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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43화 (142/1,000)

143화. 소령아

이렇게 첫날 수련을 마쳤을 때, 목진의 체내의 영력은 드디어 구유화의 연소를 버텨냈다. 다만, 아직 영력 광륜까지 돌아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목진은 한 발 나아갔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매일 조금만 휴식하며 수련하였는데 부단히 노력한 끝에 넷째 날에는 드디어 첫 영력이 구유화와 엄청난 압력을 견디고 기해에 돌아왔다.

비록 기해를 떠날 때보다 10배도 넘게 취약해졌고 심지어 미세하게 느껴졌지만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목진은 정말 기뻤다.

목진은 흥분된 마음으로 새로 태어난 영력을 지켜봤는데 전보다 더 그윽하고 더 어두웠다. 마치 밤하늘의 가장 깊은 곳의 색깔 같았다. 또한, 그 영력에서 미세하게나마 흑염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바로 구유화였다.

이에 목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두운 영력에서 흑염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거기에서 그 어떠한 위험도 감지하지 못했다. 이는 온전히 목진의 구유화로 구유작마저도 조종할 수 없었다.

비록 영력은 아주 미세하였지만 불타오르는 흑염을 머금은 영력은 전보다 훨씬 강력하였고 상대방에 주는 타격도 더 컸다.

“영력을 아직 한 줄기밖에 융합하지 못했다. 완전히 성공하기까지 아직 멀었단 뜻이지.”

목진이 흥분하자 구유작은 바로 귀띔해줬다.

“나도 알아.”

목진은 방긋 웃더니 이내 진정하고 융합을 마친 영력을 영력 광륜에 넣었는데 신백의 눈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 뒤로 수련은 훨씬 수월해졌지만, 살을 파고드는 아픔은 전혀 가시지 않아 목진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이틀 사이, 구유화를 융합한 영력은 목진의 체내에 점차 쌓였다.

비록 완전한 성공과는 거리가 있지만 목진은 수련을 계속했다. 영력을 전부 소모하면 대부도결을 소환하여 주위의 영력을 끌어모았다. 목진의 주위에서는 흑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였고 주변의 물이 순간 증발하면서 주변이 진공 상태가 되었다.

호숫물은 끊임없이 몰려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뤘고 목진은 그 중심에 앉아 호숫물 속에 담긴 영력을 전부 흡수했다.

이에 호수 전체가 흔들렸고 주위에서 수압을 이용하여 수련하던 학생들은 화들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가다 거기서 수련 중인 목진을 발견했다.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군데 이리 소란을 피우는 거야!”

“기껏해야 신백경 후기인데 어찌…….”

“대단한 녀석이야.”

* * *

주위에 몰려둔 사람들이 계속 수군댔으나 아무도 목진의 수련을 방해하지 않았다. 신백경 후기밖에 안 되는 녀석한테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목진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들 서서히 자리를 떴다.

목진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해치려는 것은 아닌 듯하여 다시 집중해서 몸속의 영력을 보충했다.

잠시 후, 영력이 충분해지자 목진은 다시금 숨을 고르고 영력 융합을 진행하였다. 이번에는 융합에 성공할 것 같았다.

“다시 시작하자!”

목진은 흥분한 마음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영력 광륜이 다시 나타났다.

웅웅.

목진의 기해가 미세하게 들끓었다. 흑염이 영력 광륜을 감싸 안았고 목진의 신백은 그 위에 앉아 결인하여 돌아온 강화를 마친 영력을 전부 흡수하였다.

이와 동시에 신백의 눈동자는 점차 어두워졌고 그 사이로 흑염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목진의 영력의 파동은 전과 거의 비슷했지만 제대로 힘을 겨룰 때 폭발하는 실력은 분명 전보다 좋아진 것 같았다.

“곧 성공할 것 같아!”

고요한 호수처럼 잠잠했던 목진의 마음에 서서히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영력이 몸에 꽉 찬 느낌이 점차 선명해졌다.

이때, 또 한 갈래의 구유화와 융합한 영력이 돌아와 흑염을 뚫고 목진의 신백에 스며들어 갔다. 목진은 격렬하게 몸을 떨며 매우 강력한 영력을 흑염과 함께 방출하였고 신백은 순간 흑염에 둘러싸였다.

