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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28화 (127/1,000)

128화. 대결

“낙리 너도 찬성하는 거지?”

주령은 웃으면서 낙리에게 재차 확인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낙리는 괜히 부끄러워 투정을 부렸다. 주령의 예상대로 역시 목진이 있으니 낙리를 설득하기가 쉬워졌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할게. 그리고 요즘 비룡회에서 사람을 모집한다고 들었어. 양홍도 꽤 명성이 자자하니까 많이 지원하는 것 같아. 또 신생대회에서 무조건 1등을 할 거라고 소문도 퍼뜨리고 있더라고.”

주령의 말에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1등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텐데.”

“양홍이 1등을 하면 우리에게 좋을 게 없어. 너희가 양홍을 막아야 해.”

낙신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양홍도 알고 있었다. 양홍은 그들이 목진과 한패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그가 이긴다면 분명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양홍과 싸울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아마 양홍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지금까지 참아왔으니 이젠 신생대회에서 정식으로 겨룰 일만 남았다. 목진은 그간 쌓인 원한을 제대로 갚아줄 생각이었다.

“양홍을 상대할만한 사람은 어차피 너희밖에 없어. 그럼 너희한테 맡길게. 잘 부탁해.”

주령은 목진과 낙리에게 재차 낙신회 일을 확인하고서야 자리를 떴다. 주령과 엽경령이 떠나자 목진은 시선을 북쪽으로 돌렸다.

“신생대회의 규칙을 아직 모르니 어찌 될지 모르겠네. 양홍을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 돼.”

낙리가 조용히 목진에게 말했다. 양홍은 영로에서 최고라고 칭할 만큼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수단도 만만치 않았다.

“양홍이 마음에 안 들지만 실력만큼은 인정 안 할 수가 없어. 말로는 나를 무시해도 속으론 나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거야. 게다가 양홍은 뱀처럼 교활해서 그 어떠한 틈도 보여서는 안 돼.”

목진은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양홍 말고 목규와 빙청도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영로에서 목규의 명성은 양홍만큼이나 자자하지. 또 대천세계 빙령족의 빙청은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 워낙 역사도 오래됐고 대단한 종족이잖아. 영로에 참여한 적은 없지만 우리보다 약하진 않을 거야.”

낙리의 말에 목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규와 빙청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 둘 말고도 또 한 명 더 있어.”

목진은 갑자기 웃으면서 낙리를 빤히 보았다. 낙리가 보기엔 융천경 초기처럼 보여도 진정한 실력은 감추고 있었다. 그녀 말고도 양홍, 목규 그리고 빙청도 아마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감추고 있을 것이다.

“누구?”

한 명 더 있다는 말에 낙리는 의아한 듯 물었지만 목진의 눈빛에 이내 알아차린 듯 얼굴이 빨개져서는 말했다.

“대회에서 너를 만나게 된다면 절대 널 봐주지 않을 거야.”

목진은 웃으면서 소매를 휘저었다. 소매에서 흘러나온 검은 빛이 그대로 낙리를 향했다. 그 사이엔 수많은 구슬이 천둥소리와 함께 반짝였다.

“이게 바로 천뢰주야. 영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넌 한동안 5급 취영진에서 수련했으니 앞으로 천뢰주와 함께 수련한다면 큰 효과를 볼 거야.”

낙리는 호기심에 찬 눈으로 검은빛을 받았고, 빛 속엔 족히 백 개가 넘는 천뢰주가 있었다. 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천뢰주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며칠 동안 이렇게 많은 천뢰주를 만든 거야?”

낙리의 질문에 목진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선 말을 아꼈다.

“흥.”

구유작의 콧방귀가 들려왔다. 그가 힘들게 만든 천뢰주를 남한테 그냥 줘 불만인 듯싶었다.

“나중에 다시 돌려줄게.”

목진은 웃으면서 구유작을 달래더니 주먹을 쥐어 영치패를 소환했다. 이내 광막이 뜨면서 갖가지 훌륭한 물건들이 보였다.

목진은 손가락으로 광막을 쓸어넘기면서 신생대회에 필요한 물건들이 뭐가 있을까 살펴보았다.

한참을 고르던 목진은 한 물건에 시선이 멈췄다.

“이거다.”

광막에선 검붉은 빛이 반짝였고 글씨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대염마지진(大炎魔之陣), 3급 진도, 삼만 영치.’

북창령원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기에 들어왔다는 건 그들이 있는 곳에서 최고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그런 훌륭한 인재도 북창령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저 평범한 학생이 된다.

그들과 같은 훌륭한 인재는 북창령원에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천부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강한 의지력, 끈기와 노력도 필요했다.

경쟁이 치열한 북창령원에서 명성을 떨치게 되면 진정한 강자가 될만한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 이름은 대천세계에 널리 알려져 모든 사람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목진처럼 북창령원에 금방 들어온 신생들한테는 그저 머나먼 얘기나 다름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건 북창령원에서의 첫 경쟁인 신생대회였다.

신생대회는 신생들이 북창령원에 들어서서 처음 맞는 경쟁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수많은 이들이 경쟁하고 뛰어난 이들은 자연스레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북창령원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신생대회는 북창령원에서 꽤 중요시되는 대회라 고참들도 신생대회를 구경하러 오곤 했다. 그들에겐 신생들의 실력을 가늠할 좋은 기회일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존재가 있는지 알아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신생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나타낸 신생들이 가장 빨리 실력이 오르고, 심지어 고참들을 뛰어넘어 북창령원의 정예 중 한자리를 꿰차곤 했다.

