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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65화 (164/1,000)

165화. 반격

“조심해.”

목진은 갑자기 속도를 내어 달리다 어둠이 그를 삼키는 순간 몸을 비틀어 품속의 소령아를 내던졌다.

소령아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더니 금세 커다란 나무 위에 올라가 무성한 나뭇잎에 몸을 숨기고 체내의 영력을 억눌렀다.

그녀는 잔뜩 긴장해 아래쪽을 살폈는데 검은색 그림자들은 주위를 쓰윽 훑더니 바로 떠났다.

“빨리 움직여. 저쪽에서 더는 못 버틸 것 같대. 최대한 빨리 저 두 사람을 없애야 해.”

검은색 그림자들의 대화가 바람을 타고 소령아의 귀에 들어왔다.

소령아는 바로 도망가지 않고 한동안 나무에 숨어있었다. 목진이 목숨을 내걸고 한 일이니 그의 계획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목진, 부디 조심해.”

소령아는 주먹을 꽉 쥐고 잔뜩 긴장해 목진과 4명의 검은색 그림자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자 소령아는 나무에서 뛰어내려 주둔지로 향했다.

“목진, 제발 버텨. 당장 언니를 찾아 널 구하러 갈게.”

어두운 숲속을 조용히 지나가던 목진은 허리에 있던 청색 장검을 쥐며 뒤를 힐끗 바라봤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는 것이 곧 쫓아올 것 같았다.

“다 왔나?”

목진은 중얼거리며 혀를 날름거렸다. 검은색 눈동자에서 붉은빛이 스며 나오는 것이 꼭 사냥을 앞둔 짐승 같았다.

“이게 얼마 만이야? 너희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니 누가 진정한 사냥꾼인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목진은 조금 흥분했다. 북창령원에서는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야 해서 여태껏 억눌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사냥 본능을 마음껏 드러내도 되었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드리운 달빛이 목진의 수려한 외모에 닿아 차가운 기운이 깃들었는데 그 표정만은 무덤덤했다.

영로의 혈화자가 드디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

슉!

네 개의 검은색 그림자가 놀라운 속도로 앞쪽을 바라보며 달렸는데 누군가 허겁지겁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어딜 도망가!”

그들은 피식 웃으며 속도를 끌어올렸다. 쫓기는 사람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고 많이 흐트러져 보였는데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추격전은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결과가 정해진다.

그들의 눈에 잔인한 빛이 아른거렸다. 북창령원의 학생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났지만, 생사가 오가는 대결에서 재능 따위는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날카로운 직감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냉혹함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슉!

그들은 허겁지겁 도망치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을 쫓았다. 그런데 그들이 숲을 지나자마자 누군가 귀신같이 나타나 그중 한 명을 공격해왔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그들은 순간 안색이 변했는데 공격당한 검은색 그림자는 눈 깜빡이는 사이에 조건반사처럼 수중의 검은색 창으로 품속 사람을 공격하려 했다.

푹!

그런데 그때, 웅장한 영력을 품은 날렵한 장검이 이미 가슴을 뚫고 지나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검은색 그림자의 동공이 급속도로 커졌다. 그는 믿기지 않은 듯 아직 품속에 있는 차가운 얼굴을 한 소년을 바라봤다. 한기 어린 눈빛이 꼭 천년 빙설이 깃든 것 같았다.

그는 허겁지겁 도망치기 바빴던 소년이 그들이 경계하지 않을 때를 노려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소년은 잔혹하게 단칼에 급소를 찔러 순식간에 목숨줄을 끊어놓았다.

“일부러 도망치는 척했던 거야!”

어둠 속에 사라지기 전, 소년의 무덤덤한 눈빛은 절대 황급히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었다.

소년은 여태껏 네 명의 검은색 그림자를 속이느라 거짓 행동을 했던 것이었고, 이는 전부 치명적인 반격을 위한 준비였다.

소년의 반격은 더없이 깔끔했다.

“너!”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나머지 세 명이 목진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다른 한 명의 심장은 장검에 관통당한 뒤였다.

이에 잔뜩 화가 난 세 사람은 목진의 급소를 향해 수중의 날렵한 장창을 내둘렀다. 바로 앞에서 친구를 죽인 자를 어찌 무사히 떠나보낼 수 있을까!

