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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55화 (154/1,000)

155화. 사신성숙경 vs 천현신결(天玄神訣)

사람들은 온몸에 흑염이 깃든 영력을 휘감은 목진에게 눈길을 돌렸는데 그 영력이 매우 특이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현통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때, 목진의 검은 눈동자에 흑염이 아른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그 순간, 반대편에 있던 이현통이 완전히 투명해진 길쭉한 손을 가볍게 휘둘렀는데 웅장한 영력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앞쪽 땅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수백 척 정도 되는 투명한 장인이 옥수 같은 맥락을 품은 것이 오묘하기 그지없었다.

장인은 놀라운 속도로 목진을 향했다. 앞을 막는 물체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공기마저 잔뜩 짓눌려 폭발 소리를 냈다.

멀리서 관전하는 사람들은 그저 대지가 빠르게 갈라지는 것 정도로만 보였는데 그 끝에 목진이 서 있었다.

이현통의 공격이 주는 엄청난 힘에 목진의 옷이 퍼덕였고 피부는 찌릿찌릿 아파 왔다.

이현통의 공격에 목진은 새하얀 기체를 내뿜더니 흑염이 들끓는 영력을 주먹에 불어넣은 채 공격에 맞섰다.

어느덧 어두운 영력이 일그러지더니 검은색 광인을 만들어 쏜살같이 날아갔다.

한 갈래, 두 갈래… 네 갈래, 다섯 갈래…….

다섯 갈래의 삼라사인이 목진의 앞에 나타나 흑염을 품은 채 놀라운 영력의 파동을 선보였다.

장외의 소령아는 다섯 갈래의 삼라사인을 보자 목진이 걱정되었다. 비록 똑같은 수법으로 6급 취영진에서 곽풍을 물리쳤지만, 이는 이현통한테는 아예 먹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목진의 주먹 위에 다시 검은 빛이 흘러나오더니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난폭한 영력을 미친 듯이 내뿜었다.

어두운 영력은 목진의 앞에 신속하게 모이더니 또 한 갈래의 검은색 광인을 형성하였다.

여섯 번째 삼라사인이었다!

지금의 목진은 동시에 여섯 갈래의 삼라사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북령원에서 얻은 범급의 영결이 목진의 손에서 진정한 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덧 여섯 번째 삼라사인이 형태를 갖추자 목진은 매서운 눈빛으로 이현통을 바라보며 주먹을 휘둘렀다.

여섯 갈래의 삼라사인은 신비로운 검은색 혜성처럼 하늘을 가르며 융천경 후기의 실력자들마저 두려워할 만큼 놀라운 영력을 머금고 투명한 장인과 정면으로 맞섰다.

두 힘이 부딪치자 수만 척 정도 되는 전장은 지진이 일어난 듯 세차게 흔들렸고 놀라운 속도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굵은 두 갈래의 균열이 매우 난폭한 영력을 품고 있었는데, 이에 이현통은 체내의 영력을 쏟아부어 그 앞에 수천 척이나 되는 방대한 영력 광벽을 형성하였다.

이렇게 균열이 영력 광벽을 사정없이 때리자 광벽은 한없이 떨리더니 끝내 부서졌고 균열이 이는 속도도 늦춰졌다. 결국은 이현통에 한없이 가까워졌을 때 끝내 멈춰 섰다.

그런데 그때, 반대편에서 더 놀라운 영력의 균열이 목진을 가격했다.

순간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목진은 바로 튕겨 나갔다.

역시 이현통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건가?

이를 지켜보던 낙리는 잔뜩 긴장하여 검은색 장검을 꽉 쥐었고 소령아도 소훤의 팔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잔뜩 긴장하여 바라봤다.

다들 목진이 과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어느덧 연기가 가시고 또렷해졌다.

지면에는 방대한 흑룡의 시신처럼 드러누운 균열이 한 갈래 나 있었고, 그 끝에는 누군가 바닥에 손을 맞대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목진이었다!

