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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83화 (182/1,000)

183화. 귀원

한편, 심창생은 고개를 들어 수중의 천련전신창을 휘둘렀는데 황금빛 전창이눈부신 빛을 발하며 상대방의 공격에 맞섰다.

“천련우!”

이에 황금빛 창련이 창끝에서 나타나 순간 수백 장 정도로 커졌고 금련이 활짝 피어 회전하며 수많은 꽃잎이 빛을 발하며 흩어졌다.

하늘 전체를 뒤덮은 금광 부스러기는 현란한 황금빛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는데 그 속에는 치명적인 힘이 깃들어 있었다.

쿵!

이렇게 꽃잎과 만 갈래의 검영이 부딪쳐 하늘과 땅까지 흔들렸고 난폭한 영력의 충격이 끊임없이 휘몰아쳐 아래쪽 숲은 평지가 되었으며 산봉우리마저 깎여 암석이 계속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30초 정도 지나 드디어 공격을 멈추자 놀라운 영력 돌풍도 사그라들었다.

“역시 북창령원 천방 1위는 남다르구나. 여원이 네 손에 죽은 건 다 이유가 있었어. 오늘은 운 좋은 줄 알아. 대신 다음번에 다시 만나면 절대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마룡자는 사라지는 만 갈래의 검영을 바라보다 목진 등에게 고개를 돌려 피식 웃더니 은은한 웃음소리만 남기고 바로 떠났다.

심창생이 있는 한 마룡자가 목진등을 죽이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에 그는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심창생은 마룡자를 쫓아가지 않고 창을 거둔 뒤 허공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보더니 흠칫했다.

목진에게서 왠지 모를 위협이 느껴졌다.

이에 목진은 얼른 흑염을 거두고 피범벅이 된 몸을 드러내며 말했다.

“고마워요, 선배.”

목진은 간신히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심창생이 아니었다면 오늘 목진은 또 한 번 혈투를 벌여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네가 백헌을 죽였어?”

심창생은 멀지 않은 곳 산봉우리에 있는 백헌의 시신을 보더니 자못 놀라 물었다. 융천경 중기밖에 안 되는 목진과 백헌은 실력 차이가 엄청 났다. 게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마룡자와 싸우려고까지 했으니, 그 기백에 탄복하였다.

심창생의 질문에 목진은 그저 가볍게 끄덕였고, 대수미마주가 체내에 남긴 살기의 힘을 빌려 백헌을 죽일 수 있었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았다.

“목진은 몇 개월 전에 북창령원에 온 신생이긴 한데 절대 깔보지 마세요. 이번에 이 녀석이 아니었으면 우린 정말 위험했어요.”

소훤과 나머지 세 명이 함께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신생이라고?”

심창생은 흠칫 놀라 목진을 훑더니 혀를 끌끌 찼다.

“이토록 훌륭한 신생이 나타나다니, 앞으로 북창령원이 떠들썩해지겠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을 뿐이에요.”

목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실력이야.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결과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목진도 심창생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 누군가와 사투를 벌일 때 사용한 방법이 정도든 아니든 살아남을 수만 있으면 목진은 상관없었다.

이때 옆에 있던 곽흉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심창생을 바라봤다. 이곳에서 북창령원 천방 1위를 만나 너무 기뻤다.

“이 생현원단(生玄元丹)을 받아. 네 상처에 도움이 될 거야.”

심창생이 손을 내밀자 수중에 옥합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속에 있는 유백색 단약에서 은은하게 빛이 났다. 그윽한 향에 목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단약은 절대 보통 물건이 아닌데 이토록 큰 은혜를 받아야 할지 목진은 잠시 주저했다.

“고마워요, 선배. 오늘 일은 꼭 잊지 않고 언젠가 갚을게요.”

목진은 금세 생각을 정리하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단약이 꼭 필요한 시점에서 거절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그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갚는 쪽이 나을 거라 여겼다.

이에 심창생은 담담하게 웃었다. 목진의 태도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다만, 은혜를 언젠가 갚겠다는 말은 그저 흘려들었다. 적어도 지금 목진의 실력으로는 딱히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수고했어요, 선배.”

소훤은 심창생이 정말 고마웠다. 그가 아니었으면 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목진에게 어떤 필살기가 남아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도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 분명했다. 소훤은 목진이 자기 때문에 그리되는 걸 원치 않았다.

