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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0화 (119/1,000)

120화. 영치전

사람들이 거처를 정하자 목릉은 목진 등과 함께 갑 구역으로 갔다.

갑 구역은 역시나 차원이 달랐다. 들어서자마자 넘치는 영기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진의 생각대로 이런 곳에 머무르면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곳이 바로 갑 구역이니 마음에 드는 방으로 고르거라. 너희들이 방을 선택하면 영치는 영치패에서 자동으로 삭감될 것이다.”

목릉은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방 선택을 마치면 오늘은 푹 쉬거라. 참 영치패는 영치전과 연결되어 있고, 영치전에서는 각양각색의 물건을 거래할 수 있다. 영치패를 통해 영치전을 구경할 수 있으니 염두에 두거라. 물론 거래를 원하면 영치로 내야 할 거다.”

이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목진은 아래쪽을 쓱 훑었다. 그때 맑은 호숫가에 있는 자그마한 다락방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곳으로 할게요.”

목진은 피식 웃으며 낙리를 바라보더니 이내 손을 잡고 뛰어내렸다.

이에 다들 흥미진진하여 목진을 바라봤으나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았다. 목진은 다락방 앞에 내려 웃으며 낙리에게 말했다.

“함께 지내면 벗도 되고 영치도 절약할 수도 있으니 좋지 않아? 북창령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영치를 절약하는 것이 좋잖아?”

그 말에 낙리를 목진의 손을 뿌리치고 노려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다니. 낙리의 영치로 갑 구역에서 반년도 넘게 지낼 수 있는데 말이다.

“장난치지 마!”

낙리는 괜히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락방 문을 열었다. 자그마한 다락방은 두 층으로 나뉘었는데 깔끔한 것이 낙리의 마음에 쏙 들었고 두 층으로 나뉘었다는 것에 그나마 시름이 놓였다.

“내가 2층을 쓸 테니 넌 1층을 써.”

목진은 더는 장난을 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서로에 대한 마음은 확인했지만 낙리의 자존심은 지켜줄 필요가 있었다.

낙리는 성큼성큼 2층으로 올라갔고, 목진도 빈둥대더니 이내 방에 들어갔다. 역시 갑 구역이라 그런지 없는 것이 없었고 물건들의 상태 또한 최상급이었다.

목진은 포근한 침대에 누워 두근대는 마음을 애써 달랬다. 이제부터 진정한 북창령원 소속이 되어 이곳에서 여러 해 동안 수련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 북창령원에서 열심히 수련하여 어머니를 꼭 데려갈게요.”

자신이 떠나 홀로 남았을 아버지 생각에 목진은 마음이 뭉클했다. 이내 안정을 되찾은 목진은 벌떡 일어나더니 가부좌 자세로 앉아 합장했다.

그러자 목진의 손에 수정 같은 영치패가 나타났다. 목릉의 말에 따르면 영치패는 북창령원의 영치전과 연결되었다고 했으니 영치전을 통해 이곳 북창령원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목진은 서둘러 영치패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영치패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순간 광막을 형성하였고 각종 물건과 정보가 나타났다.

“노망창은 금각령망의 외뿔로 만들어져 싸울 때 영력으로 조종하며, 창끝은 이무기가 이를 드러내고 공격하는 것처럼 위력이 엄청납니다. 중품 영기로 가격은 팔천 영치입니다.”

“구염결은 공법 관련 중품 영결로 가격은 구천 영치입니다.”

“마환영보는 동작술 관련 중품 영결로 가격은 칠천팔백 영치입니다.”

“운락영진은 영기를 모아 운석의 모양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3급 전술도로 그 위력은 융천경의 강자일지라도 상대하기 어려워하는데 가격은 만삼천 영치입니다.”

“천뢰주는 천둥의 기가 깃들어있어 영기를 끌어올리고 육체를 보다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그 가격은 이백 영치입니다.”

* * *

목진은 흥미진진하게 구경했고 볼수록 놀라웠다. 영치전에서 거래하고 있는 물건은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았고, 고급 전술도도 가끔 보였다. 다만 목진이 지금 보유한 영치로는 그 어떠한 것도 구매할 수 없었다.

