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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79화 (178/1,000)

179화. 상고의 흉기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고 백헌마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혈해 속에서 엄청나게 무서운 파동을 느꼈다.

“검은색 돌기둥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단 말인가?”

백헌은 의미심장하게 검은색 분지에 우뚝 솟은 검은색 기둥을 바라봤다. 분명 무언가에 할퀴어 깊숙이 파인 자국이 있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설마 이것이 영장에 숨겨진 보물인가?”

백헌은 백룡 지존이 숨긴 영장을 찾으라는 명을 받았을 뿐, 그 물건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래서 자연스레 목진이 가져간 하얀색 영주라고 생각했는데 신비로운 검은색 기둥도 엄청났다.

그러나 이는 백헌이 감히 덤빌 수 없는 존재였다.

잠시 후,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곧 부서질 것 같았다.

이 공간마저도 신비로운 돌기둥을 제압하지 못했다.

검은색 돌기둥은 도대체 어떤 물건일까? 설마 신기일까?

“공간이 곧 부서질 것 같아!”

소훤의 말에 목진 등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몸을 감쌌다.

이에 백헌도 더는 목진 등을 상대하지 않고 영력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어느덧 한계치에 도달한 공간은 거울이 깨지듯 산산조각이 나더니 난폭한 공간 파동을 일으켰다.

하나하나의 공간 소용돌이가 사람들을 삼켰는데 목진 등도 그 속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백룡지구의 하늘에 갑자기 균열이 생기더니 사람들을 쓰레기처럼 내뱉었다.

다행히 목진 등은 영력으로 몸을 감싸 안아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다 나왔네.”

소령아는 우수수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더니 잔뜩 놀라 말했다.

“검은색 돌기둥은 도대체 뭐야?”

곽흉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곳은 백룡 지존이 만든 공간이라 더없이 견고한 곳인데 검은색 기둥이 이를 순식간에 파괴하였다.

이는 적어도 백룡 지존과 동급이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잘 알고 있었다. 일전에 본 광경으로 유추하면 검은색 돌기둥이야말로 백룡 지존이 용마궁에서 훔친 보물이었다. 그러나 너무 기괴하여 목진은 감히 가까이하지도 못했다.

“백헌이 눈치채지 못했을 때 얼른 떠나요.”

목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막강한 실력자인 백헌을 상대하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안 그러면 누군가는 죽어야 할테니 소훤 등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려 하였다.

그런데 그때, 목진 앞의 공간에 균열이 생기더니 엄청난 살기가 몰려와 한 줄기 혈광이 목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경직된 목진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폭발했는데 이는 검은색 마의 기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목진의 체내에서 무서운 살기가 폭발하자 그의 눈은 충혈된 듯 빨개졌고 살인 욕구가 이성을 지배하려 하였다.

다행히 의지가 굳건한 목진은 다급히 대부도결을 소환해 체내의 영력으로 살기를 막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진은 바로 도살밖에 모르는 꼭두각시가 될 뻔했다.

“젠장!”

목진은 속으로 울부짖으며 애써 살기를 막았다.

소훤 등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목진이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파르르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소령아가 걱정되어 물었다.

“살기가 너무 강해.”

소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 영장에 있을 때 살기가 몸에 파고든 건가, 어떡하면 좋지?”

곽흉이 급히 물었다. 살기는 백룡 지존이 만든 공간도 파괴할 만큼 강력한데 목진의 몸에 파고들었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일단 이곳을 떠나자.”

소훤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목진에게 문제가 생겨 전투력이 떨어진 지금, 계속 이곳에 있는 것은 무척 위험했다. 백룡영주까지 목진의 손에 있으니 이를 노리는 사람이 점차 많아질 것이다.

“그래!”

소훤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고 목진을 잡고 백룡지구 밖으로 향했다.

