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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60화 (159/1,000)

160화. 북창 대륙

목진은 떠나면서 자신을 쏘아보던 학요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누군가의 미움을 샀다.

천방 5위 중 심창생과는 아직 만나지 못했고 소훤과는 아직 관계가 괜찮았다. 하지만 이현통과는 이미 싸웠고 4위인 학요, 5위인 서황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목진이 한숨을 쉬며 하는 말에 옆에 있던 소훤이 피식 웃었다.

“감히 이현통과 맞설 생각을 한 사람이라 그런지 담대하구나. 난 네가 바로 자리를 양보할까 봐 걱정했어.”

“난 목숨을 던져서야 겨우 이현통 선배의 공격을 받아냈으니까 맞선 건 아니죠.”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선배, 학요의 실력은 나보다 훨씬 좋아 함께하면 좋을 텐데 왜 거절했어요? 심지어 소훤 선배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북창령원에서 우리 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학요 뿐이겠어? 너라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다 받아줄 거야?”

소령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중에서 학요만큼 실력자는 또 없을 거야.”

목진이 웃으며 답했다. 이에 소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학요가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

“난 가식적인 학요가 싫어, 저런 사람을 어떻게 믿어?”

“그럼 난 정말 믿음직한 사람이란 말이네요.”

목진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에 소훤이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결론을 내린 건 아니야. 네가 믿을만한 사람인지는 더 지켜볼 거야.”

목진은 소훤 자매와 인사하고 그곳을 떠났다. 낙리에게 이 사실을 전하러 가야 했다.

한편, 호수 밖 숲에서 학요가 차가운 눈빛으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목진을 바라봤다.

“소훤이 결국 큰형님을 임무에 끼워주지 않은 거예요?”

옆에 서 있던 메마른 청년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이 나서면 임무는 식은 죽 먹기일 텐데 왜 거절했을까요? 소훤이 받은 천급 임무도 분명 별 볼 일 없을 거예요. 영장 임무지만 보통 영장일 게 분명해요.”

“무식하긴.”

학요는 옷깃을 휘날리며 호통쳤다.

“소훤의 영장(灵藏) 임무 장소가 백룡지구(白龍之丘)야. 정보엔 통천 영장이라고만 적혀있었지만 수백 년 전, 백룡지구에 백룡 지존이라 불리는 최고의 능력자가 나타났었고 그분이 백룡지구에서 돌아가셨어. 게다가 여태껏 그 시신을 찾지 못했지. 그런데 지금 영장이 나타났으니 백룡 지존이 그 근처에서 돌아가셨을 확률이 다분해.”

“그럼 지존 영장이잖아요!”

메마른 청년이 화들짝 놀랐다.

뭇 세력이 눈여겨보고 있을 등급의 영장은 절대 천급 하급 임무가 아니었다. 이에 학요가 피식 웃더니 살기 가득한 눈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지존 영장이라면 소훤과 그 일행만으로는 힘들 거야. 그러니 왜 내 말을 안 들어?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 * *

이튿날 아침, 낙리는 차분하게 서서 출발할 준비를 하는 목진을 바라봤다. 어제저녁에 사실을 알게 된 소녀는 목진과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수련을 위해 막아서지 않았다.

“나 먼저 갈게.”

목진이 소녀한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조심해.”

낙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목진의 옷을 정리해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새색시 같아 소년의 마음이 스르륵 녹았다.

“내가 없다고 너무 수련만 하지 마. 수련을 멈추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지만,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잖아.”

목진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낙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낙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한 줄기 빛이 되어 북창령원의 내부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한 산림 속에 숨어있는 호수에 내려앉았다.

그곳에는 이미 소훤, 소령아 외에 낯선 사람 두 명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몹시 튼실한 몸매에 굵은 눈썹과 굳센 얼굴의 소유자로 시각적인 압박감이 엄청난 남자였다. 그런데 학요와 달리 사내의 시원한 미소에 목진마저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여인은 바짝 달라붙은 옷을 입어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얼굴만 보면 소훤보다는 못하지만 몸매로 충분히 보완 가능했고,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은 곱슬머리 때문에 덜 차가워 보였다.

