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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3화 (122/1,000)

123화. 뇌역 돌파

목진은 신생 구역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 채 뇌역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은 허공에 있는 초대형 석대였는데, 그 위에 사람들이 끝도 없이 몰려왔다.

석대 앞쪽에는 어두운 하늘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곳은 잔뜩 일그러진 채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개가 보이는 것이 천둥의 세계로 향하는 입구처럼 보였다.

“이곳이 뇌역인가?”

목진은 일그러진 공간을 바라보며 안에서 내뿜는 공포의 파동을 느꼈다. 완전히 독립적인 공간을 만드는 수법은 일반인이 결코 생각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목진은 감탄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일그러진 공간을 향해 돌진했다. 그 공간 밖에는 영력으로 형성된 얇은 광막이 있었고, 목진은 그 저항을 뚫고 바로 들어갔다.

이 광막은 신백경에 미달한 사람을 걸러내는 작용을 했는데 목진은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광막을 뚫고 들어가니 일그러진 공간이 선명해졌고 꿈틀거리는 공간은 꼭 허공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영수와도 같아 저절로 경외감이 들었다.

수련하러 온 사람들이 이곳으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목진은 피식 웃고는 영력으로 몸을 감싼 채 조심스레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목진이 일그러진 공간에 닿은 순간, 수중의 영치패가 빛나면서 수백 영치가 깎였고 목진도 바로 사라졌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 주위가 어두워졌고, 뒤이어 천둥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목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끝이 보이지도 않는 공간에 먹구름이 잔뜩 깔렸고 먹구름 사이사이로 천둥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부드러웠던 영기도 이곳에서는 사나운 영기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사나워졌다.

이곳에는 허공에 뜬 어두운 금빛 석대가 수없이 많았고, 그 위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수련하고 있었다. 가끔 번개가 내리쳐 석대와 부딪혀 번쩍였다.

뒤쪽 일그러진 공간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수련할 석대를 찾고 있었고 일부는 공간 깊숙이 들어갔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분명했다.

“뇌역은 10층까지 있는데 이곳은 고작 1층이니 뒤로 갈수록 천둥번개의 힘이 강력해지겠네.”

목진은 사색에 잠겼다. 뇌역에 들어오는 순간 관련 정보를 얻었는데 1층은 실력이 신백경 초기인 학생들한테 적합한 장소였고, 실력이 일정한 범위를 충족시켜야만 나갈 수 있었다. 10층은 화천경에 오른 사람도 감히 들어가지 못한다.

“깊숙이 들어가 볼까?”

목진은 마음먹고 일그러진 공간으로 향했다. 지금의 실력으로 1층은 절대 성에 차지 않았고, 이 정도의 천둥번개로는 결코 수련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목진은 순식간에 1층 깊숙이 들어갔고 공간은 다시금 일그러졌다.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곧바로 2층에 도착했다. 2층은 1층과 모양새가 비슷했는데 먹구름이 더 짙고 천둥의 힘이 더 강력했다.

그런데 목진은 2층도 만족스럽지 않아 3층으로 넘어갔다. 3층에 오려면 신백경 후기의 실력을 갖춰야 하는데, 실제로 융천경 초기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신백경 중기의 목진한테는 수월한 일이었다.

3층에는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치고 공간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으며 하늘은 번쩍번쩍 빛났다.

목진은 이제야 만족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적당한 자리를 찾아 서서히 내려앉았다.

어두운 금빛 석대는 돌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차가운 것이 천둥을 흡수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 같았다.

목진이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취하자 미세하게 황금빛이 나더니 석대가 번쩍였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몰려왔는데 우렛소리가 마치 태고의 맹수처럼 울부짖었다.

‘꽈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번개가 놀라운 속도로 석대를 향해 내리찍었고 목진은 바로 영력으로 호신술을 펼쳤다.

은빛 천둥에 맞은 목진은 짜릿함과 동시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눈부신 빛이 몸 전체를 감싸 안으며 강력한 힘이 끊임없이 체내로 스며들었다.

이에 목진은 바로 대부도결을 가동했고 어두운 영력이 경맥을 타고 득실거렸다.

어두운 영력은 더 힘차게 꿈틀거렸고, 목진은 조금 더 강력해진 영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천둥번개는 역시 영력을 수련하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군.”

