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임무를 넘기다
드디어 북창령원에 돌아온 목진 일행은 수많은 수련장과 그 옆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자 불안했던 마음이 그제야 안정되었다.
살기 가득한 바깥세상을 겪고 나서야 북창령원이 안락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북창령원의 학생인 이상 이곳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다.
목진 일행은 곧바로 임무전으로 향했다. 순조롭게 임무를 완성했으니 일단 임무전에 가서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기로 하였다.
임무전은 북창령원의 서북쪽 끝에 있었는데 여러 산 사이에 웅장하게 내려앉은 거대한 궁전 주위에 인파가 넘쳐났다.
이곳은 북창령원에서 인기 있는 곳으로 드나드는 사람 중 어느 하나 실력이 없는 사람은 없었고, 북창대륙의 임무를 수행하는 학생의 실력은 더더욱 출중하였다.
어느덧 임무전에 도착한 이들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유난히 밝았고 수정 광막이 수두룩하였으며 그 속에는 각종 임무가 적혀있었다.
목진은 주위를 훑더니 임무전의 중심에 시선을 멈췄다. 그곳에는 선홍빛 수정 기둥이 있었고 기둥 위에는 암홍색으로 누군가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오싹한 색상 때문에 대전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물건이 되었다.
이곳에 온 사람이라면 전부 이를 갈며 선홍빛 수정 기둥을 바라봤고 그 위에 적힌 이름에 치를 떨었다.
“현상방…….”
목진은 수정 기둥 가장 위쪽에 암홍색으로 적힌 세 글자를 바라봤다. 이것이 바로 목진이 여태껏 들어왔던 북창령원의 현상방이었다.
목진이 아래로 쓰윽 훑어보니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현상방 1위, 마형천, 상급 천만 영치, 절품 영기 1건, 신급 영결 1권.”
“현상방 2위, 마룡자, 상금 800만 영치, 신급 영결 1권.”
“현상방 3위, 혈용인 목골(穆骨), 상금 500만 영치.”
“현상방 4위, 귀웅(鬼熊), 상금 300만 영치.”
* * *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암홍색으로 알려주고 있었지만 고액의 상금에 다들 혹했다. 그러나 이 보상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형천의 상금이 무려 천만 영치네…….”
목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천만 영치면 사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는 가격이었고,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북명룡곤의 정혈을 두 개나 구입할 수 있었다.
“현상방 1위의 상금은 아무도 얻지 못했어.”
소훤이 무기력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형천은 우리 학생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야. 심창생도 마룡자를 상대로 삼았잖아.”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룡자를 직접 봤고 심창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았다. 그런데 마형천은 이들보다 훨씬 실력이 좋다고 했으니 통천경에 이른지 꽤 됐을 것이다.
통천경의 실력을 지니면 북창령원에서는 장로를 할 수 있었고, 실력이 조금 처지는 대륙에서는 그곳을 휘어잡을 수도 있었다.
“얼른 가서 임무부터 마치자. 그리고 이번 임무에 용마궁이 나타났단 소식도 전해야 해.”
소훤이 이리 속삭이더니 곧장 임무전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수정 광막이 있었는데 학생들은 바로 그곳에서 임무를 인계하고 있었다.
임무의 난이도에 따라 그 대우가 달랐다. 소훤이 향한 거대한 수정 광막의 가장 중심에서 잠든 백발노인의 코 고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아무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악, 누구야!”
단잠을 자던 노인은 벌떡 일어나 수염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 소훤이 방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칭얼대며 말했다.
“또 너냐? 고분고분 임무를 넘길 것이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늘 게으름 피우는 모습만 보여주시잖아요. 수염을 모조리 뽑아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네요.”
소령아도 나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희 둘도 참…….”
유 장로는 눈을 흘기며 목진 등을 훑었다.
“천급 임무를 벌써 완성한 거야? 빠르네. 그런데 융천경 밖에 안 되는 녀석은 왜 껴있는 거야?”
그의 시선이 갑자기 목진에게 멈추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저 녀석을 북창대륙에 데리고 간 거야?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뻔했어? 설마 너희 둘 중에 저 녀석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야?”
노인의 말에 소훤 자매는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노인네가 못 하는 말이 없네요.”
소령아의 말에 유 장로는 히쭉 웃으며 말했다.
“농담일세. 그런데 규정에 어긋나니까 저 녀석의 보상은 반으로 줄여야겠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빈손으로 돌아갔을 거야. 이것도 우리가 구면이라 가능한 거야.”
목진은 영치를 반밖에 안 준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이들이 있는 곳은 천급 임무를 인수인계하는 곳으로 소훤 등이 오자 다들 이곳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또 소훤 자매는 북창령원에서 워낙 유명했고 그 미모만으로도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유 장로의 목소리도 한몫해 다들 목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융천경 밖에 안 되는데 어찌 천급 임무에 동참했단 말인가? 소훤이 왜 목진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을까?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
“입 함부로 놀리지 마세요. 우린 통천 영장을 찾는 것으로 알고 백룡지구에 갔는데 지존 영장이었어요. 그리고 융천경이면 안 되나요? 목진은 무려 백룡성 성주 백헌을 죽였어요. 그가 아니었으면 우린 이미 죽었을지도 몰라요.”
유 장로가 목진에게 영치를 반밖에 안 준다는 말에 소령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말에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유 장로도 흠칫 놀랐다.
“지존 영장이라니! 그리고 저 녀석이 백헌을 죽였다고? 그럴 리가, 내가 백룡지구에 임무를 다녀온 적 있어서 잘 아는데 백룡성 성주는 무려 화천경이야.”
