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188화 (187/1,000)

188화. 영진 10개의 위엄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영진에 동작을 멈췄고 학요마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거대한 영진에서 절대적인 위협을 느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이구나.”

학요는 이를 갈며 목진을 노려봤다.

“과찬이에요, 선배.”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 조용히 지내세요. 안 그럼 영진을 가동할 수도 있어요. 내가 아직 수습하는 법을 잘 몰라서 일단 가동하면 요문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날 위협하는 거야?”

학요가 주먹을 꽉 쥐고 정색하며 물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목진은 잔뜩 녹슨 영진자를 손에 꼭 쥐고 말했다.

이에 학요는 끝까지 목진을 노려봤지만 결국 나서지는 않았다. 목진이 3급 영진 10개만 가동했으면 해볼 만했지만 4급 영진까지 있으니 승산이 없다고 여겼다.

“열 갈래의 3급 영진으로 요문의 실력자들을 가둘 수 있다고 생각해?”

학요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신이 이곳에 있는 한, 목진은 절대 4급 영진을 가동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 요문의 화천경 초기 3명과 기타 실력자들이 힘을 합치면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네요?”

목진이 학요를 노려보며 물었다.

“나더러 신생한테 사과하라니, 내 사과를 받아낼 능력은 있어?”

학요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자신이 사과하면 요문의 체면은 이대로 바닥을 칠 것이다.

“그럼…….”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그가 인법을 바꾸자 거대한 3급 영진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난폭한 영력이 휘몰아쳤다.

목진은 3급 영진 10개를 가동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럼 내 영진을 받을 준비나 하시죠.”

쿵!

목진의 말이 끝나자 난폭한 영력이 요문 본부를 휩쓸었다.

난폭한 영력이 밀물처럼 밀려와 퍼져나갔고, 거대한 3급 영진들은 10개의 태양처럼 하늘에 걸려 요문 본부를 둘러쌌다.

3급 영진이 하나만 있어도 진후 등은 이토록 겁을 먹지 않았을 텐데 10개나 있으니 그 엄청난 힘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 이들이 물러날 곳은 없었다. 학요는 분명 뜻을 굽히지 않을 거라 어떻게든 목진이 가동한 10개의 3급 영진을 막아야 했다.

그러다 정말 막아내면 목진은 강력한 방패를 잃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판을 엎을 수 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3급 영진 10개쯤은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진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요문 회원들은 황급히 몰려들었다. 이럴 때일수록 흩어지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었다.

양홍도 이를 악물고 한이 깃든 눈빛으로 먼 곳에 앉아있는 목진을 노려봤다. 몇 개월 안 되는 사이에 그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몰랐다.

한편, 목진은 막연하게 영기가 흘러넘치는 광장을 바라보더니 인법을 바꿨다. 3급 영진들이 격렬하게 움직이며 난폭한 영기가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그때 빛의 기둥 10개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놀라운 기세로 요문 사람들을 공격했다.

“지금이야!”

진후 등은 안색이 어두워져 거대한 빛기둥을 바라보더니 기합과 함께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려 머리 위에 영력 광막을 형성했다.

나머지 요문 회원들도 다급히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현란한 광막에 서로 다른 색상의 영력을 주입하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살벌한 싸움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목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주먹을 쥐자 열 갈래의 빛이 얽히고설키더니 미친 듯이 회전하여 회오리 빛줄기를 형성하였고, 지나는 곳마다 공기마저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찌릿한 소리를 냈다.

“제어력이 대단해.”

누군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목진이 3급 영진 10개를 조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공격을 합칠 줄 몰랐다.

이리되면 난폭한 공격은 한층 더 강해질 것이다.

슉!

이때, 회오리 빛줄기가 화가 잔뜩 난 용처럼 요문의 영력 광막에 내리꽂혔다.

영력 광막은 순식간에 부서졌고 한데 뭉쳐진 빛기둥은 파죽지세로 광장을 휩쓸어 거대한 균열을 일으켰다.

풉!