목진은 상처가 난 손을 서서히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입가의 피를 쓰윽 닦고 미소를 지으며 이현통을 바라봤다.

“그럼 두 번째 공격을 받아 볼까요?”

“받아냈어!”

목진이 일어서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이현통의 공격을 받아낼 줄은 정말 몰랐다. 비록 대가를 치렀지만 아직은 멀쩡하게 서 있으니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잔뜩 긴장하여 검은색 장검을 쥐고 있던 낙리는 그제야 조금 시름이 놓였지만,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애써 웃는 소년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주령, 엽경령 등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목진이 일단 첫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으니 지금 당장 패배를 인정해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신생이 천방 2위인 이현통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아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소령아와 그 옆에서 소년을 지켜보던 소훤도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실력이 좋네.”

소훤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자신이었다면 이현통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었으나 융천경 초기일 뿐인 목진한테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흥미롭군.”

학요도 미소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결을 관전하던 서황도 흠칫하였고 서청청은 잔뜩 화가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바퀴벌레처럼 죽지 않는 목진이 너무 얄미웠다.

그러나 목진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웃으며 물었다.

“계속할까요?”

이에 이현통도 목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실망케 하지 않아 다행이야.”

“걱정 마요. 그리고 놀라긴 아직 일러요.”

“기대되는구나.”

이현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영현옥수수로 이름을 날렸었지. 그 말은 그건 옛날얘기고 지금은 더 좋은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 그럼 이번엔 이를 대체한 것이 뭔지 알려줄게.”

그 말에 목진은 숨을 고르더니 한껏 엄숙해졌다. 체내의 영력은 극치에 달했으며 흑염을 머금은 어두운 영력은 검은 연기처럼 활활 타올랐다.

첫 번째 공격이 그 정도였으면 나머지 공격은 더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역시 천방 2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 실력은 목진이 본 사람 중 제일이었다.

그때 이현통은 천천히 눈을 감았는데 웅장한 영력의 빛이 나타나더니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이와 동시에 천지의 영기도 폭풍처럼 요동치며 이현통의 주위를 맴돌았고, 이내 우렛소리처럼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이현통은 합장하여 신기한 인법을 그렸는데 인법이 완성될 때쯤 그 주위에 모인 영기가 갑자기 폭동을 일으키더니 전부 이현통 몸에 들어갔고 그 두 손은 점차 흐릿해졌다.

“이건…….”

소훤, 학요, 서황은 흠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현신결이다.”

“천현신결?”

소령아는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는 이현통의 강력한 필살기로 말 그대로 일반 영결이 아닌 신결로 그 위력이 엄청났다.

다른 사람들은 비록 소훤 등처럼 이현통의 수를 꿰뚫지 못했지만 놀라운 영력의 폭주에 덩달아 심각해졌다.

목진도 은은하게 전해지는 공포스러운 영력의 파동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두 손을 모아 어두운 영력을 손바닥에 끌어모았다.

어느덧 난해한 상고의 인법이 완성될 무렵, 목진의 뒤쪽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방불케 하는 공간이 생겼다.

이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다들 목진이 만든 공간에서 놀라운 영력의 파동을 느껴 움찔거렸다.

목진은 역시 필살기를 숨기고 있었다!

“목진이 선보인 인법도…….”

소훤은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의 수중에서 부단히 변화하는 상고의 인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신급 영결이었어.”

“목진한테 신급 영결이 있다고요?”

소령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는데 목진은 이외에도 또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생 대회에서 5위안에 들면 영결전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곳에서 인연이 닿으면 영결을 획득할 수 있어. 신생은 보통 준신급 영결을 획득하는데 목진도 아마 그곳에서 준신급 신결을 획득했을 거야.”

소훤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영결을 수련했다고 해도 하품 신결인 이현통의 천현신결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지. 실력 차이도 엄청나고 말이야.”