이것이 곧 목진의 구유화였다.

“지금의 넌 체내의 영력을 전부 융합한 뒤에 영력으로 바꿨으나 아직은 성공한 것이 아니란다.”

구유작이 무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구유화를 불씨로 정련하여 부단히 영력으로 단련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새로운 영력이 몸속에 들어와도 불씨가 그 영력을 구유화와 융합할 것이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움직였다. 신백이 결인하여 주위를 감쌌던 흑염을 계속하여 압축하였다.

이렇게 무질서했던 흑염은 서서히 한곳에 모였고, 불씨를 형성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목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구유화를 정련하였다.

어느덧 닷새가 지나 무질서했던 흑염은 짙은 색깔에 손바닥만 한 크기로 되었고 미세한 흑염이 흘러나왔다.

불씨가 완성되었다.

* * *

목진은 수련에 집중하느라 누군가 목진을 찾으러 6급 취영진에 오고 있는 것도 몰랐다. 바로 그날 신백방에서 이름이 지워진 소령아였다.

소령아는 신생 구역에 목진을 찾으러 갔다가 목진 대신 낙리를 만나 한바탕 싸웠다. 그러나 곧 낙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오히려 자신보다 강하고 얼굴도 예쁜 낙리에게 관심이 생겼다.

소령아는 오만한 사람이지만 맥륜처럼 신생을 괴롭히는 망나니는 아니었다.

소령아는 목진이 신생 구역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선 이곳저곳 수소문 끝에 6급 영진에서 수련한다는 소식을 듣고 취영진으로 향했다.

소령아는 자존심이 강하여 사정없이 자신의 이름을 신백방에서 지운 목진이 용서되지 않았다. 여태껏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남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령아는 반드시 목진과의 싸움에서 이겨 분풀이하고 싶었다.

그러나 취영진은 매우 컸고 그곳에서 목진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북창령원의 유명한 미인인 소령아가 언니를 내세우며 도움을 청하자 도와주려는 남학생들이 줄을 섰다.

이렇게 다들 목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소령아의 명성 때문에 그저 참는 수밖에 없었다.

* * *

6급 취영진의 산봉우리에 사람들이 수두룩하였는데 가장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노란색 치마를 입은 예쁜 소녀였다. 머리를 높게 묶은 그녀는 새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오뚝한 코를 가진 미녀였다.

그녀가 이를 갈며 며칠 동안 목진을 찾아다닌 일로 몇몇은 불만이 자자했지만, 소령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러나 몰래 숨어 뒷담화를 하는 것엔 화가 났고 이를 전부 목진의 탓으로 돌렸다.

“이 녀석은 꼭 이러더라. 왜 일을 저지르고 숨는 거야! 낙리는 왜 이런 남자를 좋아할까?”

소령아는 치를 떨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가 곧 그 녀석을 찾아낼 거야. 그때 가서 네가 움직이지 않아도 우리가 알아서 처리해줄게.”

소령아 뒤에서 청년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목진이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말투였다.

“목진은 이번 기수의 신생 중 1위라더군. 그날, 신생 대회에서 융천경 중기에 이른 양홍도 처참하게 패배했다던데, 그보다 실력이 조금밖에 낫지 않은 우리가 그 녀석을 이기려면 어렵지 않을까?”

그때 다른 청년이 진중하게 말했다.

“진수, 너 설마 신생 따위를 두려워하는 거야?”

첫 번째 청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제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노참인 우리 머리 위에 기어오를 수 있을까? 그러려면 북창령원에서 적어도 한 해는 수련해야 할걸?”

“그만해. 목진을 찾으면 내가 직접 그와 싸울 거야.”

소령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녀는 목진과 원한 관계가 깊지 않았기에 한판 승부로 끝내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신생 따위에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때, 먼 곳에서 누군가 그들을 항해 달려왔다.

“목진을 찾았어!”

“그래?”

소령아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당장 가서 숨어있는 목진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얼른 앞장서.”

이렇게 소령아 등은 빠르게 목진이 있는 곳을 향했고 드디어 두 산 사이에 생긴 거대한 호수 위에 도착했다.

