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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44화 (143/1,000)

144화. 수법

목진처럼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자는 처음이라 소령아는 어리둥절하면서 한편으로 화가 났다.

“령아가 가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감히 떠나? 거기 서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물기둥에 튕겨나 낭패를 봤던 백의 청년이 갑자기 목진을 공격했다.

이에 엄청난 장풍에 파도가 일어 주위를 강타했다. 목진 때문에 소령아 앞에서 체면을 구겼으니 청년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으려는 듯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목진에게 백의 청년의 실력은 양홍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었다.

“신생이라고 당하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요.”

목진은 피식 웃으면서 어두운 영력을 끌어올렸다. 영력에서는 흑염이 활활 타올랐고 순간 발아래의 호숫물이 들끓었다.

목진은 주먹을 꽉 쥐고 어두운 영력을 모아 상대방을 향해 휘둘렀는데, 이는 활활 타오르는 흑염을 품은 성난 사자와 같았다.

엄청난 영력의 파동과 함께 두 사람의 권풍과 장풍이 만나 호수가 반으로 갈라졌는데 백의 청년은 자신의 영력이 끊임없이 소멸되는 것을 느껴 순간 사색이 되었다.

“저 녀석의 영력이 수상해!”

백의 청년은 화들짝 놀라 목진을 바라봤는데 어두운 영력에 흑염이 깃들어있었고 자신의 영력이 닿으면 대부분 태워 없어졌다.

목진은 흑염이 깃든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다시 공격했고 백의 청년의 공격은 순간 무산되었다. 목진은 상대방을 전혀 봐줄 마음이 없었으니 바로 뒷걸음질 치는 백의 청년한테 다가가 주먹으로 가슴을 후려쳤다.

이에 백의 청년은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고, 입었던 옷은 충격에 못 이겨 갈기갈기 찢어졌다.

주위는 순간 떠들썩해졌다. 백의 청년은 비록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실력은 절대 양홍에 뒤치지 않았는데 목진한테 이토록 처참하게 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백의 청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입가의 피를 닦더니 난폭한 영력을 끌어올리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유통(劉通)!”

이때 소령아가 입을 열었다.

“내 일에 더는 끼어들지 마!”

백의 청년은 그제야 영력을 거두었는데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변치 않았다. 아까는 목진의 기괴한 영력에 대해 몰라서 당했지만 다시 힘을 겨루면 절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목진은 백의 청년을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소령아에게 눈길을 돌렸다.

“도대체 왜 찾아오신 겁니까? 일부러 나에게 적을 만들어 주려고 온 겁니까?”

소령아 때문에 애초에 원한 관계도 없는 유통과 이 지경이 되니 목진은 조금 언짢았다. 목진의 물음에 소령아는 화를 참으며 답했다.

“난 절대 그렇게 비열한 짓을 안 해. 또한, 신백방 1위를 네가 하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체면을 되찾을 권리 정도는 있다고 생각해. 하여 내 체면을 구긴 널 찾아왔어.”

소령아는 이런 푸대접은 거의 처음이라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으나 가까스로 숨을 고르며 화를 다스렸다.

“제가 진 걸로 할게요.”

목진은 소령아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아 호수에 뛰어들려 하였다. 지금이 영력 융합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허비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너!”

소령아는 더 말해봐야 소용이 없을 걸 알아 붉은색 영력을 끌어올리더니 목진을 공격했다.

목진은 이에 맞서 네 갈래의 삼라사인을 방출하였는데 또 한 번의 엄청난 영력 파동과 함께 천 척도 넘는 파도가 일더니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목진은 유통과 싸울 때보다 더 신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령아가 오만하긴 해도 실력이 유통보다 훨씬 좋았다.

“이번 신생 1위가 이렇게 꾸물댈 줄 몰랐어. 어떻게 여인과 맞설 용기조차 없을까?”

소령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오늘 꼭 나와 싸워야 할 거야.”

