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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72화 (171/1,000)

172화. 교환

쿵!

돌기둥들이 계속해서 무너지며 연기가 피어올랐는데 잘게 부서진 돌 위에 두 사람이 호시탐탐 상대방을 노리며 서 있었다.

“둘째 형님의 공격을 받아내다니!”

사호단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정사의 공격은 제아무리 융천경 후기의 실력자라도 중상을 입을 정도로 강한데 소년은 단숨에 막아냈다.

“뭔가 숨긴 필살기가 있어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거구나. 그런데 둘째 형님을 건드린 이상 필살기가 아무리 많아도 죽음은 면치 못할 거야.”

누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편, 정호는 석전의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노려보더니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목진의 영력은 정사보다 못하나 그 속에 깃든 흑염은 지극히 난폭하여 상대방의 영력을 대부분 불태워버렸다.

이 모습에 여정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용령환만은 수중에 꼭 쥐고 있었다. 정호 등이 움직이면 바로 제압해야 했다.

그런데 다들 목진과 정사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석전의 돌기둥이 무너지며 석상의 몸뚱이에서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제법이구나.”

정사는 장도를 꼭 잡고 음침한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한방에 싸움을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융천경 밖에 안 되는 녀석이 수련한 영력이 괴상하여 그에게 깃든 흑염이 자기 영력을 태워 없앨 줄은 몰랐다.

목진은 장검을 쥐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정사의 맹렬한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낸 것에 스스로 놀랐고 융천경 중기에 이르러 좋아진 실력보다 구유화가 정진한 것이 더 기뻤다. 화영선련이 없었다면 구유화는 절대 이토록 강력한 힘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준 화천경 밖에 안되면서 내 앞에서 너무 우쭐거리네.”

지존 영장에 들어와 정사와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은 목진은 최대한 빨리 싸움을 끝내고 싶었다.

그가 손바닥을 내밀자 검은빛을 내뿜으며 9급부도탑이 솟아올랐다.

어느덧 9급부도탑은 천 척 정도로 커졌고 주위에 흑염이 들끓으며 놀라운 영력 파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부도탑의 1층에서 황금빛을 내뿜더니 거대한 황금색 용이 나타나 울부짖었고, 그 여파에 석전이 진동하였다.

정사는 그제야 목진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체내의 영력을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그 영력의 파동에 형성된 위압감이 석전 전체에 퍼졌다.

목진은 무심하게 9급부도탑 주위를 맴도는 한 마리의 금룡을 바라보다 두 손을 모아 괴상한 인법을 그렸다.

그러다 목진의 인법이 완성될 때쯤, 허공에 있는 9급부도탑이 울리기 시작했고 황금빛은 1층을 넘어 2층에까지 퍼져나갔다.

이와 동시에 2층에도 한 마리의 금룡이 나타나 포효하며 탑에서 나와 주위를 맴돌았다.

석전 전체의 천지 영기는 두 마리의 금룡에게 미친 듯이 모여들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두 번째 금룡이 나온 것을 본 목진은 정말 기뻤다. 9급부보탑은 9개의 층으로 되어 있고, 층마다 금룡 한 마리가 있는데 전에는 전력을 다해도 겨우 1층의 금룡밖에 소환하지 못했던 그가 이제는 2층의 금룡까지 소환한 것이다.

역시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대부도결은 비범한 물건이었고, 그 오묘함은 목진의 실력에 정비례하여 더 엄청난 위력을 선보였다. 목진은 대부도결이 대성했을 때의 위력이 얼마나 더 대단할지 궁금해졌다.

목진은 부도탑 주위에 용 아홉 마리가 함께 날아다니는 장관을 하루빨리 보고 싶었다.

“내년 이때가 곧 네 제삿날이 될 거야.”

목진은 피식 웃으며 9급부도탑의 모습에 안색이 어두워진 정사를 보았다. 그러자 두 마리의 금룡이 주위를 맴도는 부도탑이 사정없이 정사에게로 향했다.

“9급부도탑, 쌍룡진압!”

목진의 공격에 석전의 땅이 움푹 파였고 기랑이 일어 실력이 부실한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물러났으며 돌기둥도 전부 부서졌다.

“천사참!”

부도탑의 위력에 정사는 화들짝 놀라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끌어올려 목진을 공격했다.

