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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42화 (141/1,000)

142화. 6급 취영진

촉천 장로가 옷깃을 휘두르더니 목진의 위에 네 갈래의 빛이 반짝이었고 낙리, 양홍 등이 나타났다.

엄청난 영력을 휘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호자와 한바탕 싸웠고 안색으로 봐서 전부 승리를 거둔 것이 분명했다. 네 사람은 남루한 차림에 안색이 창백한 목진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어떻게 된 일이야?”

목진은 그날 양홍과 싸울 때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였는지 낙리는 달려와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반면, 목진의 꼴을 본 양홍은 기분이 좋은지 피식 웃었다.

“이 녀석은 신급 영결을 만났는데 화천경 실력의 수호자와 싸우다 이렇게 되었단다.”

촉천 장로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화천경의 수호자?”

이에 나머지 넷은 화들짝 놀랐다. 다들 준신급의 영결을 획득하여 해당 수호자도 기껏해야 융천경 중기의 실력자였는데 목진은 무려 화천경의 수호자를 만났다는 말에 그 영결의 등급이 매우 궁금해졌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야지.”

양홍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그렇게 엄청난 것에 덤벼?”

이에 목진은 양홍을 힐끗 보더니 무시하고 방긋 웃으며 낙리를 바라봤다.

“인연이 닿은 김에 한 번 도전해본 거야.”

낙리는 목진이 빈손으로 돌아왔을 거란 생각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이 실패했다고 누가 그러더냐?”

촉천 장로의 말에 다들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의 실력으로 화천경의 수호자를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꼼수를 조금 부렸지만 성공은 했단다. 역시 비범한 녀석이야.”

촉천 장로는 목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장로의 말에 목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양홍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면서 말했다.

“네 생각대로 되지 않아 참 미안해.”

양홍은 순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준신급 영결을 획득한 희열은 바로 사라졌다. 그는 이것으로 다시 목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도대체 무슨 꼼수를 부렸기에 무려 화천경의 실력자를 쓰러트렸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했다.

대체 자신은 언제 목진을 따라잡을 수 있단 말인가?

영결전 밖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목진, 낙리 등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렇게 이들은 영결전 탐험을 마쳤다.

안색이 어두운 양홍은 목진을 묵묵히 바라보더니 자리를 떴다. 그는 아직도 목진이 화천경 실력의 수호자를 이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목진은 양홍을 힐끗 쳐다보더니 바로 눈길을 거뒀고, 목규와 빙청은 목진이 얻은 영결이 너무 궁금하였으나 감히 묻지는 못하고 아쉬움 가득한 채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이젠 어디 가?”

“북창령원의 고급 영진을 구경하러 갈 거야.”

목진은 영결을 수중에 넣었으니 당장 수련하러 가고 싶었다. 이현통과 상대할 자격이라도 갖추려면 두 달 사이에 신백경을 돌파하고 영력 융합까지 완성해야 하니 시간이 촉박했다.

“만약 이현통 때문이라면 그럴 필요 없어.”

낙리는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이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이토록 수련에 집중하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목진은 이렇게 자신을 위해주는 낙리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왜 그렇게 봐?”

낙리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목진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진이 부드러운 낙리의 손을 잡자 낙리는 부끄러웠는지 주위를 살피며 빼내려고 했다.

“이현통 때문만이 아니야.”

목진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네가 무엇을 감당하고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때 영로에서 말했었지. 내 뒤에 서서 나를 지켜주겠다고. 그럼 너는 누가 지켜?”

낙리는 멍하니 목진을 바라봤다.

“내가 아직은 자격이 없겠지만 언젠가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거라 믿어. 그때 가서 나는 꼭 너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이고 지금도 그날이 하루빨리 올수 있도록 노력 중이야.”

목진은 의지가 아주 확고했다. 자신을 보호해주겠다는 여인의 앞에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낙리는 목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함께 갈래?”

목진의 질문에 낙리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난 일단 신생 구역에 있을게. 네가 신백방 1등이 되었는데 또 지난번처럼 누군가 찾아오면 나라도 있어야지.”