목진은 뇌역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목진은 한시름 놓으며 신백단을 꺼내어 입에 넣었다.

신백단은 사르르 녹아 놀라운 속도로 몸에 퍼졌고 맹렬한 영력이 경맥을 통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신백단의 엄청난 효과를 실감한 목진은 숨을 고르고 석대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먹구름이 다시금 몰려오더니 우레가 마치 화가 난 이무기처럼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이렇게 천뢰의 힘이 끊임없이 목진의 몸에 스며들었고 목진은 체내에 스며든 천뢰의 힘을 빌려 신백단을 완전히 몸에 녹이려 애썼다.

신백단의 사나운 힘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아직 천뢰의 힘이 부족해!”

목진은 석대의 힘을 최대치로 이끌었다. 순간 석대에서 황금빛이 맴돌더니 먹구름이 들끓었고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내리찍었다.

목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짜릿함을 만끽하였다. 조금 아프긴 해도 참을만했다.

이렇게 천뢰의 힘이 목진의 경맥에 흘러들어 사나운 영력을 잠재웠고 목진은 부드러워진 영력을 다시 기해에 불어넣었다.

그가 수련하는 동안, 같은 공간에서 수련하던 사람들은 경이로운 눈길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감히 그처럼 빈번하게 천둥을 소환하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하면 오히려 중상을 입을 수도 있는지라 이런 모습은 매우 보기 힘들었다.

목진은 그들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고 신백단의 사나운 영력을 녹이는 데만 집중했다.

이렇게 한 시진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은 신백단에 깃든 사나운 영력을 완전히 녹였다.

“신백단을 완전히 몸에 녹여 신백경 후기에 도전하는 거야!”

목진은 전력을 다해 대부도결을 수련하고 영력을 기해의 영력 광륜에 불어넣었다.

영력 광륜은 점차 밝은 빛을 띠었고, 그 광륜 위에 앉아있는 사람도 점차 선명해졌다.

이 모든 건 신백경 후기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일정한 기간이 필요했다.

목진은 사흘 동안 꿈쩍하지 않고 천둥번개에 수없이 맞으며 부단히 천뢰의 힘을 몸에 불어넣었다.

그러다 막강한 영력이 몸 밖으로 흘러나왔는데, 이는 신백경 중기의 경지로 더는 담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이었다.

“때가 왔구나!”

목진이 다시금 눈을 감자 영력을 끊임없이 내뿜는 영력 광륜이 또렷하게 보였고, 그 위에 작은 목진이 앉아있었다.

목진은 영력 광륜 위에 앉아 숨을 고르며 결인했는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맑은 영력이 신백을 향해 돌진했다.

영력을 전부 흡수한 신백은 몸집이 두 배로 커졌고 흐릿했던 전과 달리 더욱 선명해졌다.

영력은 반 시진 동안 신백을 향해 돌진하였고 어느샌가 점차 사그라들자 광륜의 빛도 조금씩 어두워졌다.

맑고 투명한 신백은 조용히 영력 광륜에 내려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고, 서서히 눈을 떴는데 그 눈빛이 그윽하고도 신비로웠다.

신백이 눈을 뜬 순간, 강력한 파동이 경맥을 타고 온몸에 흘렀다. 이에 목진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잠시 후, 목진은 빛이 깃든 하얀색의 기를 토해냈는데, 체내에 홍수와 같은 영력이 밀려와 뇌역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 강력해졌음을 느꼈다.

드디어 신백경 후기에 도달했다!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수련을 마치려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체내의 대부도결에서 신기한 파동이 전해졌다.

이에 목진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엄청난 것을 감지하고 피식 웃었다.

대부도결도 경지를 돌파하려고 하는 것인가?

목진은 신비로운 느낌을 만끽하였다.

이는 대부도결이 응형 단계에 이를 때 느꼈던 감정이었고, 그다음 단계는 적어도 융천경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이곳 천뢰의 힘 덕분이겠지?”

이곳에 수련하는 동안 체내의 영력에 미세한 변화가 생긴 게 느껴졌다. 전보다 영력이 더 잘 모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대부도결은 아직 새로운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서 목진은 가까스로 기쁨의 희열을 누르고 수련을 계속하였다.

