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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4화 (123/1,000)

124화. 부도탑

한편, 멀지 않은 곳 석대에 있는 학생들도 넋을 놓고 목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에는 빨간색 치마를 입은 차가운 인상의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북창계에서 목진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안연이었다.

“참 대단한 친구야, 나도 저렇게 많은 천둥번개를 당해내지는 못하는데 말이야.”

안연 옆에 있는 한 청년이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 쪽을 보며 말했다.

“북창령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 몰래 수련하여 한방을 터뜨릴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저 친구도 그중 한 사람이겠지.”

다른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이에 안연도 자연스레 목진 쪽으로 눈길이 갔다. 보일 듯 말 듯 반짝이는 모습이 왠지 눈에 익었다.

“도대체 누구지?”

안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청년의 말에 안연은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을 주시하는 사람은 안연뿐만 아니었다.

한편, 목진은 잔뜩 긴장하여 몸속을 들여다봤는데 검은색 광점이 어느덧 또렷해져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검은색 광점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검은색 광선을 내뿜었고 이는 광점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도안을 만들었다.

목진은 설레는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그 도안을 관찰하였다. 이내 빛이 점차 또렷해지더니 신비로운 검은 탑을 형성하였다.

이와 동시에 씁쓸한 노인의 목소리가 목진의 몸에 울려 퍼졌다.

“몸이 부도탑을 이뤄 현황을 장악하리라.”

목진은 몸이 부도탑을 이뤄 현황을 장악하리라는 말을 되뇌었고 이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두 손이 자연스레 태고의 인법을 그렸고, 기해에 앉아있던 신백도 어느덧 같은 인법을 그렸다.

기이한 파동이 퍼지더니 몸속 깊은 곳에 있던 신비로운 검은색 광점이 점차 또렷해졌다. 그리고 숨어있던 검은색 광탑도 더욱더 밝아졌다.

석대에 앉아있는 목진의 몸 주위로 어두운 빛이 맴돌더니 눈 깜짝하는 사이에 수백 척 정도 되는 검은색 광탑이 나타나더니 동시에 목진이 사라졌다.

목진이 검은색 광탑으로 변한 것처럼 말이다.

9층이나 되는 검은색 광탑은 검은빛을 내뿜었고, 탑에는 오묘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게다가 아주 오래된 파동이 감지되었다.

천둥은 계속하여 검은색 부도탑을 공격하였으나 부도탑은 끄떡없었고 오히려 천뢰의 힘을 전부 흡수하였다.

이렇게 부도탑 주위를 맴도는 검은빛은 점차 짙어졌고 꼭 천뢰의 힘을 빌려 수련하는 것만 같았다.

목진은 이러한 변화를 마음속에 새겼다. 그때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부도탑은 갑자기 검은빛으로 변해 하늘을 찌르더니 겹겹이 쌓인 검은색 구름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가 순간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들은 목진이 구름 속으로 뛰어든 것을 넋 놓고 바라봤다.

목진이 과연 저 천둥번개를 견뎌낼 수 있을까?

“도대체 뭘 하려는 속셈일까?”

융천경 후기도 감히 저 속에 뛰어들지 못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둥번개가 1각가량 구름 속의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였다. 사람들은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고 그곳을 응시했다.

“설마 천둥번개에 맞아 죽은 건 아니겠지?”

다들 구름 속에 뛰어든 목진을 이해할 수 없는 눈치였다.

이때 하늘에 있던 검은색 구름에서 검은빛이 반짝이다가 점차 사라지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멀쩡하게 살아있다니!”

사람들은 멀쩡하게 살아남은 목진이 놀라웠지만, 그 실력이 신백경 후기밖에 안 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신백경 후기가 뇌역 4층에 들어와 저곳에 뛰어들었는데도 무사히 살아남았다니, 도대체 어디서 온 괴물이란 말인가?

“저 사람은…….”

안연은 흠칫하여 말을 더듬었다.

“아는 사람인가?”

