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천영련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목진은 주먹을 꽉 쥐고 어두운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그 속에서 흑염이 조용히 들끓었다.
목진이 맥륜 따위한테 영치를 돌려주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거절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곽풍은 목진을 째려보며 차가운 말투로 말을 내뱉었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봐야 하는 거야!”
이에 목진의 눈빛도 점차 차가워졌다.
“그 자격은 당신이 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
곽풍이 앞으로 성큼 나아가더니 몸속의 억센 영력이 갑자기 폭발하였고 땅이 갈라졌는데 마치 땅속에 숨어있던 용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목진도 한 발 나아가 바닥을 힘차게 굴렀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진 발아래의 땅도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닿는 곳마다 암석이 녹아내렸다.
그러다 돌진하는 난폭한 토룡과 부딪치자 돌이 부서져 사방에 튕겼고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두 영력이 미친 듯이 서로를 헐뜯었다.
곽풍은 영력이 마주친 곳을 바라보다 흠칫 놀랐다. 자신의 영력이 신속하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곽풍의 영력이 훨씬 웅장했지만 목진의 것은 한번 뭉치면 쉽게 흩어지지 않았다.
‘역시 뭔가 믿는 구석이 있네.’
곽풍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다만 그는 융천경 후기의 실력자라 목진의 영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를 결코 쉽게 막을 수는 없다.
곽풍은 목진과 원한 관계는 딱히 없었으나 청홍회 회원인 맥륜이 도움을 청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 일을 그저 지나치면 청홍회의 명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었다.
“풍권수(風卷手)!”
곽풍은 순식간에 하늘 위로 솟아올라 장풍을 쐈다. 주위에 광풍이 휘몰아쳤고 어느덧 푸른색 광풍 거수를 형성하여 더 큰 바람을 일으켰다. 이는 공기를 반으로 가르며 산봉우리에 있는 목진한테 돌진했다.
“금강부도수!”
목진은 냉랭한 눈빛으로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금광이 휘몰아치다가 금빛 거수로 변하였고 그 중심에 있는 암흑색 탑문은 기이한 빛을 발산하였다.
두 갈래의 영력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순간 바람이 미친 듯이 불더니 난폭한 영력이 하늘 위에 퍼졌다.
그러다 두 갈래의 영력은 천천히 사라졌는데 누가 우세를 차지한다고 할 것 없이 엇비슷하였다.
“목진의 실력이 또 늘었네.”
관전하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다들 목진의 실력이 한 달 전에 양홍과 싸웠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융천경 후기의 실력자인 곽풍과 정면 승부를 하는데 이렇게 막상막하일 수는 없었다.
“저 녀석도 융천경에 이르렀구나!”
머지않은 곳에서 지켜보던 소령아도 조금은 놀랐다. 역시 목진이 곽풍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자신과 힘을 겨룰 때까지만 해도 신백경 후기였던 목진이 한 달 사이에 경지를 돌파했던 것이었다.
목진은 고개를 들고 태연하게 허공에 떠 있는 곽풍을 바라보더니 손바닥을 틀어 수십 갈래의 영인을 쏘아 올렸다. 잇따라 거대한 황금빛 영진이 모양를 갖췄고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용상금반을 이뤄 곽풍을 향했다.
“영진사?”
곽풍은 손쉽게 영진을 치는 목진을 보고 흠칫하더니 이내 콧방귀를 뀌며 용상 금반 앞에 나타나 다리를 휘둘렀는데 이에 공기마저 반으로 갈라졌다.
이렇게 곽풍의 공격이 영력을 잔뜩 머금고 용상금반을 후려치자 목진의 영진은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 이때, 아래쪽에서 붉은빛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이에 곽풍이 내려다보니 목진의 머리 위에 또 하나의 거대한 영진이 생겼고 전보다 더 놀라운 영력의 파동을 내뿜었다.
“대염마지진!”
현재의 목진은 자유자재로 영진을 칠 수 있었다. 손을 가볍게 튕기자 거대한 영진에서 붉은빛이 넘치도록 흘러나왔고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거대한 화염 악마가 한 갈래의 불기둥이 되어 곽풍을 공격하였다.
“폭풍참!”
