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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94화 (193/1,000)

194화. 노인의 공격

“정말이냐?”

검은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혼탁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목진은 머리를 끄덕이며 웃었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나를 죽이지야 않겠죠.”

“네가 죽진 않겠지만 몇 개월 동안 누워있을 수도 있단다.”

대머리 노인은 머리를 만지며 씨익 웃었다.

“괜찮겠느냐?”

구유작이 몰래 목진에게 물었다. 그는 목진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

“한번 해보는 거지 뭐.”

신비로운 대머리 노인은 여태껏 그가 봤던 사람 중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 그는 심지어 백룡 지존보다 실력이 더 좋은 것 같았다.

“내가 몰래 도와줄 것이다.”

구유작은 자신을 도와 천뇌주를 만들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대머리 노인이 손을 휘두르자 한 줄기의 빛이 날아가더니 구유작을 감금하였다.

“구유작, 너는 옆에서 잠자코 보고만 있거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자 구유작은 자신을 향해 웃기만 하는 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목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당신을 절대 가만 안 둬. 지금은 상대가 안 돼도 언젠가 분명 당신을 따라잡을 거야.”

“진화에 성공하여 신수가 되는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니 넌 아직 갈 길이 멀단다.”

노인이 웃으며 목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준비되었느냐?”

목진은 숨을 고르며 뒤로 물러나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네, 선배.”

목진은 이리 답하며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는데 흑염이 들끓는 어두운 영력이 전쟁의 불씨처럼 활활 타올라 백 리 안 어디서든 뚜렷하게 보였다.

“구유화의 영력을 융합하였구나.”

주위에 흑염이 활활 타오르는 목진의 영력에 노인은 흠칫 놀랐다. 그는 곧바로 옷깃을 휘둘러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압감이 노인의 체내에서 솟아올랐고 그 기세에 이곳 천지마저 파르르 떨었다.

이때, 노인이 평원을 가로지른 거대한 뇌강을 들어 올리자 이는 은룡처럼 날아올라 목진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목진은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엄청나게 무서운 벼락의 힘이 깃들어있는 뇌강을 이리 손쉽게 들어 올리다니, 그 실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노인이 손을 휘두르자 뇌강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엄청난 소리와 함께 뇌룡처럼 미친 듯이 목진에게로 돌진했다.

이에 목진은 자신을 향한 뇌강을 우두커니 바라봤다.

주위의 공간은 어느새 봉쇄되어 노인의 매서운 공격을 절대 피할 수 없었다. 노인은 조금이라도 목진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에 목진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피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그는 허공에 자리 잡고 앉아 체내의 영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두 손을 빠르게 움직여 난해한 인법을 그렸다.

이때, 상고의 범음이 하늘에 울려 퍼지며 흑광이 모이더니 거대한 구급부도탑이 나타나 목진을 삼켰다.

목진의 필살기 중 구급부도탑의 방어력이 제일이라 대머리 노인의 공격에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저건…….”

대머리 노인은 거대한 부도탑을 보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구급부도탑이 나타나든 말든 뇌강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있는 힘껏 부도탑을 공격했다.

무서운 충격에 부도탑은 갑자기 격렬하게 움직였고 뇌강이 지나간 곳에서는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노인의 공격은 역시나 강력했다.

한편, 구급부도탑 속의 목진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했던 부도탑은 노인의 일격에 균열이 일어났고 균열이 인 곳에서는 은광이 빛나는 뇌강이 조금씩 떨어졌다.

구급부도탑은 그야말로 부서지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부도탑이 무너지면 목진은 바로 위험해질 것이다. 그의 육신으로 절대 상대방의 공격을 받아낼 수 없었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목진은 마음이 언짢았다. 노인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면 자신이 심창생, 이현통보다 못하다는 것인데 그는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결코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마저 뛰어넘지 못하면 최강자가 되어 그녀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지킨단 말인가?

그러나 구급부도탑은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뇌광이 목진의 몸을 비췄는데 너무 앙상하고 초라해 보였다.

와르르!

또 한 층이 무너졌다. 그때 목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그의 불굴의 의지는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으악!”

목진은 눈이 충혈된 채 주먹을 꽉 쥐고 포효하였다.

초라해진 구급부도탑에 목진의 의지가 담긴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위잉!