소령아는 말이 끝나자마자 붉은색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이 정도면 융천경 후기에 이르는 실력이었다. 그녀의 영력은 한 줄기의 붉은빛이 되어 목진을 향하였고 웅장한 영력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목진을 공격했다.

목진은 숨을 고르고 흑염이 깃든 눈으로 소령아를 바라보더니 기합 소리와 함께 장풍을 쐈다.

이렇게 검은색 영력은 목진의 체내에서 모조리 흘러나왔는데 폭우는 바닥에 닿기도 전에 검은색 영력 때문에 순간 증발하였고 두 갈래의 놀라운 영력이 힘차게 부딪쳐 파도가 일더니 다시 폭우처럼 쏟아져내렸다.

사람들은 방대한 호수 위에서 폭우를 맞으며 맞선 두 사람을 바라봤고 소녀와 소년은 잔뜩 긴장한 채 상대방을 바라봤다.

북창령원에서 유명한 소령아와 신생대회에서 하루아침에 명성이 높아진 목진의 싸움이라니 여간 흥미롭지 않았다.

구경꾼들은 옛 신백방 1위와 새 신백방 1위가 겨루게 된다면 과연 누가 이길까 너무 궁금했다.

투두둑.

폭우는 호수를 삼켜버릴 기세로 맹렬히 내렸다. 수면 위엔 파문이 일었고 숲 속에 내리는 비의 청량한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호수의 중심에서 대치하고 있는 소년과 소녀의 몸속에선 굉장한 영력의 파동이 흘러나왔다. 그 위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빗방울이 그들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나갔다.

호수 주변의 하늘과 산봉우리엔 점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호기심에 찬 눈으로 관전했다.

목진은 수면 위에 서서 화가 잔뜩 나 앙칼진 고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노려보는 소령아를 바라봤다.

소령아와 같은 상대는 여간 골치가 아프지 않았다. 맥륜이었으면 최선을 다하여 혼내줬을 텐데 소령아는 그 녀석처럼 얄밉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소령아는 이를 악문 채 갑자기 목진을 공격했다. 선녀가 춤을 추듯 아름다운 몸짓에서 아주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는 오묘한 영결을 수련한 것이 틀림없었고 목진이 수련한 령영보를 뛰어넘는 엄청난 영결이었다.

목진은 다시 한번 소령아의 실력에 탄복하였다. 역시 신백방 1위를 그토록 오랜 시간 빼앗기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고 북창령원에서의 명성도 전부 친언니 덕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령아는 순식간에 목진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화염이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채찍이 수중에 나타났다. 붉은 비늘을 덮은 채찍에서 놀라운 영력이 느껴졌는데 전에 목진이 획득한 흑정보다 더 고급스러운 영기였고 적어도 중급 영기임이 분명했다.

상대방이 바로 이런 등급의 영기를 선보인 적은 처음이라 목진은 입이 파르르 떨렸다. 다만 이런 영기는 영치전에 수두룩하였고 싼 것은 몇천 영치면 구입할 수 있는 반면, 수십만 영치를 내고도 얻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런데 소령아는 절대 싼 것을 구입할 사람이 아니라 늘 무덤덤했던 목진마저도 이 채찍에 아찔했다.

소령아는 목진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어 바로 공격했고 채찍은 화룡처럼 꿈틀거리더니 수면에 천 척도 넘게 흔적을 남기며 목진한테 다가갔다.

목진은 공격을 피하려 뒤로 물러났다. 그는 곧 융천경 후기에 이르는 소령아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고 싶지 않았다.

소령아는 채찍을 매우 잘 다뤘고, 그녀가 손목을 조금 비틀자 채찍이 바로 방향을 틀어 놀라운 속도로 목진을 쫓아갔다.