“령아 아가씨, 목진이 이 호수 속에서 수련하고 있는 것을 내가 봤어요.”

소령아 등이 나타나자 호숫가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이곳에서 수련하다 목진 때문에 시끄러워 다른 곳을 찾아 떠난 사람이었다.

“고맙네.”

이에 소령아는 영치패를 꺼내 손을 튕겼고 한 갈래의 빛이 흘러나오더니 상대방의 영치패에 오천 영치가 더해졌다.

오천 영치면 이곳에서 하루는 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상대방은 흐뭇하게 웃었다.

소령아는 상대방을 떠나보내고 호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호수에 숨어있는 거야?”

“령아야, 내가 그 녀석을 끄집어내서 너한테 사과하도록 할게.”

옆에 서 있던 백의 청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직접 할게.”

소령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사과 따위가 아니라 그저 목진을 꺾어 언니에게 자기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호수에 뛰어들었고 이와 동시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목진, 얼른 나와!”

소령아의 영력이 깃든 목소리가 주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에 수련 중이었던 학생들이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여 호숫가에 모였다. 북창령원의 명인인 소령아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였다.

“목진을 찾아 다녔던 거구나.”

“신생 중 1위를 차지했고 신백방 1위까지 한 목진 말이야?”

“그 밖에 또 누가 있을까? 소령아 아가씨를 건드리다니, 참 눈에 뵈는 게 없군.”

“소령아는 곧 융천경 후기에 이르는 거로 아는데 목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녀까지는 이기지 못하겠지?”

* * *

주위는 순간 떠들썩해졌다. 다들 수련에 지쳐 있었는데 마침 좋은 볼거리가 생겨 기분이 좋았다.

한편, 호수 깊은 곳에서 수련 중이던 목진도 소령아의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그 속에선 흑염이 들끓었다. 이에 주변의 호숫물이 순식간에 증발하였다.

목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인지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령아가 허공에서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결코 나타나지 않는 목진을 속으로 비웃었다.

“이번 신생 1위가 이렇게 겁쟁이일 줄은 몰랐군.”

소령아 뒤에 서 있던 백의 청년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령아야, 내가 당장 가서 그 녀석을 데려올게.”

소령아가 말리지 않자 백의 청년은 흐뭇하게 웃더니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호수로 향했다.

그는 호수 깊숙이 들어가 숨은 목진을 끄집어낼 계획이었다.

백의 청년이 엄청난 속도로 호수로 진입하자 수면은 압력에 못 이겨 거대한 홈이 파였다. 이때, 호수 깊은 곳에서 물기둥이 우뚝 솟아올랐는데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용이 엄청난 영력으로 공격하자 백의 청년은 힘에 못 이겨 온몸이 젖은 채 멀리 튕겨나갔다.

잠시 후, 간신히 진정한 백의 청년은 안색이 어두워져 호수 중심을 노려봤다. 호수는 갑자기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더니 물기둥이 솟아올랐고 그 위로 늘씬한 몸매에 훤칠한 생김새를 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 소년은 다름 아닌 목진이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령아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내 수련을 방해하는 거야?”

“네가 목진이야?”

소령아는 눈앞에 나타난 목진을 쓰윽 훑어보며 말했다.

“난 소령아라고 해. 내가 왜 찾아왔는지는 잘 알지?”

소령아의 말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져 물었다.

“북창령원의 선배들은 다들 이렇게 속이 좁습니까? 순위권에서 밀려나면 이렇게들 찾아오고 말입니다. 신인한테 밀려났다고 그럴 일인가요?”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 소령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난해에 자신이 남긴 기록을 깬 것으로 목진이 너무 우쭐거린다고 생각했다.

“난 절대 신백방에서 이름이 지워져서 찾아온 것이 아니야.”

소령아는 이를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

“난 그저 이번 신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확인하러 온 것뿐인데 지금 보니 별 볼 일 없구나.”

“난 내가 특별하다고 한 적이 없네요.”

목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확인하셨으니 이제 돌아가시죠, 선배. 수련 중인지라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이 끝난 목진이 바로 호수에 뛰어들려 하는 걸 보니 소령아와 엮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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