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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56화 (155/1,000)

156화. 내가 공격할 차례

“두 번째 공격도 받아냈구나.”

이리 말하는 이현통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목진이 버텨낼 줄 몰랐다.

“또 해냈어…….”

놀란 건 이현통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곳곳에서 수군대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역시나 훤칠하고 늘씬한 소년에게 경외의 눈길을 보냈다.

“참 훌륭한 후배야.”

여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천방 2위인 이현통의 천현신결을 맞고도 무탈한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부상은 있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 다들 마음이 흔들렸다.

“목형, 최고야!”

주령은 마음이 벅차올라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가 옆에 있던 엽경령의 하찮은 듯 째려보는 눈빛에 바로 조용해졌다.

“대단해…….”

앞쪽에 있는 소훤은 목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길어봤자 2년 후에는 북창령원 천방 3위에 저자의 이름이 있을 거야. 아마 심창생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1위도 빼앗길 수 있겠어.”

이에 소령아는 흠칫 놀랐다. 자존감이 남다른 언니가 목진을 이토록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여태껏 이곳 북창령원에서 심창생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 자리를 탐내긴 했어도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니, 언니가 맡은 임무에 실력 좋은 목진이 동참하는 건 어때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소령아가 바짝 달라붙더니 방긋 웃으며 물었다.

“학요가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어. 그리고 목진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학요보다야 좋겠어?”

소훤이 동생을 째려보며 답했다.

“그런데 언니는 학요를 안 좋아하잖아요. 웃는 얼굴 뒤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을 것 같다면서요.”

소령아가 소훤의 귀에 속삭였다.

“일단 지켜볼까? 만약 목진이 이현통의 세 번째 공격을 받아내면 진지하게 고민해볼게.”

이에 소훤은 소령아의 머리를 가볍게 튕기며 말했다.

한편, 학요와 서황의 안색도 어두워졌고 보다 엄숙해졌다. 이제야 목진과 이현통의 대결에 흥미진진해진 것이다.

그리고 서황의 옆에 있는 서청청도 더는 목진을 비꼬지 않았다. 제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오늘 선보인 목진의 실력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놀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목진은 이에 무덤덤했다. 그는 입을 가리고 잠시 콜록거리더니 대부도결을 소환해 체내에 들끓는 기혈을 잠재웠다.

“아직 한 수 남았죠?”

목진이 고개를 들어 이현통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지금 상태로는 절대 세 번째 공격을 못 받아내.”

이현통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세 번째는 방식을 바꿀까요?”

목진이 해맑게 물었다.

“뭐?”

목진의 제의에 이현통은 흠칫 놀랐다.

목진은 피 묻은 길쭉한 두 손을 한참 바라보더니 서서히 말을 꺼냈다.

“마지막은 내가 공격하는 것으로 해요.”

목진의 말에 주위가 순간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하여 생기가 전혀 없어 보이는 훤칠한 소년이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 잘 못 들은 건 아닌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목진이 이현통을 공격하겠다고 한 거야?”

누군가 이리 말하며 어리둥절하여 옆 사람을 바라봤다. 다들 이현통 같은 상대를 놓고 이런 말을 한 목진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농담이 아닐까?”

누군가 머쓱하여 웃으며 말을 내뱉었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는 절대 웃을 만큼 가벼운 말이 아니었다. 오늘 대결은 역시 예측 불가했다.

“목진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

소령아도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반면, 옆에 있는 소훤은 이리 말하는 목진이 놀라웠다. 바보가 아니라면 수비를 택하는 것이 옳았다. 이는 상대방의 공격을 신속하게 꿰뚫고 반격할 수 있어서인데 목진은 이현통과 실력 차이가 엄청나 수비가 그나마 안전하고 승산이 있었다. 이길 확신이 있지 않고서야 목진의 공격은 이현통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한편, 학요와 서황도 이리 생각하며 목진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깍지를 꼈다.

“참 멍청한 녀석이야.”

서청청이 이를 갈며 목진을 미친 사람 취급했다. 이현통의 공격을 두 번 받아냈다고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망상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옆에 있는 서황의 진지하고 깜짝 놀란 표정에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네가 공격하겠다고?”

