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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87화 (186/1,000)

187화. 요문을 둘러싼 영진

주위를 맴도는 열 갈래의 거대한 빛덩이가 주는 압력이 엄청났다.

3급 영진은 융천경 강자밖에 위협할 수 없었지만 3급 영진 10개가 동시에 폭발하면 화천경 초기의 강자라도 줄행랑쳐야 할 정도였다.

학요도 빛덩이를 빤히 쳐다봤다. 목진이 닷새 동안이나 건물에 손을 댔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융천경 중기의 실력으로 이토록 많은 3급 영진을 조종할 수 있을까?”

학요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위잉!

주위에 막강한 영력 파동이 흐르는 목진은 어느덧 외부를 차단하고 완벽한 심진 상태에 이르렀다.

심진 상태에 대한 조예가 한층 깊어진 목진은 눈만 감고 있어도 외부의 세계가 훤히 보였고 바람이나 천지의 영기마저 정확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것으로 영인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목진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폈는데 하얀빛을 발하는 둥근 구슬 속에 백룡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것은 바로 목진이 백룡영장에서 얻은 백룡영주였다.

백룡영주에는 방대한 영력이 깃들어 있어 그 힘을 빌리면 영인을 전부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목진이 백룡영주를 꽉 쥐자 은은하게 하얀빛을 발하며 용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백룡영주는 파르르 떨며 손바닥을 통해 엄청난 영기를 목진의 체내로 계속 보냈다.

이 영력은 순수하고 방대해 용의 울음소리까지 들렸는데 목진이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그는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숨을 깊게 들이켜고 심진 상태에 들어 두 손으로 인법을 그렸다.

목진의 체내에서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영인이 한 개씩 나타났다.

“영인을 만들기 시작했어!”

누군가의 말에 소훤 등도 잔뜩 긴장하여 목진을 바라봤다. 영인을 만들기는 쉬워도 동시에 3급 영진 10개를 조종할 수 있는 영인을 만들기는 엄청 어려웠다.

어느덧 목진 주위를 둘러싼 빛이 점차 그윽해졌고 영인의 수도 놀라운 속도로 폭등해 한순간에 100개가 넘었다. 이는 적어도 4급 영진사여야 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광장에 서 있는 요문 회원들은 드디어 위험을 감지하고 안절부절못하였다.

무심한 척 앉아있는 학요의 손에도 점차 힘이 들어갔고 의자에는 어느새 균열이 일었다. 학요는 지금 목진을 말리지 않으면 엄청난 후과를 초래할 거란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지금 나서면 다들 자신이 목진을 두려워한다고 오해할 것이다. 학요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네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자.”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는 학요 때문에 요문 회원들은 감히 입도 열지 못했다.

그 옆에 있는 양홍도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는데 질투, 원망, 두려움이 섞인 채 목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학요한테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마저 불안해한다는 걸 느꼈다.

양홍은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이 이렇게까지 막강한 존재란 걸 믿고 싶지 않았다.

이때, 100개의 영인이 다시금 폭등하였는데 눈부신 빛이 목진을 감싸 안아 다들 그 개수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빛이 점차 사라지고 목진이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진 주위에는 영인이 잔뜩 쌓여있었는데 그 수가 500개에 가까워 다들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이럴 수가!”

융천경 중기밖에 안 되는 목진이 이토록 많은 영결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만들어낸들 절대 조종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영진의 배치는 아주 엄격하여 조금만 잘못해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멍하니 목진을 바라보던 서청청은 더는 비꼬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멍청해도 500개 영인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영인 500개라…….”

서황은 깊게 숨을 내쉬었고 변화 없던 그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졌다.

“이걸 어떻게 조종하려고…….”

“목진은 역시 대단해.”

소령아가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그 옆에 있던 여정과 곽흉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상대방이 느끼는 놀라운 감정이 고스란히 와닿았다. 함께 임무를 떠났을 때부터 목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다.

감정 기복이 그다지 없는 소년은 무궁무진한 수법과 필살기가 있었고 나이는 어리지만 속은 아주 깊었다.