“난 두 달 동안 마룡자를 쫓았어. 일전에 용마궁의 명으로 이곳에 와서 따라왔는데 너희를 만났구나.”

심창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곽흉이 감탄하였다. 북창령원에서 마룡자를 죽일 수 있는 학생은 심창생 뿐이었다.

“어쩔 계획이야?”

심창생이 소훤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임무를 완성했으니 북창령원에 돌아가야죠.”

어느덧 나온 지도 보름 정도 되었고 위험천만한 일들을 겪어 소훤은 돌아가 몸조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럼 나와 함께 가자. 목진이 중상을 입어 너희 전투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룡자가 생각이 바뀌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

심창생이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선배.”

소훤 등은 한시름 놓았다. 심창생만 있으면 어떻게든 무사히 북창령원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에 목진도 씨익 웃으며 북쪽을 바라봤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심창생 덕분에 소훤 등은 무사히 북창령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이틀 만에 북창령원에 가까워졌고 목진은 심창생이 준 단약으로 어느새 기력을 회복했다.

단약은 살기 때문에 망가진 목진의 몸을 치유했을 뿐만 아니라 영력도 조금 증진해 주었다.

영력을 증진한 데는 살기도 한몫하였다. 살기도 힘의 일종으로 백헌과 싸우며 거의 소진했지만 체내에 조금 남아있는 것을 흡수하였더니 이리되었다.

목진은 심창생이 정말 고마웠다. 그가 아니었으면 절대 이렇게까지 빨리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목진 등은 어느새 북창령원 외곽에 있는 북창성에 도착했다.

“선배, 우리와 함께 북창령원에 돌아가지 않을 건가요?”

목진이 검은색 옷을 입은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마룡자의 현상 임무를 마치지 않고는 돌아갈 수야 없지.”

심창생이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옆에 있던 곽흉이 감탄했다. 북창령원의 천방 1위는 역시 남달랐고, 그를 빼고는 마룡자를 추격할 사람이 더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인사할까요? 임무를 무사히 마치길 바랄게요. 참, 북창령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수렵전(狩獵戰)이 한 달 뒤인데 참석하나요?”

소훤이 웃으며 물었다.

“흠…….”

심창생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올해 수렵전은 유독 어렵다고 들었어요. 최종 수비는 북창령원의 형전 삼대장일 가능성이 커요.”

“그래? 그들도 올해 참석한단 말이지?”

심창성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들은 북창령원의 지난 기수 학생 중에서 손에 꼽히는 사람들로 비록 졸업은 했지만 계속해서 형전에서 수련해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보다 더 실력이 뛰어날 거예요. 그러니까 선배가 오지 않으면 우린 패배할지도 몰라요.”

소훤이 시무룩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들까지 나설 줄은 몰랐구나. 확실히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지. 그럼 어떻게든 돌아올게. 나도 그들과 힘을 겨뤄보고 싶었거든.”

심창생이 인상을 찌푸리며 하는 말에 소훤은 그제야 화색이 되었다.

“선배에 이현통까지 있으면 마지막 관문은 승산이 있겠네요.”

심창생은 그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인사를 마치고 한 줄기의 빛이 되어 빠르게 사라졌다.

“심창생 선배가 수렵전에 참석하면 우리야 좋지.”

곽흉은 심창생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웃었다.

“수렵전이 뭐예요?”

목진이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수렵전은 북창령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대회인데 거의 모든 학생이 참석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커. 그때 또 치열한 전쟁이 일어날 거야. 실력을 감췄던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겠지.”

소훤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렵전이 끝나면 천방 순위에 아주 큰 변화가 생기는데 이건 모두 여태껏 실력을 감췄던 사람들 때문이라고 보면 돼. 북창령원 천방에 있는 사람들만 대단하단 생각은 버려야 해. 누군가는 자기 실력을 아주 잘 감추거든.”

이에 목진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창령원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천방 하나로 순위를 매기기엔 부족했다.

“그해의 심창생이 그런 존재였어. 수렵전 전에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수렵전에서 바로 천방 1위의 자리를 빼앗았고 최종 수비까지 격파하여 북창령원에 이름을 날렸을 뿐만 아니라 여태껏 1위를 놓치지 않았지.”

