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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62화 (161/1,000)

162화. 백룡옥주(玉柱)

“100만씩이나?”

백의 청년의 말에 다들 흠칫 놀랐다. 다들 영진자가 이토록 엄청난 가격에 팔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사람들은 백의 청년과 목진 일행을 쳐다보더니 소훤 등 세 명의 미녀를 바라보고는 백의 청년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경매장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백룡지구에서 한동안 지냈는지라 여색을 밝히는 소성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손에 수많은 여인이 놀아났는데 지금은 낯선 세 명의 여인들에게 꽂힌 것이다.

그 모습에 목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던 경매가 물건에 관심조차 없는 녀석 때문에 엉망이 됐다. 백의 청년은 목진의 표정을 읽고는 씨익 웃었다.

백룡성의 소성주 따위가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이 싫었던 소령아는 잔뜩 화가나 말했다.

“150만이요.”

소령아의 말에 경매장은 다시금 들끓었다. 소녀는 생각보다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앞에 있던 천강검파와 지행종에서도 고개를 돌려 목진 등을 쏘아봤다. 그러다 천강검파의 중년 남자와 지행종의 빼빼 마른 노인은 하얀색 치마를 입은 소훤한테 눈길을 멈췄는데 그녀의 실력에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목진 일행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편, 소령아의 반응에 백의 청년도 흠칫하였다. 백룡성에서 자신한테 이러는 사람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그럼 난 200만.”

소성주는 음침한 눈빛으로 소령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250만!”

소령아가 바로 몰아붙였다.

“야!”

일부러 자신을 비꼰다는 생각에 잔뜩 화가 난 백의 청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옆에 있던 노인이 이내 말렸다.

“소성주, 일을 키우지 맙시다. 저들 중 만만한 상대는 아무도 없어요. 특히 하얀색 치마를 입은 소녀의 실력은 나라도 이길 수 없으니 이번은 그냥 넘어갑시다. 더구나 우리 목표는 영진자도 아닌데 일을 키우면 성주한테는 뭐라 말씀하실 건가요?”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혼탁한 눈을 서서히 뜨며 말했다.

이에 백의 청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토록 많은 사람 앞에서 체면을 잃어 부끄러웠지만, 상대의 엄청난 실력에 목진 일행을 쏘아보더니 바로 눈길을 거두었다.

“백룡성 소성주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우쭐대?”

백의 청년의 반응에 소령아는 으쓱하여 말했다.

“그 대가가 엄청나단 생각은 안 해?”

목진은 그저 웃음만 나왔다. 영진자의 정보가 불완전하여 250만을 주고 사기에는 과분했다.

“누가 함부로 눈을 흘기랬어?”

소령아가 입을 삐쭉거리더니 바로 웃으며 말했다.

“난 영진사가 아니라서 필요 없으니까 영진자는 너한테 줄게.”

“고마워. 지금은 돈이 부족하지만, 꼭 갚을게.”

영진자에 관심이 있었던 목진은 바로 소령아한테서 물건을 건네받았다. 이번에는 신세를 진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누가 너더러 갚으랬어? 친구 사이에 돕는 건 당연한 일이야.”

소령아가 눈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그래, 령아 말이 맞아. 이 영진자는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은데 잘 연구하면 우리 임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소훤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에 주위 사람들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백동(白峒)이 세 여인한테 반할 만했다. 이에 목진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매는 계속되었지만 영진자 뒤로 목진의 마음을 흔들만한 물건은 없었다. 3대 세력은 아직도 경매에 참석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역시 이들은 동일한 물건 때문에 온 것이 분명했다.

경매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면서 분위기는 점차 들끓었다. 필승은 활짝 웃으면서 앞쪽에 앉은 3대 세력을 훑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물건을 확인한 3대 세력은 바로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봤고, 백의 청년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노인마저 눈을 부릅뜨고 물건을 바라보았다.

필승의 손에 놓여 있는 건 2촌 정도 되는 옥주였다. 그 위에는 백룡이 새겨져 있었다.

크아앙!

백룡 옥주가 나타나자마자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압감이 물결처럼 퍼졌다.

어느덧 경매장 전체에 퍼진 위압감에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체내의 영력마저 움직임을 멈췄다. 이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두려움이었다.

“저게 뭐지?”

“압박감이 엄청나!”

* * *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백룡 옥주를 바라봤다. 이것이 바로 이번 경매의 주인공이란 말인가?

“저게 뭐야?”

소령아도 백룡 옥주로 눈길을 돌렸다. 드디어 그녀를 놀라게 할만한 물건이 나타났다.

“이 정도 영력의 압박감이라면…….”

소훤은 백룡 옥주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지존경의 실력자가 남긴 보물 같아.”

“지존경이요?”

이에 목진, 곽흉과 여정 3인은 흠칫 놀랐다. 이런 곳에서 이토록 엄청난 보물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분, 이 백룡 옥주는 백룡지구의 깊은 곳에서 발굴한 물건인데 감정에 의하면 수백 년 전, 백룡지구에서 돌아가신 백룡 지존께서 남기신 보물 같다고 합니다.”

필승은 백룡 옥주를 조심스럽게 받들며 말했다.

“정녕 백룡 지존이란 말인가?!”