특히 천방의 앞순위에 있는 사람 중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신생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앞으로 누가 강자가 될지 구경하러 오는 것이고, 이러한 연유로 신생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기대하는 것이다.

고참들은 신생 중 유난히 실력이 뛰어난 홍양, 목규, 빙청, 낙리 등을 알고 있었고 궁금해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바로 낙리와 빙청이었다.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이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낙리는 얼굴도 예쁘지만 기질 또한 뛰어났다. 그 나이에 그 정도 미모라면 나중엔 어찌 될지 기대가 되었다.

빙청은 낙리만큼 외모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 매우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푸른색 긴 머리와 늘씬한 몸매는 유독 눈에 띄었다.

북창령원에 들어설 때부터 그들은 융천경 선배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목진의 이름도 고참들 사이에서 거론됐다. 맥륜이 북창령원에서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백경의 실력으로 융천경 경지의 선배를 이겼으니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연 목진은 양홍과 다른 이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이 또한 신생대회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 * *

신생대회가 가까워질수록 모든 신생은 실력을 올리기에 바빴다. 그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려 애썼다.

신생 구역에선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목진이 있는 신생 구역에서도 다들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생 구역의 유일한 호수를 둘러싸고 수많은 신생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호수를 들여다보았다.

호수 가운데에 준수한 소년과 어여쁜 소녀가 서 있었다.

바로 목진과 낙리였다. 그들은 대결을 위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대결은 실력을 올리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신생들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각 가슴 앞에 소녀와 소년이 미소를 지은 채 나란히 서 있는 휘장을 달고 있었다. 바로 낙신회의 휘장이었다.

그리고 호수를 둘러싼 신생들은 모두 낙신회의 사람이었다.

“무조건 낙리가 이길 거야.”

“목형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낙리가 얼마나 대단한 줄 알아? 이번 신생대회는 무조건 낙리가 이길 거라고.”

신생들은 저마다 추측해보며 기대에 찬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대결은 매우 흥미로웠다.

쿵!

그때 조용히 서 있던 목진이 눈을 번쩍 뜨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낙리를 향해 돌진했다.

낙리에게 닿기도 전에 목진의 손가락에선 날카로운 금빛이 발사되었다.

쾅!

낙리는 앞에 물기둥을 불러내 방패로 세웠고 손쉽게 목진의 금빛을 막아냈다.

금빛은 그대로 물기둥 방패를 뚫고 들어가 다시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미처 닿기도 전에 그대로 응고됐고, 이내 금빛이 사라지더니 그 속의 영력마저 물기둥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목진은 재빨리 주먹을 휘둘렀고 네 개의 삼라사인이 낙리에게 날아갔다.

쿵!

삼라사인에 맞은 물기둥은 순식간에 부서졌고 물은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그 영력은 고스란히 방패 뒤에 있던 낙리에게로 향했다.

낙리는 부서진 방패와 자신을 향한 강력한 영력을 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선 파란색 영력이 흘러나왔고 이내 그 영력이 파란색 소용돌이가 되었다.

소용돌이는 빠르게 회전하면서 주변의 영기를 끌어모았다. 소용돌이는 점점 맑아졌고 특이한 파동을 보였다.

강력한 삼라사인은 힘껏 소용돌이에 부딪혔다. 빠르게 회전하는 소용돌이는 삼라사인의 힘을 녹여 그대로 그 힘을 흡수해 버렸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 것이다.

목진은 놀란 눈으로 파란 소용돌이에서 점점 약해지는 검은색 영력을 바라보았다. 낙리의 수법은 상당히 독특했다.

그때 파란 소용돌이가 갑자기 멈추더니 그 사이에서 농후한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부드러웠던 소용돌이가 맹수의 포효와 함께 맹렬하게 목진의 가슴으로 향했다.

징.

강력한 영력은 광탑에 부딪혔고 광탑에서 파동이 일어났다.

쾅!

두 사람이 서 있던 호수는 폭발하며 하늘 위로 수많은 물기둥이 솟구쳤다. 물기둥은 이내 비가 되어 떨어졌고 눈 앞을 가렸다.

낙리는 이때를 틈타 검은색 장검을 들고 빗속을 통과해 그대로 목진에게로 향했다.

눈 앞을 가리던 비가 줄어들자 다시 앞이 선명하게 보였다.

낙리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장검은 목진의 가슴앞에 멈춰 있었다.

“내가 이긴 것 같네.”

낙리는 웃으면서 들고 있는 검을 흔들었다.

목진도 따라 웃으면서 천천히 손을 펼쳤다. 거기엔 한 가닥의 은색 머리카락이 있었다. 그걸 본 낙리는 조금 놀랐다.

호수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습을 위한 대결이 아니라 진정으로 겨루는 거였다면 낙리의 검이 바로 목진의 가슴 앞에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고, 목진도 고작 머리카락을 가져가진 않았을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훌륭함에 그들은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진정한 실력으로 싸우게 된다면 과연 얼마나 놀라울까?

다행히 두 사람의 실력을 구경할 기회가 곧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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