그의 영력은 한 마리의 광사로 변했는데 몸에서 내뿜는 날카로운 기운이 광참처럼 부도탑을 가격했다.

쾅!

광사는 쌍룡지세로 진압하는 부도탑과 부딪쳐 놀라운 영력의 파동을 일으켰다.

어느덧 석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어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광사는 날카로운 소리로 울더니 정사 앞에서 폭발하였다.

슉.

부도탑은 파죽지세로 날아가 정사의 몸을 가격하였다.

풉.

정사는 순간 사색이 되어 맥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긴 자국을 남기며 멀리 튕겨 나가더니 기둥과 부딪쳐 피를 토했다.

순식간에 갈린 승부에 여정은 입이 쩍 벌어졌다. 그사이 목진이 실력이 이토록 늘어나다니 너무도 놀라웠다.

사람들은 피를 토하며 누워있는 정사를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중 사호단은 순간 사색이 되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준 화천경인 정사가 기껏해야 융천경 중기인 소년의 한 방에 바로 무너지다니.

“이럴 수가.”

사호단은 더는 우쭐대지 않고 조심스럽게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봤다.

한편, 목진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간 정사를 보고는 그를 다시 처참히 짓밟아주려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어딜 감히!”

이때, 정호가 소리를 지르며 손목을 휘둘렀는데 교령환에서 빛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교룡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령환은 천 척 정도의 붉은색 이무기로 변하여 들끓는 영력을 머금고 목진에게로 향했다.

목진은 기세등등한 교령환의 힘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 위력은 역시 막강했고 중품 영기와 차이가 정말 컸다.

정호를 노려보던 여정도 이내 손을 휘둘러 용령환에 힘을 실었는데 거대한 적룡이 눈부신 빛을 뿜으며 날아올라 이무기를 제압하였다.

이렇게 용과 이무기가 부딪쳐 형성한 난폭한 영력에 공기마저 폭발하였고 폐허 같은 석전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허공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목진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목진이 영기를 거의 쓰지 않은 이유는 그 힘을 인정하지 않아서였는데 오늘 상품 영기의 위력을 보니 분명 소유자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만약 정사에게 상품 영기가 있었다면 목진은 절대 그를 이렇게 손쉽게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목진은 이리 생각하며 전속력으로 사색이 된 정사에게 다가갔다.

“저 녀석을 막아!”

여정에게 손발이 묶인 정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

이에 뒤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사호단 단원들이 목진에게 돌진했다.

“꺼져!”

목진이 흑염을 둘러싼 청광 장검을 힘껏 내두르자 검광과 함께 흑염이 끓어올라 사호단 단원들을 공격했다.

목진의 상대가 되지 않는 사호단 단원들은 흑염 검망에 영력 방어가 뚫려 멀리 날아가 버렸다.

목진은 피를 토하며 맥없이 바닥에 쓰러진 사호단 단원들을 힐끗 보더니 사색이 되어 두려움에 부들부들 떠는 정사의 앞에 나타났다.

“뭘 하려는 거야?”

정사가 괜히 언성을 높였지만, 그 두려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그는 융천경 밖에 안 되는 소년의 잔혹함에 깜짝 놀랐다.

목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흑염이 피어오르는 장검으로 정사의 숨통을 겨눴는데 날카롭고 뜨거운 파동에 감히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어이, 거기!”

목진은 정사를 집어 들고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정호한테 눈길을 돌렸다.

“이 녀석의 목숨이 너한테는 얼마나 소중해?”

“그 사람을 건드리면 넌 사호단과 영원한 적이 되는 거야!”

정호가 주먹을 꽉 쥐고 간신히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따위 소리는 집어치워.”

목진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바로 정색하였다.

“교령환으로 이 녀석을 살려.”

“야!”

정호가 사람을 삼킬 것처럼 눈을 잔뜩 부릅뜨자 목진은 흑염이 피어오르는 장검으로 정사의 목을 가볍게 찔렀고 피가 조금씩 스며 나왔다. 피는 곧바로 흑염에 의해 증발했다.

이에 정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목이 따가웠지만 감히 움직이지는 못했다.

정호는 온몸을 파르르 떨며 목진을 노려보기만 했고 사호단 단원들도 감히 목진한테 접근하지 못했다.