채찍을 휘두르자 폭발음과 더불어 호수가 반으로 갈렸다. 채찍은 매섭게 목진을 향했는데 제아무리 피하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채찍에 어깨를 맞은 목진은 곧장 호수로 떨어졌고 호수엔 순간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관전하던 사람들은 소령아의 실력에 감탄했다. 오랫동안 신백방 1위를 차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공격에 목진은 물론이고 융천경 중기의 실력자라도 속절없이 당했을 것이다.

목진의 모습에 소령아는 콧방귀를 뀌었고 채찍을 거두며 물었다.

“언제까지 물속에 숨어있을 거야?”

소령아의 외침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평온한 수면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려 신생 1위가 이렇게 당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화풀이하려던 것뿐이지 사람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때, 수면을 뚫고 손이 솟아올라 소령아의 발을 잡고 호수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소령아가 호수속으로 사라졌다.

물에 빠진 소령아는 영력을 끌어올리며 다시 채찍을 소환하려 하였는데 긴 팔이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더니 두 손을 꽉 잡았다.

“너!”

당황한 소령아는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다. 그러나 목진은 영력을 끌어올려 호수의 더 깊숙한 곳으로 소령아를 끌고갔다.

“당장 이것 놔!”

소령아는 영력을 끌어올리며 발버둥 쳐봤지만 목진이 팔다리와 급소를 쥐고 있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또한, 그녀가 움직일수록 두 사람의 몸은 점차 밀착되었다. 소령아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움직이지 마세요!”

목진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 나쁜 놈아!”

소령아는 잔뜩 화가난 채 영력을 끌어올려 자신을 휘감은 목진의 팔을 있는 힘껏 물었다. 순간, 목진의 팔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어찌나 아픈지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만 물어요!”

목진의 말에도 소령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목진이 아파하는 모습에 더 신나서 물었다. 이에 목진은 정색하면서 소령아를 품에 안고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힘차게 때렸다.

“너 미쳤어?”

소령아는 당황스러웠는지 영력을 끌어올리는 것조차 잊은 채 보통 여인처럼 목진의 멱살을 잡지 못해 안달이 났다. 그러나 목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다시 그녀의 엉덩이를 힘차게 때렸다.

목진에게 열 대 넘게 엉덩이를 맞은 소령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제 그만 무시죠?”

목진이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목진, 이 나쁜 놈아!”

소령아는 수치심과 분노에 못 이겨 울고불고 난리쳤다.

이에 목진은 바로 소령아를 풀어주고 멀리 물러났다. 그녀가 다시 덮칠까 봐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상고의 호교를 소환한 양홍보다 실력이 좋아 목진이 융천경에 이르기 전까지 소령아를 이기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소령아는 이를 악물고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다시 채찍을 뽑아들려 하였다.

“또 시작입니까!”

그녀는 갑자기 호통치는 목진 때문에 화들짝 놀랐다.

소령아는 순간 사색이 되었다. 무서운 것 하나 없던 소녀가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다만 호수 밑이라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부끄러워 당장 죽고 싶었을 것이다.

“선배가 자처한 일입니다. 여인은 온순한 맛이 있어야지 어딜 자꾸 까불어댑니까!”

목진은 소령아가 자신에게 겁먹을 줄 몰랐는지 조금은 놀랐다. 소령아는 빨갛게 된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소령아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호수에서 나와 아무한테도 눈길을 주지 않고 곧장 취영진을 떠났다.

목진은 소령아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피범벅이 된 팔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그는 소령아와 싸웠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전혀 없었지만 손쉽게 돌려보낸 것에 만족하였다. 비록 방법이 타당치 못했지만 말이다.

“언니인 소훤한테 오늘 일을 일러바치진 않겠지?”

목진이 소령아와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어도 천방 3위인 소훤한테는 아직 상대가 안 되었다.

“최대한 빨리 실력을 융천경까지 키워야겠어!”

목진은 현재 자신의 실력이 너무 형편없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어떻게든 꼭 돌파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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