부도탑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고, 이는 공명처럼 목진의 포효에 응답하였고 무언가가 자극받아 깨어난 것 같았다.

잠시 후 부도탑 내부에 상고의 광문이 나타났는데 오래된 연꽃처럼 생긴 광문에서 창망한 기가 스며져 나왔다.

목진 체내의 대부도결은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움직였고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는 신비로운 검은색 광점이 눈부신 빛을 발했다.

목진 체내의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되었던 무언가가 잠시 봉인을 뚫고 나온 것 같았다.

슉!

상고의 소리가 부도탑 내에 울려 퍼지더니 목진은 어느새 흑광에 둘러싸였고 무너졌던 구급부도탑도 갑자기 상고의 빛을 내며 조금씩 복구되었다.

대머리 노인은 뇌강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부도탑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탑기단에 꽃잎이 9개인 상고의 검은색 연꽃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천지의 조화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연꽃 때문에 상고의 창망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건…….”

노인은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태고신탑이란 말인가? 저 녀석이 설마 태고족이란 말인가? 태고족이 왜 이곳에 나타났을까?”

부도탑 안에 피범벅이 된 채 앉아있는 목진의 몸 표면에 혈련 광문이 생겼는데 혈현 꽃잎 역시 9개였다.

“흥미롭구나…… 이토록 순수한 태고의 혈통이라니, 부모님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때 뇌강은 공격을 멈추고 다시 떨어져 내렸고 거대한 부도탑에도 파동이 일며 흑광이 되어 조금씩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목진은 맥없이 추락하였다.

이에 대머리 노인은 바로 손을 튕겼는데 한 줄기의 은광이 목진의 체내에 들어갔고 옷깃을 휘두르자 그 여파에 혼미한 목진은 뇌강에 빠졌다.

“야!”

구유작은 순간 정색했다. 목진은 멀쩡할 때도 감히 뇌강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혼미한 그를 내던지다니!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저 아이가 죽는 것은 원치 않는단다. 그리고 보상을 주기로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대머리 노인은 담담하게 웃으며 구유작을 바라보더니 손을 튕겼다. 그러자 금속 깃털이 나타나 구유작의 몸에 스며들었다.

“뭘 한 거야?”

구유작은 자기 몸에 뭐가 스며들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해 화가 잔뜩 났다.

“너희 구유작족의 한 늙은이와 친분이 있어 너한테도 선물을 주고 싶었을 뿐이란다. 그럼 저 녀석은 건드리지 말고 계속 천뇌주를 만들도록 해라.”

노인은 별다른 해명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웃더니 지팡이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분명 속도가 느린 것 같은데 노인은 어느새 하늘 저 끝에 나타나 바로 종적을 감췄다.

구유작은 이를 악물고 노인이 사라진 방향을 보다가 뇌강에 빠진 목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흑염을 내뿜으며 천뇌주 만들기에 매진했다.

목진은 무한한 암흑 속에 빠졌는데 어둠 속에 흑망이 넘실거리더니 한 여인이 나타나 목진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꼭 어머니의 품속 같았고, 몸에 기류가 흐르더니 상처도 치유되는 것 같았다.

순간 의식을 되찾은 목진은 따뜻한 손길의 주인공을 제대로 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다만 피를 나눈 듯한 기묘한 느낌이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하게 하였다. 어린시절, 자신을 지켜줬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어머니!”

목진은 눈을 번쩍 뜨고 발버둥 쳐봤지만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으악!”

목진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비명부터 질렀다. 난폭한 벼락의 힘이 무쇠처럼 목진의 몸을 파고들어 근육이 욱신거렸고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체내에서 은은한 은빛을 발하더니 목진의 몸은 잔뜩 굶주린 것처럼 벼락의 힘을 집어삼켰다. 고통이 순식간에 폭등하였다.

피를 머금은 목진은 새로 생긴 정체 모를 물건을 발견했는데 뇌신체라 불리는 신결이었다.

“대머리 노인이 남긴 건가?”

목진은 곧바로 신결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몸속 내부가 순식간에 눈부신 은색으로 변했고 뇌광이 빛을 발하며 근육, 내장, 경맥, 골격 등 신체 전부가 체내에 스며드는 벼락의 힘을 삼켰다.