곽풍은 기세등등한 화염 악마를 보더니 뒤로 수십 보 물러나 주먹을 꽉 쥐고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신속하게 천 척의 푸른빛 광참을 이뤄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이는 엄청난 기세로 사정없이 화염 악마의 방대한 몸을 내리쳤다.
화염 악마의 울음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기며 거대한 몸집은 반으로 잘렸다.
한편, 관전하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실력에 감탄했다.
곽풍은 화염 악마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미세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목진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었다.
“감히!”
곽풍은 피식 웃었다. 그는 영진사인 목진이 멀리 숨어들지 않고 먼저 공격해오자 너무 어처구니없었다. 자신의 융천경 후기의 실력을 하찮게 생각한다고 여겼다.
“풍룡파멸권(風龍破滅拳)!”
곽풍은 목진한테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다리를 구부리고 눈을 부릅뜬 채 주먹을 휘둘렀다.
이렇게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치는 폭풍처럼 갑자기 쏟아져 내렸고 백 척의 푸른빛 용이 곽풍의 주먹 위에 형태를 이루더니 산을 부숴버릴만한 힘을 머금고 목진을 향했다.
이에 적잖은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곽풍의 공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다.
“죽어!”
맥륜은 흥미진진하게 이 광경을 바라봤다. 곽풍의 필살기 중 하나인 풍룡파멸권은 융천경 후기까지의 모든 상대를 바로 무찌를 수 있어 목진이 절대 막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맥륜의 예상과 달리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주먹을 쥐고 어두운 영력을 끌어올려 곽풍을 향해 휘둘렀다.
그는 한순간에 네 갈래의 삼라사인을 주먹 위에 생성하였는데 이것으로 멈추지 않고 조용히 또 한 갈래의 삼라사인을 생성하고 있었다.
그렇게 목진은 모두 다섯 갈래의 삼라사인을 생성했다.
목진의 실력이 융천경에 이르면서 오랜 시간 정진하지 않았던 삼라사인이 다시금 강력해졌다.
쿵.
다섯 갈래의 삼라사인은 검은빛을 머금고 있었고 주위의 공기가 일그러지면서 매우 사나운 파동이 주위에 퍼졌다.
“가자!”
목진의 외침과 함께 다섯 갈래의 삼라사인은 검은색 혜성처럼 하늘을 가로질러 사람들의 주시하에 푸른빛 광룡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들끓는 영력의 파동이 하늘에서 퍼져 광풍을 일으켰는데 이에 산이 흔들렸고 먼지가 일어 눈뜨기가 힘들었다.
하여 일부 사람들은 두 눈에 영력을 불어넣어 두 갈래의 난폭한 영력이 부딪친 곳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어느덧 하늘에서 요동치던 영력 폭풍이 만 척이나 되는 방대한 영력 충격파를 형성하여 목진과 곽풍이 사정없이 튕겨나갔다.
목진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는데 옷깃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다. 곽풍은 확실히 엄청난 실력자란 생각에 목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무나 천방 100위 안에 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곽풍은 한 그루의 거대한 나무 위에 내려앉았는데 목진처럼 옷깃이 잔뜩 찢겨있었다. 그는 융천경 후기의 실력으로 목진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막상막하이니 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곽풍은 목진과 직접 힘을 겨뤄본 뒤에야 상대방의 실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원인도 깨달았다.
“이럴 수가......”
맥륜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으니 곽풍이 직접 나서도 목진한테 타격이 되지 않을 줄 몰랐다.
‘신생 주제에 왜 실력이 이렇게나 빨리 늘어?!’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소령아도 조금 놀란 눈치였는데 목진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곽풍과 싸워 살아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옆에 있던 서청청도 의아하여 목진을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말을 아꼈다. 목진을 하찮게 보던 눈빛만큼은 조금 사그라들었다.
“계속할까요?”
목진의 담담하게 웃으며 묻는 말에 곽풍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목진을 이기려면 전력을 다해야 비로소 가능성이 있는데 영조가 곧 나타날 상황에서 천영련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였다. 또한, 주위에 신경 쓰이는 상대가 여럿 있었는데, 지금 힘을 너무 빼면 그 사람들과 다툴 힘이 없었다.
