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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1화 (120/1,000)

121화. 신백방 3위

목진은 낙리와 함께 다락방의 가장 위층에 올라갔다. 이곳은 시야가 넓어 푸른 하늘이 더 잘 보였고 멀리 내다보면 북창령원도 조금 보였다.

목진은 북창령원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새 모양의 거산, 더 정확히는 새 모양의 왼쪽 날개 위에 신백방이 새겨진 거대한 비석을 바라봤다.

“목릉 스승께서 신백방 순위 중 선두를 달리면 영치를 얻을 수 있다고 하셨어.”

목진은 하늘을 찌를 듯한 비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는 영광의 상징으로 북창령원의 학생 전부가 그 변동 사항을 주시하고 있었다.

“설마 신백방에 도전할 생각이야?”

목진은 화들짝 놀란 낙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 네 실력으로 신백방 10위 안에 드는 것은 문제없을 것 같긴 하지만 이곳의 터줏대감들을 건드려야 하니.”

이미 융천경에 오른 낙리는 신백방에 도전할 자격이 사라졌고, 지금의 실력으로 천방에 도전하기엔 무리였다.

“신생들만 있어야 할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또 나는 그런 것까지 재며 결정하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야.”

북창령원은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뒤로 한 보 물러선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북창령원에 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니, 넌 정말 비범해.”

낙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히 보여 조금 걱정됐다. 이는 단순히 순위권을 쟁탈하는 문제가 아니라 고참의 위엄이 달린 문제였다. 여태껏 북창령원에 온 첫날, 그것도 바로 신백방 선두를 달리는 고참과 싸워 이긴 신생은 없었다.

“우리가 신백단 한 알에 전 재산이 탈탈 털리게 생겼는데, 그깟 위엄을 따질 여유까지는 없잖아?”

목진은 씨익 웃더니 곧바로 영치전을 소환해 빤히 쳐다봤다. 잠시 후 두 손을 꼭 잡자 웅장한 영력이 뿜어져 나왔고 주위의 공기마저 움직였다.

영력의 광륜이 기해에서 반짝이더니 이내 신백도 빛나고, 어느덧 체내의 영력도 최고치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의 주먹 위로 어두운 영력이 홍수처럼 솟구쳐 나오더니 한 줄기의 흑빛으로 변해 반짝이는 영치패로 향했다.

그 소리에 주위에 있던 신생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빛줄기는 하늘 높이 쏘아 올라가 영광을 상징하는 거대한 비석으로 곧장 돌진했다.

빛줄기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처럼 아름다운 궤도를 그리며 광대한 북창령원의 하늘을 타고 올라 신백방의 거대한 비석을 타격했다.

순간, 신백방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내더니 한 줄기의 황금빛과 함께 순위권은 놀라운 속도로 바뀌었다. 목진은 짧은 시간 내에 10위 안에 들어갔다.

북창령원이 금세 떠들썩해졌다. 신백방은 비록 이곳에서는 초급 순위권이지만, 10위 안에 들기란 아주 어려웠다. 10위 안에 드는 사람은 전부 융천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누가 융천경의 경지에 이르기 직전에 이런 수작을 부린 건지 모르겠군.”

“그러게. 저놈들은 늘 저런 식이지, 신생들한테 기회조차 주지 않고.”

“우리도 다 겪었던 일 아닌가? 신생은 적당하게 기를 눌러줘야 할 필요가 있어.”

“천방에 도전할 것이지 신백방 순위권을 바꾸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저러는지 모르겠네. 10위 안의 순위권을 차지한 놈들도 마찬가지야…….”

* * *

신백방의 순위 변동은 북창령원 학생들의 주의를 끌었으나 다들 이를 갓 융천경에 이른 고참이라고 생각했다.

한 줄기의 빛은 계속해서 순위를 치고 올라갔다.

9위…….

7위…….

5위…….

그러다 4위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진정 놀랐다. 비록 신백방은 북창령원에서 가장 초급인 순위권이지만 오랫동안 순위권 선두를 차지했던 사람들을 제친다는 것은 결단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신백방 3위권 안에 있는 학생들은 융천경에서도 유명한 이들로 그들의 순위는 오랫동안 변동되지 않았다.

이렇게 다들 신백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황금빛이 치고 올라가는 속도는 점점 느려져 4위에서 머뭇거리더니 3위에 자리매김하였고, 3위였던 학생의 이름은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보통 순위가 바뀌면 이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나는데 3위였던 학생은 융천경의 실력이라 신백방에 있을 자격을 잃어 그런지 아예 이름이 사라졌다.

다만 이런 현상은 3위였던 학생에게만 나타났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저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을 뿐이었다.

“3위였던 사람은 맥륜(陌輪)이 아니었나? 신백방 선두권을 차지하면 매일 천 영치를 가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참 운도 없어라.”

사람들은 맥륜을 비웃으면서 다시 비석을 바라봤다. 어느덧 황금빛이 사라져 새롭게 3위를 차지한 사람의 이름이 나타났다.

신백방 3위는 바로 북창령원에 들어온 지 하루도 되지 않은 목진이었다.

“이럴 수가!”

북창령원에 들어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 신백방 3위를 차지했단 사실에 사람들은 너무 놀라 멍하니 비석만 쳐다봤다.

고작 오늘 북창령원에 온 신생이 아닌가?

신생이 어찌 오랫동안 신백방에 머물러 있던 고참을 내쳤단 말인가?