“거짓말이겠지…….”
주위에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지존 영장?”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 장로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우린 분명 통천 영장으로 확신하고 임무를 줬는데…… 그럴 리가!”
“그 지존 영장은 수백 년 전 사망한 백룡 지존의 물건이었고 백룡성 성주는 용마궁 사람이었어요. 그는 백룡 지존이 남긴 보물을 얻기 위해 백룡성에 잠복해 있었던 거라고요.”
소령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백룡 지존에 용마궁이라니, 사실이야?”
드디어 안색이 변하며 벌떡 일어선 유 장로가 눈이 휘둥그레져 물었다.
“그럼 거짓일까요? 마지막엔 마룡자까지 나타났어요! 심창생 선배만 아니었으면 우린 절대 못 돌아왔을 거예요.”
소령아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리는 사지를 헤매다 겨우 살아남았어요. 이건 결국 당신들이 정보를 잘못 파악한 탓이에요. 목진이 없었더라면 우린 절대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텐데 영치를 반밖에 안 준다니요. 절대 허락 못 해요.”
“마룡자?”
마룡자란 이름에 다들 소름이 쫙 끼쳤다. 소훤 등이 마룡자와 마주치다니!
유장로는 목진을 다시 한번 훑어보더니 믿기지 않는 듯 소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아이의 말이 사실이야?”
“네,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어요. 믿기지 않으시면 곽흉과 여정한테 물어보거나 심창생이 돌아오면 그자한테 물어봐도 돼요.”
소령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백헌은 용마궁 사람으로 실력이 화천경 후기였는데 이를 죽인 건 확실히 목진이예요. 이번 임무에서 목진의 공이 가장 큰데 보상을 절반밖에 안 주는 만행을 저지르면 절대 안 돼요.”
옆에 있던 여정과 곽흉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유 장로를 포함하여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융천경의 실력으로 화천경 후기의 백헌을 죽였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한 목진은 무안해 입을 열었다.
“내가 백헌을 죽일 수 있었던 건 특별한 무언가를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이는 절대 내 진짜 실력이 아니에요.”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찌 됐든 융천경 중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화천경 후기를 죽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북창령원 학생 중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한편, 유 장로는 목진을 한참 째려보더니 서서히 눈길을 거두고 메마른 손을 내밀었다.
“보상은 전부 줄 테니 영치패를 내거라. 대신 이번 임무에 관한 내용은 정확히 알려야 할 거다. 장로단에 보고해야 하거든.”
목진 일행은 어느덧 임무전에서 나와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임무를 완전히 마무리 지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목진은 영치패의 숫자를 보더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는 북창령원에 들어와서 얻은 가장 큰 보상이었다. 이렇게 목진은 북명룡곤의 정혈과 조금 더 가까워졌다.
“목진아.”
여정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영치패를 꺼내어 손을 휙 저었다.
“이건 너와 약속했던 거야. 나를 도와 용교령환을 얻으면 이번 임무에서 얻은 영치를 주기로 했잖아.”
그녀는 목진을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정이 한번 결정한 일을 바꾸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목진은 그녀의 말을 그저 받아들였다. 이렇게 목진이 보유한 영치는 순간 300만을 넘었다.
“참, 내 것도 받아. 백헌은 네가 죽였는데 놈의 상품 영기인 혈창은 내가 가졌잖아. 여기 150만 영치도 꼭 받아줘.”
옆에 있던 곽흉도 웃으며 목진에게 영치를 넘겼다.
목진은 백헌을 죽인 뒤 상품 영기인 혈창을 곽흉한테 줬다. 이는 그가 백룡지구에서 이보다 더 큰 걸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백룡영주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체내에 상고의 흉기까지 품었다.
사실 이번 임무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목진이었다.
그러나 체내에 있는 대수미마주를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어 목진은 그저 씁쓸하게 웃고 영치를 받았다. 영치 한 푼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으니 목진은 이들의 은혜를 일단 마음속에 간직해두기로 하였다.
“목진아, 혹시 영치가 더 필요해?”
소령아도 목진한테 영치를 줄 의향이 있었다.
“영치가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다들 이번 임무에 최선을 다했어. 여정 선배와 곽흉 선배의 영치는 이미 받았으니 앞으로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갚을 거야. 그러니 더는 빚지고 싶지 않아.”
목진은 하루빨리 영치를 모아 북명룡곤의 정혈을 사고 싶었지만 다들 어렵게 얻은 보상을 주겠다고 하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소령아는 목진의 의지가 확고한 것 같아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그래, 알겠어. 대신 영치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빌려줄게.”
목진은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를 완성했으니 난 이만 신생 구역으로 돌아갈게요.”
목진은 보름 동안 낙리와 떨어져 있어서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지금 당장 그녀를 꼭 끌어안고 싶었다.
“그럼 다음에 봐.”
목진의 말에 소훤 등도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은 바로 신생 구역으로 향했고 1각 정도 지나자 드디어 익숙한 곳에 도착했다.
신생 구역 중심에 있는 맑은 호수 옆 광장에는 낙신회 회원들이 앉아 수련 중이었다. 주령과 엽경령도 그 속에 있었다.
슉!
허공에서 갑자기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 다들 놀라 고개를 돌렸는데 누군가 서서히 광장에 내려앉았다.
“목진 형님이야!”
“목진 형님이 돌아왔어!”
다들 화색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신생 구역은 순간 들끓었다.
“목진?”
주령과 엽경령도 수련을 멈추고 광장에 나타난 목진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주령이 목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