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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37화 (136/1,000)

137화. 영력 융합

이렇게 신생 대회는 황당하게 막을 내렸다. 신생대회의 1등은 양홍과의 싸움에서 이긴 목진이 아니라 싸운 적도 없는 낙리였다.

이 결과에 다들 웃음부터 나왔지만 목진과 양홍의 흥미로운 결투를 봤으니 그 뒤로 이를 뛰어넘을만한 싸움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등은 호칭일 뿐, 낙리, 목규, 빙청은 비록 이번 대회에서 전력을 다하여 싸우지는 않았지만 산봉우리에 손쉽게 오른 것 자체로 자연스레 그 능력이 증명되었다.

또한, 다들 1등은 영기를 뽑는 것으로 가려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들 목진이 신생의 신분으로 선보인 놀라운 실력에 감탄하였고, 오만방자한 고참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1등은 사실 목진이었다.

* * *

신생 대회가 끝나자 신생들은 편하게 수련했다. 북창령원에 천천히 적응하며 이곳의 진정한 가족이 되려 노력했다.

양홍과의 싸움에서 몸이 많이 허약해진 목진은 사흘을 쉬고서야 기력을 회복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양홍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이곳 북창령원에서 분명히 한자리를 꿰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목진이 그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싸움에서도 이겼고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꼭 승리를 거두리라 마음먹었다. 양홍이 다시 무언가를 꾸미려 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패배의 고통을 맛보게 해주리라 생각했다.

목진은 옥상에 조용히 앉아 파란 하늘을 묵묵히 바라보다 한참 지나서야 하얀 기체를 내뿜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며칠 동안, 목진은 그저 몸을 추스르는 데만 신경을 썼다.

신생 대회가 끝난 뒤로, 목진이 있는 구역이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 되어 신생들은 다들 이 구역으로 오려고 애를 썼다. 게다가 목진과 낙리가 속해있는 낙신회에 서로 가입하려 하였다.

목진과 낙리는 이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주령은 낙신회를 더 크게 키울 생각에 신이 났다.

“저 녀석…….”

목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주령이 자기 일도 아닌데 왜 이토록 지극정성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목진은 주령에 대해 호감이 있는 편이라 그가 하는 일은 전부 지지하였다.

이때, 반대편에서 한 줄기 빛이 순식간에 옥상에 나타났다.

한 줄기 빛은 이내 사람의 형태로 변하였는데 훤칠한 외모에 냉담한 눈빛을 한 이현통이었다.

이현통은 인상을 찌푸리며 축 늘어진 목진을 바라봤다.

“설마 네가 양홍을 제치고 신생 대회에서 1등을 꿰찼다고 자만하는 건 아니지?”

목진도 이내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현통과 말싸움하기가 귀찮았다.

“1등은 낙리가 했고, 이제 겨우 몸조리를 끝내 잠시 휴식하는 게 큰 문제라도 되나요?”

목진은 이현통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가 자신과 낙리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 불쾌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도 목진과 낙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현통이 낙리에 대해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라서 목진도 여태껏 참아온 것이다.

“며칠 전, 나도 신생 대회에서 네가 양홍과 싸우는 것을 봤어.”

이현통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낙리와 친구를 하기엔 여전히 자격이 없어.”

목진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아닌 척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현통 선배, 선을 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목진은 이현통을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기껏해야 낙리의 친구이니 그녀의 선택에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어요. 그리고 내가 마땅치 않으면 나한테만 뭐라 하세요. 뭘 원하든 상대해 드릴게요.”

“화라도 난 거야?”

이현통은 담담하게 웃더니 이내 정색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녀의 선택에 왈가왈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낙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으니 그런 거야. 낙리는 너와 달라. 너는 그녀가 무엇을 감당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지? 네가 아무리 낙리를 좋아한다고 해도 결국 너는 낙리에게 방해만 될 뿐이야. 최대한 빨리 낙리 곁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낙리를 도와주는 일이야. 그러니까 내 말을 꼭 명심했으면 해.”

“내가 싫다면요?”

이에 목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통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럼 낙리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겠지.”

“어디 해보세요.”

목진은 이리 말하더니 재빨리 어두운 영력을 끌어올렸고 이현통도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었다. 그러자 천지간의 영기가 옥상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옥상의 하늘이 일그러졌고 무서운 힘이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목진은 이현통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제아무리 천방 2위의 강력한 존재일지라도 말이다.

목진이 서 있는 곳이 갈라졌고 어두운 영력도 억제되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현통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들은 잠깐 대치했으나 이현통이 먼저 뒤로 물러섰고 압박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달 줄 테니 생각을 잘 정리해. 대신, 두 달 뒤에도 낙리의 곁을 떠나지 않으면 그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북창령원에서 나와 싸워 패배하면 엄청나게 타격이 크겠지?”

이현통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말로만 협박하는 거란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 앞으로 네가 받을 타격에 비해 내 수법은 지극히 부드러운 거니까. 그러니까 낙리를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하지 말고 알아서 떠나.”

이에 목진은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이현통이 너무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달 동안 잘 생각해봐.”

이현통은 이리 말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봤다. 그때 한 줄기 빛이 이곳으로 향했고 그 빛은 다름 아닌 낙리였다. 낙리는 두 사람의 영력 파동을 느끼고 바로 달려온 것이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낙리한테는 비밀로 했으면 해. 네가 낙리를 이용해 나를 막으려는 속셈이라면 너한테 크게 실망할 것 같거든.”