경매회장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백룡지구에서 사망한 수많은 강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백룡 지존이었다. 그해, 백룡 지존은 북창 대륙에서도 절대적인 강자였는데 돌아가신 후, 그의 유품을 얻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 엄청난 걸 정녕 발견했단 말인가?

지존경의 절대적 강자가 남긴 물건에 열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룡지구의 깊은 곳에 가끔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건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이는 영장(灵藏)이 나타났음을 알리는 징조인데 마침 백룡 옥주가 나타났으니 백룡 지존의 물건일 가능성이 아주 크지요.”

필승이 던진 또 하나의 미끼에 사람들의 숨이 점차 거칠어졌다.

필승의 말처럼 백룡지구에 이상이 나타난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그저 일반 영장으로만 여겼다. 백룡지구에 영장이 나타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대부분 일반 영장이었는지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보아하니 이번 영장은 백룡 지존이 남긴 물건일 가능성이 컸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건 지존 영장이었다.

지존급 영장은 일반 영장에 비해 차이가 엄청나 백룡지구를 충분히 뒤흔들만한 위력을 지녔다.

이를 지켜보던 목진 일행도 이내 정색했다.

“통천 영장이라더니 왜 갑자기 지존 영장이야?”

곽흉이 깜짝 놀라 물었다.

“우리 정보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아. 통천 영장이었으면 순조롭게 따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지존급 영장이라면 사람들은 분명 미친 듯이 달려들 거야. 게다가 3대 세력은 전력을 다할 것이 분명해. 그리되면 전쟁은 불가피하겠지?”

소훤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들의 실력도 비록 뒤처지지 않지만 겨우 다섯 명으로 백룡지구를 지배한 세력들을 해결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또 백룡지구에는 실력이 좋은 탐험조까지 있으니 그들을 해결하는 것도 문제였다.

“지존 영장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저 뚱보가 비싸게 주고 팔려고 일부러 그럴 수도 있죠.”

소령아가 중얼거렸다.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해.”

소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경매대 위에 놓인 백룡 옥주를 바라봤다.

“일단 지켜볼까?”

이에 곽흉 등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서 그러는 수밖에 없었다.

옆에 있던 목진도 경매대 위에 놓인 백룡 옥주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잔뜩 긴장한 3대 세력의 눈빛에서 필승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룡지구에 나타난 이번 영장은 정말 백룡 지존의 물건일 수도 있다.

“이번 임무가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군.”

백룡옥주가 나타나자 경매장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사람들의 눈은 모두 한곳으로 향했다. 필승이 정확한 정보를 주진 않았지만 백룡지구에 나타난 영장이 정말 지존이라면 백룡옥주가 중요한 열쇠일 가능성이 컸다.

백룡옥주를 수중에 넣으면 지존 영장을 얻을 확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고, 지존 영장을 얻으면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백룡지존의 능력까지 계승하면 보다 짧은 시간에 북창대륙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다. 이에 사람들은 혈안이 된 채 무대 위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백룡옥주와 백룡지존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것은 우리도 잘 몰라서 직접 연구해야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죠. 300만 영폐부터 시작합니다.”

필승이 백룡옥주를 들어 올리자 눈부신 빛이 퍼지며 경매장 전체를 덮었는데 조금씩 느껴지는 위압감에 경매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350만이오!”

백룡성에서 온 백의 청년 백동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반드시 백룡옥주를 따내리라는 각오가 물씬 풍겼다.

“400만이오!”

그때 날렵한 눈매를 가진 천강검파의 중년 남자가 곧바로 외쳤다.

그는 백동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는데도 무시하고 백룡옥주에만 집중했다. 백룡성이 비록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천강검파에서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450만이오!”

이때, 지행종의 노란 도포를 입은 노인이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3대 세력이 전부 나서자 그들과 맞서 싸울 실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소령아도 물건에 관심이 생겼는지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목진이 바로 막아 나섰다.

“왜 날 막아? 우리가 백룡옥주를 얻으면 지존 영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

소령아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백룡옥주는 지금 뜨거운 감자와도 같아. 절대 손대면 안 돼.”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백룡옥주를 노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목진 일행이 낙찰받는다면 영장을 찾기는커녕, 백룡성을 나서자마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럼 아무리 화천경의 소훤이 있어도 그들을 막기란 무리다.

“목진 말이 맞아.”

소훤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소령아를 힐끗 째려보며 말했다.

“말 들어. 안 그럼 다음번엔 안 데리고 올 거야.”

소훤의 말에 놀란 소령아는 그제야 꼬리를 내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소훤이 미소를 지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은 소령아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나이답지 않게 일 처리가 빠르고 정확해 고참 못지않았다.

“일단 지켜보죠. 백룡옥주와 영장이 정말 관계가 있으면 필경 치열한 쟁탈전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다섯 명밖에 안 되니까 적당한 기회를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를 볼 거라 우린 임무를 포기해야 해요.”

목진의 말에 여정은 그가 달리 보였고, 옆에 있던 곽흉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소훤도 고개를 끄덕이고 앞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린 조용히 구경이나 하자꾸나.”

이에 목진도 미소를 지으며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1각도 안 되는 사이에 백룡성 소성주는 백룡옥주의 가격을 600만 영폐까지 올렸다. 북령경 목역에서도 바로 낼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700만이오!”

이때, 천강검파의 중년 남자가 정색하며 외쳤다.

순간 100만 영폐가 오른 것을 보고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다. 천강검파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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