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혈맥 연결
호교는 목진의 공격을 돌파했지만, 그 또한 위력에 못 이겨 뒷걸음질 쳤다. 호교는 거대한 꼬리를 흔들며 다시 자리를 잡더니 다시금 화염 운석을 공격했다.
끊임없는 호교의 공격에 매우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고, 엄청난 괴력으로 화염 운석을 공격했다.
“이만 꺼져!”
양홍이 변신한 호교는 으르렁거리며 다시 주먹을 날렸는데 그 위력에 공기마저 휘어드는 것 같았다. 이에 방대한 화염 운석도 맥없이 물러나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우수수 내리는 화우에 놀라며 다들 양홍의 실력에 감탄했다.
한편, 목규도 진지하게 양홍을 지켜봤다. 비록 계략이 앞선 사람이지만 실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목진이 질 것 같은데 돕지 않아도 돼?”
빙청이 낙리에게 물었다.
상고의 호교로 변신한 양홍의 실력에 빙청마저도 움찔하였고, 이는 영진만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낙리는 담담하게 웃더니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저 사람은 그렇게 쉽게 지지 않아.”
이에 빙청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낙리가 왜 이토록 자신만만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 지금의 상황은 목진한테 절대적으로 불리한데 말이다.
“그럼 목진이 어떻게 이 싸움에서 이기는지 지켜보지.”
빙청은 낙리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꺾고 싶었다.
“하하하.”
이때, 상고의 호교가 껄껄거리며 웃었고, 시간을 들여 준비한 목진의 영진 공격을 단숨에 격파한 것에 아주 만족한 듯했다.
“다음은 네 차례야, 목진.”
호교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상대방을 짓밟는 쾌감에 도취해 한시라도 빨리 목진이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보고 싶었다.
이에 영력을 끌어모아 거대한 꼬리를 휘둘렀는데 어느샌가 푸른빛이 목진을 뒤덮었다.
“이곳을 떠나!”
호교는 난폭한 영력을 마구 내뿜으며 발에 힘을 실어 목진한테 돌격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기마저 가르며 순간 진공 구역을 만들었다.
이에 사람들은 숨죽여 이를 관전하였고, 산기슭에 있던 묵령 등도 사색이 되었다. 양홍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음에도 그 공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양홍의 공격은 융천경 초기의 강자를 순식간에 죽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때, 목진도 고개를 들어 호교를 보더니 주먹을 쥐고 기이한 흑염을 내뿜어 어두운 영력으로 서서히 몸을 휘감았다.
이에 촉천 장로가 흠칫 놀라 옆을 봤는데, 다른 두 장로도 자신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로들은 특수한 힘의 파동을 느꼈는데 영수의 정백을 불러올 때와 비슷한 듯 달랐다. 이는 보다 영민하고 생기 있는 힘이었다.
호교는 어느샌가 목진의 몸을 공격하였고 그 여파로 하늘이 흔들리더니 난폭한 푸른색 영기가 금세 하늘을 뒤덮었다.
호교의 공격이 목진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 같았다. 이에 엽경령, 주령 등은 승패를 떠나 목진의 생사부터 걱정되었다.
“목형이 왜 떨어지지 않지?”
묵령이 푸른빛으로 물든 하늘을 쳐다보며 망연자실했다. 옆에 서 있던 엽경령 등도 흠칫 놀라 목진 쪽에 시선을 두었다.
지금쯤이라면 목진은 힘없이 하늘에서 추락해야 했다.
잠시 후, 푸른 빛이 사라지더니 호교의 거대한 발이 드러났는데, 그 아래에 흑광이 그윽하여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교의 거대한 발아래에 수백 척 정도 되는 흑광이 보였는데, 그 위로 흑염이 들끓었고, 이는 금세 흑염의 날개로 변해 목진을 보호하며 양홍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냈다.
“어찌…….”
다들 신백경 후기인 목진이 융천경 중기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여러 번이나 막아낸 것에 어리둥절했다.
“이럴 수가!”
양홍은 거대한 흑염의 날개 속에 숨은 목진을 보더니 발끈했다.