목진은 장검을 빼 들고 영력을 끌어올려 그들의 공격에 맞섰다.

세 사람은 합이 잘 맞아 바로 목진의 방어를 뚫고 가슴에 창을 겨눴고 목진은 앞서 죽인 자를 끌어들여 방패로 삼았다.

푹!

어느덧 웅장한 영력이 맴도는 날카로운 장창이 시체의 가슴을 뚫고 나오자 목진은 시체를 상대방에게 힘껏 내던졌다.

이에 맞서 검은색 그림자가 주먹을 휘두르자 난폭한 영력이 뿜어져 나와 시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런데 그때, 차가운 빛이 시체의 가슴팍에서 반짝이더니 검은색 영력을 휘감고, 기이한 흑염이 득실거리는 검이 그 속에서 나와 검은색 그림자의 숨통을 조였다.

급격하고 매서운 공격에 검은색 그림자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내뿜는 웅장한 영력은 노룡령권(怒龍靈拳)이 되어 흑염이 불타오르는 날렵한 검광에 맞섰다.

쿵!

두 갈래의 영력이 부딪치자 흑염은 순간 활활 타올라 권풍 속에 깃든 난폭한 영력을 태워버렸다.

검은색 그림자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검광이 권풍을 꿰뚫고 사정없이 주먹에 꽂혔다. 검광이 스쳐 지나가자 피가 사방에 튕기면서 놈의 다섯 손가락이 모조리 잘렸다.

목진이 수련한 영력 자체가 난폭한 데다가 흑염의 힘과 소령아가 준 중품 영기의 위력까지 더해져 쉽게 막을 수가 없었다.

“악!”

놈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혼자만 당할 수 없다는 듯 왼손에 들고 있던 장창을 목진의 목을 향해 내던졌다.

하지만 그대로 당할 목진이 아니었다. 장검을 거두어 앞을 가로막더니 마침내 한기 어린 창을 막아냈고 그 힘을 빌려 뒤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망할 녀석!”

검은색 그림자 셋은 앞에 내던져진 차가운 시체를 보며 화를 냈다. 네 명 모두 융천경 후기의 실력에 경험이 많아 협력하면 화천경 초기의 강자와도 힘을 겨룰 법한데,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어린 애한테 속절없이 당한 것이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에 그들은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한 사람은 한쪽 손을 잃어 그들은 전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목진에게 손가락이 잘린 남자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거의 동시에 자리를 떴는데 영력을 끝까지 끌어올려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들은 그제야 나이가 어린 소년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매서운 눈매에 잔혹하고 깔끔한 뒤처리까지 더하여 절대 북창령원에서 수련한 일반 학생이 아니었다. 방심했다가는 오늘 이곳에서 전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편, 목진은 재빨리 숲속을 지나며 가슴 쪽에 난 상처를 힐끗 바라봤다. 살짝 베인 정도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자신의 연기 덕분에 꽤 성공적인 반격을 했다.

목진은 뒤를 돌아보고는 놈들의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것을 느꼈다. 조금 전의 반격에 조심스러워진 것이다.

“이제부터 진정한 사냥꾼이 누군지 제대로 알려주지.”

목진은 중얼거리며 앞쪽 숲을 힐끗 쳐다봤는데 빨갛게 충혈된 곳곳에서 짐승의 눈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백룡지구의 영수들이었다.

목진은 피식 웃더니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 * *

검은색 그림자 3명 중 한 명은 앞에서, 나머지 두 명은 뒤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어둠이 깃든 숲을 지나가며 온몸에 영력을 휘감고 신중히 주위를 살폈다.

잠시 후, 앞쪽 사람이 손을 휘두르자 그림자 셋이 동시에 빈 땅에 내려왔다. 바닥을 살펴보니 두 마리의 영수 시체가 피범벅이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그 녀석 짓이야.”

목진한테 손이 잘린 놈이 이를 갈며 말했다.

“영수들이 길을 막은 것 같은데, 그럼 녀석의 속도도 많이 줄었겠군. 서둘러야겠어.”

“그래.”

