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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77화 (176/1,000)

177화. 하얀색 영주

“백룡성 사람들은 엄청 빠르네.”

여정이 갑자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에 목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우측에서 백룡성 사람들이 쏜살같이 석상에게 달려들었다. 이들은 숨은 역량을 마음껏 드러냈는데 백헌과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 외에 네 명의 화천경 초기 실력자가 더 있었다!

그들은 놀라운 실력을 발휘해 석상 수위를 뚫는 속도가 다른 세력보다 확실히 빨랐다.

“네 명의 화천경 초기 중 2명이 그날 밤에 우리를 공격했던 사람이야.”

익숙한 영력의 파동에 소훤은 이를 갈며 말했다.

“역시 백룡성이었어.”

“석상을 뚫기만 하면 보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 저들이 실력을 숨길 필요가 없죠.”

목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들한테 보물을 내줄 수야 없지.”

이제 백룡성이 용마궁 소속인 걸 알았으니 북창령원의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보물을 얻었단 소식을 북창령원에서 알기라도 하면 절대 소훤 등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에 곽흉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힘을 합치자.”

소훤이 손을 가볍게 휘두르며 주먹을 쥐자 상고의 동그란 옥주가 수중에 나타났고, 이와 동시에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들렸다.

목진 등도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소훤과 함께 인파를 넘어 석상 수위에게로 향했다.

이들이 내뿜는 놀라운 영력 파동에 석상 수위 셋은 바로 방향을 틀어 빠르게 다가왔다.

“중수영주, 중수옥!”

이에 소훤은 손을 들어 수중의 옥주를 던졌다. 그러자 천 척 정도 되는 푸른 파도가 일더니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세 개의 석상을 둘러쌌다.

소용돌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놀라운 파괴력을 선보이자 화천경 초기와 비슷한 실력의 석상들은 꼼짝 못 했고, 놀라운 힘을 지닌 푸른빛 파도가 지나자 석상의 몸뚱이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소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을 처음 본 목진은 흠칫 놀랐다. 소훤이 이토록 손쉽게 석상 수위 셋을 해결할 줄은 몰랐다.

천방 3위는 역시 대단했다.

“저건 언니의 중수영주야. 그때 영치전에서 300만 영치나 주고 구한 상품 영기야.”

목진의 표정을 본 소령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중수영주에는 중수가 들어있는데 이는 아주 특이한 영수야. 산을 으깨어버릴 만큼 엄청난 무게로 방어나 공격에 사용할 수 있어. 소훤이 천방 3위의 자리를 지키는 데는 중수영주의 공이 아주 커.”

옆에 있던 곽흉이 웃으면서 말했다.

목진은 이내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소훤의 중수영주는 여정이 얻은 용교령환보다 더 강력한 것 같았다.

“가자.”

소훤은 손을 내밀어 푸른빛 옥주를 거두고 방긋 웃으며 돌아섰다.

“우리도 얼른 가자.”

“그래!”

목진 등은 전력을 다하여 석상 수위를 뚫고 그곳을 지나갔다.

그 뒤로 소훤은 다시 중수영주를 소환하였고, 나머지 일행들은 소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목진 일행이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을 때, 지행종과 천강검파 등도 멀지 않은 곳에서 뒤따라왔다.

두 세력이 힘을 합치자 실력이 폭등하였다. 그들은 석상 수위만 뚫으면 영장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처참했다. 검은색 분지에서는 비명은 끊이지 않았고 은은한 피비린내에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졌다.

목진 일행은 소훤의 중수영주 덕분에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힘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목진은 자신의 석상 수위까지 소환하여 상대에게 맞섰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석상 수위는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 덕분에 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줬다.

“백룡성에서도 사람이 많이 죽었어.”

소훤은 다시 중수영주를 소환했는데 산을 무너뜨릴 법한 엄청난 파도가 몰려와 석상 수위의 팔을 무찔러버렸다.

그때 소훤이 우측을 힐끗 쳐다봤는데 백룡성 사람들은 피를 잔뜩 뒤집어썼고 화천경의 강자마저 한 명 죽었다.

“곧 중심 구역에 도착할 것 같아.”

