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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34화 (133/1,000)

134화. 대염마지진

한편, 엽경령과 주령 등은 어느새 한곳에 모여 나머지 신생들과 함께 손에 땀을 쥐고 정상을 바라봤다.

이들은 양홍이 맥륜과는 차원이 다른 상대라는 걸 아는지라 승패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네가 끝까지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양홍은 희미한 검은색 광탑을 보며 중얼거렸다.

“파천영극!”

양홍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푸른색 영력을 한 층 더 끌어올렸는데, 이는 수백 척 정도의 거대한 푸른색 창을 만들었다.

“공격하라!”

푸른색 창은 쏜살같이 목진을 향해 나아갔다. 창의 속도는 너무 빨라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바로 광탑 앞에 나타나 깊숙이 꽂혔다.

이내 광탑에 금이 가더니 얼마 가지 못해 폭발했다.

양홍은 쉬지 않고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상대편에서 용이 울부짖으며 어두운 황금빛 치륜과 합체하더니 용상금반으로 변해 양홍에게 날아갔다.

“영진?”

양홍은 기이한 영력을 감지하고 주의 깊게 바라봤다. 그리고 보일 듯 말 듯 한 진법에 인상을 찌푸렸다. 목진이 영진사라니, 그 위력 또한 3급 영진과 엇비슷한 것 같았다.

“저 녀석이 3급 영진사라도 된단 말인가?”

3급 영진사라 하면 융천경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었다. 양홍은 눈앞에 나타난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네가 어떤 수법을 쓰던 오늘은 너를 처참하게 짓밟아줄 거야.”

양홍은 바로 진정하고 손아귀에 푸른색 영력을 모았다. 영력을 모으자 양홍의 손은 금세 옥처럼 변했다. 얼마나 투명한지 손에 있는 미세한 혈관마저 뚜렷하게 보이는 것만 같았다.

“파천영옥수(破天靈玉手)!”

양홍의 기합 소리와 함께 옥처럼 반짝이는 손바닥에서 무시무시한 영력이 뿜어져 나와 용상금반을 때렸다.

영력의 충돌에 주변의 공기는 뒤틀렸고 양홍은 전쟁의 신처럼 옷깃을 휘날리며 서 있었다.

용상금반은 양홍의 연이은 공격을 피하기 바빴는데, 그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여 가한 최강타에 사정없이 부서졌다.

하늘에서는 용상금반에 부서져 생긴 조각이 눈처럼 날렸다. 양홍은 그 사이로 보이는 목진을 바라보며 다시 손바닥에 푸른색 영력을 끌어모아 공격을 가했다.

목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양홍을 바라봤고 그저 손쉽게 부서진 자신의 영진을 보면서 융천경 중기의 실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그깟 2급 영진으로 양홍이 다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목진은 서서히 눈을 감고 영인을 끊임없이 방출했다. 그러자 금세 뒤쪽 하늘에 붉은색 광진이 나타났다.

“저건…….”

거대한 붉은색 광진에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3급 영진이라니!”

“목진이 영진사라고? 심지어 3급 영진사?”

“그래서 목진이 양홍을 두려워하지 않았구나, 3급 영진사는 융천경 실력자에 충분히 맞설 수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포진 속도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지?”

* * *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하늘 어딘가에서 이를 지켜보던 촉천 장로도 흥미진진하게 이를 바라보았다.

“어린 녀석이 영진까지 수련하였구나. 보아하니 초급 심진인 것 같은데…….”

목진 주위가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 공기가 이글거리며 구름마저 빨갛게 불타오르는 것 같았고, 이내 거대하고 검붉은 광진이 생성되었다.

이에 고참들도 적잖게 놀랐다. 이건 일반 융천경 초기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제야 맥륜과 싸울 때 그가 진짜 실력을 감췄음을 깨달았다.

“이번 신생은 역시 남달라.”

고참들은 자신보다 젊은 신생들의 뛰어난 실력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3급 영진사란 말인가…….”

