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140화 (139/1,000)

140화. 사신성숙경(四神星宿經)

목진이 광하(*光河: 빛의 물결)에 뛰어드는 순간, 눈앞이 더없이 밝아졌고 빛이 놀라운 속도로 스쳐 지났다.

이에 목진이 정신을 가다듬고 빛줄기를 관찰하였는데 그 중심에 족자가 숨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 영력의 파동으로 봐서 전부 고급 영결이었다.

목진이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자 순간 정보가 뇌리를 스쳤다.

대붕뢰권, 중품 영결로 드센 주먹을 휘두르면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산을 부술만 한 힘을 낸다.

대충 잡아도 중품 영결이었고 이 정도라면 북령원에선 분명 보물단지처럼 아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중품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목진은 다시 주먹을 폈다. 목진은 중급 영결로 절대 만족할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물건은 뒤에 나타나는 법…….”

목진은 광하의 흐름을 관찰하더니 피식 웃으며 영력을 끌어올려서 한 줄기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때 목진도 모르게 그의 기해 속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미세하게 밝아졌다.

이에 만다라 꽃에 기대어있던 구유작은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잔뜩 경계하며 쳐다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목진은 광하 속을 누비며 마음에 드는 영결을 찾아다녔다. 빛줄기들은 서로 다른 색상이었고 결코 약하지 않은 영력의 파동을 내뿜었다.

다만 대부분 중품 영결이었다. 그것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목진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그러다 목진의 눈앞에 굵고 유달리 빛나는 한 줄기의 빛이 다가왔다. 어두운 영력을 손에 모아 빛줄기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빛줄기를 잡은 목진은 안에 담긴 정보를 읽으려 애썼지만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는 빛줄기의 힘에 어두운 영력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목진은 얼른 영력을 더 끌어모았고 그제야 빛줄기를 단단히 잡을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빛 속의 정보가 목진의 뇌로 흘러들었다.

대라빙옥수, 영급 상품으로 극한의 영력으로 수련해야 하며 마침내 대성하면 그 어마어마한 한기에 닿는 순간 얼음이 되어 산산조각이 난다.

“영급 상품의 영결이구나.”

목진이 수련했던 영황지는 영급 하품이었고 령영보도 중품이었다. 예전이라면 유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젠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그 빛줄기를 풀어주었다.

촉천 장로가 신급 영결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목진은 상품 영결로 만족하지 않았다. 목진은 막무가내로 신급 영결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상품 영결을 포기한 목진은 계속하여 신급 영결을 찾았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목진은 수십 권의 대라빙옥수와 같은 등급의 고급 영결을 발견했지만 전부 포기했고, 잔뜩 긴장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영결을 찾기 위해 열심히 눈부신 광하를 훑었다.

다시 1각정도 지나 목진은 끝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눈앞의 눈부신 빛과 비교하면 여태껏 봤던 빛줄기는 그저 하찮은 것에 불과했다. 그 엄청난 빛줄기의 중심에 굉장한 영력을 내뿜는 푸른빛이 얼핏 보였다.

“이거다!”

목진은 마음을 다잡고 영력을 다시 끌어모아 그 빛줄기로 향했다. 그러나 목진의 영력이 닿자 그것은 바로 어두운 영력 속에서 도망쳐 나왔다.

목진은 흠칫 놀라 다시 영력을 끌어모았다. 그렇지만 그 빛은 마음처럼 잘 잡히지 않았다.

빛줄기 따위가 이렇게 강력하다니.

목진은 신중하게 다시 손에 영력을 모았다.

“금강부도수!”

어두운 영력이 솟구쳐 순간 금강대수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검은색 탑문이 은은하게 보였으며 목표물을 진압하듯 숨 막히는 힘을 선보였다.

목진이 금강대수에 끊임없이 영력을 넣자 탑문이 꿈틀거렸다. 이 기이한 힘에 결국 빛줄기의 속도도 느려졌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목진은 완강하게 버티는 빛줄기에 맞서 영력을 더 끌어모았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빛줄기는 금세 틈을 타고 도망갈 것이 분명했다.

금강대수와 빛줄기의 싸움에 주위 백 척 정도의 범위에 있던 빛줄기는 어느새 전부 사라졌고, 전력을 다하여 버티던 목진의 이마에도 어느새 땀방울이 맺혔다.

그러다 어느샌가 빛줄기의 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목진은 적당한 때를 노리다가 바로 공격하였다. 금강대수는 빛줄기를 힘차게 때렸고 그 틈을 타 목진은 바로 빛줄기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역시 잡았다고 순순히 잡힐 놈이 아니었다. 그 몸부림에 목진의 손에 순간 상처가 잔뜩 생겼다.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영력을 모아 어떻게든 빛줄기를 잡으려고 했다.