정적은 얼마 가지 않고 바로 깨졌다.

“목진이란 자는 도대체 누구지? 이번에 엄청난 신생이 들어온 것 같네.”

“오늘 마침 융천경의 경지에 올라 수작을 부린 것은 아닐까?”

“흥미롭네, 신생이 감히 고참의 이름을 지우고 순위권에 오르다니. 맥륜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데, 이 일을 분명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

“그러게 말이야. 순위가 뒤로 밀려난 사람들도 전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 같네.”

“목진이란 놈의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것이지.”

* * *

사람들은 신백방을 보며 수군거렸는데, 다들 목진을 동정하는 눈치였다.

신백방의 변동은 신생 구역에서도 적잖은 파동을 일으켜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목진을 몰라도 신생들만큼은 더없이 익숙한 이름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도 목진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그러다 다들 목진이 융천경 초기와 겨뤄 이긴 것을 떠올리고는 신백방 3위도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편, 신생 구역 북쪽에 있는 한 다락방에서 수련 중이던 양홍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황금빛이 반짝이는 신백방을 바라봤다. 그곳에 눈에 거슬리는 이름 하나를 읽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실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너무 나서는 것 아닌가? 신백방 순위권 10위안에 든 고참들을 허수아비로 알고 있나?”

양홍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신백방 10위 안에 든 고참들은 전부 융천경의 실력이었다. 그는 목진이 오늘 벌인 일은 제 무덤을 판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마냥 좋겠지? 대신 한 달 후, 신생대회에서 네 실력이 내 발톱만큼도 안 된다는 걸 보여줄 거야.”

양홍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신백방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곳 북창령원에 있는 한, 넌 평생 쥐죽은 듯 살아야 할 거야!”

이때, 신생 구역의 다른 곳에 있던 빙청과 목규도 신백방의 변화를 읽고 눈이 파르르 떨렸다.

올해 신생들은 실력자가 많아 한 달 뒤에 있을 신생대회가 더욱 기대되었다. 과연 누가 1위를 차지할까?

* * *

“3위라…….”

목진은 순위를 보더니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 5위 안에만 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다.

“이번에는 영력을 전부 선보이지 않았는데, 만약 전력을 다한다면 1위도 가능할 것 같네.”

목진은 3위에 안착한 것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했기에 전력을 다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1위가 바뀌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치가 얼마 있는지 확인해봐.”

낙리의 말에 목진이 바로 손을 휘젓자 영치패에 빛이 모여 숫자로 변했다.

이만사천 영치.

목진은 신백방 3위 안에 들어 이만 영치를 받았다. 이제 신백단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내 시름이 놓였다.

“내일 바로 신백단을 사러 영치전에 가자. 그리고 당장 뇌역에 가서 남은 시간 내에 신백경 후기가 되도록 전력을 다할 거야.”

목진의 말에 낙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다시 고개를 들어 신백방을 바라보았다. 최대한 빨리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창령원에 실력자가 이렇게도 많고 오늘 이 사달을 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시비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실력이 전부인 북창령원에서 실력이 부족하면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

* * *

안개가 자욱한 곳에 수많은 거대한 석대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면적이 넓지는 않아도 한 사람이 활동하기엔 충분했다.

석대 위에는 많은 이들이 가부좌를 하고 앉아 눈을 감고 수련 중이었는데 주위를 맴도는 영력이 호흡을 따라 흡수되었다.

안개가 하늘과 땅의 영기었던 것이었다.

이곳 하늘과 땅의 영기가 이렇게나 농후할 줄이야.

그때 석대 위에 앉아있던 사람 중 하나가 갑자기 눈을 떴다. 장발에 헐렁한 수련복을 입은 기가 매서운 청년이었는데, 그 주위에 웅장한 영력이 맴돌았다.

청년은 합장하여 영치패를 소환해 무언가를 보더니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목진? 북창령원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신생이 감히 신백방에 있던 내 이름을 지워?”

청년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는 매일 얻는 천 영치를 잃어서가 아니었다. 만약 고참이 순위를 뒤바꿨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북창령원에 온 지 하루밖에 안 되는 놈한테 당했다는 생각에 더없이 치욕스러웠다.

앞으로 이 일로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비웃을지 예상되었다. 이는 분명 자신한테 도전장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기랄!”

청년은 이를 갈며 수련을 일단 중단했다. 비록 신생과 싸워 이겨도 다시는 신백방 순위권에 들 수 없지만 절대 이런 일로 체면을 잃을 수는 없었다.

“신생 따위가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북창령원에 오자마자 나대는 것인지 어디 보자.”

청년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

“나 맥륜이 선배 모시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청년은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은 수련을 중단하고 기고만장한 신생을 혼내러 가리라 마음먹었다.

* * *

다음 날, 목진과 낙리는 신생 구역에서 나와 북창령원으로 향했다. 북창령원 학생들은 자유로워 스승님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고, 스승 또한 학생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는 북창령원에 스승보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많아서였으니 이곳에서 스승은 그저 학생들이 실력을 키우는 것을 돕는 일을 할 뿐이었다.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가르침을 주는 막사 등이 있는 북령원과의 가장 큰 차이였다.

그렇다고 북창령원에 훌륭한 스승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북창 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좋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려면 어마어마한 영치를 대가로 모셔야 했다.

그런데 신생들은 그 대가를 치를 정도로 영치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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