옆에 서 있던 청년이 사색이 된 안연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저 사람이 바로 북창계에서 나를 이긴 신생 목진이야.”

안연은 복잡미묘한 표정을 하고 답했다.

“저 사람이 목진이라고?”

안연이 북창계에서 신생과 싸워 패배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다들 그 신생의 실력이 이토록 엄청난 줄은 몰랐다.

“신백경 후기의 실력으로 융천경을 이기다니,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로군.”

안연의 옆에 있던 청년이 이내 감탄했다.

“목진이 나와 싸울 때는 분명 신백경 중기였어.”

안연의 말에 청년도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 신생 중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 적잖게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이 저지른 일 때문에 요즘 맥륜이 신생 구역을 발칵 뒤집었다더군. 맥륜은 목진이 이곳에서 수련하는 것도 모르고…….”

안연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맥륜이 찾아 헤매던 신생이 목진이었다니……. 맥륜은 곧 융천경 중기에 이른다고 들었는데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군.”

옆에 서 있던 청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맥륜은 고참씩이나 되어서 왜 아직도 신생과 따지고 들지? 요즘 한 짓거리를 보면 차마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네.”

이들은 북창령원에 들어온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신생을 괴롭히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에 안연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맥륜의 행위에 적잖게 반감을 품고 있었다.

한편, 목진은 주위를 쓱 훑어보다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시선들을 확인하고는 조금 당황했다. 자신의 수련이 이토록 이목을 끌 줄 몰랐다.

하지만 이런 관심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바로 뇌역을 떠나려고 하였다.

“목진!”

이때 어디선가 목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누군가 다가왔다.

“안연 선배도 이곳에 있었군요.”

목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마음 편히 수련하니 좋니?”

안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목진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시비조인 안연의 말에 목진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뇌역에 수련하러 온 것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었을까 진중하게 생각했다.

“신생 구역에 벌어진 일을 모른단 말이야?”

“무슨 일이 생겼나요?”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맥륜이 너 때문에 신백방에서 이름이 사라졌잖아. 구겨진 체면 때문에 잔뜩 화가나 너를 찾아다녔는데, 너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 요새 괜히 신생들한테 시비를 걸고 있어.

그리고 너를 찾아갔던 첫날, 신생들이 막아 나선 것에 더 화가나 친구들을 불러모아 그 구역의 신생들이 수련하러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어. 또 네가 자신이 두려워 숨어들었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언제까지 꼬리를 감추나 두고 본다던데?”

목진은 흠칫 놀라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는 맥륜이 이토록 속이 좁을 줄 몰랐다. 신백방의 일로 전혀 상관없는 신생들까지 괴롭힐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북창령원의 스승들은 학생들 일에 감히 끼어들 수 없어. 네 명성과 직결된 문제이니 최대한 빨리 해결해.”

북창령원에는 목진이 겁에 질려 신백방 3위에 오르자마자 친구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맥륜을 피해 숨어들었다고 소문이 났다.

목진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고마워요, 안연 선배. 내 생각이 짧아 친구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네요.”

목진은 안연한테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안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연은 소문이 거짓이란 걸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목진이 정말 소문처럼 겁쟁이였다면 그에게 진 자신이 수치스러웠을 것이었다.

목진은 당장 수련을 접고 뇌역을 떠나려 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맥륜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친구들까지 불렀으니 필요하면 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서줄 수도 있어. 그럼 그쪽에서도 함부로 하지는 못할 거야.”

안연의 말에 목진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요.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직접 해결해야죠.”

목진의 차가운 웃음에 안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북창전에서 자기의 비웃음에도 끄떡없던 해맑은 청년이 이번엔 진짜 화가 났다는 것이 느껴졌다.

목진은 2각도 안 걸려 뇌역에서 빠져나와 북창령원으로 향했다.

목진은 신생 구역을 바라보더니 한 줄기의 빛이 되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는 주먹을 쥐고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맥륜이라고 했나? 신백방에 있던 네 이름이 사라진 것으로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진정으로 체면을 잃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어.”