한편, 목규도 산 정상에서 목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만약 양홍이 목진을 손쉽게 짓밟았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다른 쪽에 있던 낙리와 빙청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체력 소모가 엄청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눈치싸움만 했다.

빙청은 낙리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목진과 양홍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양홍의 승리로 바로 끝날 줄 알았던 싸움이 이토록 길어지는 것에 사뭇 놀랐고, 낙리가 좋아하는 남자가 평범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리도 고개를 들어 맑은 눈으로 목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상에 오른 이들 중 목진의 출신이 가장 평범했는데, 그가 있던 곳은 약자들이 모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주 작은 대륙이었다. 그런 곳에서 이런 괴물 같은 신생이 나타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의 굳센 의지와 집착으로 오늘날 여기까지 왔으니 낙리는 이것만으로도 목진을 무한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진이 영로에서 쫓겨났을 때 분명 오대원에 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이곳에서도 분명 다시 빛을 발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에게 오대원에서의 수련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영로에 있을 때, 영로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던 그때, 목진은 상대방의 추격을 따돌리고 조금은 하찮은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낙리를 바라봤었다. 그 웃음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굳센 의지가 묻어났다.

“낙리, 두고 봐. 언젠가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내 이름을 알게 할 거야.”

소년은 불을 쬐며 소녀를 지긋이 바라봤는데,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빠져드는 것 같았다.

“왜?”

소녀가 방긋 웃으며 물었다.

“그래야 네가 어디에 있든 내 이름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내가 네 곁에 없어도 지금처럼 너를 지켜줄 수 있잖아.”

소년이 해맑게 웃으며 하는 말에 소녀는 마음이 두근거렸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낙리는 추억을 떠올리며 목진의 실력이 그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목표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낙리는 목진이 반드시 이루고야 말 거라고 믿고 있었다.

* * *

양홍은 목진의 주위에 생긴 붉은색 광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속에서 내뿜는 난폭한 영력에 조금 놀란 듯했다.

“네가 영진사란 말이야? 네가 영진을 다 칠 때까지 내가 지켜보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양홍은 영진사와 싸워본 경험이 있어 형태를 갖춘 영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다. 영진사는 영진을 칠 때 일정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사이에 공격하거나 아예 영진을 칠 시간을 주지 않으면 형태를 갖춘 영진을 절대 완성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양홍은 영기를 손에 모아 번개처럼 목진을 향해 돌격했다. 목진이 영진을 치지 못하면 승패는 자연스레 가리게 될 것이다.

산기슭에서 관전하던 묵령이 마음이 조급했는지 큰소리로 외쳤다.

“목형, 조심해요!”

그러나 거리가 너무 멀어 목진은 전혀 듣지 못했다.

목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심진을 그리고 있다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양홍을 눈치채고 피식 웃었다.

“나를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목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진을 장악하는 묘미에 흠뻑 빠졌다.

그는 주위에 흐르는 영기의 흐름마저 명확히 알 수 있었고 몸 뒤에 생성되고 있는 영진 진도도 환히 보였다.

목진은 손을 가볍게 휘둘러 수십 개의 영인을 다시금 응결했다. 이내 하나의 손가락만을 까딱하더니 영력의 파동과 함께 순식간에 영진이 생성되었다.

이렇게 금광 대진을 이루었고, 황금빛을 사방에 발사하여 다시 용상금반을 이루어 양홍을 향했다.

이에 사람들은 목진이 동시에 두 개의 영진을 친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3급 영진사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럴 수가?”

높은 곳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촉천 장로도 흠칫 놀라 중얼거렸다.

“3급 영진사가 이렇게까지 하다니, 저 녀석이 심진을 아주 잘 장악했나 보네.”

이는 고급 영진사만이 해낼 수 있는 기법이라 촉천 장로마저도 목진이 이 정도 실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

양홍은 이에 맞서 주먹을 휘둘렀고 첫 공격을 무산시켰을 무렵 또 하나의 금반이 날아왔다.