지난번엔 비록 목진이 나서 맥륜을 쫓아내긴 했지만 그사이에 퍼진 소문은 듣기 좋지 않았다. 이에 낙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령아를 전혀 몰라 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낙리가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자신이 수련을 마치고 나와서 수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난 먼저 갈게.”

목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북창령원 내부로 향했다.

한편, 낙리는 멀어져가는 목진을 흐뭇하게 한참 바라보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고 떠났다.

* * *

목진은 두리번거리며 북창령원 내부로 향했고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좋았다. 노참이 대부분인지라 그 실력은 신생보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목진은 강대한 영력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거긴 취영진 방향이었다.

이에 목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른쪽 깊숙이 들어갔다. 그쪽에는 6급 취영진이 있었는데, 그도 6급 취영진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수련하면 밖에서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볼 것 같았다.

6급 영진에서 하루 수련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했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1각 정도 지나 목진은 점차 속도를 늦췄다. 눈 앞에 펼쳐진 하늘이 심하게 일그러졌는데 꼭 거대한 광문을 형성한 것 같았고, 그 광문 뒤에는 굉장한 영기가 흘렀다.

수많은 이들이 광문을 통과하고 있었고 그들도 목진처럼 이곳에 수련하러 온 학생들이었다.

목진은 숨을 고르고선 바로 6급 취영진에 뛰어들었다.

이때, 놀라운 영기가 목진을 감쌌고 순간 산을 등에 업은 듯 몸이 무거워졌다.

목진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영기에 맞서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화들짝 놀랐다.

6급 취영진은 생각보다 방대했고 평원, 계곡, 산천 등으로 돼 있어 마치 무릉도원 같았다.

그리고 이곳 하늘에는 잔잔하게 안개가 꼈는데 이는 천지의 영기가 모여 형성된 것으로 그 구역의 영기가 일정한 농도를 만족시킬 때만 형성되는 것이었다.

“역시 6급 취영진이야.”

목진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이에 비하면 신생 구역의 영기는 너무 보잘것없었다.

목진은 자연스레 수중의 영치패를 확인했는데 사천 영치나 깎여 있었다. 이곳에서 하루 수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었다.

목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영치패를 거뒀다. 신생 대회에서 영치를 확보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좋은 곳에서 수련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영력을 융합하는데 외부적인 조건이 필요해?”

목진은 주위를 살피더니 기해에 있는 구유작에게 물었다.

“최대한 영력이 자욱한 곳을 찾거라. 만약 아주 깊은 호수가 있다면 더 좋단다.”

“아주 깊은 호수라…….”

목진은 구유작의 답이 의문스럽긴 했으나 따지지 않고 취영진 깊숙이 들어갔다. 취영진 중심과 가까워질수록 영력이 더 자욱했기 때문이었다.

목진은 속도를 늦춰 천천히 가면서 주위의 공기를 느꼈는데 숨을 쉴 때마다 영력이 몸에 들어와 정신이 번쩍 들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엔 강이며 산이 수두룩했는데 대부분 수련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6급 취영진에서 수련하려면 많은 영치가 필요했지만 다들 수련의 효과 때문에라도 절대 포기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1각 정도 날아가 목진은 드디어 허공에 멈췄다. 바로 아래에 거대한 두 산이 부딪쳐 이룬 커다란 호수가 있었는데 물은 더없이 맑았지만 깊이는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호수 위에 영기를 머금은 안개가 그윽했는데 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전혀 미동이 없었다.

목진은 만족스럽게 수면 위에 내렸다. 발이 닿자마자 수면에 잔잔하게 물결이 일었고 이곳 영기가 너무 그윽하여 몸이 무거워졌다.

목진은 천천히 주위를 살폈는데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에도 수련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바깥쪽보다 조용해 수련에 방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다음은 어떻게 하지?”

목진은 다시 한번 물었다.

“호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수련하거라.”

구유작의 답변에 목진은 흠칫 놀랐다.

“호수 깊이 들어가라고?”

이에 구유작은 목진의 기해에서 흑염이 불타오르는 날개를 우아하게 퍼덕이며 말했다.