자신이 전력을 다한 공격을 전부 막아내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란 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양홍은 손쉽게 목진을 이기고 사정없이 짓밟을 거란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더욱더 목진을 용납할 수 없었다.
호교로 변신한 양홍은 마구 울부짖으며 미친 듯 날뛰었고, 목진을 감싸 안았던 거대한 흑염의 날개는 다시 활짝 펴더니 가볍게 휘저었다.
목진은 순간 천 리밖에 나타나 흑염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미쳐 날뛰는 양홍을 바라보며 손을 모아 결인했다.
이에 천지간의 영기가 폭동을 일으켰고 그 위치는 바로 목진이 있는 곳이었다.
“저게 뭐지?!”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목진의 뒤에 어두운 영력이 피어오르더니 서서히 주위로 퍼졌고, 만 척도 넘는 거대하고 신비로운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새가 날개를 퍼덕이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흑염이 들끓었다.
“이건…….”
촉천 장로의 안색도 서서히 어두워졌고 옆에 서 있던 두 장로도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구유작의 정백을 연화했단 말인가?
신비롭고 거대한 흑조가 들끓는 흑염과 함께 나타났다. 온몸에서 흑염이 맴도는 몸뚱이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어떤 영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기세로는 양홍의 영수보다 훨씬 대단해 보였다.
“저건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 것일까?”
묵령 등 신생은 눈이 휘둥그레져 거대한 흑조를 바라봤다. 목진이 영수의 정백의 힘을 소환하는 것을 처음 보는지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목진이 북창계에서 포획한 두 마리의 천급 영수 중 한 마리의 정백을 연화했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여태껏 몸에 있는 정백을 숨기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필살기였다!
“저 녀석…….”
주령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진정했다. 자신이 융천경의 실력을 갖추면 목진과 거리가 가까워질 거라고 여겼는데, 오늘 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목진과의 실력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실력이 천지 차이일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었는데, 목진의 몸에서 샘솟는 영력은 양홍과 엇비슷했다.
목진은 가끔 기적을 만들어낸다고 주령은 생각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이렇듯 역전을 한다.
“이번 신생들이 참 대단하군. 앞으로 북창령원이 조용할 날이 없겠어.”
이현통은 뒷짐을 쥐고 신비로운 흑조를 뚫어지게 보았다. 흑조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다.
“목진의 실력으로 어떻게 저런 영수의 정맥을…….”
이현통은 믿기지 않았다. 저 정도의 천급 영수와 싸워 이기는 것도 어려운데 신백경 후기의 실력으로 그 정백까지 연화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그렇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목진이 소환한 정백의 힘은 양홍의 정백의 힘보다 더 생기있었다.
아주 특이한 느낌이었다. 이현통처럼 예민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양홍의 정백은 죽은 생물과 같다면 목진의 정백은 꼭 살아 숨 쉬는 생물 같았다.
한동안 사색에 잠긴 이현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늘을 쳐다봤다. 목진은 결코 하찮은 상대가 아니었다.
촉전 등 세 명의 장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구유작이라, 대단해. 저렇게 어린 녀석이 어떻게 해냈을까? 구유작은 신급까지 진화할 수 있고 진화만 하면 곤 대인과 동급이 될 텐데, 어찌 일개 인간이 그런 무시무시한 존재를 연화했단 말인가? 북명용곤은 원장님마저도 깍듯이 대접하는 분이 아닌가?”
역시 장로라 눈썰미가 남달랐다. 목진이 연화한 영수가 구유작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매우 오만하고 무시무시한 영수인 구유작은 지존경의 존재가 옆에서 돕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절대 이를 연화할 수 없다. 그런데 보잘것없는 북경령에서 온 목진에게 그런 조력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촉천 등은 북창령원의 장로인지라 모든 학생의 정보를 익히 알고 있어 목진의 상황도 잘 알아 더 어리둥절하였다.
“흥미롭군.”
촉천 장로가 담담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한편, 산 정상에 있는 목규와 빙청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지금의 목진은 이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반면, 낙리는 씩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구유작까지 소환한 것에는 놀랐지만 그녀는 그를 무조건 믿었다. 저 소년을 쉽게 꺾을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몇 없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빼앗긴 것을 하나씩 되찾아가고 있었다.
