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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19화 (118/1,000)

119화. 영치의 중요성

양홍은 앞쪽에 있는 목진을 보고선 잠깐 놀란 듯하더니 이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목진, 또 만났네.”

그의 웃음소리는 강력한 영력에 의해 공중에 우레처럼 퍼져 신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의외네. 영로에서 내로라하는 혈화자가 고작 신백경 중기의 실력이라니. 너무 의외구나. 영로의 세례가 없으니 이토록 차이가 나네.”

양홍은 웃으면서 의미심장하게 목진을 바라보았다.

“희현이 네 실력이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걸 알면 굉장히 실망하겠다. 진정한 상대로 생각하고 있거든. 그런데 이토록 타락하고 나약해졌다니, 영로에서 쫓겨난 게 타격이 크긴 했나 보네.”

양홍의 말에 조용했던 석대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대부분이 영로에 참여했고 왕급 평가를 받은 사람도 꽤 되었다. 그들에게 혈화자 목진은 상당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영로에서 현왕 희현이 꺼리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들의 시선이 목진에게로 향했고 신백경 중기밖에 안 되는 그를 보면서 한번 더 놀랐다. 여기에 있는 최고의 신생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차이 나는 실력이었기 때문이다.

빙청과 목규도 목진을 보았다. 빙청은 영로에 참가한 적은 없지만 목진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저 준수한 청년이 바로 영로의 사람들을 벌벌 떨게 했던 혈화자 목진일 줄은 몰랐다.

목규는 눈살을 찌푸리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싸우는 걸 즐기는 목규도 지금의 목진에겐 아무런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양홍, 상대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상대해주지.”

낙리는 차가운 눈으로 양홍을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낙리의 말에 양홍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도 너희들처럼 이 북창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야. 나도 목진에게 졌는데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목진을 비웃지?”

안연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저들이 목진을 비웃는다는 건 그에게 진 그녀도 비웃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연의 말에 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고작 신백경 중기의 실력으로 융천경 선배를 이겼다고? 대체 어떻게?

빙청과 목규도 깜짝 놀란 듯하더니, 목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양홍은 목진을 바라보면서 더욱더 흥미롭다는 얼굴을 했다.

“역시 혈화자 목진이네. 실력을 꼭꼭 숨겨놨구나? 흥미롭다.”

목진은 양홍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웃으면서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한번 맛볼래?”

목진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검처럼 양홍을 향했다.

모든 신생은 숨을 죽이고 그 둘을 구경했다. 그들의 대결이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되기도 했다. 북창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두 사람이 싸우게 된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목진의 말에 양홍은 웃음을 거두고 손에 영력을 모았다.

“나도 맛보고 싶네. 대체 어떻게 신백경 중기로 융천경 강자를 이겼는지 말이야.”

둘 사이에 불꽃이 튀면서 미미한 살기도 흘러나왔다.

“그만. 지금은 싸우는 시간이 아니네.”

백노는 소매를 휘저으며 두 사람 사이의 살벌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한 달 후면 신생대회가 있을 예정이니 그때 겨뤄도 늦지 않네. 신생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이 북창령원 신생 중의 으뜸이라네.”

백노의 말에 신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일인자가 될 수는 없어도 신생대회를 통해 실력을 보여주고 조금의 명성을 얻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십 만 명이 넘는 신생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목규도 그들처럼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싸우는 걸 워낙 즐기기도 하고, 영로에서도 뛰어난 사람 중 하나로 결코 양홍보다 뒤처지지 않았다. 그러니 1등이라는 명성을 쉽게 다른 사람에게 내주기 싫었다. 아무리 상대가 만만치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빙청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눈빛 또한 큰 변화가 없었다.

목진은 백노의 말처럼 지금은 양홍과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양홍은 융천경 초기로 안연보다 약하지 않았고, 특별한 수단을 갖고 있기에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지금 여기서 싸웠다가는 누가 이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지금부터 자네들은 진정한 북창령원의 학생이다. 자네들이 어떤 신분과 배경을 가졌든 여기에선 그저 일개 평범한 학생일 뿐이네. 존중과 지위를 얻고 싶다면 실력을 보여주게.”

백노는 웃으면서 수많은 소년과 소녀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자네들은 신생 구역에서 살게 될 것이다. 신생 구역은 동, 서, 남, 북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고, 이제 스승들께서 자네들을 데리고 갈 것이다.”

백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사람이 저 멀리서 날아왔다. 공중에 머무른 그들은 중년 모습을 하고 있었고 온몸에서 강력한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융천경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목진은 그들을 보면서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고작 북창령원의 스승일 뿐인데 융천경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북령경에서 저 정도 실력이면 주인의 자리도 꿰찰 수 있었다.

역시 북창령원이다.

그들은 빠르게 각자 흩어져서 신생들을 분배했다. 그때 한 여인이 목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빨간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풍만했고 아름다웠다. 자태 또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목진이 있는 구역을 훑어보더니 손을 휘저었고 이내 거대한 광막이 펼쳐지면서 약 이천여 명이 되는 신생들을 감쌌다.

“난 목릉(穆菱)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내 학생이고 난 너희들의 스승이다. 앞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아무 때나 물어봐도 괜찮다.”

다른 구역의 신생들은 부러운지 질투의 눈길을 보냈다. 엄격해 보이는 남자 스승보다는 목릉이 훨씬 더 나아 보였다.

“자, 날 따라오너라. 앞으로 너희들이 지낼 구역으로 가자.”

목릉은 북창령원 아래쪽으로 날아갔다.

“가자.”