허공에 떠 있는 이현통은 매서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제 더는 전처럼 태연할 수 없었다.

“확실해?”

이에 목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현통은 서서히 내려앉으며 말했다.

“나를 놀라게 할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어. 낙리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범해선 안 되지.”

“기대하세요.”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멀리 검은색 치마를 입은 소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이에 기타 여인들의 얼굴마저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진의 미소는 낙리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닿은 듯 이현통 때문에 차가워졌던 그녀의 얼굴을 밝혔다.

이에 몰래 낙리를 힐끔힐끔 쳐다봤던 남자들은 목진이 더없이 부러웠다.

목진이 어느덧 눈길을 거두고 어두운 영력을 천천히 끌어올리자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그리고는 마음을 굳힌 듯 구유작과 공유하는 힘을 전부 쏟아냈다.

놀라운 영력의 파동과 함께 흑염이 들끓었다.

목진은 눈을 감고 평온한 마음으로 오묘한 심진 상태를 이뤘는데 주위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심지어 관전하는 사람들의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마저 들리는 듯했다.

천지 사이의 영기가 더없이 민감해졌다.

수많은 의혹의 눈초리를 한 몸에 받은 목진은 천천히 합장하여 결인하였다.

“저건 설마… 영인?”

다들 숨죽여 관전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영진을 치려는 거야.”

그러나 이현통과 맞서려면 3급 영진이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영인이 하나둘씩 목진의 주변에 생기면서 의혹에 가득 찼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앞에 있던 소훤 등도 마찬가지였다.

목진이 맺은 영인의 수는 100개를 넘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적어도 4급 영진이었다.

그때 목진이 눈을 비스듬히 뜨고 손을 튕기자 주위를 맴돌던 수많은 영인들이 바로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

주위는 순간 어두워졌고 무서운 영력이 요동쳤으며 목진의 위쪽에서 엄청 놀라운 영진이 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영기가 몰려들어 부쩍 어두워진 하늘을 쳐다봤다.

방대한 광진이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여 하늘에 대자연이 그려낸 걸작처럼 아름답고 복잡한 그림을 수놓았다.

“이렇게 엄청난 영진을 펼치다니…….”

사람들은 이토록 복잡한 광진을 펼친 목진이 놀라웠다. 3급 영진을 뛰어넘는 파동을 느낀 사람들은 목진이 벌써 4급 영진사의 실력을 갖췄단 사실이 당최 믿기지 않았다.

북창령원에서 이 정도의 영진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정녕 목진이 그중 한 명이란 말인가?

“심진 상태야…….”

계속하여 목진을 바라보던 소훤이 뭔가 눈치챘다.

“목진이 초급 심진을 넘은 수준급 심진 상태를 이루었어!”

옆에 있던 소령아가 이내 감탄했다. 심진 상태는 영진사한테 매우 중요했는데 이는 3급 영진사부터 주어지는 자격이었다.

세상 만물을 느끼고 마음에 반영하는 심진 상태는 고급, 중급, 저급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누는데 북창령원에서 심진 상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한 손에 꼽힐 만큼 적었다.

“또 뭘 감췄을까…….”

목진을 그냥 성격이 좋은 청년이라고만 생각했던 소령아는 그가 이렇게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신비로운 존재일 줄 몰랐다.

“이제야 흥미가 돋는구나.”

이 정도 영진이라면 제아무리 이현통이라도 골치가 아플 것이다. 소훤은 융천경 초기의 실력으로 이렇게까지 놀라운 실력을 선보인 목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 외, 학요와 서황은 무표정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오늘은 이현통을 보러 왔는데 하찮게 여겼던 신생한테서 위험한 영력의 파동을 느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구나 목진은 아직 신생일 뿐이니 한 해가 지나면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자신을 초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들에게 목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한편,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던 이현통의 주위에 놀라운 영력의 파동이 일었다.

예측 불가한 목진 때문에 이현통도 조금 불안해졌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

목진을 쏘아보는 이현통의 눈빛이 점차 날카로워졌다.