나머지 둘도 고개를 끄덕이며 목진을 계속 쫓았다. 목진을 쫓아가는 길에 영수의 시체와 찢긴 옷자락이 보였는데 바로 목진의 것이었다.

세 사람은 영수의 수가 점차 많아져 뒤쫓아오는 자신들 때문에 목진이 흔적조차 지우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뜬 거라 여겼다.

그들은 1각 정도 쫓아다 다시 멈춰 섰는데 눈앞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사자 한 마리의 시체가 놓여있었고, 그 입에는 청검을 물고 있었다.

“그 녀석의 물건이야.”

세 사람은 거대한 사자의 사체에 다가가 눈익은 장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녀석이 재수 없게 금염사(金炎獅)를 만났군. 이 영수는 융천경 중기의 실력으로 우리도 손쉽게 해결하기 어렵지. 그래서 영기까지 버린 건가?”

셋 중 한 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 다시금 나지막한 고함이 울려 퍼졌고 영력의 파동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또 만났군. 이번엔 반드시 놈을 따라잡겠어!”

영수의 울음소리에 그들은 화색이 되어 말했다.

“그래!”

그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목진을 따라갔다. 그중 두 명이 먼저 앞서갔고 나머지 한 명은 목진의 장검을 뽑으러 갔다. 중품 영기를 이곳에 버리기에 너무 아까웠다.

쿵!

놈이 검을 잡으려는 순간, 금염사의 시체가 갑자기 폭발하며 몸에 피가 흥건한 녀석이 귀신처럼 튀어나와 순식간에 놈한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모아 금광을 발산하였고 더없이 날렵한 파동을 일으키며 놈의 숨통으로 향했다.

검은색 그림자는 휘청거리더니 결국 숨이 끊어졌다. 그는 죽으면서도 눈앞에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은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한편, 온몸에 피가 흥건한 녀석은 청광 장검을 빼 들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려 이 장면을 바라보는 검은색 그림자 두 명을 쳐다봤다.

목진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씨익 웃었는데 그 눈빛에는 악마가 깃들어있었다.

이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결국 녀석한테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토록 교활한 수법을 간파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젠 너희 차례야.”

목진이 손으로 검의 끝을 가볍게 튕기자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재 검은색 그림자 4명 중 2명이 살해당했고, 한 명은 손가락이 잘렸으니 온전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렇기에 목진은 더 이상 숨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네 이놈!”

어둠이 깃든 숲속에서 두 사람은 살기 가득한 얼굴로 피를 잔뜩 뒤집어쓴 채 사악하게 웃는 목진을 바라봤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경험이 풍부한 용마위 네 명이라면 융천경 초기밖에 안 되는 녀석을 이미 처리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한낱 소년을 쫓다가 두 명이나 숨졌고 한 명은 손가락이 잘렸으니…… 화천경과 맞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의외냐?”

목진은 어두운 영력이 깃들어 검망을 비추는 청광 장검을 쥔 채 씨익 웃었다. 피를 뒤집어써서 그런지 그 모습이 조금 섬뜩하였다.

“내가 영로에서 죽인 사람의 수를 합하면 너희 네 명이 죽인 수를 합해도 따라오지 못할 거야.”

목진은 히쭉 웃더니 수중의 장검을 검은색 그림자 둘에게 겨눴다.

“그럼 이제 이 우스꽝스러운 추격전을 끝낼까?”

“그래, 끝내자. 이제 더는 너한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을 테니까.”

검은색 그림자들은 이리 말하며 좌우로 흩어져 목진의 퇴로를 차단하였다. 더는 기이한 수법에 농락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가 그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

“과연 그럴까?”

그때 목진이 웃으며 장검을 꽉 쥐자 웅장한 영력이 뿜어져 나왔는데 들끓는 검은 연기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저 녀석을 죽여!”

검은색 그림자들은 더는 말을 섞지 않고 검은색 창을 빼 든 채 난폭한 바람을 일으키며 독사처럼 목진에게 향했다.

두 사람의 공격에 맞서 목진도 동시에 날아올랐는데 검망이 이글거리는 장검에 흑염이 피어올랐다. 목진은 상대방의 공격에 전혀 겁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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