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양홍의 진정한 실력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빛이 엄청난 기세로 용암 폭포를 뚫고 나왔고, 검은 광탑의 형태를 드러내더니 바로 늘씬한 남자로 변해 정상으로 향했다.
“누군가 산 정상에 올랐어!”
누군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내며 정상으로 눈길을 돌렸다.
“맥륜과 싸워 이긴 신생이야!”
다들 목진임을 알아채고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백경 후기일 뿐인 신생이 정상에 오른 첫 번째 사람일 줄은 몰랐다.
이때, 뒤쪽의 화염 폭포에 갑자기 틈이 생기더니 날씬한 여인 한 명이 튀어나와 목진의 뒤를 따랐다.
바로 낙리였다. 그녀는 은색 장검을 쥔 채 목진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그리고 용암 폭포에 크나큰 구멍이 생기며 낙리의 뒤를 따라 세 사람이 뛰어나왔다. 그중 한 명은 빙청이었는데 입고 있던 얼음 갑옷은 녹아 물이 되었다.
그 모습에 주위는 다시금 떠들썩해졌고 고참들은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이번 신생들이 이렇게까지 뛰어날 줄은 몰랐다.
목진 등 다섯 명이 산 정상에 도착하든 말든 용암 폭포는 계속해서 흘러내려 산 전체를 빨갛게 물들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오직 정상에 오른 다섯 사람한테 있었고, 심지어 아직 용암 폭포까지 이르지 못한 신생들마저 이들한테 눈길이 갔다.
다들 이제야 제대로 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것이다.
한편, 정상의 정중앙에는 비석이 있었고, 그 위에는 천 척이나 되는 황금빛 영기가 꽂혀있었는데, 엄청난 영기를 뽐내며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이것이 바로 신생 중 가장 뛰어난 자에게 주어질 영광의 징표였다. 이 물건을 가장 빨리 얻는 사람이 곧 1등이라는 말이다.
신생 중에 가장 뛰어난 자들이 산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훌륭하긴 했지만 1등은 한 사람뿐이었고, 석비에 꽂힌 영기를 빼앗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야 시작되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봤다. 누군가 이 숨 막히는 정적을 깨는 순간 전쟁은 시작되는 것이다.
낙리와 목진은 가까이 붙어 있었고 양홍, 목규와 빙청은 잔뜩 긴장하여 각각 떨어진 채 서 있었다.
이는 평범한 힘겨루기가 아니기에 티끌만 한 실수에도 나머지 네 명의 엄청난 공격 세례를 당할 수 있었다. 다섯 명 중 그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부딪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영력을 끌어올려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양홍은 계속하여 목진을 노려보다가 눈을 비스듬히 감더니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순간, 양홍은 한 줄기의 빛이 되어 영기로 향했다.
이에 맞서 낙리가 한기 가득한 눈을 하고선 검은색 장검을 휘둘렀다. 수백 척 정도의 검기가 양홍을 향해 날아갔다.
검은색 검기는 바닥에 닿지도 않았는데 이미 천 척에 가까운 구멍을 냈고 그 위력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양홍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낙리와 맞서는 대신 몸을 틀어 목진에게 주먹을 날렸다. 양홍은 사정없이 목진을 공격했고 그 주위에는 바람이 세차게 일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지만, 보아하니 양홍의 목표는 처음부터 영기가 아니라 목진이었다!
양홍의 공격에도 목진은 한결같이 태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양홍이 교활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역시 넌 몰래 공격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목진은 피식 웃더니 대부도결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주먹을 타고 어두운 영력을 내뿜었고, 이는 네 갈래의 삼라사인을 형성하여 양홍의 공격에 맞섰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 사이에 바람이 일었고 공기마저 진동해 우렛소리가 울렸다.
역시나 제일 먼저 공격을 개시한 사람은 목진과 양홍이었다.
“목진, 나와 한번 힘을 겨루고 싶었을 텐데 오늘 기회를 주지. 다만 신백경 후기 실력이 나와 상대가 될까 싶은데 낙리와 함께 덤비는 건 어때?”
양홍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양홍, 우리가 두려우면 말로 할 것이지 그따위 수법은 왜 쓰지?”
목진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양홍도 덩달아 웃었다.
“입만 살았구나.”
양홍은 목규한테 눈길을 돌렸다.
“목규 형, 내가 목진을 상대하면 당신을 막을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이거야말로 영기를 빼앗을 최적의 기회가 아니겠나.”
이에 멍하니 서 있던 목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양홍, 너는 늘 이런 식이지. 내가 정작 네 말대로 하면 좋아하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야. 그런데 나 또한 영기에 관심이 없으니 한시름 놔도 돼. 너희를 꺾는 것이야말로 내 목표니까!”
목규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과 양홍을 바라보며 말했다.
“싸우려거든 얼른 시작해. 대신 두 사람 중 승리한 사람은 나와 힘을 겨뤄야 할 거야. 그러다 내가 너희를 모두 꺾으면 영기도 자연스레 내 몫이 되겠지?”
“통쾌하군요, 목규 형.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양홍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규의 성격에 절대 두 사람이 싸울 때 영기를 빼앗지 않을 것이다.
“난 당신들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으니 영기는 내가 가져야겠군.”
이때 빙청의 말소리가 들렸다. 양홍은 목규만 생각하느라 빙청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빙청은 이들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만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빙청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기를 향해 달려갔는데, 그 앞에 또 다른 누군가가 막아 나섰다.
“내 앞길을 막으려고?”
이에 낙리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건 아니고 조금만 기다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갔다. 목진과 양홍 사이는 일촉즉발이었고 목규는 영기보다는 싸우는 것에 더 관심이 갔는지라 빙청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낙리 뿐이었다.
