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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45화 (144/1,000)

145화. 돌파

목진은 호수 밑에 한동안 숨어있다가 사람들이 전부 흩어져서야 몰래 밖에 나왔다. 그리고 소령아가 확실히 떠난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수련할 수는 없어.”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비록 소령아를 무사히 떠나보냈지만 잔뜩 화가 났기에 다시 찾아오면 더 골치가 아플 거라 생각했다.

목진은 이미 영력 융합을 마쳐 호수에서 계속 수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니 하루빨리 융천경에 이르기 위해 더 적합한 곳을 찾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

상대의 실력이 강력해질수록 목진은 신백경으로써 한계를 느꼈고, 묘기만 없었으면 처참하게 패배했을 것이다.

오늘만 봐도 목진이 융천경이었으면 정당치않은 방법으로 소령아를 쫓아내지 않아도 되었고 맞서 싸우게 되어도 이길 거란 보장은 없지만 절대 처참하게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소령아가 방금 사용했던 중품 영기를 내세워도 목진을 꺾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 목진은 반드시 하루빨리 실력을 융천경까지 키워야 했다.

이에 목진은 바로 호수를 떠나 취영진의 더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수련에 더 적합한 조용한 곳을 찾고 싶었다.

누군가 찾아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진은 사람들 눈을 최대한 피할수 있는 인적이 드문 숲을 찾아나섰다.

한참 후, 목진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적절한 장소를 찾았다. 그곳은 여러 산속에 숨겨진 고봉이었는데 위에 무성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려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은 취영진의 중심과 아주 가까운 곳이라 영기가 유달리 진했고 하늘에 가끔 영기가 담긴 안개가 나타나면 온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목진은 고봉을 쓰윽 훑더니 가파른 절벽에 동굴을 하나 만들어 들어가 잠시 숨을 고르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융천경에 이르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목진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목진은 새하얀 기체를 내뱉으며 눈을 서서히 감았고 주위를 맴돌던 영력이 조금씩 수그러졌다.

목진은 비록 신백경 중 최상급이라 적당한 기회만 있으면 바로 돌파할 수 있는데 기회라는 것이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목진은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평온을 되찾았다. 그리고 대부도결을 소환하여 이 땅의 농후한 영기를 흡수하였다.

그러자 목진의 기해 속 영력 광륜에 점잖게 앉아있던 신백도 자그마한 두 손으로 수련의 인장을 만들었다. 융천경은 곧 천지와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육신이 아닌 신백을 뜻하였다.

하여 신백이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천지와 하나가 될 때에야 비로소 천지의 영기를 움직일 수 있었고 진정한 융천경 고수가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목진의 신백은 점차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고 의식 중 일부가 체내에서 떠돌다가 육신을 벗어나려 했지만 저항을 받았다.

다행히 목진은 성급한 사람이 아닌지라 일부러 의식이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애쓰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돌파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목진은 잘 알고있었다.

때문에 목진은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걸 선택했다.

* * *

한편 소령아는 잔뜩 화가 나 호수 중심에 있는 섬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의아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언니를 뒤로한 채 씩씩거리며 문을 박차고 방에 들어가더니 주먹으로 침대를 후려치며 뒹굴었다.

“나쁜놈! 이 나쁜 놈아!”

소령아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 엉덩이는 여전히 아파서 찌릿했고 이는 그녀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목진이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상대할지 몰랐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소령아는 지금 당장 목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누굴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에 소령아가 황급히 이불을 거두자 옆에서 환한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훤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소령아는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목진한테 엉덩이를 맞았단 말은 하지 못했다.

“목진이란 신생을 찾으러 간다더니 만나고 왔어?”

소훤이 웃으며 물었다.

“아, 아니.”

소령아는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체면을 지키기 위하여 아닌 척했다.

소훤은 목진과 싸울 생각에 한껏 신났던 동생이 오늘따라 말수가 유난히 적은 것이 수상하였다.

“왜 그래?”

소훤은 동생이 불편하게 누워있는 것이 거슬려 물었다.

이에 소령아는 바로 일어나 앉았는데 엉덩이가 침대에 닿자마자 아파서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

“아무 때나 언니가 필요하면 얘기해.”

소훤은 소령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소훤은 동생인 소령아를 아끼는 편이었다.

“알겠으니까 얼른 나가요. 내 일은 스스로 해결할 거예요. 언니가 그러라고 했잖아요.”

소훤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하는 동생을 뒤로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방에서 나갔다.

소훤이 나가자 소령아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면서 다시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뒹굴거렸다.

“목진, 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튿날, 소령아는 살기 가득한 채로 취영진으로 찾아가 호수에 뛰어 들었지만 목진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다.

“이 나쁜 놈아!”

화룡 영편(靈鞭) 외에 가격이 상당한 중급 영기까지 가져온 소령아는 허탕을 쳐 발을 동동 굴렀다. 목진을 잡아 제대로 복수해주려고 하였는데 그새 도망쳤을 줄이야.

“네가 언제까지 숨어있을 수 있나 보자!”

소령아가 이리 말하며 손을 휘두르자 호수에 엄청난 파도가 일어 주변에 있던 수련자들마저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 정체를 확인하더니 다들 감히 화를 내지 못하였다.

소령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더니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는 목진을 찾아 시원하게 복수하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을 기세였다.

