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주재-190화 (189/1,000)

190화. 뇌역 7단계

꽈르릉.

천지를 관통한 거대한 보호막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놀라운 영력 파동을 일으켰다.

“화천경 중기의 힘이란 말인가…….”

목진은 보호막 백 장 밖에 멈춰서서 진지하게 이를 바라보았다. 7단계 앞을 가로막은 장애는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가 전력을 다해도 균열 하나 일으키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에 목진은 주먹을 쥐고 깊게 숨을 들이키며 허공에 앉아 눈을 감았다.

“녀석이 뭘 하는 거야?”

보호막 밖에서 수련하던 사람들은 목진의 이상한 행동에 어리둥절하였다.

“저 소년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현통과의 대결 후 그는 더는 북창령원의 평범한 신생이 아니었다. 그날 후로 노생들마저 목진을 달리 봤다.

“이현통의 공격을 막아낸 신생이잖아. 목진이라고 했지 아마?”

“그러니까 융천경의 실력으로 뇌역의 6단계까지 왔지…….”

“보아하니 7단계에 들어가려는 거 같은데…… 우리도 못 지나는 걸 과연 뚫을 수 있을까?”

“그러게, 제아무리 이현통의 공격을 막아냈다고 한들 아직 실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7단계에 들어가려다 무슨 낭패를 보려고 저러는 걸까?”

* * *

사람들은 수군대며 허공에 자리 잡고 앉은 소년을 바라봤다.

목진은 이를 무시하고 심신을 가다듬고는 열 손가락으로 인법을 바꿔 영인을 소환했다.

반각도 안 되는 사이에 영인의 수는 100개를 넘어섰고 놀라운 영력 파동을 자랑하며 목진의 주위를 맴돌았다.

4급 영진사인 목진이 영인을 100개 정도 소환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사람들은 목진 주위를 맴도는 100개의 영인을 보더니 흠칫 놀랐다. 영인은 100개가 한 고비로 이 문턱만 넘으면 4급 영진사였는데, 목진이 바로 그 고비를 막 넘긴 4급 영진사였다.

또한, 4급 영진사는 화천경의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목진이 융천경의 실력으로 뇌역 6단계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를 드디어 알았다.

슈슉!

그때 목진 주위를 감싼 영인이 천지에 스며들더니 영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영력 광선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복잡한 영진도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은 꼭 연꽃 같았다.

위잉!

검은색 광련처럼 생긴 거대한 영진은 파르르 떨며 빛을 발했고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일었다. 이는 요련도영진이었다.

전에는 이를 소환하는 데 엄청난 정력이 필요했는데 실력이 늘면서 전보다 수월해졌다.

그는 서서히 눈을 뜨고 인법을 바꾸며 외쳤다.

“요련도영진!”

쿵!

방대한 영진이 서서히 일그러지더니 검은색 광련도 이내 기울어졌다. 꽃이 피며 연밥에 엄청난 흑망이 모였다.

슉!

난폭한 검은색 빛줄기가 갑자기 연밥에서 하늘 높이 쏘아 오르더니 보호막을 공격했다.

이에 보호막은 파동이 일더니 검은색 빛줄기가 닿은 곳이 점차 일그러졌다.

목진이 손을 튕기자 광막에 검은색 흔적이 생겨났고 어느새 한 장 정도의 균열이 일었는데 한 사람이 통과하기엔 충분했다.

“균열이 생겼어!”

누군가 부러운 듯 소리를 질렀다.

목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 줄기 빛이 되어 번개같이 균열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거대한 영진은 서서히 사라졌고 균열도 원상 복구되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 * *

균열 속으로 들어간 목진은 암흑을 넘어 밝은 곳에 도착했는데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조금 놀랐다.

주변은 어둑어둑하였고 뇌운이 주는 압박감이 엄청났다.

쿵!

고개를 들어보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빗방울이 몸에 닿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빗방울은 벼락의 힘이 모여 생긴 것으로 몸에 떨어지면 저릿저릿했다.

뇌역 7단계의 벼락의 힘은 이 정도로 그윽했다.

역시 7단계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실력이 부족하면 절대 이곳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다.