수많은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목진의 기해에서 특이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구유작이 끊임없이 흑염을 내뿜으며 목진의 기해에 있는 만다라 꽃에 우아하게 누워있었고, 흑염은 결국 영력 광륜 위에 앉은 신백에 흘러들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신백도 흑염에 뒤덮여 아주 기이했다.
구유작은 영력 광륜 위에 앉아있는 목진의 신백을 보더니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내 힘을 이 정도까지 동화시키다니, 너 이 녀석 횡재한 줄 알아라.”
이는 역시나 혈맥을 연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목진은 북창전에서 안연과 싸울 때도 조금 선보였었지만 지금 상황과 비교하면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목진이 구유작과 혈맥을 연결하긴 했지만 직접 그 정백을 연화한 것이 아니라서 양홍이나 다른 사람처럼 직접 정백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여 목진은 구유작의 힘을 천천히 동화해야만 했고 그 동화 정도가 높을수록 목진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더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은 구유작이 언젠가 목진의 몸을 떠난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완벽하게 동화하면 목진은 구유작으로 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유작이 보유한 모든 능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목진은 영수를 연화한 다른 사람처럼 죽은 동물을 몸에 지닌 것이 아니라 사람 형태를 한 구유작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것이 혈맥을 연결했을 때 얻어지는 큰 장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혈맥 연결은 진화할 힘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라서, 목진의 잠재력은 실로 무궁무진하며 엄청났다.
이때, 온몸에 흑염을 두른 목진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목진은 몸속에 있는 엄청난 힘을 느꼈다.
그 힘으로 산을 송두리째 뽑아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목진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흑염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먼 곳에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호교를 바라봤다.
곧 승패가 갈릴 줄 알았는데, 전세가 다시 역전되어 양홍은 적잖게 타격을 받았다.
목진의 뒤에 생긴 신비롭고 거대한 흑조가 무엇인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 힘은 정확히 와닿았다. 양홍이 연화한 호교의 정백이 두려워 파르르 떨고 있었다.
상고의 호교를 떨게 하다니 분명 만수록 지방 30위안에 드는 영수일 것이다.
양홍은 목진이 도대체 어떻게 저토록 무시무시한 영수의 정백을 연화하였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자신은 아버지와 장로 여러 명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성공하였는데 목진한테는 어떤 뒷배가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목진은 너무 위험한 인물이었다.
양홍은 순간 살인 충동을 느꼈다. 목진을 이대로 두면 자신은 영원히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홍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저 녀석을 당장 죽여야겠어!”
양홍은 살기를 번득이며 영력을 모아 목진을 공격했다.
지금의 양홍이라면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홍의 공격에 목진의 뒤에 있는 거대한 흑조는 활개를 쳤는데 흑염이 순간 주위를 감싸 안았다.
그러다 푸른빛이 몰려와 흑염과 부딪쳤는데 바로 증발하여 사라졌다. 흑염은 영력조차 태워버리는 기이한 능력이 있었다.
이에 양홍은 화가 잔뜩 치밀어올랐다. 그가 변신해 불러낸 상고의 호교는 꼭 감정을 제대로 추스를 줄 몰라 날뛰는 미꾸라지 같았다.
목진은 이런 양홍을 무덤덤하게 보면서 거대한 흑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서서히 눈을 감았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몸속의 대부도결을 움직였는데 몸 안에서 흑광이 조금씩 나타나더니 전부 이어졌다.
그러다 종소리와 함께 흑광이 갑자기 바닥에 내리꽂혔고 다들 바삐 목진에게 눈길을 돌렸다. 신비로운 흑조가 사라지고 수천 척 정도의 9층 흑탑이 점차 형태를 갖췄고 그 주위에 흑염이 맴돌았다. 알 수 없는 공포감이 산 정상에서 서서히 퍼졌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9층 흑탑을 본 상고의 호교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불안하고 두려워했다.
쿵!
그때 9층 흑탑이 엄청난 파동을 일으키며 호교를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