요문 회원들은 피를 토하며 맥없이 튕겨 나갔다. 빛기둥의 위력이 이렇게까지 강력할 줄은 몰랐다.

쿵!

영력 기둥이 다시 공격해오자 광막은 부단히 떨리며 파동이 일었다.

“더는 못 버텨!”

진후 옆에 있는 화천경 초기의 누군가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외쳤다.

“얼른 피해!”

진후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한데 얽히고설킨 열 갈래의 빛줄기가 가져다준 충격은 엄청났다. 이들 전부가 힘을 합쳐도 절대 이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진후의 말에 요문 회원들은 동시에 철수했다.

결국 영력 광막은 바로 깨졌고 거대한 빛줄기는 포효하며 광장을 휩쓸었다. 이에 맞은 사람은 모두 피를 뿜으며 튕겨 나갔다.

슉!

뒤이어 빛줄기가 대지를 찢으며 본부를 가격하자 대지가 파르르 떨렸고 요문 본부는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다.

빛줄기는 드디어 힘을 다하고 점차 사라졌고 광장은 연기가 자욱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광장에서 요문 본부까지 생긴 열 장도 넘게 파인 균열을 바라보았다.

광장에 있는 요문 회원들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고 진후 등 실력자들만 겨우 버티고 있었다. 이들도 목진의 공격이 가져다준 충격이 가시지 않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영진 10개의 힘이 이렇게 강력하구나.”

죽상이 된 요문 회원들을 본 사람들은 영진의 위력에 탄복했다. 다른 방법이었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영진은 소임을 다하더니 서서히 사라졌고 그곳을 감쌌던 위압감도 따라 없어졌다. 그러나 진후 등은 계속 두 눈을 부릅뜨고 목진을 째려봤다.

목진은 이들을 무시하고 학요한테 눈길을 돌렸는데 그는 아수라장이 된 요문 본부를 보더니 안색이 유난히 어두워졌다.

“네가 감히 요문 본부를 이렇게 만들어?”

치를 떨며 목진을 쏘아보는 학요는 눈으로 목진을 삼킬 것만 같았다.

“기분 나쁘죠?”

목진이 날카로운 눈길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낙신회 회원들을 괴롭힐 땐 이런 걸 생각하지는 못했나 봐요? 명성이 자자한 요문이 사람 수십 명을 파견해 여자 한 명과 싸우질 않나, 주인도 없는 곳에 마구 침입하여 사람을 괴롭히지 않나…… 당신이 스스로 체면을 구기는데 내가 대신 지켜줄 필요는 없죠.”

학요는 목진이 자기 체면을 구긴 일 때문에 화가나 진후 등을 낙신회에 보낸 것인데 목진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형님, 내가 가서 저 녀석을 잡아 올게요. 다시는 우쭐대지 못하게 말이에요!”

진후의 말에 요문의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들도 발을 뗐다.

“물러나!”

그런데 이때, 낙리가 살기를 내뿜으며 이들을 향해 검은색 장검을 휘둘렀다.

“너!”

낙리의 실력을 잘 아는 진후 등 3인은 동시에 세 갈래의 영력 기(氣)의 회오리를 이루어 검기에 맞섰다.

땅이 흔들리며 진후 등 3인은 파르르 떨며 맥없이 튕겨 나갔다.

“네가 감히!”

학요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낙리를 바라보더니 바로 체내의 영력을 끌어올렸다.

“당신이 감히!”

목진도 이리 외치며 영진자를 꽉 쥐어 머리 위에 있던 거대한 영진을 서서히 가동했다.

“이 영진으로 날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거대한 영진이 안겨준 난폭한 영력 파동에 학요는 정색하며 목진을 노려봤다.

“이번 기회에 확인하면 되겠네요.”

목진도 전혀 물러나지 않았다.

“그럼 네 실력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확인해보지.”

학요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한 여인이 목진 앞에 나타나 웃으며 말을 건넸다.

“학요, 이번 일은 요문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소훤!”

