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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54화 (153/1,000)

154화. 세 번의 공격

이튿날, 아침 햇살이 하늘을 밝히고 북창령원의 드넓은 땅을 비추자 사람들은 놀라운 활기를 선보였다. 수많은 이들이 바람을 가르며 한곳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바로 북창령원의 서북쪽에 있는 영투장이었다.

이곳은 학생들이 힘을 겨루고 실력을 키우라고 만든 전용 장소인데 목진과 이현통도 이곳에서 싸울 예정이었다.

그래서 영투장은 오늘따라 유달리 시끄러웠고 다들 영투장에서 가장 큰 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둘러싼 전쟁터는 크기가 수만 척 정도로 피 튀기는 싸움을 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오늘 있을 대결은 올해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 되겠군.”

이곳의 인기를 실감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당연한 소리, 천방 3위인 소훤, 4위인 학요와 5위인 서황까지 왔잖아.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할 사람은 역시 이현통 뿐이야.”

“북창령원에서 제일인 사람을 빠뜨리면 어떡해?”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심창생을 말하는 거야? 그 사람의 자리는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해. 제아무리 이현통이라도 말이야.”

“이제 북창령원에 나타나지도 않던데? 이곳은 성에도 안 찬다는 거지.”

“우리는 언제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북창령원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심창생은 이름만으로도 이들을 떨게 했다.

한편, 사람들은 앞쪽에 앉은 소령아, 소훤 자매의 미모에 수군거렸는데, 온화한 아름다움을 가진 언니와 활기찬 모습의 동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사악하게 웃으며 두 자매를 바라보는 흑발 청년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학요였다. 그는 북창령원에서 이현통 못지않게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와 가까운 곳에 앉은 이는 서황으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반면 그 옆에 앉은 서청청은 잔뜩 흥분해 목진이 낭패를 당하는 모습을 벌써 눈앞에 그리고 있었다.

이현통의 유명세에 목진과 이현통의 대결을 보러온 사람들도 실력이 무시무시했다.

이때, 먼 곳에서 한 줄기의 빛이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더니 누군가 뒷짐을 쥐고 태연하게 내려앉았다.

“이현통이다!”

주위가 순간 떠들썩해졌다. 주인공 중 한 명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소훤, 학요, 서황 등도 이현통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곳에서 이들의 주의를 끌 사람은 이현통 뿐이었다.

이현통은 주위에 잔뜩 몰려든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고 상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할 무렵, 영투장의 하늘에 드디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이 동시에 나타나더니 그중 한 명이 이현통의 반대편에 내려앉았다.

늘씬한 소년이 이현통을 보며 방긋 웃더니 느릿하게 말했다.

“이현통 선배, 목진이 왔습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주위의 분위기가 확 끓어올랐다. 사람들은 늘씬하고 훤칠한 소년이 이현통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 신기했고 결과가 어찌 됐든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후배님이 참 잘 생겼어.”

“실력까지 갖췄으면 좋을 뻔했어.”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들이 한곳에 모여 그윽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꺄르륵 웃었다.

“저 사람이 이번 신생 중 1위인 목진이야?”

목진의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목진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낱 융천경 초기인 목진이 신생 1위를 한 것은 분명 남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라 여겼다.

“왔구나.”

소령아가 꿋꿋하게 서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목진이야?”

소훤도 목진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이현통 앞에서마저 저토록 태연하다니, 기백이 남다르구나. 아마 고참들도 저렇게 태연하진 못할 거야.”

“언니, 목진은 비록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지만 실력은 좋아요. 융천경 후기와 겨뤄도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그래? 흥미롭구나.”

소훤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화천경인 이현통을 이길 수는 없어. 이현통의 절대적인 우세를 꺾기란 절대 쉽지 않을 거야.”

이에 소령아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소훤의 말에 동의하였으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엄청나 목진이 대결에서 진다고 해도 아무도 비웃지 못할 것이고, 이현통이 이긴다고 해도 결코 떳떳하진 못할 것이다.

“저자가 요즘 소문이 자자한 신생 1위, 목진이야?”

흑발의 학요가 사악하게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냥 봐서는 특별한 점 하나 없어 보이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이현통이 싸우자고 했는지 궁금하였다.

한편, 서청청은 목진이 나타나자마자 살기 가득한 눈을 한 채 이를 갈며 바라봤다. 목진이 오늘 이현통한테 호되게 당한 뒤에도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은척 할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 옆에 있는 서황은 예리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의자를 두드렸다.

그들 뒤쪽으로는 양홍, 목규와 빙청도 와있었다. 이현통이 목진한테 대결 신청한 일이 북창령원에 쫙 퍼졌으니 이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 이들 또한 두 사람의 대결이 궁금했다.

양홍은 당연히 목진이 낭패를 당하는 꼴을 보려고 왔고 목규와 빙청은 자신마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목진이 이현통과 맞서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과연 철저히 짓밟힐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지 말이다.

이렇게 다들 두 사람에게 기대에 가득 찬 눈길을 보냈는데 정작 두 사람은 무덤덤하였다.

그때 이현통이 목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거절하지 않아 다행이야. 그렇지만 용기만 높이 살게.”

“칭찬 고마워요.”

목진은 이내 웃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현통을 쏘아봤다.

“어떤 방식으로 대결할 건지 말해보시죠.”

이현통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닥을 보며 답했다.

“걱정하지 마. 너를 죽이진 않을 거야.”

이에 목진은 피식 웃었다.