응형의 경지에서 한층 나아가면 곧 화탑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부터 비로소 진정한 수련이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목진은 어머니가 물려준 신비로운 영결에 대해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목봉의 말에 의하면 목진의 어머니가 목진 몸속에 신비로운 영맥을 봉인하였는데 대부도결이 그 봉인을 푸는 열쇠인 듯했다.

그래서 대부도결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이 목진한테는 신백경 후기에 이르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

목진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석대에 앉아 천둥번개를 소환하였다.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먹구름이 다시 미친 듯이 몰려왔고, 그 사이로 우레가 석대를 향해 돌진했다.

목진은 전력을 다하여 대부도결을 가동하며 검은 영력으로 경맥 전체를 달렸다.

이때, 몸속 깊은 곳에서 신비로운 검은색 광점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았다. 보일 듯 말 듯한 광점은 우레가 몸을 때릴 때만 비로소 조금씩 보였다.

“역시 천뢰의 힘 덕분이었어.”

목진은 이를 깨닫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일그러진 공간의 더 깊은 곳을 바라봤다.

“3층으로는 부족해. 이대로라면 대부도결이 새로운 경지에 이를 수 없을 거야.”

새로운 경지에 이르려면 보통 계기가 필요하고, 오묘한 느낌이 강력하게 와닿아야 하는지라 한 번 놓치면 다시 만나기란 아주 어려웠다.

그래서 목진은 바로 석대를 벗어나 3층 뇌역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은 3층의 가장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공간은 다시 일그러졌고 그 밖에 얇은 광막이 보였다.

뇌역의 4층에 들어가려면 융천경의 실력이 필요했고 이 광막은 실력 미달인 사람을 걸러냈다.

그러나 목진은 그대로 광막을 향해 돌진했다.

광막을 통과하는 사람은 목진 뿐만 아니었고, 무사히 통과한 사람들은 대부분 융천경 실력을 지닌 이들로 북창령원에서도 꽤 실력이 좋은 편에 속했다. 그들은 실력 미달인 목진이 4층에 들어가려는 걸 지켜보며 어디서 저런 멍청한 놈이 들어왔나 생각했다.

그중 일부는 낭패를 당할 거라 확신하고 피식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주위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광막에 닿을 무렵 목진은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휘둘렀고, 권풍과 함께 검은 빛이 주먹에서 흘러나와 광막을 향해 내리쳤다.

목진의 주먹에 제대로 맞은 광막은 세차게 흔들리더니 미세한 소리와 함께 금이 갔다.

목진은 광막에 균열이 생기자마자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고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언제부터 신백경 후기가 4층을 드나들 수 있었단 말인가?

“저 청년은 도대체 누구기에 신백경 후기의 실력으로 융천경 초기에 이르는 공격을 가하지?”

사람들은 잠시 넋을 놓고 감탄하다가 금세 정신을 차리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목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목진은 4층과 3층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 비록 천둥의 빈도가 3층보다 느리나 가끔 울리는 소리만으로도 그 위력을 알 수 있었다.

목진은 바로 적당한 석대를 찾아 앉았다. 영력을 가했더니 어두운 구름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어 굉장한 천둥번개가 엄청난 속도로 목진의 몸을 가격했다.

강렬한 충격에 목진은 온몸이 파르르 떨렸고 3층과는 차원이 다른 통증을 느꼈다. 역시 융천경 이상만 들이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목진은 더 웅장한 천뢰의 힘이 몸속에 스며든 것을 느꼈고, 그 위력은 3층에서 천둥을 열 번 맞는 것과 같은 위력이었다.

“바로 이거야.”

목진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뢰의 힘이 몸에 스며드는 과정을 만끽했다. 그는 벼락을 맞을 때마다 몸속에서 반짝이던 검은색 광점이 천천히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3층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빠른 것이었다.

점차 4층에 적응한 목진은 빈도를 높였고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석대를 내리찍었다. 그 모습에 그곳에서 수련하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융천경 초기라도 감히 4층에서 이토록 빠른 빈도의 천둥번개를 받아내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고 대부도결이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느낌에만 집중하였다.

목진은 그곳에서 열흘 동안 벼락을 맞았다. 이에 그는 이 구역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사람이 되었고, 수련 중인 학생들이 그 주위로 모여 경이로운 눈길을 보냈다.

아무리 융천경 중기의 실력자라도 열흘 내내 벼락을 맞을 수 없는 일이라 사람들은 점차 목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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