소훤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석상 수위는 미친 듯이 그들을 공격해왔다. 마치 전력을 다해 그들을 막으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는 곧 영장의 핵심 구역에 도착할 거란 뜻이기도 했다.

“백룡성 사람들이 뭔가 수상해!”

소령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목진과 소훤이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는데 백룡성 사람들이 갑자기 두 갈래로 나눠 나아갔다.

그중 한 갈래는 백동이 이끌었는데 네 명의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가 신변을 보호하고 있었고, 백헌은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고 맹렬한 공격을 개시했다. 마치 백동 등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것 같았다.

“저들도 사람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이목을 끈다는 것을 알았군요. 그래서 두 갈래로 나눠 그중 한 갈래가 최대한 빨리 핵심 구역에 들어가게끔 도와주고 있어요.”

백룡성의 방법은 제법 효과가 좋았다. 백헌이 석상 수위의 주의를 끈 사이, 백동 등은 신속하게 그곳을 뚫고 지나가 암흑 속으로 종적을 감췄다.

“어떡하지? 이러다 저들이 먼저 보물을 찾겠어.”

곽흉이 안절부절못해 말하자 소훤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녀 혼자서라면 어떻게든 석상 수위를 뚫을 수 있겠지만, 자신이 없는 나머지 네 사람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저들은 내가 쫓을 테니 천천히 와요.”

그때 목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 혼자서?”

소훤 등은 화들짝 놀랐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줄 전혀 몰랐던 모양이었다.

“걱정 마요, 난 절대 내 목숨이 위험할만한 짓은 하지 않아요.”

목진은 히쭉 웃으며 소훤 등을 바라봤다. 다만, 이리 말한 이유를 알려줄 시간은 없었다.

소훤은 태연한 목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하자. 우리가 석상의 주의를 끌 테니 네가 저들을 쫓아가. 대신, 백동과 엮이지 않도록 주의해.”

“네.”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두 구의 석상 사이를 지나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괜찮겠죠?”

소령아가 눈앞에서 사라진 목진을 바라보며 걱정되어 물었다.

“어디서 온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저 녀석을 믿을 수밖에 없어.”

소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그 말에 소령아 등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저 목진이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목진은 어둠이 깃든 분지를 빠르게 지나가다 갑자기 뒤로 십수 장 물러났다.

쿵!

무서운 힘을 지닌 석권이 목진이 서 있던 곳을 내리쳐 바닥에 균열이 일었다.

목진은 영력을 끌어올려 다시 날아올라 석상 수비의 틈새로 지나갔다.

분지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석상 수비는 더 많아졌고, 공격도 전보다 강해져 감히 이들을 상대하지 못하고 틈새를 공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얼마 가지 못했다. 6개의 석상 수비가 대지를 뒤흔들며 달려와 바람을 가르며 석권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목진은 퇴로를 전부 차단한 석상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석상 수비를 앞세웠다.

쿵!

6개의 석권이 무서운 힘을 자랑하며 석상 수비를 후려치자 그의 몸에 균열이 생기더니 결국 폭발하였다.

목진은 마음이 아팠다. 이처럼 좋은 싸움꾼을 이렇게 비참하게 잃다니 그 손실이 매우 컸다.

“백룡 은패가 이들한테도 유용할까?”

그러나 이곳의 석상 수비는 계속 미쳐 날뛰는지라 감히 시도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석전에서처럼 석상들이 자신만 따라다니면 그것도 큰일이었다.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생각에 목진이 백룡 은패를 소환해 영력을 불어넣자 은은한 빛을 발했다.

석상 수비들은 잠시 멈칫하였는데 목진이 기뻐할 틈도 없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역시 안 되는 건가?”

목진은 실망하여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역시 백룡 은패로는 이곳의 석상 수비를 조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예 소용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백룡 은패가 나타나면 그들은 잠시 공격을 멈췄다. 이에 목진이 영력을 더 많이 불어넣자 은패의 빛은 점차 짙어졌고 어느덧 목진의 몸까지 감싸 안았다.

멀리서 보면 목진은 그저 하얀 빛 덩어리처럼 보였다.