그들은 목진이 학요와 정면 승부를 펼칠 줄 알았는데 몰래 요문 본부 밖에서 영진을 그린 것은 의외였고, 이 영진들을 소환할 능력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잊었나 본데, 목진은 처음부터 영진사였어. 그리고 이미 4급 영진사가 되었을지도 몰라.”

소훤이 이내 감탄하며 말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목진은 심진 상태도 깨우쳤을 것이고 심지어 초급은 뛰어넘었을 거야.”

목진이 영진사인 것은 확실했으나 이토록 많은 영인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바로 심진 상태를 깨우쳤고 그 조예가 남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4급 영진사의 능력, 고급 심진 상태, 사전 준비와 외부의 힘까지 더하면 3급 영진 10개를 조종하기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때, 목진이 손을 가볍게 튕기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영인들이 흩어져 요문 본부를 둘러싼 10개의 거대한 빛덩이로 들어갔다. 빛덩이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더니 복잡한 영력 광선이 얽히고설켜 서로 다른 거대한 영진을 만들었다.

“대염마진, 소환!”

목진의 소리가 이곳 정적을 깨자 거대한 영진에서 선홍빛을 발하며 난폭하고 뜨거운 파동이 휘몰아쳤다.

“풍마영진(風魔靈陣)!”

또 한 갈래의 3급 영진이 가동하자 돌풍이 매섭게 불기 시작했다.

“산악봉마진(山嶽封魔陣)!”

“금호효천진(金虎嘯天陣)!”

* * *

목진이 영진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새로운 3급 영진이 소환되었다.

이렇게 열 갈래의 영진이 전부 가동하자 천지의 영기가 순간 난폭해졌다.

다들 흥미진진한 눈으로 눈 앞에 펼쳐진 장관을 감상하였다. 아무도 목진이 3급 영진 10개를 배치하고 가동하는 데 성공할 줄 몰랐다.

목진은 과연 괴물이었다.

“목형이 너무 무서워.”

낙신회 회원들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고 엽경령과 주령은 넋이 나갔다. 이들도 목진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꾸밀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사라진 닷새 동안 이 일을 꾸몄군.”

목진이 화를 내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한편, 낙리는 얼굴을 들고 눈을 감고 앉아있는 목진을 조용히 바라보다 부드럽게 웃었다.

요문 회원들은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졌고 사색이 되어 거대한 영진들을 바라봤다.

이들은 놀라운 영력 파동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신생일 뿐인 목진이 이렇게까지 해서 본부를 포위할 줄은 몰랐다.

“형님, 이제 어떡할까요?”

진후가 입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3급 영진들에 포위되어 심장이 떨렸다. 이에 맞으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요문의 핵심 회원들도 안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학요만 없었으면 이들은 벌써 도망갔을지도 모른다.

학요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손에 힘을 주자 순식간에 의자가 부서졌다.

“학요 선배…….”

소년의 무덤덤한 목소리에서 왠지 모를 위압감이 흘러넘쳐 다들 숨죽여 바라보았다.

“이젠 요문을 방문할 자격이 생겼나요?”

소년이 말을 내뱉자 공기마저 흐름을 멈춘 듯 조용해졌고 메말라 보이는 소년한테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는 열 갈래의 3급 영진에서 온 힘이었다. 그래서 다들 목진이 요문을 방문한다는 말이 더는 우습게 들리지 않았다.

광장에 있는 요문 회원들도 어느새 웃음기가 가신 채 정색하여 목진을 바라봤다.

“형님…….”

진후 등은 무뚝뚝한 학요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에 학요는 손에 묻은 나무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는데 눈에서 치가 떨릴 정도의 한기를 내뿜었다.

“목진, 넌 사람을 놀라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더니 학요를 노려보며 말했다.

“잘못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죠.”

“3급 영진 10개로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

학요의 목소리에서도 한기가 느껴졌다.

3급 영진 10개가 동시에 폭발하면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도 즉사할 테지만 학요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으면 천방 4위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신경전에 혀를 끌끌 찼다. 이번 대결은 이현통 때보다 훨씬 무서웠다.

“영진을 그리는 데 오래 걸렸지? 내가 너를 너무 하찮게 생각했구나. 요문에 숨어들어 이딴 짓을 할 줄은 몰랐어.”