“만뢰어검결은 지존급 강자가 만든 신급 하품 공격 영결로 북창령원 소유이며 그 가격은 삼백만 영치입니다.”

만뢰어검결을 본 목진은 깜짝 놀랐다. 영치전이 범상치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신급 영결까지 판매하고 있을 줄이야!

하긴, 영치전에는 학생들 물건뿐만 아니라 북창령원의 물건도 판매하고 있으니까. 만뢰어검결같은 신급 영결은 딱 봐도 북창령원의 물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욕심이 나도 지금의 목진은 절대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목진은 가까스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이 신급 영결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몇 명이나 가능할까?

이는 분명 북창령원에서 신생들을 자극하려고 일부러 벌인 일이 분명했다.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물건들은 더 엄청났다.

“구룡통천진은 6급 전술도로 가격은 삼백오십만 영치입니다.”

“태고 금오정백은 만수록에서 34위를 기록하는 천급 중품 영수로 가격은 삼백삼십만 영치입니다.”

“구정신갑은 화천경 강자의 전력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절품 영기로 가격은 삼백삼십만 영치입니다.”

평소에 쉽게 접하지도 못할 물건들이 하나씩 보일 때마다 목진은 마음이 복잡미묘했고, 가격을 확인하면 더욱더 착잡했다.

이토로 많은 보물을 소유할 능력이 있다니 역시 북창령원은 대단했다.

이 물건 중 하나만 북창 대륙에 내놓아도 적잖게 떠들썩할 텐데, 이곳 북창령원에서는 그저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목진은 하나만 더 보고 영치패를 거두려고 했는데, 갑자기 깜짝 놀랄만한 물건이 나타났다.

광막의 최상단에 있는 짤막한 글만 봐도 목진은 흥분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북명용곤(北溟龍鯤)의 정혈은 북창령원을 지키는 신수의 소유물로 근본적으로 인체를 강화하여 체질을 개선하고 영수만큼 강력한 육체를 얻게 할 수 있는 신기한 효능을 갖고 있는데, 그 가격은 칠백만 영치입니다.”

“북명용곤의 정혈이라…….”

이것은 구유작이 오매불망 그리던 물건이었다. 북명용곤의 정혈만 있으면 구유작은 영에서 신으로 거듭나 태고의 혈맥을 소생하고 환골탈태하여 북명용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엄청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때 목진의 기해에서 놀라운 영력이 퍼지고 있었으니, 느긋하게 만다라 꽃에 기대어있던 구유작이 흑염이 가득 찬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나 외쳤다.

“목진, 바로 이거야. 이건 꼭 가져야만 해.”

목진은 이토록 흥분한 구유작은 처음이라 돕고 싶었지만 무안하여 웃음만 나왔다. 무려 칠백만 영치인데 지금은 아무리 갖고 싶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북창령원에 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목진의 기해에서 거친 영력이 들끓었고 흑염으로 가득 찬 구유작의 눈에서는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일단 진정해.”

목진은 씁쓸하게 웃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가 북명용곤의 정혈을 얻어주겠다고 한 약속은 꼭 지킬게. 그런데 그걸 구매할 영치부터 모아야 하지 않을까? 무턱대고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구유작은 그제야 안정을 되찾고 몸에서 들끓던 흑염도 점차 가라앉았다.

“북명용곤의 정혈을 반드시 얻어야 해. 그것만 있으면 혈맥을 소생하여 진화를 완성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어.”

구유작이 날개를 퍼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는 혈맥이 연결된 사이인데 내가 꼭 너를 도울게.”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나 북명용곤 정혈의 가격을 볼수록 헛웃음이 나왔다. 칠백만 영치를 대체 어떻게 모아야 한단 말인가?

북명용곤의 정혈이 얼마나 진귀한데, 쉽게 얻고자 하는 생각 자체가 망상이었다.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가 문에 기대어 있었다. 가녀린 몸매에 부드러운 흑발을 가진 그녀의 얼굴이 햇빛에 비쳐 더욱 예뻐 보였다.