“당신도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죽을 고비를 많이 넘어봐서 그 방면엔 빠삭해요. 오늘 끝까지 갈 거니까 각오하세요.”

이현통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관전하는 사람들을 쓰윽 훑다가 어딘가에 시선을 멈췄다.

사람들은 그가 시선을 멈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저 사람이 낙리야? 이현통이 저 소녀를 좋아한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미모에 분위기까지 장난 아니네. 북창령원에서 그녀와 겨룰 수 있는 여인은 아마 소훤 뿐일 거야. 두 사람이 왜 힘을 겨루는지 알겠어.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해.”

“어린 나이에 벌써 저렇게 예쁘니 누군들 쉽게 내줄 수 있을까?”

* * *

사람들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를 바라보며 감탄하다가 결국 수군대기 시작했다.

“저 소녀가 낙리야? 역시 다르구나.”

앞쪽에 있던 소훤도 고개를 돌려 낙리를 보더니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소령아도 이에 부인하지 않았고, 실력 또한 외모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말했다. 아마 실력은 목진보다 더 좋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면 진짜 실력은 절대 뽐내지 않아 아무도 그녀의 실력을 모른다고 했다.

반면, 속 좁은 서청청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낙리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미모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아 더 화가 났다.

그러나 낙리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한기 가득한 얼굴로 이현통을 째려봤다.

“나 때문에 또 화가 났군.”

이현통은 괜히 어깨를 으쓱하더니 목진한테 눈길을 돌렸다.

“우리가 실력 차이가 꽤 나는데 난 약자를 괴롭혔단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대결 방법을 바꿀게.”

이현통은 손가락 3개를 내밀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내 공격을 세 번만 받아내면 네가 이긴 거로 할게. 대신 절대 봐주진 않을 거니까 각오해. 이래도 계속할래?”

공격을 세 번만 받아내는 게 듣기에는 쉬워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았다. 보통 대결이면 괜찮았을 텐데 이렇게 약속한 이상 이현통은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이에 목진은 목숨을 잃을 위험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북창령원에서 이현통의 공격을 세 번 모두 받아낼 사람은 흔치 않았다.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은 목진의 비해 실력이나 명성 또한 훨씬 높았다.

목진은 수많은 이들의 기다림 속에서 가볍게 숨을 내뱉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어떤 방식이든 받아드린다고 했잖아요.”

“좋아.”

이현통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목진을 노려보며 속삭였다.

“내 공격을 받아내면 낙신족에 대해 알려줄게. 네가 궁금할 것 같아서 말이야.”

이현통이 전에 했던 말에 의하면 낙리가 북창령원에 올 수 있었던 건 낙신족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이는 낙리한테 유리하지 않았고 자신이 낙리와 함께 하는 것을 낙신족이 절대 허락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하여 목진은 앞으로 있을 수많은 상황에 대비하여 낙신족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공격은 세 번뿐이라 탐색전 따위는 없었고 이현통은 전력을 다할 거라 목진도 최선을 다하여 막아내야 했다.

목진은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를 힐끗 보았다. 그녀 또한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있는 것이 긴장한 듯 보였다.

“난 절대 지지 않아.”

첫 번째 난관도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닥칠 수많은 고난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하여 목진은 고개를 번쩍 들어 흑염이 들끓는 눈으로 이현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현통 선배, 이제 시작합시다.”

목진의 말에 순간 긴장한 기류가 맴돌았고 다들 숨죽여 상황을 살폈다.

이현통은 확고한 의지에 흔들림 하나 없는 소년을 보고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너무 미세하여 티가 나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뽀얗고 긴 손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이현통은 중얼거리며 천지의 영기를 한없이 끌어모았다.

그때 갑자기 주위에 돌풍이 불어왔다. 천지의 영기가 뭉쳐진 빛줄기가 이현통의 주위에 모여들더니 마치 신처럼 고귀하게 비춰주었다.

삼천지경에 이르면 천지의 영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만 화천경인 이현통 앞에서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목진은 압도적인 압박을 받았다.

그러나 목진은 아주 조용했다. 흑염을 품은 영력을 휘둘러 멀리서 보면 꼭 주위에서 들끓는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검은 영기는 이상하리만큼 뭉쳐져 외부의 압박에도 끄떡없었다.

전쟁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때 이현통이 오른손을 서서히 들자 길쭉하고 뽀얀 손이 점차 투명해졌다.

이와 동시에 영기가 미친 듯이 몰려와 점차 투명해지는 이현통의 손에 들어갔고 그 손은 점차 옥수의 빛을 발했다.

노생들은 점차 투명해지는 이현통의 손바닥을 보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고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현통이 역시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영현옥수수(靈玄玉髓手)는 이현통이 북창령원에서 이름을 날린 필살기였는데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목진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군.”

소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너무해요.”

소령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현통은 실력이 목진보다 훨씬 좋은데도 불구하고 필살기를 사용한 것이다.

“너무한 건 아니지, 이현통이 목진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해. 만약 목진을 상대로 필살기마저 사용할 마음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무시가 아닐까? 남자들은 생각보다 체면 따위를 소중히 여겨. 그래서 싸우면서 친구가 된다는 말이 있는 거야.”

이에 소령아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사람을 죽도록 때리는 것을 인정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이상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현통의 필살기에 이내 혀를 내둘렀다. 이 한방으로 대결이 끝날 거라고 여기면서도 궁금해했다.

과연 목진은 어떻게 이에 맞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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