두 사람이 바로 천급 임무를 함께할 곽흉과 여정이었다.

소훤은 목진한테 미소를 짓더니 두 사람을 소개했다.

“여기는 우리와 함께 임무를 함께 할 친구야. 비록 아직 신생이긴 하지만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야.”

소훤은 목진을 가리키며 두 사람에게 그를 소개했다. 그의 이름을 들은 곽흉이 갑자기 목진에게 눈을 돌렸고 여정은 차가운 얼굴로 목진을 쓰윽 훑었다.

“네가 바로 이현통의 공격을 세 번이나 받아낸 목진이야? 빈약해 보이는 네가 그렇게 남자다울 줄은 몰랐네.”

곽흉의 우레와 같은 목소리에 목진은 귀가 찌릿했다.

“소훤이 찾은 사람이라 실력은 믿어 의심치 않지. 이번 임무를 함께하게 되었으니 잘해보자.”

곽흉이 무안하게 웃는 목진한테 말을 건넸다.

“잘 부탁드려요, 곽흉 선배.”

목진은 목청이 큰 청년에게 마음이 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곽흉과 여정은 일반 융천경 후기보다 훨씬 강했는데 영력의 파동으로 보면 곧 화천경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이는 북창령원에서 손에 꼽히는 실력이었다.

소령아마저 융천경 후기에 이르렀으니 5명 중 목진의 실력이 최하위였다. 그러나 곽흉 등은 절대 이런 이유로 목진을 깔보지 않았다. 이들은 비록 이현통과의 대결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소문만으로도 충분히 놀랐다.

천방 2위인 이현통에 비해 곽흉과 여정은 20위 밖이라 그 실력 차이가 엄청 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목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면 공격을 받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제 떠나자.”

소훤이 웃으며 말했다.

“이번 임무에 관해 구체적인 것은 가면서 말해줄게.”

이에 목진, 곽흉, 여정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소훤이 앞장서서 북창령원 밖으로 향하자 목진 등이 뒤따랐다.

북창령원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외출하는 목진은 모든 게 낯설어서 소훤 등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몇 시진 뒤 북창령원의 변두리에 도착했는데, 그곳 하늘에는 구름이 용솟음쳤고 특이한 파동이 느껴졌다. 영진의 파동이었다.

목진은 바다처럼 드넓고 난해한 영진의 파동에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체내의 영력을 급히 억제했다.

“이곳은 북창령원과 외부의 접경인데 호원 영진이 있어 나가긴 쉬워도 들어오려면 반드시 ‘원인(院印)’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호원 영진이 널 무단 침입자로 인식해서 죽일 수도 있어.”

소훤은 하늘을 바라보는 목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북창성?”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북창성은 북창령원 외곽에 있는 거대한 도시인데 북창 대륙에서도 엄청 유명해. 북창령원이 밖에 세운 첫 번째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지.”

소훤은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북창령원의 중심에 있는 백룡지구에 갈 건데 바로 출발하면 사흘 정도 걸릴 거야. 그리고 목진은 북창령원에 온 후 첫 외출이라 북창 대륙에 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해.”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흥미진진해하며 소훤을 바라봤다.

“북창령원은 광활한 북창 대륙의 중심에 있고 이곳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야.”

소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우리 외출이 순탄할 거라고 여기면 큰 오산이야. 북창 대륙에는 무수한 세력이 있고 그중에는 실력자들이 많이 있지. 이에 대비해 북창령원에서 정한 규칙이 있어. 밖에 나가 수련 중인 학생이 죽지 않는 이상 북창령원에서는 절대 관여하지 않아.