이현통은 말을 마치자마자 떠났고 낙리는 마침 옥상에 도착했다.

“이현통이 너한테 험한 말을 했어?”

낙리는 이현통이 떠나간 방향을 정색하며 째려보더니 걱정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그럴 리가.”

낙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이상한 소리는 하지 않았지?”

낙리의 물음에 목진은 갑자기 낙리를 확 끌어안았다. 낙리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반항하지는 않았다. 낙리는 목진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낙리야.”

목진은 고개를 숙여 낙리의 나른하고 향긋한 머릿결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난 절대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게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이든.”

이에 낙리도 목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얼굴을 가슴팍에 가볍게 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다시 고개를 들어 이현통이 떠나간 방향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현통,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네가 정녕 우리 사이에 끼어든다면 나 또한 손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목진은 이현통이 양홍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닥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건 바로 낙리였다.

* * *

영롱한 달빛이 방대한 북창령원을 비춰 이 땅에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었다. 그러나 북창령원은 인기가 좋은 탓인지 저녁인데도 어두운 곳이 드물었고, 수련장에는 수련하는 학생들이 많이 존재했다.

목진은 방에 앉아 창가를 통해 들어온 차가운 달빛이 몸을 적시도록 놔두고 인상을 찌푸린 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낮에 이현통과 나눴던 대화로 보아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려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엄청나게 탐탁지 않아 했다.

이현통은 북창령원에서 천방 2위인 강력한 실력을 지닌 상대라 정말 무언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난감한 상황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목진이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실력을 더 키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융천경을 넘은 지 오래되어 보이는 이현통을 짧은 시간에 뛰어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대신, 유경산과 싸웠을 때처럼 구유작의 힘을 완전히 끌어올리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그리하면 또 정정당당하지 못한 것 같아 찝찝하였다. 목숨을 내걸고 유경산과 싸웠던 것과 달리, 이현통과의 싸움은 그리 잔혹하지 않을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또 목진은 구유작의 힘을 빌려 상대방을 꺾는 걸 원치 않았다. 그건 진정한 자신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현통과 상대하려면 적어도 융천경은 돼야겠어…….”

그러나 신백경과 융천경의 차이는 엄청난지라 아무리 목진이라도 융천경 중기와 대결하는게 한계였으니 융천경 후기를 만나면 바로 패배할 것이다. 더구나 이현통은 융천경을 초월한 막강한 상대이니 말이다.

목진은 두 달 사이에 최대한 빨리 신백경을 돌파하고 융천경에 도달해야 했다.

지금은 비록 양홍과 싸워 이겼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고 새로운 도전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니 수련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다음번에 처참하게 패배하는 사람은 자신이 될 것이다.

“이틀만 지나면 영결전에 들어갈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신급 영결을 얻어야겠어.”

목진처럼 무덤덤한 사람도 신급 영결에는 눈이 반짝였다. 이를 얻을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영결전에 들어간 이상 한번은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실력, 실력이라…….”

목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유로웠던 생활이 이현통 때문에 이대로 끝났다는 생각에 언짢았다. 두 달 뒤에 무슨 일을 꾸밀지는 모르겠지만 처참해지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에 목진은 입을 삐쭉 내밀면서 서서히 눈을 감고 기해의 만다라 꽃에 기대어있는 구유작을 찾았다.

“단시간에 실력을 키울 방법이 없을까?”

목진은 머리를 극적이며 물었다.

“신백경 후기의 실력으로 융천경 중기의 상대를 이기는 것도 만족스럽지 않더냐?”

느릿느릿 기지개를 켜는 구유작의 몸짓은 더없이 우아하였으니 목진은 그 성별이 더욱더 의심스러웠다.

“이현통을 상대하려면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해.”

목진은 피식 웃더니 중얼거렸다.

“이현통은 북창령원에 오래 있었으니 영치가 적어도 수백만은 될 텐데, 그걸 우리가 얻을 수만 있다면 북명룡곤의 정혈을…….”

이에 구유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이 초롱초롱하여 목진을 바라봤다.

“그러니 내 실력을 올릴 방법을 좀 생각해봐. 내가 강해져야 영치도 더 빨리 얻고 그래야 너도 더 빨리 북명룡곤의 정혈을 수중에 넣지.”

목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현통은 너와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니 지금 당장 싸우면 처참하게 패배하겠구나.”

구유작은 목진이 북명룡곤의 정혈로 자신을 들쑤시는 것을 알고 노려보며 말했다.

“두 달이란 시간이 있잖아.”

“네 생각처럼 최대한 빨리 융천경에 도달해야 하겠구나.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이현통의 상대가 안 될 것이야.”

이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 또한 이를 알고 있었으니 실력을 융천경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제아무리 다른 재주가 좋아도 소용이 없었다.

“잠깐.”

목진이 시무룩하여 기해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구유작이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가 두 달 사이에 융천경까지 실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건 필수지만 그것 말고 내가 널 도울 방법이 생각났다.”

“그게 뭔데?”

목진은 이내 활짝 웃으며 물었다.

“영력 융합이다.”

구유작이 담담하게 말했다.

“영력 융합이라니?”

역시 목진은 영력 융합이란 말이 금시초문이었다.

“영력 융합은 우리처럼 혈맥을 연결한 사이에만 가능한데 간단하다. 바로 우리의 영력을 한데 모으는 것인데 그리되면 너는 독특한 힘을 갖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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