목진은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뚫어지라 쳐다보는 거야?”

낙리가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

“난 영로에서 너한테 마음이 약해진 것을 늘 다행이라고 생각해.”

목진은 낙리를 빤히 쳐다보며 답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후의 나날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말은 처음부터 나를 구해줄 생각은 아니었다는 뜻인가?”

목진은 무안하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로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뒤로 반년 동안 나를 추격했으니 화가 풀릴 법도 하지 않나?”

이에 낙리는 담담하게 웃었다. 목진 덕분에 단조롭기만 했던 낙리의 삶도 다채로워졌으니 그녀 또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짊어져야 할 짐은 더 많아졌지만 목진과의 만남이 기대되어 설렜었다.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어.”

낙리는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한 달 뒤에 있을 신생대회에서 넌 양홍과 겨루겠지, 아마?”

“그럴 것 같아.”

목진은 희현의 졸개였던 양홍을 북창령원에서 만난 이상,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양홍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비록 너와 같은 융천경 초기지만 몸에 지닌 지급 영맥을 소환하면 융천경 초기 중 그자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을 거야. 또 태고 호교의 정백까지 얻어 전력을 다하면 융천경 중기와 겨뤄도 손색이 없을 거야.”

“만수록 지방 50위의 천급 중품 영수인 태고 호교?”

목진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이 정도 전투력이라면 그라도 긴장할만했다.

목진의 지금 실력으로 구유작의 힘을 일부 빌리면 충분히 융천경 초기와 맞설 수 있지만, 융천경 중기는 조금 무리였다.

대신 구유작의 힘을 전부 빌리면 가능하겠지만 그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용할 마지막 방법이었다. 목진은 결코 외부의 힘을 빌려 싸우고 싶지 않았다. 제아무리 구유작과 혈맥이 연결되었지만 외부의 힘을 빌려 싸우면 수련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네 실력이 보잘것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초가 조금은 박약하고 아직 신백경 중기밖에 안 되잖아. 한 달 뒤에 있을 결투에 대비해 충분히 준비해야 할 거야. 적어도 지금부터 한 달 사이에 신백경 후기에 도달해야 해.”

낙리는 엄숙하게 말했다.

이에 목진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력을 끌어올리면 융천경 초기지만 실제로 신백경 중기밖에 되지 않으니 낙리의 말처럼 한 달 사이에 신백경 후기가 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달 사이에 신백경 후기에 이르는 데는 무언가의 도움이 필요해.”

낙리는 씨익 웃더니 영치패를 꺼내어 영치전을 소환하였다. 이내 무언가를 찾아 목진에게 보여주었다.

신백단은 신백경에 이른 자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단약으로 경지를 돌파하도록 도와준다. 대신 단약의 힘이 너무 세서 철저히 녹여내지 못하면 체내의 영력이 손상될 것이다. 가격은 이만 영치였다.

“만약 신백단을 한 알 얻을 수 있으면 한 달 사이에 신백경 후기에 이를 수 있을 거야. 비록 단약의 위력이 엄청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목릉한테서 뇌역에 천둥이 끊임없이 친다고 들었어. 네가 그곳에서 신백단을 먹는다면 천둥의 힘을 빌려 단약을 완벽하게 흡수할 수 있을 거야.”

낙리는 미리 모든 문제점을 고민하고 그 해결책까지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에 목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백단은 신백경 중기의 목진에게 확실히 좋은 물건이었다. 이토록 희귀한 단약은 북령경에서도 만나기 어려웠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어.”

낙리는 섬섬옥수로 광막의 말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만 영치가 있어야 신백단을 구매할 수 있는데, 나한테 있는 영치와 너의 영치를 합쳐도 어림도 없어.”

낙리는 무력하게 고개를 푹 숙였다. 북창령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영치를 얻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니 더 답답한 모양이었다.

“영치라…….”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낙리는 어리둥절하여 목진을 바라봤다.

“따라와.”

목진은 웃으며 낙리의 손을 잡았다.

낙리는 순간 얼굴이 빨개져 목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어찌나 힘이 센지 결국 끌려갔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으니 손을 잡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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