목진은 낙리를 향해 웃고선 목릉을 따라갔다. 그 뒤로는 엽경령, 순아, 그리고 묵령 등이 따랐다. 그들은 마침 한 구역으로 배분되었다.

수천 명의 사람이 목릉을 따라 석대에서 뛰어내렸고, 그 아래에 있는 수많은 수련 전당이 눈에 들어왔다.

서쪽으로 1각 정도 날아간 뒤에야 목릉이 멈춰 섰다.

“여기가 너희들의 묵을 곳이야.”

거기엔 시원해 보이는 그늘과 맑은 호수가 있었고 그사이에 집이 있었다.

“영기가…….”

이곳의 영기는 놀랄 만큼 농후했다. 심지어 깊은 곳일수록 영기가 더 짙었다.

“거대한 취영진이 숨어있었네!”

목진은 공기 속에 숨어있는 특별한 파동을 느꼈다. 이건 영진 특유의 파동이었다.

신생이 사는 구역에 취영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북령원에 있는 유일한 3급 영진보다 더 높은 등급인 듯했다.

“예리하네?”

목릉은 그런 목진이 조금은 색다르게 보였다.

“너희들이 살게 될 이 구역은 4급 취영진이 감싸고 있다.”

목릉의 말에 신생들은 놀라움에 수군거렸다. 취영진은 권력과 재력의 상징이었다. 4급 취영진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거처가 있는 곳에 취영진을 만든 건 처음이었다.

“신생이 사는 구역도 갑, 을, 병 3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너희들은 병 구역이다. 여기의 영기도 나쁘지 않지만 갑과 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

목릉은 안쪽에 있는 구역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어갔다.

“저기가 바로 취영진의 중심이다. 영기의 농도는 당연히 더 강하고.”

“저희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입니까?”

한 신생이 매우 탐나는 말투로 물었다. 저 구역에 산다면 다른 곳에서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된다. 그렇지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갑 구역의 방은 한 달에 이천 영치를 지불해야 하고, 을 구역의 방은 천 영치다.”

목릉의 말에 신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어디 이런 게 있단 말인가?

“북창령원에서 영치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이제 알겠지? 이것 또한 수련을 격려하는 수단이다. 북창령원에는 100개의 4급 취영진, 60개의 5급 취영진, 20개의 6급 취영진, 10개의 7급 취영진과 1개의 8급 취영진이 있다.”

신생들은 많은 양의 취영진에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지만 이 취영진을 거저 쓸 수는 없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4급 취영진은 무료로 들어가서 수련할 수 있지만, 기타 다른 취영진은 영치를 내놔야 들어갈 수 있다. 7급 취영근은 하루에 오천 영치다.”

목릉의 말에 다들 절망스러운 분위기였다. 영치가 북창령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영치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진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육천백 영치 밖에 없으니 7급 취영진에서 고작 하루밖에 수련할 수 없겠네.’

그렇지만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게 절망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북창령원에선 영치를 얻을 방법은 많으니까.”

목릉은 분명 활짝 웃으면서 말했지만 뭔가 고소해하는 눈치였다.

“가장 쉬운 방법은 매달 가장 강력한 영력을 영치패에 넣어서 한 달 동안의 실력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실력이 올랐다고 판단되면 자동으로 그에 상응한 영치를 보상으로 준다. 또 매번 돌파할 때마다 주기도 하고. 더 빨리 얻고 싶다면 ‘뇌역’으로 가면 된다. 거긴 북창령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이다.”

목릉은 북창령원과 멀리 떨어진 하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들은 목릉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고 다른 곳보다 어두운 그곳에선 번개가 번쩍였다.

“뇌역은 북창령원이 만든 수련지다. 저기엔 무궁무진한 천뢰가 있는데 영력을 더 강하게 만들고 육체를 단련할 수 있다. 신백경의 경지에 이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천뢰를 모아 ‘천뢰주(天雷珠)’를 만들 수 있다. 영치전에서 천뢰주 하나당 이백 영치로 거래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백 영치요?”

신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영치를 벌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지만…….”

목릉은 가는 손으로 입을 막더니 웃었다.

“뇌역에 들어가는 데도 영치가 필요하다. 많이는 필요 없고 딱 오백 영치가 있으면 들어갈 수 있다.”

밝았던 신생들의 얼굴이 목릉의 말에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오백 영치라니, 너무 비싼 거 아닌가?

목릉은 죽상이 된 신생들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거처를 선택하거라. 대신 갑이나 을 구역으로 거처를 바꾸려거든 나한테 말해야 한다.”

목릉의 말에 신생들은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병 구역에 머물고, 열심히 영치를 획득해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목진은 영치를 육천 넘게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좋은 곳을 거처로 삼을 수 있었다. 영기가 충분한 곳을 선택하면 수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영치를 아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낙리한테 다가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리 방을 함께 씁시다.”

이에 낙리는 흠칫 놀라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져 목진을 째려봤다. 목진의 장난이 날이 갈수록 도를 넘는 것 같았다.

“스승님, 한 방에 몇 명까지 묵을 수 있나요?”

그러나 목진은 낙리를 보지 않은 채 목릉에게 눈길을 돌려 물었다.

“두 명이다.”

목릉은 흐뭇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럼 갑 구역의 방을 하나 내어주세요.”

목진의 말에 낙리는 부끄러워 괜히 딴 곳을 쳐다봤다. 제아무리 무덤덤한 성격이라도 남자와 동거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았던 영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주령 등의 사람들도 갑 구역의 방을 선택하였으나 엽경령은 순아와 함께 을 구역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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