곽흉이 잔뜩 흥분해서 하는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비는 또 뭐예요?”

목진은 조금 무안했다. 자신이 북창령원의 거사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렵전에는 반드시 수비가 존재하는데 학생이 아니라 북창령원의 형벌전, 즉 형전에서 파견하게 돼 있어. 보통 북창령원에서 졸업한 선배들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으면 형전에 남아 수련하는데 실력이 엄청나지.”

소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전에서 이번 수렵전에 수비 세 명을 파견했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곧 형전 삼대장이야.”

“형전 삼대장이요?”

목진이 흠칫하여 물었다.

“그들은 그해 북창령원에 있을 때도 아주 유명했고, 지금도 형전에서 인기가 남달라. 한 해 전에 힘을 합쳐 현상방 1위인 마형천을 죽이러 갔다지.”

“마형천(魔刑天)이라……”

목진은 그제야 실감이 났다. 마형천은 북창령원 현상방 1위에 있는 엄청난 놈으로 용마궁에서 역대급으로 젊은 장로이고 요괴 못지않은 천부적 재능에 실력은 상상을 뛰어넘어 마룡자는 그와 감히 비교할 가치도 안 되었다.

그런데 이런 괴물을 죽이러 갔다니, 삼대장의 실력이 상당했다.

“결과는요?”

목진은 그 결과가 너무 궁금했다.

“결과는…….”

소훤이 무안하여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삼대장이 힘을 합쳐도 마형천을 잡기란 어려웠어. 그런데 그의 손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엄청난 거야.”

이에 목진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룡자도 엄청난데 현상방 1위인 마형천은 또 얼마나 무서울까? 그가 그리 손쉽게 잡혀 죽었다면 절대 1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렵전에서 그 삼대장이 모든 학생의 공동 상대야. 그들과 싸워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고, 우승해 영광을 거머쥔 학생은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소훤은 흥분하여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보상은 바로 영광 관정이야.”

영광 관정이란 말에 차가운 미인인 여정마저 가슴이 뜨거워졌지만 목진은 어리둥절하여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영광이란 수렵장에 있는 특수 물질로 순수한 천지의 영기가 뭉쳐 이뤄진 거야. 우린 영광을 얻는 걸 목표로 수렵장에 들어가는데 얻은 영광이 많을수록 관정할 때 받는 혜택이 많아.”

목진이 어리둥절한 것을 눈치챈 소훤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네가 영로에 들어갔었다고 들었는데 영로 관정은 알지? 그것과 비슷해, 잠재력을 크게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실력도 대폭 증진할 수 있지.”

목진은 그제야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평소에 실력을 감췄던 학생들이 수렵전에서 아낌없이 실력을 발휘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영로에 들어갔던 목진은 영로 관정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가 이런저런 수단과 방법이 없었더라면 절대 왕급 평가를 받은 인물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여 수렵전의 영광 관정도 비슷한 효과를 본다면 목진은 절대 빠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광 관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최종 수비를 돌파해야 해. 그래서 내가 형전 삼대장이 우리 전부의 적일 거라고 말한 거야.”

소훤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심창생까지 불렀겠어? 내 앞길을 막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비는 한 명뿐이었는데 이번엔 세 명으로 늘어난 데다가 그 유명한 형전 삼대장이라니, 심창생과 이현통이 힘을 합쳐야 그나마 상대가 되겠지?”

곽흉이 한탄하며 내뱉은 말에 목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북창령원에서 실력이 제일인 심창생과 이현통이 빠지면 이번 수렵전에서 학생들은 승리를 거머쥐기 어려울 것이다.

“수렵전 얘기는 그만하고 일단 북창성으로 가서 원인(院印)부터 구하자.”

소훤이 먼 곳에 우뚝 솟은 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은 곧 북창령원의 방패막 중 하나인 북창성이었다.

이렇게 목진 등 5인은 바로 영력을 끌어올려 방대한 북창성을 향했는데 원인(院印)을 취하자마자 바로 북창령원으로 갔다.

두 시진 정도를 지나 북창령원 외곽을 넘은 목진 일행의 눈앞에 활력이 넘치는 북창령원이 펼쳐졌다.

그들의 얼굴에 저절로 웃음꽃이 피었다. 드디어 임무를 무사히 완성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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