목진의 노력 끝에 빛줄기는 점차 저항을 멈췄고, 드디어 족자가 목진의 수중에 나타났다.

청색의 족자 주위에선 미세한 돌풍이 불었고, 소리까지 나는 것이 아주 신기했다. 이어 족자 속의 정보가 목진의 뇌에 흘러들었다.

구룡천풍결, 준신급 영결로 천지를 휘몰아치는 강풍을 빌어 수련해야 하며 대성하면 구룡의 함성과 함께 하늘을 반으로 가를 듯한 엄청난 위력을 선보인다.

“준신급 영결?”

목진은 신급 영결이 신급과 준신급으로 나뉜다는 것에 사뭇 놀랐다.

준신급은 신급 영결 중 최하위인 것 같은데 그래도 신급 영결이란 사실은 절대 변치 않는다. 그 위력은 최상급 상품 영결도 절대 상대할 수 없었다.

목진은 수중의 준신급 영결을 바라보며 더는 욕심부리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빈손으로 돌아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목진은 족자를 열어보려 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족자를 쥐고 있는 손이 스르륵 풀어졌다. 손이 풀리자마자 준신급 영결은 빛이 되어 빠르게 도망갔다.

목진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구유작, 네 짓이야?”

그러나 구유작은 목진이 소리를 지르든 말든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어두운 보라색 빛이 밝아지다가 순간 어두워지는 것을 목격했다.

목진이 구유작한테 따지려고 기해에 들어가려는 순간 어두운 보라색 빛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놀라운 속도로 목진의 몸을 이끌고 광하의 더 깊은 곳으로 돌진하였다.

여태껏 꿈쩍도 하지 않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갑자기 목진의 몸을 움직인 것이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광하의 깊은 곳은 독립적인 공간처럼 되어있었고, 뙤약볕같이 눈부시고 뜨거운 빛줄기가 수십 갈래나 있었는데 굉장한 압박감을 줬다.

이때, 어디선가 진동 소리가 들려오더니 수십 갈래의 빛줄기 중 한 갈래에서 검은색 빛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이에 주위에 있던 수십 갈래의 빛줄기는 그 검은색 빛을 피하듯 옆으로 물러났는데, 그 모습이 마치 두려워 자리를 내어준 것 같았다. 그 검은색 빛줄기에서 상고의 파동이 느껴졌다.

가만히 떠 있던 검은색 빛줄기는 갑자기 무언가의 부름에 응하듯 광하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현란한 광하 속에서 어두운 보라색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는데, 이에 수많은 작은 빛줄기들이 스스로 길을 터줬다.

목진은 자기의 몸을 감싸 안은 어두운 보라색 빛줄기를 어리둥절하여 바라봤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는 구유작이 목진의 몸을 빼앗으려 할 때만 기이한 힘을 선보였을 뿐, 그 뒤로 자취를 감췄었다. 목진이 아무리 알아보려고 애를 써도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진은 놀라긴 했지만 그 힘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검은색 종이는 영로에서 얻은 것이고 여태껏 목진을 단 한 번도 위험에 빠뜨린 적 없을뿐더러 오히려 구해줬으니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옆을 스쳐 지나가는 빛줄기를 지켜봤다. 그중에 구룡천풍결만큼 눈부신 빛줄기가 적어도 세 갈래가 있었는데 준신급 영결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들을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는 목진과 달리 어두운 보랏빛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그저 한숨만 나왔다.

이렇게 반 시진이 흘러 드디어 속도가 줄었고 눈부시던 광하는 점차 어두워져 꼭 광하의 끝자락에 온 것 같았다.

목진도 드디어 멈춰 섰는데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검은색 빛덩이가 놀라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다가와 눈앞에 멈춰 섰다.

이에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살펴봤지만 빛덩이는 무엇이든 삼켜버릴 듯 칠흑같이 어두웠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 빛덩이에선 은밀하고 막강한 파동이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빛덩이에서 상고의 용의 울음소리와 또 다른 알 수 없는 존재의 울음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목진은 저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고 울음소리에서 미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 정체가 궁금하여 손을 뻗었지만 준신급 영결보다 상대하기 더 어려운 존재라는 느낌이 들어 다시 손을 거두었다.

이때 어두운 보라색 빛줄기가 흘러나오더니 검은색 빛덩이를 비췄다. 목진은 기해 속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조용히 움직이더니, 신비롭고 어두운 보라색 빛이 돌기 시작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보라색 빛을 받은 검은색 빛덩이는 점차 사라졌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이 목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물건은 바로 검은색 족자였는데 겉에는 오래된 영수의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그 속에서 빛이 스며 나왔는데 빛들이 한곳에 뭉쳐 족자 주위에 몇 마리 영수의 그림자를 만들었고 상고 영수들의 울음소리는 더없이 신비로웠다.