“영력을 융합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라 외력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것을 수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의 호수는 영기를 머금어 수압도 일반 호수보다 더 센지라 네가 호수 깊숙이 들어가 영력을 끌어올려 구유화와 회합하면 수압이 융합을 도울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말로만 들으면 쉬워 보이겠지만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주 작은 실수로도 몸과 경맥이 상하여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우리가 혈맥을 연결했지만 구유화는 아직 네 소유가 아니라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도 실패할 수 있다. 그럼, 준비되었느냐?”

목진은 숨을 고르더니 전혀 주춤하지 않고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당장 시작하지!”

목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호수에 몸을 던져 물고기처럼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목진은 자기 몸을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호숫물을 뒤로하고 더 깊숙한 곳을 향했고, 깊어질수록 자신을 억누르는 힘이 더 강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1각 정도 후, 목진은 드디어 멈춰 섰는데 주위의 수압에 몸이 아팠다.

이곳엔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수면에서 수천 척이나 떨어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구유작의 말대로 이곳엔 영력이 담겨있어 수압이 유독 센지라 목진의 실력으로도 압박감이 만만치 않았으니 이곳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묵묵히 앉아 숨을 고르며 눈을 감고 기해에 들어갔다.

“이제 시작할까?”

목진은 만다라 꽃에 기대어있는 구유작에게 물었다.

이에 구유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날개를 퍼덕였고 이내 흑염이 들끓기 시작했다.

“네가 준비를 마치는 대로 시작하자꾸나. 단, 견디지 못할 것 같으면 바로 포기하거라.”

목진은 정색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지!”

이에 구유작이 바로 날개를 퍼덕이자 들끓는 흑염이 목진의 신백과 그것이 앉아있는 영력 광륜을 향해 돌진했다.

목진은 신중하게 결인했고 웅장하고 어두운 영력이 폭발하여 영력 광륜을 보호하였다.

이때, 흑염이 닿아 목진의 신백과 영력 광륜을 감쌌는데 목진은 흑염과 닿은 자신의 어두운 영력이 빠르게 증발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목진은 여태껏 구유작의 힘을 빌려 구유화를 다루며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지금은 구유화를 조종하는 힘을 잃었으니 쥐고 있던 예리한 검이 자신을 향해 겨눈 셈이 되었다.

이렇게 영력이 끊임없이 사라지다가 목진의 기합 소리와 함께 영력 광륜에서 강렬한 빛을 발산하였고, 엄청난 영력을 내뿜더니 활활 타오르는 흑염을 지나 기해를 뚫고 나와 경맥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기해를 뚫고 나온 영력은 전부 흑염을 머금고 있었는데, 이들이 목진의 경맥에 나타나자 높은 온도에 목진의 경맥에 경련이 일어났고, 엄청난 고통을 동반하여 목진의 몸도 어느덧 파르르 떨렸다.

목진은 가슴을 파고드는 고통을 겨우 참으며 영력을 부단히 끌어올렸다. 그러나 흑염 때문에 영력은 더없이 취약해졌다.

목진의 몸속은 아주 떠들썩했는데 영력이 몸을 반 바퀴쯤 돌면 구유화 때문에 전부 증발했다.

한편, 영력을 움직이며 외부의 압력을 빌어 구유화와 영력을 융합하는 것은 엄청난 소모였다. 영력이 일단 바닥나면 융합은 자연스레 실패로 끝나는 것이다.

하여 목진은 지금 몸을 재창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일반 영력을 구유화를 융합한 정련된 영력으로 전부 바꾸는 중이었다.

목진이 부단히 끌어올린 영력이 만약 구유화에 의하여 전부 증발하여 없어져 다시 영력 광륜에 돌아오지 못하면 실패나 마찬가지였고 증발한 영력은 헛되이 소모된 것이었다.

다행히 목진은 무덤덤한 편인지라 영력 융합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일정한 적응 단계가 지나야지 영력도 구유화의 연소에 견딜 것이고 융합도 가능했다.

이렇게 목진 체내의 영력은 완전히 증발했고, 체내의 영력 광륜은 점차 어두워졌다.

목진은 몸을 찌르는 엄청난 아픔을 참으며 융합을 잠시 멈추고 대부도결로 호수가 머금은 영력을 흡수하였다.

그러다 체내의 영력을 채웠을 때 다시 영력 융합을 진행했다.

이는 더없이 힘든 수련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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