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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78화 (177/1,000)

178화. 백헌의 진정한 실력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과 화천경 초기의 호위가 독사처럼 목진을 쏘아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목진만 아니면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으니 반드시 그를 없애야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니 내가 직접 네 목숨을 취할 수밖에…….”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 화천경 초기가 두 명이나 되니 목진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목진도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두 명의 화천경 초기를 상대하는 것은 조금 골치 아프지만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움직여!”

그들은 검은색 장창을 쥐고 동시에 목진의 숨통을 겨눴다.

목진은 빠르게 매서운 공격을 피하면서 구급부도탑을 소환해 앞에 내세웠다.

탕!

그러나 상대방은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구급부도탑을 공격하였다.

분노에 찬 이무기처럼 달려드는 검은색 장창에 구급부도탑은 속절없이 당했고 목진의 기혈도 체내에서 들끓었다.

그러나 목진은 당황하지 않고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려 빠르게 복잡한 인법을 그렸다.

이런 상대에게 맞서려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목진이 빠르게 인법을 변환하자 웅장한 영력이 일었고, 천지 영기 역시 그에게 빠르게 몰려들었다.

“조심해. 저 녀석이 또 영결을 소환하려고 해!”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위력의 영력 파동을 감지한 두 사람은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당장 죽이자!”

두 사람이 다시 장창을 휘두르자 영력은 기(氣)의 회오리처럼 발사되었고 이에 맞은 구급부도탑은 바로 목진에게 돌아갔다.

목진이 기합 소리와 함께 다시 두 손을 모으자 들끓는 영력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화악!

곧 목진의 머리 위 공간은 별이 빛나는 하늘이 되었고 그 속에서 무한한 살기를 품은 거대한 백호가 걸어 나왔다.

“사신성숙경, 백호신인!”

목진이 두 눈을 부릅뜨고 결인하자 백호가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하였고, 이는 순간 별빛이 되어 두 사람에게 날아갔다.

“신결이야!”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목소리조차 이상해졌다.

그들은 목진이 신결을 수련할 줄 몰랐고, 자신을 상대로 이것을 선보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들은 체내의 영력을 끝까지 끌어올리고 힘을 합쳐 백 장의 방대하고 튼튼한 영력 광막을 형성하였다.

쿵!

목진의 공격이 엄청난 영력 파동을 자랑하며 영력 광막을 내리치자 난폭한 영력 충격이 일었다. 바닥에 있던 거대한 암석들은 가루가 되어 휘날렸고 그 충격으로 영력 광막도 부서졌다.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과 호위는 창백해져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 나갔다. 그러나 목진의 백호신인은 이에 멈추지 않고 방향을 틀어 백동에게로 향했다.

한편, 백동은 융천경 중기밖에 안 되는 소년을 상대하기가 왜 이렇게 버거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 두 명이면 손쉽게 해결해야 마땅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의 공격에 부상을 입다니 백동은 그런 목진이 조금 두려워졌다.

그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목진을 보고는 보물 따위는 포기하고 재빨리 도망쳤다.

“벌써 가려고?”

목진은 피식 웃으며 영력을 끌어올려 잽싸게 백동을 쫓아가 주먹을 날렸다. 여섯 갈래의 삼라사인이 한 줄기의 검은빛이 되어 그를 공격했다.

백동은 온 힘을 다해 막아봤지만 결국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곧 한기 가득한 검이 그의 숨통을 겨눴다.

“네가 감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노인과 호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장 여기서 물러나.”

무덤덤한 목진의 말에도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지금 떠나면 보물은 목진의 것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 대가 역시 차마 상상하기도 싫었다.

반대편에 서 있던 목진은 두 사람의 표정을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이들에게 보물은 백동의 목숨보다 더 중요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보물이야! 네가 나를 죽이면 분명 아버지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 참, 네 친구들도 다 죽게 될 거야.”

백동은 무서웠지만 괜히 큰소리쳤다.

“그래, 알겠어.”

목진은 담담하게 웃고는 백동의 등을 후려쳤다. 이에 피를 토하며 맥없이 튕겨 나간 백동은 겨우 살아 숨 쉬는 정도가 되었다. 노인과 호위가 빠르게 달려가 상황을 살피고는 사색이 되었다.

“아직 숨은 붙어있으니까 구하든 말든 그쪽 마음대로 해.”

목진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너!”

노인과 호위는 그제야 목진의 속내를 알아챘다. 그는 위독한 백동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이때, 밖에서 우레와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영력 충격이 몰려왔다.

검은색 분지의 거대한 돌기둥은 순간 산산조각이 났고 어두웠던 하늘은 다시 빛을 발했으며 위를 덮었던 광막은 전부 사라졌다.

또 미친 듯이 사람들을 공격하던 석상 수비들도 전부 부서졌다.

이에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흑룡과 백룡이 격투를 벌이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곳을 감쌌던 공포의 위압감도 함께 사라졌다.

두 지존의 분신이 영력을 모두 써버린 것이다.

서로의 앞을 막던 모든 요소가 사라지자 다들 미친 듯이 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광경에 목진은 안색이 조금 더 어두워졌다. 백룡 지존의 분신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무나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슉!

목진은 바로 검은색 마의 기둥에 올라 하얀색 영주를 취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의 기합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이에 목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백헌이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힘을 자랑하며 다가오는 상대방의 공격에 목진은 바로 구급부도탑을 소환하였다.

그러나 상대방의 기습공격에 구급부도탑은 곧바로 어두워지더니 사라졌고, 창백해진 목진은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가 검은색 마의 기둥에 부딪혔다.

“물건을 이리 내!”

백헌은 매서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고는 다시금 공격을 개시했다.