석상 수비들은 드디어 공격을 멈추고 혈안이 되었던 눈에서 망연한 빛이 아른거렸다.

“백룡 은패가 있으면 석상이 날 못 알아보네!”

은패로 석상 수비를 조종할 수는 없지만 목진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목진은 석상들을 뛰어넘고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석상 수비들은 목진이 지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볼 뿐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석상의 수가 점차 줄어들자 목진도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이곳인가?”

어느덧 석상이 더는 나타나지 않자 목진은 다시 속도를 끌어올렸다.

어둠이 점차 사라지고 눈앞에 침침한 대지가 펼쳐졌다. 거대한 바위가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백 장 정도의 검은색 돌기둥이 있었다.

이 돌기둥은 비록 전에 봤던 것보다 못하지만 목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검은색 돌기둥은 바위도, 금도, 나무도 아닌 상고의 물질이었다. 무언가 할퀸 흔적이 곳곳에 보였는데 그 속에서 내뿜는 살기에 목진은 순간 피가 들끓었다.

목진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얼룩진 상고의 검은색 돌기둥에 손을 올렸다.

그때 목진의 머리가 윙 하고 울리더니 과거에 있었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크고 깊은 연못은 피로 물들었고 그곳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은 바로 녹아 없어졌다. 혈담 속에 검은색 돌기둥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절세의 악마처럼 그 속에서 살기를 빨아먹었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 서 있었는데 하얀색 도포에 백발인 것이 백룡 지존과 똑같게 생겼다.

그는 이 광경을 보더니 이내 안타까워하며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그때 피비린내 나는 검은색 기둥이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올라 허공에 멈췄다.

피가 잔뜩 묻은 검은색 기둥에는 악마의 무늬가 잔뜩 새겨져 있었고 발톱 자국 같은 것이 곳곳에 나 있어 곧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토록 보잘것없는 상고의 기둥에서 천지를 뒤흔들 만큼 무서운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에 빛에 가려진 강한 존재들도 점차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목진의 마음에도 살기가 깃든 것처럼 순간 이성을 잃었다.

땡.

그때 갑자기 맑은 종소리 같은 것이 체내에서 울렸고 목진은 화들짝 놀라 다시 정신을 차렸다.

목진은 깜짝 놀라 코앞에 있는 검은색 돌기둥을 보다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돌기둥은 도대체 어떤 물건이기에 이토록 무서운 살기를 품은 걸까?

목진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돌기둥을 쓰윽 훑었는데 돌기둥 윗부분에 커다란 하얀색 영주가 있었다.

맑고 투명한 하얀색 영주는 젖빛 광택을 발산해 어둠을 쫓아주는 한편 목진의 마음도 다스려주었다.

잠시 후, 웅장한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그 속에서 백룡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건…….”

하얀색 영주에서 내뿜는 강력한 영력 파동으로 보아 이것은 정말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

목진은 입맛을 다시며 영주를 빤히 쳐다봤는데 검은색 돌기둥이 너무 괴이해 감히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이런 괴이한 힘에도 끄떡없는 하얀색 영주야말로 절세의 보물이 틀림없었다.

목진은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하얀색 영주를 취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쪽에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왔고 이를 느낀 목진은 곧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려 주먹을 날렸다.

흑염이 깃든 어두운 영력의 위력은 엄청났다.

두 영력의 충격에 목진은 뒤로 조금 물러났다가 바로 안정을 되찾고 앞을 바라봤다.

“우리 인연은 참 지독하구나. 어찌 나보다 빨리 이곳에 도착했을까?”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중 한 사람은 백동이었고 나머지는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과 호위였다. 보아하니 나머지 일행은 석상 수비의 손에 죽은 듯했다.

백동과 노인은 목진이 먼저 이곳에 와있을 줄 몰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이 조금만 늦게 왔다면 보물은 목진의 것이었다.

목진은 무덤덤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살기를 품었다. 그때 백동이 목진을 노려보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손을 휘둘렀다.

“구 씨, 둘이서 저 녀석을 해결하게. 더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말게.”

이에 노인과 화천경 초기의 호위는 목진을 쏘아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을 바라보는 목진의 눈빛도 점점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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