그때 멀리 산봉우리에서 백헌이 나타나 목진 일행이 떠나는 방향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만약 자신이 찾아야 할 보물이 기괴한 검은색 마의 기둥이라면 절대 성공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영장 공간이 부서지면서 검은색 마의 기둥이 사라졌으니 이를 찾아내기란 더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렇게 돌아갈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목진 일행을 모조리 죽이고 반드시 백룡영주를 빼앗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백헌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제아무리 용마궁 장로인 아버지를 두었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려고? 꿈도 야무지지.”

백헌은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빠르게 목진 등을 쫓았다.

* * *

목진은 체내의 무서운 살기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 난폭한 공격에 곧 무너질 것 같았다.

그때 맑고 예쁜 소리가 체내를 맴돌자 목진은 곧바로 몸이 가벼워졌다. 구유작이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쿵!

목진의 기해에서 들끓는 흑염이 흘러나와 선홍빛 살기와 부딪쳐 서로를 집어삼켰다. 이렇게 목진이 숨을 돌리려는 찰나, 구유작이 입을 열었다.

“조심하거라. 마의 기둥이 심상치 않구나. 지금의 나는 절대 이를 막지 못한다.”

“뭐?”

구유작마저 기괴한 마의 기둥을 막지 못한단 말인가? 이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내 추측이 맞는다면 이는 상고의 흉기로 지존경의 강자라도 제압하기 힘들 거다.”

구유작의 목소리에 보기 드문 두려움이 묻어났다.

“상고의 흉기라…….”

목진은 처음 듣는 말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은 잘 알았다.

“그럼 어떡해야 하지?”

목진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 구유작도 못 막는 상고의 흉기라면 자신은 살인 흉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단 말인가?

구유작이 한참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상고의 흉기를 기해에 모이도록 유도해보아라.”

“뭐?”

목진은 마의 기둥이 기해에 들어가지 않도록 어떻게든 애를 쓰고 있었는데 구유작은 그 반대를 권하고 있었다. 그러다 살기가 몸속에서 폭발하면 더는 되돌릴 수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전성기 때라면 녀석과 힘을 겨뤄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대신 네 체내에는 나 말고 또 다른 신비로운 물건이 있지 않더냐?”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를 말하는 거야?”

목진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단다.”

“검은색 종이는 도대체 뭐야?”

자신의 체내에 이상한 물건으로 가득 찼단 생각에 목진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의 용도를 몰랐다.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에서 지극히 오래된 파동이 느껴지는데 꼭 고신전 같구나. 네 몸에 깃든 것은 아마 파손된 고신전 같다.”

“고신전이 뭐야?”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이는 신결과 비슷한 물건이나 그보다 더 강력한 존재로 위력이 엄청나단다. 그 속에는 천지를 뒤엎을 만큼 신통방통한 영결이 적혀있는데 고신전이 나타나면 지존은 물론, 지지존과 천지존마저도 이를 탐낼 거다. 그들은 고신전의 도움을 받아 수련에 더 깊은 조예를 이룰 수 있단다.”

지존의 강자마저 탐내는 물건이라, 목진은 체내의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가 이토록 엄청난 물건인 줄 몰랐다. 다만 파손되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기해에 있는 만다린이 보이느냐? 이것이 곧 봉인 신진인데 상고의 흉기를 끌어들이면 그 힘을 빌려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목진은 마음을 움직여 기해에 있는 암자색 만다린을 바라봤다. 거대하고 요염한 꽃은 신비로운 검은색 종이 위쪽에 피었는데 아무런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구유작이 체내에 깃들어 꾀를 부리려 했을 때, 만다린이 이를 손쉽게 제압한 것으로 봐서 엄청난 물건임은 확실했다.

“그럼 해봐야지.”

목진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구유작마저 감당할 수 없는 상고의 흉기라고 했으니 잠자코 기다리기보다야 시도해보는 것이 나았다.

결정을 끝낸 목진은 바로 살기에 맞선 영력을 거두었고 구유작도 바로 기세등등한 흑염을 거두었다.

쿵!