“7단계의 벼락의 힘이라면 백룡영주의 봉인을 뚫을 수 있을 거야.”

목진은 잠시 주저하다가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1각 넘게 지나가자 앞에 우뚝 솟아오른 산봉우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산봉우리는 아무런 식물도 자라지 않아 생기가 없어 보였고, 산 정상에는 금속으로 만든 것 같은 인뢰대가 있었다.

목진은 바로 그 인뢰대에 내려앉았다.

한편, 위쪽 하늘의 뇌운은 벼락의 힘이 너무 모여 먹물처럼 까맣게 그을린 채 조용히 하늘에 떠다녔다. 벼락이 번쩍이지는 않았지만 은은하게 보이는 뇌망에서는 무서운 파동이 느껴졌다.

7단계의 벼락의 힘은 6단계보다 훨씬 강력했다.

목진은 엄청난 벼락의 힘이 깃든 검은색 뇌운을 보더니 화색이 되었다. 그 힘이 강력할수록 백룡영주의 봉인을 뚫을 가능성도 컸다.

목진은 차가운 인뢰대에 앉아 잠시 쉬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체내의 영력을 인뢰대에 주입했다.

위잉.

까맣던 인뢰대가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뇌운도 서서히 움직였다. 그 모습이 마치 이를 드러낸 상고의 뇌수 같았다.

그러나 목진은 정색했다. 천지 사이에 아주 난폭한 파동이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묵직한 우렛소리에 목진이 고개를 들자 검은색 뇌운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찬란한 은색 빗방울에는 난폭한 벼락의 힘이 깃들어 있었고 한 방울의 힘이 4단계의 벼락보다 훨씬 강력했다.

뇌우였다.

쏴아.

뇌우는 목진의 몸에 계속 떨어졌다.

퍽! 퍽!

빗방울은 몸에 닿자마자 폭발했는데 그 무서운 힘에 목진의 몸에는 빨갛게 자국이 생겨났고 고통이 온몸으로 퍼졌다.

목진은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뇌우가 이토록 무서운줄은 몰랐다.

뇌우는 목진의 몸에 닿자마자 스며들어 미세하게 소리가 났는데 이는 벼락의 힘이 근육을 지날 때 경맥이 내는 소리였다.

엄청난 고통과 짜릿함이 온몸에 퍼졌으나 목진은 왠지 모르게 통쾌했다.

목진은 히쭉 웃으며 주먹을 꼭 쥐었다. 그러자 하얀빛과 함께 용의 울음소리가 나더니 백룡영주가 수중에 나타났다.

목진이 수중의 백룡영주를 빤히 쳐다보다 서서히 손을 들자 영주가 그 머리 위에 떠올랐고, 은은한 빛이 비치며 광막을 형성해 뇌우를 모조리 차단하였다.

백룡영주가 형성한 광막에 뇌우가 닿자 파문이 일었다.

이에 목진은 차가운 인뢰대에 손을 얹고 영력을 불어넣어 그 효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인뢰대에서 눈부신 빛이 비치며 목진의 몸을 덮었고 강력한 흡착력이 생겼다.

이와 동시에 우렛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저 끝에 있던 먹구름들까지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꽈르릉!

목진의 머리 위의 백룡영주가 빛을 비추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순식간에 모든 곳이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몰려드는 먹구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서 때려주세요.”

쾅!

먹구름은 목진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갑자기 줄어들더니 미친 듯이 폭우를 쏟아냈다.

쏴아!

찬란한 뇌우는 대부분 인뢰대에 떨어졌고 극소수는 대지로 향했다.

주위에 벌거벗은 산봉우리 중 뇌우에 맞은 암석은 산산조각이 나며 금세 부서졌고 그곳에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숙한 홈이 파였다.

산들이 생기가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토록 험악한 환경에서는 아무리 강한 식물이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목진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하얀색 광막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광막 중심에 떠 있는 백룡영주는 계속해서 하얀빛을 발하며 난폭한 뇌우를 막아냈고 광막에는 계속해서 파문이 일었다.

뇌우는 갈수록 크게 내리쳐 기세등등했는데 백룡영주도 보통 물건이 아니라 끄떡없었다.