후!

목진은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점차 창백해지는 얼굴을 한 채 두 손으로 결인했다.

쿵!

하늘을 뒤흔들 법한 우렛소리와 함께 거대한 광진이 나타났고 눈부신 빛이 쏟아지더니 마침내 수천 척이나 되는 흑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 흑련이 하늘 위에서 천천히 회전하자 그곳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이는 요련도영진이었다.

목진은 북령경에서 요령도 영진으로 류경산을 단숨에 이겼었는데 그때는 실력이 영륜경 밖에 되지 않아 영진이 진정한 위력을 바라지 못했었다. 구유작의 힘을 빌려 영진을 겨우 일으켰던 그때와 달리, 실력이 부쩍 오른 지금 영진의 오묘함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그때 목진은 요련도영진을 3급 영진으로만 알았는데 3급 영진사가 되고 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달았다.

검은색 족자에 의하면 지금 만들어낸 영진도 요련도영진의 일부라 언젠가 실력을 충분히 갖춰 완벽하게 구현하면 영진의 위력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영진을 구현한 목진의 안색은 창백해져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공격!”

목진이 손을 앞으로 가볍게 휘두르자 방대한 흑련이 파르르 떨리더니 검은빛을 내뿜으며 꽃을 피웠다.

어느새 활짝 핀 흑련은 이현통을 조준하며 기괴한 검은색 액체를 연밥에 모았는데 짜릿한 영력의 파동이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검은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흑련은 파르르 떨더니 하늘을 뚫을법한 검은색 빛줄기가 흑룡처럼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이에 이현통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색 빛줄기를 보며 두 손을 모아 다시 결인했다.

“천현신결, 천현나침반!”

윙!

눈부신 푸른빛이 이현통 앞에 모여 수천 척도 넘는 방대한 청광 나침반을 이뤘는데 공기마저 흐름을 멈추는 것 같았다.

“이현통이 나침반까지 사용하다니…….”

소훤, 학요, 서황 등은 청광 나침반을 보더니 흠칫했다.

청광 나침반은 하늘 높이 쏘아져 올라 마침내 검은색 빛줄기와 부딪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생성된 빛에 사람들은 눈을 감았는데도 불구하고 눈이 찌릿찌릿 아팠다. 게다가 영력 폭풍이 미친 듯이 휘몰아쳐 수만 척 크기의 싸움터가 순간 무너졌으며 영력 보호막도 조금씩 찢어졌다. 이 정도의 영력에 맞으면 융천경 후기라도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잠시 후, 영력 폭풍이 드디어 사라지고 두 사람이 깊숙이 파인 싸움터 위쪽 하늘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목진 주변에는 영력의 파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이현통을 보며 웃었다.

“이현통 선배, 세 번째도 통과인가요?”

이에 이현통은 자신의 오른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목진한테 피 묻은 자신의 손바닥을 보여줬다.

목진의 공격에 이현통이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워 사람들도 이내 혀를 내둘렀다.

“제법이구나.”

이현통은 창백한 얼굴에도 눈빛만은 살아있는 소년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네가 이겼어. 낙리의 안목은 역시 좋아.”

이현통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는 눈이 많았고 성격상 패배를 인정하지 못할 사람도 아니었다.

“난 이제 움직일 힘도 없어요. 지금 바로 나를 공격하면 당신이 이길 거예요.”

목진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이현통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규칙을 이리 정했으니 네가 이긴 거야. 우리가 같은 화천경이었으면 오히려 내가 네 상대가 안 됐을 수도 있어.”

이현통은 주위를 쓰윽 훑어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나 이현통이 졌다.”

이현통의 말에 다들 심경이 복잡 미묘했다. 이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누군들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신생이 이현통을 이길 줄 알았을까?

“근사하구나.”

소훤은 이리 말하더니 가볍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

이에 사람들도 덩달아 손뼉을 쳤는데 그 소리가 영투장 밖에까지 울려 퍼졌다.

대결의 결과에 사람들은 감탄과 환호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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