이에 목진이 느끼는 고통은 엄청났지만 벅차오르는 힘에 다른 한 편으로 기분이 좋았다.

대머리 노인이 준 신결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몰라도 육신이 난폭한 벼락의 힘을 흡수하며 단단해지는 것만은 확실했다.

몸을 단련하는 영결은 보기 드문 데다가 대머리 노인이 준 것은 일반 영결이 아니라 벼락의 힘을 흡수하여 육신을 키우는 신결이었다.

“대머리 노인이 손은 매워도 인색한 편은 아니네.”

목진은 잠시 중얼거리다 신결 수련에 전력을 다했다.

목진은 뇌강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몸을 담그고 벼락의 힘을 계속해서 맞으며 사흘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수련에만 매진했다.

그 과정에서 뇌신체는 벼락의 힘을 모아 뇌구를 만들었는데 이는 목진의 몸속을 누비며 경맥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대머리 노인이 준 뇌신결은 완전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점이 조금 아쉬웠으나 이만큼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 *

어느덧 사흘이 지나자 구유작은 맑은 울음소리와 함께 암장 호수 옆 들끓던 흑염을 삼켰다. 그의 머리 위에 대량의 은색 호수가 나타났는데 전부 뇌광이 빛나는 천뇌주였다.

무려 만 개가 넘었다.

천뇌주를 충분히 만든 구유작은 다시 뇌하로 눈길을 돌렸는데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목진한테 무슨 일이라고 생겼을까 봐 걱정된 구유작이 뛰어들어 찾으려고 날개를 퍼덕이는데 갑자기 무언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 강력한 영력 충격에 뇌강이 폭발하였고 허공에 누군가 나타났다.

뇌광을 뒤집어쓴 채 구유작의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목진이었다. 그의 피부는 은은하게 은색으로 빛났고 그 속에는 막강한 힘이 깃들어있었다.

목진이 주먹을 가볍게 휘두르자 공기마저 폭발하였다. 며칠 사이에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좋아!”

어느덧 뇌광이 사라지자 목진은 히쭉 웃으며 뇌강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구유작에게 다가갔다.

“괜찮은 것이냐?”

목진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구유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주위를 훑었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벌써 떠났어.”

구유작의 말에 목진은 중얼거렸다.

“어떤 분인지 모르겠네. 이 정도 실력이면 북창령원에서 최고 등급에 속하겠지?”

“글쎄…….”

구유작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목진도 곧바로 생각을 접고 허공에 떠 있는 수만 개의 천뇌주를 바라보더니 이내 화색이 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해.”

그는 바로 천뇌주를 거두고 말했다.

“이젠 돌아가자.”

목진은 기지개를 켜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번 뇌역행은 상상 그 이상으로 수확이 엄청났다. 목진의 실력이 준 화천경으로 폭등했을 뿐만 아니라 용등술과 뇌신체 등 전투력에 큰 도움이 되는 신결까지 획득했다.

그는 수렵전에서 아무리 막강한 상대를 만나도 상대할 자신이 생겼다.

“이현통, 이제 공격 세 번 따위의 조건은 더는 필요 없겠구나.”

목진은 피식 웃으며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 목진에게 이현통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제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북명룡곤의 정혈을 사러 가자. 네 소원을 드디어 이루게 되었구나.”

목진이 방긋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고맙구나.”

구유작은 이내 화색이 되어 말했다. 드디어 오매불망 그리던 북명룡곤의 정혈을 수중에 넣게 되었다.

“우리 사이에…….”

목진은 씨익 웃으며 구유작을 훑더니 턱을 괴며 말했다.

“네가 진화하는 데 성공하여 신수가 되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지?”

목진은 구유작의 성별이 엄청 궁금했다.

이에 구유작은 눈을 흘기더니 한 줄기의 흑광이 되어 기해로 돌아갔고 목진은 히쭉거리더니 빠르게 뇌역을 빠져나왔다.

이렇게 2각 정도 지나자 목진은 뇌역을 벗어났고 활기찬 북창령원을 보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목진은 신생 구역이 아닌 영치전으로 먼저 갔다. 잔뜩 흥분한 구유작 때문에 그의 소원부터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영치전은 북창령원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곳으로 사람이 많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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