낙리도 영기에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생 중 으뜸이라는 호칭은 여인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목진이 부득이한 상황에서 영기를 빼앗기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두 여인한테 몰렸다. 비록 다들 목진과 양홍의 싸움에 흥미를 보였지만,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미인의 결투야말로 또 다른 재미였다.
“뭘 기다리란 말이지?”
“저들의 싸움이 끝나면 길을 터줄게.”
이에 낙리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싫다고 하면?”
“그럼 나와 싸우는 수밖에…….”
낙리는 이리 말하며 검은색 장검을 꽉 쥐었다.
이에 빙청은 투명한 파란색 눈동자로 한기를 내뿜으며 낙리를 바라봤는데 주위의 공기가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두 여인 사이의 분위기도 사뭇 살벌해졌다.
양홍은 그 모습을 보고 이내 시름을 놓았다. 비록 영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은 했으나 신생 중 으뜸이란 호칭은 절대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양홍은 낙리가 목진을 위하여 나설 줄 알았다. 그 목적이 어떻든 급한 상황만은 피한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결국 영기는 자기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래서 양홍은 씨익 웃으며 눈길을 다시 목진한테 돌렸다.
“내가 드디어 한시름 놓고 너와 싸울 수 있겠어. 이번 기회에 네가 절대 내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야 말겠어.”
이에 목진은 서서히 손을 내밀며 담담하게 웃었다.
“네가 이따위 말을 더는 할 수 없게 단단히 혼내줄 테니 걱정하지 마.”
“겨우 신백경 후기인 주제에?”
양홍은 익살스럽게 웃더니 영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줄 알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양홍이 발을 힘차게 내디디자 순간 땅이 흔들리면서 놀라운 영력을 내뿜었다. 그 영력은 거침없이 목진을 공격했다.
양홍의 주위에 맴도는 영기로 보아 실력이 이미 융천경 중기에 이른 것 같았다. 여태껏 실력을 감춰온 것이다.
이에 다들 깜짝 놀랐다. 이번 신생들은 역시나 대단했다. 이들은 북창령원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신생들이다. 고참 중에도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은 보기 드물었다.
“네 진정한 실력을 보여줘. 안 그럼 내 손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양홍은 피식 웃으며 목진을 쏘아봤는데 문득 살기가 느껴졌다.
“융천경 중기라…….”
목진도 가볍게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목진한테 양홍은 괜찮은 상대인 것은 확실했다.
그는 양홍을 향해 서서히 손을 내밀더니 가볍게 접었다. 이내 검은색 눈동자 깊은 곳에서 검은빛이 모이더니 검은 광탑을 이루었다.
“덤벼!”
목진의 말과 함께 산 정상의 하늘이 어두워졌다.
이렇게 신생 중 제일을 가리는 진정한 전투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다.
두 갈래의 묵직한 영력이 하늘 높이 치솟더니 힘겨루기를 하였는데 우레처럼 묵직한 소리가 났다. 그 험악한 분위기에 주위의 공기마저 흐름을 멈춘 것 같았다.
다들 숨죽여 산 정상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불꽃이 조금만 튀겨도 바로 엄청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나무가 흔들려 파란 물결을 이뤘다. 어느덧 다시 잠잠해질 때쯤 목진과 양홍은 상대방을 노려보다가 서로를 공격했다. 검고 푸른 두 갈래의 웅장한 영력이 공기를 가르며 하늘 높이 솟아올라 허공에서 부딪쳤다.
두 갈래의 영력의 충돌에 광풍이 일었고 이에 뿌리가 땅속 깊이 박힌 나무마저 쉽게 뽑혀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까지는 양홍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백경 후기와 융천경 중기는 그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목진, 이제야 실감이 좀 나나? 이게 바로 너와 나의 실력 차이야.”
양홍은 푸른색 영력을 체내에서 끊임없이 내뿜었고 하늘과 땅의 영기까지 합세하여 그의 옷깃을 펄럭였다.
“난 영기도 가져야 하는지라 너와 오래 상대할 겨를이 없어.”
양홍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대한 푸른색 돌풍 사이에 검은색 영력도 있었는데 검은색 영력이 현저히 미약했다.
양홍은 검은색 영력의 중심에 서 있는 목진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푸른색 영력 돌풍이 이내 더 빠르게 돌더니 목진을 향해 돌격했다.
양홍은 목진의 방어를 전부 짓눌러버릴 기세였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난 별이고 사람의 이목을 끄는 훌륭한 존재라는 걸 목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거대한 푸른색 영력은 양홍의 살기를 담아 놀라운 파괴력과 함께 검은색 영력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색 영력은 곧바로 부서졌다. 융천경 중기인 실력자가 전력을 다한 공격에 신백경 후기의 영력만으로는 맞서기 힘들다.
양홍의 실력에 관전하는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목진이 예상외로 빨리 패배하는 꼴을 보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목진이 신백경 후기의 실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이현통은 힘없이 무너지는 검은색 영력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목진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너지기만 하던 검은색 영력이 갑자기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검은색 광탑을 형성했다.
그리고 곧바로 기이한 종소리와 함께 검은색 광탑이 푸른색 영력의 중심에 우뚝 솟아올랐다. 푸른색 영력이 아무리 공격해도 광탑은 끄떡없었다.
이에 양홍의 안색은 어두워졌지만 바로 마음을 다잡고 영력을 가속하여 움직였다. 그는 산봉우리를 부술 정도의 힘으로 광탑을 가격했다.
그러나 검은색 광탑은 그저 종소리만 울리며 검은색 빛을 내뿜었다.
“양홍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다들 목진이 처참하게 패배할 거라 여겼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