살기는 미친 듯이 목진의 몸에 퍼졌고 그 원천인 검은색 마의 기둥은 한 줄기의 흑광이 되어 기해 속으로 들어갔다.

* * *

곽흉과 여정은 눈을 감고 온몸이 붉게 물든 목진을 부축하며 소훤 등과 함께 전력을 다하여 달렸다.

“서둘러, 백룡지구만 벗어나면 목진 체내에 깃든 살기를 빼낼 방법을 찾자.”

소훤은 이리 말하며 계속하여 뒤돌아봤다. 분명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백헌이 정녕 이대로 포기한단 말인가?

그때 소훤이 갑자기 날카롭게 외쳤다.

“조심해!”

적색 기(氣)의 회오리가 앞쪽 산봉우리에서 번개같이 솟아올라 소령아 등을 향하자 소훤은 다시 푸른빛 파도가 이는 중수영주를 소환하여 앞에 방어벽을 만들었다.

쿵!

푸른빛 파도가 적색 기(氣)의 회오리와 부딪쳐 강대한 영력 충격을 일으키자 대부분 안개가 되어 피어올랐다.

소훤 등은 멈춰서서 어두운 표정으로 앞쪽 산봉우리를 바라봤는데 선홍빛 장창을 든 누군가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백헌이야!”

곽흉이 외쳤다. 역시 놈이 쫓아왔다.

“너흰 오늘 한 사람도 이곳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말했었지?”

백헌의 살기에 소훤 등은 소름이 끼쳤다.

“언니, 이제 어떡해요?”

소령아가 걱정되어 물었다. 강력한 전력 중 한 명인 목진이 혼미 상태에 빠졌으니 백헌처럼 막강한 상대를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령아야, 넌 일단 목진과 함께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 나와 곽흉이 네 언니를 도울게.”

여정이 한기 어린 눈빛으로 백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훤 혼자서는 절대 백헌을 상대할 수 없었으나 여정과 곽흉이 돕는다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정 등이 돕는다고 해도 절대 백헌의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소령아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백헌을 막을 테니 목진과 함께 최대한 빨리 이곳을 떠나.”

소훤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언니!”

소령아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그만해, 이게 최선이야.”

부드럽기만 했던 소훤의 표정은 금세 엄숙해졌다.

이에 소령아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목진을 안고 산봉우리에 숨어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백헌은 수중의 혈색 장창으로 바닥을 내리쳤는데 산봉우리 전체가 흔들리더니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언을 준비했으면 이젠 죽을 일만 남았군.”

* * *

숲 위편에 서 있는 소훤, 곽흉, 여정에게서 웅장한 영력의 파동이 일자 폭풍이라도 일어난 듯 나무들이 요동쳤다.

그들 중 화천경 중기인 소훤이 실력이 제일 좋았고, 중수영주까지 더하면 금상첨화였다. 그리고 여정은 일전에 획득한 용교령환이 있어 꽤 도움이 되었다. 곽흉 역시 방어하는 법을 주로 수련하여 이 세 명은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들만으로 백헌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다들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

소훤 등을 바라보던 백헌은 씨익 웃더니 혈색 장창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화산이 폭발하듯 영력 파동이 한순간에 왈칵 방출되었다.

놀라운 영력의 위압감이 서서히 퍼져나갔다.

“지금이야!”

소훤은 날카롭게 외치며 선공격을 시작했다. 수중의 중수영주에서 빛이 발하더니 천만 근 무게의 푸른색 파도가 기(氣)의 회오리처럼 백헌에게 쏟아져 내렸다.

여정도 용교령환을 소환해 거대한 적룡과 빨간색 이무기가 포효하며 백헌을 향해 돌진했다.

이에 곽흉도 기합을 넣으며 주먹을 쥐었는데 짙은 노란색에 산을 겹겹이 각인한 방패가 나타났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들!”

백헌이 씨익 웃으며 수중의 혈창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혈해가 되어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쿵!

무서운 영력 폭풍이 일어나 아래쪽의 나무를 모조리 찢어버렸다.

이로써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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