지금의 목진에게 이 정도 공격을 막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양홍은 잠시 멈춰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 있는 붉은색 광진이 이미 모양을 갖췄다.

양홍의 계략은 수포가 되었다.

그때 목진이 서서히 눈을 뜨며 한기 가득한 얼굴로 양홍을 바라봤다.

“네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구나.”

“그깟 3급 영진으로 나와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 단순한 녀석.”

양홍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인법을 바꿨다. 이에 뒤에 있던 거대한 붉은색 영진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주위로 분산되었고 이내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목진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쿵’하는 소리와 함께 영진에서 화염을 내뿜었고 잇따라 괴성이 들리더니 수천 척의 화염 기둥이 영진에서 솟아났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거대한 화염의 악마가 기어 나왔다. 머리에 한 쌍의 뿌리가 달리고 검붉은 비늘이 온몸을 뒤덮었으며 매우 난폭해 보였다. 게다가 뜨거운 영력의 소유자로 보였다.

융천경 중기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악마의 실력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이 펼친 영진은 3급 영진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것 같았다.

“대염마지진!”

목진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외쳤다.

“공격하라!”

화염의 악마는 울부짖으며 몸을 비틀더니 빛이 되어 불타올랐고 온몸이 이내 화염 운석으로 변하여 양홍을 향해 돌격했다.

화염 운석이 지난 곳은 전부 반으로 갈라졌고, 그 뒤로 하늘에 화려한 흔적을 남겼다.

양홍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운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준비했단 말이지? 그런데 어쩌나, 난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홍이 입은 옷은 순간 잿더미가 되었고 푸른 빛이 샘솟더니 난폭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양홍의 몸은 점차 사라졌고 그곳에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이 나타났다.

용의 푸른색 비늘 위로 무늬가 서서히 퍼졌는데, 자세히 보니 용의 몸에 호랑이 얼굴을 한 괴물이었다.

“저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거대한 용의 몸뚱이를 바라봤다.

“저건 만수록 지방 50위인 상고의 호교(虎蛟)잖아?”

푸른 빛이 하늘을 맴돌며 엄청난 위압감을 주어 주위의 공기마저 싸늘해졌고 사람들은 하늘에 나타난 푸른색의 거대한 용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

양홍이 연화한 영수의 정백이 상고의 호교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만수록 지방 중 50위를 기록하는 험악한 존재는 제아무리 통천경 중 으뜸이라도 함부로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닌지라 다들 양홍이 어떻게 상고의 호교와 싸워 이겼고 그 정백까지 소유하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에 고참들은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신생들의 실력에 다시금 놀랐다.

“상고의 호교라…….”

이현통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융천경의 실력에 상고의 호교처럼 강력한 영수의 정백을 소유한 자는 보통 배경이 비범하거나 운이 정말 좋아야 하는데 후자의 가능성은 너무 희박했다.

이현통은 다시 울부짖으며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오르는 상고의 호교를 힐끗 보며 생각에 잠겼다. 상고 호교의 정백을 불러온 양홍은 실력이 폭등해 적어도 융천경 중기에서 그를 꺾을 존재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이 아무리 3급 영진사라도 양홍을 이기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여겨 목진의 반격이 사뭇 기대되었다.

“하하, 너한테만 숨겨둔 필살기가 있다고 생각한 거야, 목진?”

호교는 시뻘건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보며 익살스럽게 웃었고 이를 불러낸 양홍은 체내에서 솟구쳐오르는 힘을 실감했다. 그 힘으로 공격을 한 방만 날려도 융천경 초기의 실력자는 무조건 중상을 입을 것이다.

“내가 네 영진을 얼마나 손쉽게 격파하는지 잘 봐.”

호교는 껄껄거리며 웃더니 방대한 발을 웅크리고 마주해오는 화염 운석을 힘차게 가격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둘은 허공에서 부딪쳤고, 그 소리는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화염의 마로 인해 응결되었던 운석은 바로 화우가 되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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