐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 몸에선 서리가 끊임없이 떨어졌는데 멀리서 보면 얼음으로 조각한 매처럼 보였다. 다만 이 매에서는 살기가 느껴졌다.

“빙봉지익(冰封之翼)!”

차가운 얼음에 둘러싸인 거대한 매가 날개를 두어 번 휘젓더니 이내 얼음 기둥이 되어 아래에 있는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쿵쿵!

매의 맹렬한 기세에 공기에선 폭발음이 들려왔고 매가 지나간 자리는 얼음으로 된 선명한 선이 생겨났다.

얼마나 강력한 공격인지 구경하는 모든 사람이 느낄 정도였다.

북명의 흉물처럼 대지가 얼어버릴 것 같은 무한한 한기로 이 세상에 강림하는 것 같았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는 매를 보면서도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투지가 더 활활 타올랐다.

“제대로 한 번 싸워보자!”

목진은 오만한 미소를 짓고는 있는 힘껏 바닥을 차고 날아올랐다. 검은 영력은 화염처럼 그의 몸을 감쌌다.

화르르.

검은 영력이 미친 듯이 팽창하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 뒤로는 검은색 꼬리가 따라왔고 굉장한 영력을 뿜어냈다.

그렇게 두 그림자가 강력하게 부딪쳤다.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용감하게 안연과 부딪치는 목진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투가 끝난 주령과 다른 이들도 진지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목진의 힘은 정말 놀라웠다. 신백경 중기밖에 안 되는 실력이지만 매번 그들과 비슷하거나 훨씬 더 강한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석 씨 형제도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 목진의 실력은 석경천과 싸울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진정한 융천경 강자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야.”

그들은 이를 악물고 광막만 뚫어지게 보았다.

“목형, 힘내!”

묵령 일행도 긴장된 마음으로 전투를 바라보면서 주먹을 꽉 쥐고 응원했다.

쿵!

검은색과 파란색이 매섭게 부딪치자 흑염과 파란 얼음 빛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영력은 파동을 일으켰다.

엄청난 한기에 목진의 몸엔 얇은 서리가 앉았고, 흑염도 한기에 먹힌 것만 같았다. 목진의 눈에선 흑염이 이글거렸고 묵직한 포효와 함께 몸속에서 검은 영력이 폭발했다.

그러자 몸에 앉은 서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끼룩!

그때 목진의 몸속에서 맑은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엔 조류의 왕과 같은 위엄이 담겨있었다.

거대한 매는 그 울음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었고 목진에게서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검은 영력은 목진의 주위에서 빠르게 뭉쳐져 검은 날개를 가진 거대한 새로 변했다. 그 거대한 새가 검은 날개를 펼치자 흑염이 화르르 타올랐다.

쿵쿵!

신비로운 검은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그 뜨거운 흑염에 한기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거대한 매는 깜짝 놀랐고 안연도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찌나 뜨거운지 그녀의 영력이 다 타버릴 것만 같았다.

“공격하라!”

목진의 포효와 함께 돌연 공중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쿵!

흑염에 둘러싸인 새가 날개를 휘젓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일렁이더니 그대로 거대한 매의 갑옷을 뚫었다.

흑염이 짙은 연기처럼 타올랐고 거대한 매는 산산조각이 나 그대로 폭발했다. 푸른빛 사이엔 안연의 모습이 언뜻 보였는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목진 주위의 검은 영력이 천천히 사라지자 다소 창백한 목진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나 두 눈 만큼은 반짝거렸다.

대전에선 광막이 서서히 사라지자 쥐죽은 듯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놀란 마음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안연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목진이 안연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대단하네.”

주령과 다른 이들은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로에서 목진과 싸워본 적이 있긴 하지만 원수 사이가 아니라 목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 기회가 없었다. 다만 목진의 일을 전해 들으면서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눈으로 직접 목진의 실력을 보고 나니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석 씨 형제의 안색은 매우 안 좋았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안연의 공격은 그 둘이 손을 잡아도 절대 막아내지 못했을 텐데, 그 어려운 걸 목진이 해냈다. 심지어 신백경 중기의 실력으로 말이다.

그들은 목진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모르지만 이번 싸움으로 인해 목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아무리 영로에서 쫓겨났다고 해도 목진은 여전히 영로에서 수많은 사람이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던 혈화자라는 걸 알게 됐다.

“하하, 목형이 이겼다!”

묵령 일행은 기쁜 마음에 환호했고 순아도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낙리도 미소를 지으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담겨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소년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대전에서 두 개의 빛기둥이 나타나더니 곧바로 목진과 안연이 나타났다. 항상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던 안연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목진을 보더니 몸을 돌려 백노에게 말했다.

“제가 졌어요.”

옆에서 구경하던 고참들은 안연의 입에서 졌다는 말이 나오도록 한 목진이 참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꽤 강한 신인이 있었네.”

그들은 서로 눈을 맞추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백노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목진에게 눈길을 돌리더니 말했다.

“자네 몸속에 흥미로운 물건이 있군.”

백노의 말에 목진은 그저 웃기만 하였다. 구유작의 존재를 딱히 숨기지는 않았지만,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목진의 몸속에 있는 구유작은 천방을 뚫을 자격이 있으니 진화만 완성하면 진정한 태고 신수가 될 수 있다.

“이건 보상일세.”

백노가 손가락을 튕기자 목진의 손안에 있던 수정패가 반짝였다. 천백 밖에 안 되던 영치가 바로 육천이 되었다.

“이젠 모든 도전이 끝났으니…….”

백노는 웃으면서 긴 소매를 휘저었다. 그러자 공기가 일그러지면서 거대한 청동문이 생기더니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북창령원에 온 걸 환영하네.”

사람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청동문을 바라보았고 목진의 가슴도 두근거렸다. 북창령원은 수많은 소년이 꿈에 그리던 수련 성지였다.

그 성지의 문이 오늘 드디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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