학요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런데…… 영진 외에 또 뭐가 남아있을까?”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이미 필살기를 선보인 것 같은데 아무리 화천경 초기가 즉사하고, 화천경 중기는 피하기 바쁘다고 하지만 학요가 막아내지 못한단 법도 없었다.

학요가 무서운 영력 파동을 내뿜자 발판이 조용히 부서졌고 균열이 빠르게 주위에 퍼졌다.

학요가 정녕 3급 영진 10개를 받아내겠단 말인가?

“진후, 내가 3급 영진 10개를 받아내면 즉시 출동해.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 요문에 찾아왔는데 상대해줘야지.”

학요가 앞에 나아가며 말했다.

“네!”

진후 등은 바로 사나운 눈빛으로 낙신회 회원들을 바라봤다.

3급 영진만 없어지면 낙신회의 신생 따위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비록 낙리가 복병이긴 하나 이렇게나 많은 요문 회원의 공격은 당해내지 못할 것이고, 호되게 당하면 더는 이곳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다.

진후 등의 눈빛에 엽경령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낙리도 눈빛이 차가워지며 검은색 장검을 거머쥐었다.

전쟁은 일촉즉발의 상황이었고, 이는 전부 학요의 선택에 달려있었다.

한편, 목진은 무덤덤한 얼굴로 다가오는 학요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학요 선배, 3급 영진 10개는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게 아니에요.”

“다른 무언가를 준비할 여력은 있고?”

목진이 무슨 방법으로 영진을 소환했는지는 모르나 학요는 이게 목진의 한계치라 더는 다른 곳에 정신을 팔지 못할 거라 여겼다.

소훤, 서황 등도 똑같은 생각이라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목진이 이렇게까지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다른 무언가를 동시에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목진은 사람들의 불신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학요 선배, 이 영진은 그날 낙신회에 찾아온 무례한 녀석들을 위해 준비한 거니 그들한테 맡기죠?”

이리 말하며 자신을 노려보는 목진의 눈빛에 뒤쪽에 있는 진후, 양홍 등은 소름이 끼쳤다.

“내가 네 영진을 격파하면 저들은 자연스레 나설 거야!”

학요는 씨익 웃더니 힘차게 발을 굴러 웅장한 영력을 뽐내며 목진에게 향했다.

“선배는 다른 것으로 접대해야죠.”

목진은 주먹을 쥐고 녹슨 금속 철구를 꺼내 영력을 쏟아부었다. 금속 철구는 순간 만 갈래의 황금빛을 비추며 놀라운 영력 파동을 일으켰다.

이에 거대한 영진이 하늘에 퍼졌는데 옆에 있는 3급 영진보다 더 복잡해 오묘하고 난해한 영진도를 이뤘다.

거대한 영진의 파동에 돌풍이 일었고 수백 장 정도로 크고 복잡한 영진도가 목진의 머리 위에 떠 올랐다.

다들 순식간에 펼쳐진 영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는 3급 영진을 훨씬 뛰어넘었고 4급 영진 중에서도 절대 하급이 아니었다.

“이럴 수가!”

사람들은 목진이 3급 영진 10개를 가동하자마자 바로 4급 영진을 소환한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4급 영진은 미리 각인한 게 아니라 손을 휙 저어 바로 나타난 것이었다.

“영진자야.”

소훤은 흠칫 놀랐다.

“백룡성 경매장에서 얻은 영진자야. 목진이 저 물건 속 비밀을 알아냈어!”

옆에 서 있던 소령아도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소령아가 목진한테 준 물건이었다. 녹슬어 효력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물건이 목진의 손에서 막강한 힘을 뿜어냈다.

“그래서 학요를 두려워하지 않았구나. 역시 뭔가 있을 줄 알았어.”

소령아가 기뻐하며 말했다. 영진자 속에 깃든 영진은 아무리 학요라도 감히 덤빌 수 없었다.

“목진은 절대 승산 없는 일은 하지 않아. 요문에 찾아오겠다고 했으면 분명 학요를 상대할 수단을 미리 생각해뒀을 거야.”

소훤이 담담하게 웃으며 소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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