한편, 목진은 동굴에서 끄떡없이 수련하고 있었고, 숨소리마저 미약해 크게 다쳐 위독한 사람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속에 숨은 뜨거운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의식이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기묘한 느낌을 찾는데 몰입하느라 외부의 움직임은 스스로 차단하였다.

이렇게 목진은 한 달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하며 신백으로 천지를 느끼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다 효과가 드디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목진은 체내에 떠돌던 의식이 어느새 육신의 구속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목진은 부단히 기묘한 느낌을 되뇌다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을 때 서서히 눈을 떴는데 칠흙 같은 눈동자에 심오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목진의 머리 위에서 은은하게 영광이 보였는데 그 속에서 손바닥만 한 신백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눈 앞에 펼쳐진 세계가 달리 보였다. 생소하던 것이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졌다.

* * *

천지가 전에는 목진한테 낯선 존재였다면 지금은 아주 미묘한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았다.

이에 목진은 뭔가 깨우치고 결인하더니 머리 위에 있는 신백도 같이 움직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지의 영기가 갑자기 미친 듯이 몰려와 조용히 앉아있는 목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목진의 영기는 폭등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산봉우리에서 갑자기 돌풍이 휘몰아치더니, 웅장한 천지의 영기가 홍수처럼 동굴에 있는 목진의 몸으로 들어갔다.

목진은 주위에 광파를 생성하였고 육신은 은은한 옥빛을 띤 것이 아주 신기하였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던 신백도 한껏 도취한 표정이었는데 천지와 하나라도 된 모양이었다.

목진은 마음이 끝없이 넓어지는 것 같았고, 육신에 구속되어있던 신백경에 비하면 융천경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경지였다.

움직일 때마다 천지에 융합되어 그 영기를 옮겨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목진의 신백에도 윤기가 돌기 시작했고, 더는 허황한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촉감이 살아있는 물체가 되었다.

자그마한 신백이 아주 놀라운 영력을 머금고 있었다.

목진은 천천히 새하얀 기체를 내뿜더니 수인을 바꿨는데, 이에 머리 위에 있던 신백이 서서히 기해로 돌아갔다.

이제 방금 융천경에 이르러 신백이 육신에서 멀어질 수 없는 목진과 달리 진정한 고수들은 육신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신백으로만 순식간에 만 리 밖도 내다볼 수 있었다.

신백이 기해에 돌아가자 목진은 몸속에서 격렬하고 기이한 움직임을 느꼈다. 대부도결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에 목진은 조금 놀랐으나 멈추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지켜봤는데 이는 봉인한 영맥 때문인 것 같았다.

목진의 실력이 좋아지면서 어머니께서 직접 봉인한 영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몸속 깊은 곳에서 신비롭고 그윽한 검은색 광점이 나타났는데 이는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신백의 손에 모였다.

신백의 손에 모였던 흑광은 점차 일그러지더니 검은색 광탑으로 변했고, 그 위에는 상고의 난해한 암금색 무늬가 은은하게 보였는데 고풍스럽고 웅장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겸손해졌다.

“이것은……”

목진은 경이로운 눈으로 신백이 손에 쥐고 있는 작은 흑탑을 바라봤는데 이는 그저 영력으로 만들어낸 허상이 아니라 영기와 비슷했지만 영기는 아니었다.

목진도 이 물건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체내에 봉인한 영맥이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이런 형태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영맥은 듣도 보고 못하였으니 말이다.

이에 목진이 심신을 움직이자 신백은 수중의 흑탑을 들어 올렸는데, 순간 흑광을 내뿜으며 상고의 종소리가 들렸고 만물을 진압할만한 파동이 느껴졌다.

목진은 흑탑을 바라보며 한참 연구했지만 전혀 알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기해에서 물러났다.

이렇게 눈을 뜬 목진이 몸을 미세하게 흔들자 위에 쌓인 먼지는 알아서 튕겨나갔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자 몸에서 순간 낭랑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진은 체내에 들끓는 웅장한 영력의 파동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고생 끝에 드디어 융천경에 이르렀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웃었다.

동굴에 서서 푸른 산림을 바라보는 목진은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더 밝아 보였고, 천지의 영기를 느끼는 감각도 훨씬 예민해졌으며, 움직일 때마다 천지의 영기를 다룰 수 있었다.

이는 신백경 때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역시 융천경이야.”

양홍과 비슷한 융천경인 상대와 싸울 때 왜 그리 애를 먹었는지 목진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융천경과 신백경은 생각보다 차이가 엄청났다.

“아버지께서는 융천경에 이르셨는지 모르겠네.”

지금 실력으로 목진은 북령경을 제패하기에 충분하였는데 이곳 북창령원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목진은 기지개를 켜고 청량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더니 바로 이곳을 떠났다. 이번 취영진에서의 수련은 한 달 반 정도 걸려 무려 약 20만 영치를 소비하였다. 다행인 건 영치패에 50만 정도의 영치를 미리 저장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수련을 마치지 못한 채 쫓겨날 수도 있었다.

짧은 한 달 반 사이에 영력 융합과 더불어 신백경을 돌파하여 융천경에 이르렀으니 영치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목진은 미소를 머금고 한참을 날아 산림을 벗어났는데 취영진을 떠나려고 방향을 튼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고 취영진의 깊숙한 곳에 보물이라도 있는 듯 눈빛이 뜨거웠다.

“뭐지?”

이에 목진은 서서히 멈춰서 사람들이 향한 곳을 지긋이 바라봤는데 그곳의 영기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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