맥륜, 이 쓰레기 같은 놈아!

* * *

드넓은 광장에는 신생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대부분 히쭉대며 자신을 괴롭히는 고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허공에서 멸시하듯 신생들을 내려다보는 고참들은 보기에 평범해 보여도 다들 융천경의 실력을 지니고 있어 신생들이 감히 덤빌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광장 중앙에는 엽경령, 주령 등이 모여 있었는데 다들 신생 구역에 열흘도 넘게 갇혀있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수련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외출 금지로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 것만 같았다.

“이것들 진짜 너무 하네!”

이를 갈며 말하는 염릉의 얼굴에 멍이 들어있었다. 이는 며칠 전, 끝내 참지 못하고 고참들한테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얻은 대가였다. 염릉은 신생 중에서 손에 꼽힐 만큼 실력이 출중했지만, 맥륜 등 북창령원에서 한해 넘도록 수련한 고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령 등 사람들도 사색이 되었고 맥륜의 구박에 못 이겨 다른 신생 구역으로 옮겨간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그 또한 극히 일부였으니 대부분은 이곳에 남아 똘똘 뭉쳤다. 북창령원에 들어온 학생들은 각자 학원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을 자랑했는지라 도망치는 것으로 해결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는 자존심이 절대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고참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지켜만 보고 있었다.

“우리도 계속 수련하자. 이곳도 4급 취영진이라 영기가 충분하니 두려울 것 없어.”

다들 주령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맥륜 덕분에 신생들은 매일 한곳에 모여 함께 수련하며 사이가 많이 돈독해졌다.

“목진과 낙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엽경령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어디로 갔기에 열흘이 넘도록 돌아 오지 않는 걸까?

“돌아와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 같아.”

염릉이 걱정하며 말했다. 목진과 낙리의 실력이 신생 중 제일이긴 하나 고참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인원수도 많으니 상대편이 우세를 차지할 것 같았다.

“일단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주령이 수련을 시작하려는 찰나 무언가를 감지하고 고개를 번뜩 들었다. 멀리서부터 빛 한 줄기가 이곳을 향해 돌진했는데 왠지 익숙한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이 돌아왔어!”

주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정말 목진이 돌아온 거야?”

광장에 있던 수천 명의 신생은 너무 기쁜 나머지 고개를 들어 신생 구역을 향해 돌진하는 한 줄기 빛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목진?”

신생들의 대화를 들은 고참들은 흠칫했지만 이내 눈길을 돌려 피식 웃었다.

“더는 숨어지낼 수 없었나 보지? 내가 저놈을 잡고 있을 테니, 너는 바로 맥륜 형님한테 이 소식을 알리거라.”

청년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우리가 얼마나 너를 오래 기다렸는지 알아? 당장 멈춰라.”

목진은 멀리서부터 허공에 떠서 신생 구역을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더 화가 났다. 고참 놈들이 정말 신생 구역에서 자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줄 몰랐다.

그때 누군가 콧방귀를 뀌며 목진한테 다가왔다. 목진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져 주먹을 꽉 쥐고 한 방을 날렸는데, 어두운 영력이 삼라사인 네 갈래를 동시에 만들어 주먹과 함께 날아갔다.

네 개의 삼라사인은 하늘에 길쭉한 띠를 만들었고 이에 공기마저 진동하다가 요란한 폭발음을 냈다.

목진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실감한 청년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신백방에서 맥륜을 제치고 3위에 오른 신생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신생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구는 거야?”

청년은 목진의 실력에 조금 놀랐을 뿐 절대 기가 죽지는 않았다. 이내 피식 웃으며 영력을 모아 삼라사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삼라사인은 놀라운 영력 충격파까지 더해져 엄청난 힘을 싣고 청년을 공격했다. 그러자 ‘쿵’ 소리가 나며 청년은 피를 토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튕겨 나갔다.

“이럴 수가!”

청년은 신백경 후기일 뿐인 신생이 이렇게 놀라운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다른 고참들도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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