그 말에 소령아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소훤의 말처럼 비록 목진한테 준신급 영결이 있다고 해도 이는 이현통의 하품 신결과 큰 차이가 있었고 두 사람의 실력 차이도 어마어마했다.

목진은 확실히 훌륭한 수련자이고 여러 가지 수법에도 능통했다. 그렇지만 천방 2위인 이현통이라고 과연 평범할까?

이현통은 허공에서 빛을 발산하다가 희미하게 보이는 두 손으로 인법을 신속하게 바꿨는데 엄청난 양의 영기가 몰려오더니 전부 이현통의 두 손에 들어갔다. 그러다 영력이 최대치에 도달했을 때 두 손은 오히려 안정을 되찾았고 빛이 사라지더니 그의 손은 원래의 색깔로 돌아왔다.

그러나 소훤 등 실력자들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이현통의 두 손에 얼마나 놀라운 힘이 깃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현통은 아래쪽을 살펴보다가 목진이 만들어낸 공간에 잠시 동공이 흔들렸는데 이내 진정하고 기다란 손으로 허공을 가볍게 찔렀다.

“천현신결, 일현지.”

이현통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늘이 요동치더니 이내 거대한 거울로 변했고 갑자기 사정없이 일그러지더니 눈부신 빛과 함께 수천 척 되는 거대한 손이 나와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목진에게 향했다.

거대한 손이 아직 바닥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바닥에는 이미 구멍이 커다랗게 났고 땅은 계속해서 갈라졌다.

무서운 광경에 사람들은 숨죽여 이를 지켜봤다.

땅이 흔들리고 인법이 계속해서 바뀌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손가락에도 목진은 끄떡없었다. 오히려 살기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호랑이처럼 울부짖었다.

이렇게 이곳은 순간 살육의 현장이 되었다.

목진은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채 어두운 영력을 부단히 뒤쪽 공간에 불어넣었다. 이에 영력이 들끓더니 수천 척 정도 되는 백호가 나타났고 살기를 내뿜으며 울부짖는 소리에 천지마저 그 위압감에 순간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사신성숙경, 백호신인!”

목진이 속으로 외치며 인법을 바꾸자 백호가 갑자기 뒤쪽 공간에서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백호의 울음소리에 넘치는 영기가 폭동을 일으키더니 살기를 내뿜으며 거대한 손가락에 맞섰다.

백호와 거대한 손가락이 부딪치자 사람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망연자실하여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서운 영력의 충격에 광풍이 일었다.

다행히 영투장에 전용 보호막이 있어 사람들은 무사했다.

그 공포스러운 충격은 반나절이 지나서야 사그라들었고 사람들은 그제야 황급히 상황을 살피고는 다시금 놀랐다.

전대에 거대한 균열이 끊임없이 생겼다.

영력의 충격으로 전대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사람들은 이내 감탄하며 전대의 가장 중심에 있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곳 바닥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구역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수백 척 정도 되는 검은색 광탑이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목진은 온데간데없어 다들 흠칫 놀랐다.

이때, 검은색 광탑이 흑광을 비추더니 빠르게 작아졌고 늘씬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이었다.

목진은 창백한 얼굴로 검은색 광탑을 수중에 넣었는데, 그 빛이 매우 어두웠다.

그때 목진이 입을 가리며 기침을 하자 피가 손가락 틈 사이로 흘러나왔다. 목진이 비록 백호신인으로 이현통의 놀라운 공격을 대부분 막아내고, 9급부도탑으로 몸을 감쌌지만 그 여파에 오장육부가 흔들리며 피가 솟구친 것이다.

“천현신결이 참 대단하군.”

목진은 피를 닦아내고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허공에 있는 상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네가 수련한 신결이 더 훌륭해.”

이현통의 무덤덤했던 눈빛이 드디어 변했다. 목진이 선보인 신결에 이현통마저 순간 피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다행히 몸속의 웅장한 영력으로 받아내었다.

만약 목진이 자신과 같은 화천경이었다면 방금 한 공격에서 자신이 밀려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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