그렇다고 학생들의 생사에 무관심인 것은 아니야. 일단 누군가 사망하면 북창령원에서는 철저한 조사 끝에 임무의 형식으로 진범을 잡아. 그런데도 해마다 북창대륙에서 수련하고 있는 학생 중에 사망자가 적잖게 나오고 있어. 게다가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야.”

소훤은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

“그래서 북창령원 밖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해. 북창령원이 우리 상아탑이라면 이곳은 피 튀기는 전장이야. 긴장의 끈을 조금만 놓으면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어.”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북창 대륙에서 살아남고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북창령원이 비록 북창 대륙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지만 북창 대륙을 휘어잡은 것은 아니었다. 이는 북창령원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기 때문이었는데 사람을 수련시키기 위해 지은 북창령원은 오히려 인정사정없는 북창 대륙이 필요했다.

북창령원에서 마음 편히 수련할 줄밖에 모르는 사람은 절대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없었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사람만이 강인한 심성을 키울 수 있고 그래야 수련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다른 세력들도 이 점을 알아서인지 북창령원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해마다 대륙에서 목숨을 잃는 학생이 많았다.

이런 생각에 목진은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져 점차 차분하고 엄숙해졌는데 꼭 오랫동안 숨겨온 본모습이 드러난 것 같았다.

그날의 혈화자, 영로에서 재앙을 일으킨 소년인 목진은 그제야 수많은 구속에서 벗어나 북창 대륙에서 원 없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소훤, 곽흉과 여정은 목진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걸 보고 흠칫 놀랐다. 눈앞의 목진은 북창령원에서 몇 개월 수련하다 나온 신생이 아니라 밖에서 오랜 시간 단련한 경험자 같았다.

“목진은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네.”

이렇게 세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소훤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백룡지구로 떠납시다.”

* * *

백룡지구는 북창 대륙의 서쪽에 자리 잡은 특이한 구역으로 인기가 있었는데 수백 년 전, 전쟁터였던 이곳에서 실력자들이 사망하였고 그중에는 심지어 지존급도 있었다.

그들은 죽기 직전에 모은 물건을 전부 백룡지구에 묻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다녔는데 그중 운 좋은 사람은 엄청난 보상을 받았고, 누군가는 사망한 자들의 능력을 물려받아 일반인에서 순식간에 북창 대륙에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렇게 백룡지구는 점차 유명해졌다. 드넓은 땅에 영수가 수두룩하고 각종 보물까지 한곳에 모인 이곳은 비록 북창 대륙에서 아주 유명하진 않았지만, 꽤 인기가 있었다.

* * *

백룡지구와 적당히 떨어진 곳에 갑자기 몇 갈래 빛줄기가 나타나 하늘을 가르며 거대한 도성으로 향했다.

“우린 곧 백룡성에 도착할 거야. 백룡성은 백룡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 백룡성 성주가 주위 백 리를 관리하고 있어. 성주는 화천경의 실력에 강단 있는 분이라고 들었어.”

소훤이 목진 등에게 말했다.

“일단 백룡성에 머무르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영장이 나타나면 분명 사람이 몰려들 텐데 어떤 세력이 모였는지 알아야 우리도 미리 준비할 수 있지 않겠어?”

목진 등은 이런 임무를 많이 해서 능수능란한 소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에 소훤은 방긋 웃더니 성문 앞에 내려앉았다.

그 뒤로 목진이 도착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도성의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히 흑석으로 올린 수천 척 되는 성벽은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듯 견고해 보였다.

규모나 인기로 볼 때 백룡성은 목역의 목성보다 못해도 10배는 나았다. 자그마한 북령경은 물론이고 백령대륙도 북창 대륙에 비교하면 그저 그런 존재였다.

목역도 관리하는 구역이 많긴 하지만, 그 관리자인 목봉의 실력은 신백경 후기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백룡성 성주는 화천경의 실력자로 백령대륙에서 1경 지주를 하고도 남을 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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