구경꾼들은 그런 목진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법이 얼마나 잔혹하였으면 사호단의 두 우두머리가 녀석한테 꼼짝 못 할까?

그때 여정도 서서히 용령환을 거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호를 쏘아보며 목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너한테 이 녀석은 교령환보다 못하구나.”

목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정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의 한 마디에 정사마저 몸을 파르르 떨었고 사호단 단원들은 하나같이 정호한테 눈길을 돌렸다. 만약 정호가 나 몰라라 하면 인심을 잃을 것이 뻔했다.

“교령환을 줄테니 정사부터 일단 풀어줘.”

정호는 잔혹한 목진을 쏘아보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넌 내 말만 따라.”

목진이 무덤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교령환부터 내놔.”

정호가 혈안이 되어 목진을 노려보며 손을 내밀자 위쪽에 있던 커다란 이무기가 빠르게 작아지더니 다시 붉은색 령환이 되어 그의 손에 내려앉았다.

쨍그랑.

정호는 결국 교령환을 내던졌다.

목진은 곧바로 령환을 수중에 넣었는데 손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놀라운 영력의 파동을 바로 통제하기가 어려웠다. 상품 영기의 힘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했다.

“받아요.”

목진은 교령환을 옆에 있는 여정에게 건넸다.

목진이 애써 얻은 상품 영기를 자신에게 주자 여정은 흠칫 놀랐다. 이는 북창령원의 영치전에서 적어도 백만 영치가 넘는 물건이었다.

“네 전리품을 내가 가질 수는 없지.”

여정은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록 용령환과 짝을 이룬 영기란 걸 알았지만 이는 목진이 갖는 것이 마땅했다.

그런데 목진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교령환을 여정에게 던졌다. 이에 당황한 여정은 잽싸게 물건을 받고 물었다.

“왜 그래?”

평소에는 너무 차가워 몰랐는데 그녀도 앙탈을 부릴 줄 안다는 사실에 목진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정 선배, 웃으니까 너무 예뻐요.”

여정은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용교령환을 전부 착용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엔 내가 너한테 신세 진 것으로 하고 돌아가면 이에 마땅한 대가를 치를게.”

“괜찮아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난 남한테 신세 지는 걸 싫어해. 그러니까 그것도 싫으면 령환을 받아.”

여정이 완강하게 밀어붙이자 목진은 난감했다. 이럴 때 보면 여정은 참 귀여운데 평소에는 너무 차가워 아쉬웠다.

“얼른 정사를 풀어줘!”

그때 정호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래.”

목진이 정사의 등을 힘껏 때리자 그는 사정없이 튕겨났고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이에 정호는 잽싸게 정사를 받고 한없이 창백한 정사의 얼굴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몸에 뭘 좀 넣었어. 죽지는 않겠지만 반 시진 내에 영력을 사용할 수는 없을 거야.”

목진은 어깨를 들썩이더니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너희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내가 무턱대고 풀어줬다가 역공을 당하면 안 되잖아?”

“어리석은 것, 이대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정호가 음산한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보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목진은 흠칫하였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이 대량으로 몰려들었다.

그중 사호단 단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같은 휘장에 다른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구도단(九刀團)이다!”

“구도단과 사호단은 연맹 관계잖아? 역시 정호도 다 계획이 있었군.”

사람들의 수군대는 소리에 목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도단 무리 중 가장 앞에 선 두 사람이 우두머리였고 실력은 준 화천경에 이르렀다.

“하하, 정호 형, 당신 말에 바로 달려왔어요.”

두 우두머리는 아수라장이 된 석전을 훑어보더니 활짝 웃으며 정호를 바라봤다.

“와줘서 고마워.”

정호는 목진한테 고개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네가 언제까지 기고만장할 수 있는지 보자.”

이에 목진은 눈빛이 점차 차가워졌고 흑염이 깃든 영력을 끌어올렸다.

옆에 있던 여정도 용교령환을 꼭 잡고 싸울 준비를 했다.

찰칵.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은 바로 석전의 가장 깊숙한 곳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낯선 광경에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상이 눈부신 빛을 발산하더니 광문이 석상의 주위에 지극히 복잡한 진법을 이뤘고 무서운 영력의 파동이 퍼졌다.

서서히 눈을 뜬 석상은 무심하게 사람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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