학요는 목진 앞에 나타난 여인 때문에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저 녀석 편을 들 거야?”

“난 너희가 싸우는 걸 원치 않을 뿐이야.”

소훤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두 사람이 한 건 뭘까? 소훤은 말만 그럴싸했지 목진의 편을 드는 것이었다.

“내가 싫다고 하면?”

“목진은 나와 령아의 목숨을 구해준 고마운 사람이야. 난 절대 이 아이가 다치는 꼴을 못 봐, 미안.”

소훤의 뜻은 분명했다. 학요가 목진을 해치려 하면 자신도 나서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학요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소훤이 남자를 지키려고 선뜻 나서는 것을 처음 보는지라 질투심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그는 결국 공격을 멈췄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켜며 표독스럽게 목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목진,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난 널 아직 내 상대로 생각 안 해. 대신 수렵전에서 너를 내 사냥감으로 삼고 사냥할 테니까 각오해. 오늘 받은 수모를 전부 갚아 줄 거야!”

학요는 음침하게 소훤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땐 아무도 널 구할 수 없을 거야!”

그 말에 목진이 담담하게 웃으며 주먹을 쥐자 영진자가 서서히 빛을 잃더니 다시 녹슨 금속 철구로 변했다.

“학요 선배, 당신이 뭘 하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학요를 힐끗 보더니 낙리 등 낙신회 회원들에게 손을 휘젓고 떠나면서 말했다.

“나 목진이 끝까지 상대해줄 거예요.”

요문 때문에 화가 났던 낙신회 회원들은 돌아가는 길 내내 잔뜩 신이나 얼굴마저 발그레해졌다. 낙리의 실력이 목진보다 나았지만 혼자 적들을 상대하게해서 너무 미안했었다.

다행히 목진이 제 때에 돌아왔고, 그가 이토록 패기 넘치는 방법으로 낙신회의 체면을 되살려줄 줄은 몰랐다.

학요처럼 막강한 상대도 목진 앞에선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요문이 망가지는 꼴을 손 놓고 봐야만 했다.

북창령원에서 학요를 이토록 궁지로 몰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신생 중에는 아마 목진이 유일할 것이다.

오늘 일은 이현통과의 대결 못지않았다.

목진은 회원들의 흥분한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더니 옆에 있는 현의 소녀한테 눈길을 돌렸다.

조용히 목진을 바라보던 그녀는 목진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는데 모든 피로가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

“다친 데는 없어?”

낙리는 목진이 오늘 얼마나 애썼는지 잘 알았다. 오늘은 이현통과의 격전 못지않았는데 확실히 그날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다.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백룡영주의 힘을 빌려 영력 소모보다는 심진 상태에 들어가 미세한 변화를 느끼느라 피곤한 것뿐이었다.

오늘 목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열 갈래의 3급 영진을 준비한 건 사실이었으나 전부 가동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심진 상태에 푹 빠져 있다 보니 가능했다.

“심진 상태에 대한 조예가 더 깊어진 것 같아.”

그는 영진 수련에서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 심진 상태에서 영진을 장악하는 능력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오늘 선보인 영진은 준비 과정이 길었고, 그사이에 착오라도 생겼으면 바로 무산되는 것이었다.

“목진아.”

갑자기 들리는 여인의 목소리에 목진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 소훤 등이 다가왔다.

“소훤 선배.”

목진은 히쭉 웃으며 인사를 올렸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언니가 널 도와주자마자 떠나더니, 고맙단 말을 할 줄은 알았네?”

소령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목진은 그저 그곳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한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낙리를 소개했다.

“벌써 들었어. 낙리도 이젠 천방 15위야. 너보다 북창령원에서 더 인기가 있는걸.”

소훤이 낙리를 훑어보더니 화색이 되어 말했다.

낙리가 진후 등을 물리치면서 순위가 자연스럽게 천방 15위로 올라갔는데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녀가 천방에 오른 이유는 모두 누군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였다.

“과찬이에요.”

낙리는 조금 부끄러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