목진은 족자의 힘에 놀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뻗었는데 검은색 족자는 천천히 목진한테 다가오더니 그 손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족자가 손에 닿는 순간, 그 속의 정보가 목진의 머리에 들어왔다.

사신성숙경, 사방의 성숙의 영으로 만든 막강한 신결로 사방 성숙의 영을 소환할 수 있는데 네 명의 신이 모이면 천지를 뒤흔드는 막강한 힘을 부릴 수 있다.

짤막한 소개로도 예사롭지 않은 영결임을 알 수 있었는데 더 놀라운 건 사신성숙경은 등급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진은 이 영결이 적어도 신급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봤던 준신급 영결보다 훨씬 좋은 물건임이 분명했다.

“사신성숙경은 신비로운 검은 종이와 연관이 있나 보네.”

목진은 검은색 족자를 들고 중얼거렸다. 자기 능력으로는 절대 이곳에 올 수 없는지라 이는 분명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영결을 소환하였고 그 위치를 감지하고 목진을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족자를 든 목진은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영결전에서 고급 영결을 찾아낸다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반드시 영결 수호자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촉천 장로의 말대로라면 영결의 등급이 높을수록 그 수호자의 실력도 좋으니 이 정도 영결이라면 목진도 맞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목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정한 듯 눈앞에 있는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앞에 다가온 기회를 절대 차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목진은 검은색 족자를 꽉 쥐었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을 만큼 강력한 검은빛이 목진의 몸을 감싸 안았고 족자와 목진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 * *

촉천 장로는 백발노인과 함께 영결전의 어딘가에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고 그곳에는 십수 명의 수련자들이 눈을 꼭 감고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들 중 신급 영결을 획득하는 아이가 있을까? 여태껏 신생 시기에 신급 영결을 얻은 사람은 심창생과 이현통 둘 뿐이었네.”

촉천 장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백발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역시 영결전에 따라야 할 테지. 그자가 기분이 안 좋아 수호자의 실력을 향상하면 자연스레 어려워지는 법…… 그런데 이번 신생 중 괜찮은 아이가 몇 명 있던데 준신급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이네.”

이에 백발노인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려는 찰나 대전에 갑자기 잔잔한 파동이 일더니 인간이 아닌 무언가의 의지가 느껴졌다.

“누군가 핵심 지역에 있는 영결을 접했네.”

순간 촉천 장로와 백발노인은 사색이 되어 수중의 바둑알을 떨어뜨렸고, 바둑판마저 스며져 나온 영력의 힘에 못 이겨 산산조각이 났다.

“핵심 지역의 영결이라니?!”

촉천 장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백발노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그곳은 화천경도 들어갈 수 없는데 누가 그곳에 있는 영결을 접했을까? 그리고 그곳의 영결은 신생들한테 풀어주지 않게 돼 있는데 당신이 어쩌다 사람을 들여보낸 건가?”

“그 영결이 스스로 뛰쳐나간 걸세.”

스며 나온 의지가 말했다.

“뭐?”

촉천 장로와 백발노인은 흠칫 놀랐다. 영결이 스스로 뛰쳐나가다니, 이런 일은 이들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한편, 대전에서 수련하던 사람들도 서서히 눈을 떴고 소식을 들은 이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들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무슨 영결인가?”

촉천 장로가 엄숙하게 물었다. 핵심 지역의 영결은 북창령원에서 정말 아끼는 보물이라 학생들한테는 쉽게 내주지 않았다.

“사신성숙경일세.”

촉천 장로와 백발노인은 흠칫 놀라 손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아직 아무도 수련에 성공한 적 없는 영결 말인가?”

“그러네.”

북창령원에서 언제 이런 영결을 얻었는지도 모르지만, 여태껏 이 영결을 수련해 성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북창령원의 원장이 직접 나서봤지만 역시나 수련에 실패했다. 원장은 상고의 신전에서 온 놀라운 영결로 혼자서는 이 영결을 수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가?”

촉천 장로가 다시 물었다.

이때, 대전의 공기가 일렁이면서 서서히 빛이 모이더니 준수한 청년의 모습이 나타났다.

촉천 장로는 다시금 놀라 중얼거렸다.

“목진? 역시 특별한 친구일세. 구유작의 정백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신성숙경이 스스로…….”

촉천 장로는 목진을 보며 참 재미있는 녀석이라 생각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