이에 겨우 몸을 추스른 목진이 도망치려던 찰나, 멀지 않은 곳에서 눈부신 빛을 뿌리는 옥주가 날아와 파르르 떨며 파도를 일으켜 목진을 감쌌다.

푸른빛 물결이 상대방의 매서운 공격을 막아내자 백헌은 고개를 돌렸는데 소훤이 빠르게 다가와 목진 앞에 나섰다.

“얼른 보물을 넘겨. 안 그럼 너희 전부 내 손에 죽는 수가 있어.”

백헌은 눈으로 목진을 삼킬 듯 노려보며 말했다.

한편, 목진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무서운 영력 파동이 이는 하얀 영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피가 검은색 마의 기둥에 조용히 스며든 것은 몰랐다.

“저 아이가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백헌이 음침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피식 웃자 목진은 왠지 불안했다.

“내 실력을 잘 모르는구나!”

백헌이 차가운 눈빛을 하고 앞으로 나서자 손목에 있던 검은색 팔찌가 부서졌다.

목진과 소훤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백헌의 체내에서 상당히 놀라운 영력 파동이 일었는데 이는 분명 화천경 후기의 실력이었다.

백헌은 여태껏 자신의 실력을 감춰온 것이었다.

영력이 폭등하는 백헌을 본 목진과 소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일전에 석상진에서 막강한 손실을 보고도 실력을 감췄단 생각이 들자 소름이 끼쳤다.

“성주님, 소성주가 저 녀석의 공격에 맞아 지금 위독합니다.”

뒤에 있던 노인의 말에 백헌은 엄청난 살기를 내뿜으며 목진을 노려봤다.

“내 손에 잡히지 않기를 기도해. 내손에 잡히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야.”

그러나 목진은 상대방의 위협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숲속에서 자신을 습격했을 때부터 이들은 원수나 다름없었다.

“용마궁 잔당이 감히 북창대륙에서 까불다니, 북창령원에서 당신들을 모조리 죽일텐데 두렵지도 않나요?”

소훤이 정색하며 물었다.

“북창대륙이 북창령원의 것이라도 되나? 그해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이 그리되지만 않았어도 용마궁은 북창령원을 없애고도 남았어. 그럼 너희가 지금 이곳에 서서 그딴 소리는 못 했겠지.”

백헌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용마궁이 패배한 건 사실입니다.”

목진의 허를 찌르는 발언에 백헌은 웃음을 거두고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놀라운 살기를 내뿜는 선홍빛 장창이 수중에 나타났다. 그것은 살기 가득한 상품 영기였다.

“사실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너희가 마주할 사실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백헌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째려보며 수중의 선홍빛 장창을 휘두르자 그 주위에 혈광이 일더니 피비린내가 들끓었다.

“혈해서영창(血海噬靈槍)!”

혈해를 방불케 하는 혈광이 목진과 소훤을 향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천경 후기의 실력에 살기 가득한 상품 영기까지 있으니 지금 백헌은 거의 무적이었다.

이에 소훤이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리자 수중의 중수영주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푸른빛 파도가 일었고 순수한 영력을 머금은 무거운 물결이 회오리치다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켜 목진과 소훤 주위를 감쌌다.

“화천경 중기의 실력으로 감히 내 공격을 막으려고?”

백헌은 피식 웃으며 수중의 장창을 휘둘렀다. 혈광이 창끝에 모여 혈해가 되어 푸른빛 소용돌이를 공격했다.

그의 놀라운 영력 파동에 푸른빛 소용돌이가 회전을 멈췄고 백헌의 혈색 장창에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사라지자 소훤의 입가에 어느새 핏물이 고였다. 그러나 살기 가득한 장창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소훤의 숨통을 겨누는 장창에 맞서 청광 장검이 들끓는 영력을 뽐내며 뒤쪽에서 나섰는데 검을 쥐었던 손이 찢어져 피가 검을 따라 흘러내렸다. 목진은 안색이 조금 창백해져 뒤로 몇 보 물러났다.

“언니!”

뒤쪽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소령아, 곽흉, 여정 등이 황급히 달려와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곳까지 오면서 소훤은 조용히 상대의 모든 공격을 막아냈고, 실력이 최하위였던 목진은 늘 기적을 일으키며 전세를 역전시켰었다.

그런데 그런 둘이 다쳤다.

어느샌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백헌의 실력을 확인하더니 낯빛이 확 죽었고 천강검파와 지행종도 감히 나서지 못했다.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가 4명이나 있다 해도 백헌은 손쉽게 물리쳤을 것이다. 그만큼 화천경 초기와 후기는 엄청난 차이였다.

“순순히 물건을 내어주면 가는 길은 편하게 해줄 것이다.”

백헌이 혈광이 그윽한 하늘에 멈춰서서 칼같이 매서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화천경 후기의 실력에 상품 영기인 혈창까지 더하면 화천경 중에서는 막강한 존재이긴 하나 두려워 아무것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목진은 필살기 하나 없이 백헌을 건드린 건 아니었다. 그는 서서히 주먹을 쥐고 구유작의 힘을 빌리려 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때 땅이 미세하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점차 강해지는 진동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검은색 기둥이……!”

그러다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렸는데 분지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검은색 기둥 표면에서 검붉은 광문이 일더니 하늘도 검붉은색으로 변했다.

목진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바로 소훤의 손목을 잡고 속삭였다.

“돌기둥에서 물러나요!”

목진은 재빨리 소훤의 팔을 잡고 물러났고 소령아 등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어딜 도망가!”

백헌도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그런데 그때, 검은색 돌기둥에서 엄청난 혈광을 내뿜더니 금세 하늘에 혈해를 만들고 살기가 전체로 퍼져나갔다.

백헌의 상품 영기는 이에 전혀 상대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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