이 정도의 뇌우도 거뜬히 막아내다니, 목진은 백룡영주의 능력에 화색이 되었다. 능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봉인을 해제한 뒤 얻을 것이 더 많았다.

쿵!

하늘에 떠다니는 먹구름은 백룡영주의 힘을 알아본 듯 격렬하게 요동쳤고 뇌우는 점차 난폭해졌다. 이에 목진은 두려웠으나 화천경 초기의 실력자라도 이런 공격에는 중상을 입을 것이다.

백룡영주는 뇌우의 거센 공격에 화가 난 듯 용의 울음소리를 내며 하얀빛을 뿜었고 뇌우는 전부 튕겨 나갔다.

이에 맞서 하늘에서도 꽈르릉 소리를 내더니 뇌우가 서서히 융합하였다.

미세한 뇌우는 팔뚝만큼 굵은 액체 은뢰가 되어 천지를 관통하는 날카롭고 난폭한 힘으로 백룡영주에게로 향했다.

두 갈래의 놀라운 힘이 맞서며 파문이 일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목진은 백룡영주와 먹구름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계속해서 인뢰대에 영력을 불어넣어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럼에도 목진은 벼락의 힘이 부족해 백룡영주의 봉인을 뚫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아무런 수확도 없이 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존경의 강자가 남긴 물건은 세월이 지나도 위력이 대단해 뇌운의 공격을 사흘 동안 받았는데도 끄떡없었고, 무서운 영력 파동을 일으키며 액체 은뢰를 튕겨냈다.

한편, 목진이 계속해서 인뢰대에 벼락을 불러와 이 구역의 뇌우는 사흘 내내 그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백룡영주가 이렇게 끈질기다니…….”

목진은 혀를 끌끌 찼다. 이 정도면 화천경 중기의 실력자도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도 백룡영주의 봉인은 풀릴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목진이 이를 악물고 다시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 순간 인뢰대에서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또 열흘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계속해서 뇌우를 맞은 백룡영주는 조금 어두워졌지만 봉인만은 여전히 끄떡없었다. 이에 목진은 구유작이 왜 힘들다고 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열흘 넘게 인뢰대를 가동한 탓에 백 리 안은 전부 뇌운으로 덮였고 어둠 속에서 침몰할 것만 같았다.

지금의 뇌운은 목진마저 두려울 정도였다. 그라도 이런 상황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목진 외에 이런 방법을 시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뇌역의 벼락의 힘은 영력을 단련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바로 죽는다.

목진은 가볍게 숨을 내뱉더니 한곳에 모여있는 먹물처럼 까만 뇌운을 바라봤다. 벼락의 힘은 너무 난폭했고, 그 속에서 하천을 이룬 듯 끔찍한 파동이 흘렀다.

“더는 안 되겠어.”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한 달 후면 수렵전인데 봉인을 해제하는 데만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방법을 바꾸는 수밖에…….”

목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손을 튕겼는데 백룡영주가 하얀색 빛줄기처럼 벼락의 하천으로 향했다.

그동안 벼락의 힘이 미친 듯이 모여 난폭하기 그지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희망이 이것밖에는 없었다.

슉!

하늘 높이 솟아오른 하얀빛은 유난히 이목을 끌었다. 사람들은 그곳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뇌운이 그득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들 모두 7단계에 수련하러 온 이들이었지만, 감히 그곳의 인뢰대에는 발을 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가 열흘 넘게 계속해서 뇌운을 부르는지 알고 싶었다.

“뭔가 뇌운에 들어갔어.”

어두운 하늘 아래, 누군가의 말소리에 다들 시선을 돌리자 한 줄기의 백광이 뇌우을 맞선 채 하늘 높이 솟아올라 뇌운 안으로 들어갔다.

“뇌운 속에는 뇌하가 있는데 도대체 뭘 하려는 거지? 뇌하가 폭동을 일으키면 얼마나 무서운지 정녕 모르는 걸까?”

북창령원에서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마저 이 광경에 안색이 어두워졌고 두 눈이 휘둥그레져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목진은 백룡영주에만 신경을 쓰느라 사람들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