“다음에 내가 너를 또 찾아갈 거다.”
곽풍은 웅장한 영력을 거두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에 사람들은 바로 곽풍이 목진과 싸우기를 포기했다는 것을 느꼈다. 곽풍이 목진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 조금은 꺼리는 것 같았다.
목진은 곽풍의 말 따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곽풍이 자신의 실력을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것만은 알았고, 더는 전처럼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역시 실력이란 어디서나 매우 중요했다. 만약 목진이 융천경에 이르지 못했다면 지금쯤 곽풍과 싸워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그 옆에 있던 맥륜은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으나 큰형님 앞에서 감히 뭐라 말하지도 못하였다. 또한, 지금의 목진은 자신보다 훨씬 실력이 좋아 맥륜은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맥륜은 머리에 식은땀이 가득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목진의 눈을 피하였다. 그는 이젠 감히 목진과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게 되었다.
곽풍은 목진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영조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선 하늘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지의 영기가 난폭해졌다.
이 소리에 관전하던 사람들도 그곳에 시선을 돌렸다.
영련자는 수련자에게 유혹이 남달랐으니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영치전에 팔면 적어도 20만 영치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6급 취영진에서 한 달 동안 수련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목진도 영조 쪽에 눈길을 돌렸는데 그 또한 영련자에 흥미진진해 했다. 방금 융천경에 이른 목진은 영력을 더 다져야 했고 이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이룰 수 있는 물건이 곧 영련자였다.
이때, 먼 곳 영조에서 갑자기 우레가 울 듯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고 이내 하늘이 흔들렸다.
영조가 꼭짓점까지 부풀어 올라 곧 폭발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육신을 보호하고 잔뜩 경계하며 영조를 지켜봤다. 영조가 폭발할 때의 위력은 아주 두려웠는데 일단 말려들면 적어도 중상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숨죽여 아우성치는 영조가 폭발하기만 기다렸는데 영조는 끊임없이 쌓이고 오색찬란한 빛을 발산하며 이 세상을 예쁘게 물들였다.
어느덧 한계에 달했는지 천지를 뒤흔들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고 무한한 영조가 화산처럼 폭발하더니 그 엄청난 소리에 취영진 전체가 뒤흔들렸다.
만 척도 넘는 영조가 현란한 파도를 일으켜 멀리서부터 몰려왔는데 파도가 닿는 곳의 산들은 순간 산산조각이 났고 대지가 세차게 흔들렸다.
이에 사람들은 영조에 휘말릴까 봐 가장 빠른 속도로 후진하였는데 그중에는 목진도 포함되었다. 그들은 영력 파도 속에 천영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물러나면서도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영조의 파도의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다들 전력을 다하여 뒤로 피했다.
목진은 영조를 피하려다 액체처럼 생긴 영력이 몸에 떨어졌는데 한 방울 맞을 때마다 몸이 천만 근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몇 방울 맞았는데 이 정도면 만 척도 넘는 파도에 맞는다면 어떤 끔찍한 후과를 초래할지 목진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영련자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때,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몇 사람들이 영조의 거대한 파도에 맞아 피를 토하며 튕겨났고 가슴이 움푹 파여 크게 상처를 입었다.
이에 목진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최선을 다하여 영조의 파도를 피하며 그 속을 훑었다.
그런데 이 속에서 천영련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뒤에서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는 소리에 목진은 재빨리 몸을 피했고, 뒤돌아봤더니 붉은색 채찍이었다.
바로 그 정체를 알아차린 목진은 그녀가 결국 자신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이내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을 노려보는 소녀한테 말을 건넸다.
“언제까지 나를 쫓아다닐 겁니까?”
“이 나쁜 놈, 변태 자식아!”
소령아는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목진은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른 쪽으로 떠나려 하였다.
“야!”
소령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붉은색 채찍을 휘둘러 공격했고 목진은 바로 이를 알아차리고 몸을 틀어 피했다.
이렇게 채찍은 영조의 파도를 반으로 갈랐는데 그 속에서 청록색의 빛이 서서히 흘러나오더니 매혹적인 향기와 함께 지극히 순수한 영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바로 목진이 눈이 빠지도록 찾던 천영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