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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195화 (194/1,000)

195화. 정혈을 손에 넣다

어느덧 영치전에 도착한 목진은 곧바로 대전의 중심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천뇌주만 취급하는 곳이 있었다.

방대한 수정 창구에는 예쁜 소녀가 서 있었는데 북창령원의 학생 같았다. 아마도 이곳에서 도우미를 하며 보상으로 영치를 얻는 듯했다.

천뇌주의 수요가 많아 1각 정도 지나자 겨우 차례가 되었다.

“천뇌주를 구매하러 왔어?”

예쁜 소녀는 방긋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아니요, 난 천뇌주를 팔러 왔어요.”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했다. 이에 소녀는 미소를 띤 채 물었다.

“천뇌주는 한 개에 200영치인데 몇 개를 팔 거야?”

목진 외에 천뇌주로 영치를 바꾸는 사람은 많아 소녀는 그러려니 하였다.

“만삼천 개요.”

목진이 활짝 웃으며 한 말에 소녀는 손에 힘이 풀려 수중의 연필이 바닥에 떨어졌다.

만삼천 개라니! 소녀는 목진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는 심창생이라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소녀의 의심쩍은 눈빛에 목진은 바로 손을 튕겼는데 눈부신 은색 빛줄기가 창구 주위를 가득 채웠다.

“선배, 천뇌주 만삼천 개면 260만 영치죠?”

떠들썩했던 대전은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고 다들 멍하니 은색 빛줄기를 바라봤다. 만 개도 넘는 천뇌주도 처음이거니와 누군가 혼자서 이 많은 양을 가져온 것도 처음이었다.

뇌역에서 천뇌주를 만드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하루 동안 10개 정도가 최선이었는데 이것도 수련을 포기하고 전력을 다해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이들한테 만 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오랜 시간 걸려야 가능한 양이었다.

게다가 천뇌주 만삼천 개면 260만 영치인데 이 가격으로 영치전에서 상품 영기나 준신급 신결을 구매하기에 충분했다.

목진이 이렇게 거리낌 없이 천뇌주를 선보인 데도 이유가 있었는데 만약 북창대륙이었으면 이는 위험을 불러올 것이 분명했지만 북창령원은 안전했다.

창구에 서 있는 소녀도 이내 정신을 차리고 눈이 휘둥그레져 목진을 바라봤다. 무슨 수를 써서 천뇌주를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더는 묻지 않고 계자탁을 꺼내 천뇌주를 전부 거두었다.

“만삼천 개, 확인 완료.”

소녀는 물건을 확인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학생, 영치가 200만이 넘어 내가 거래할 수 없어. 스승을 불러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목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소녀는 책임자로 보이는 중년 남자와 함께 돌아왔다. 목진을 바라보는 중년 남자의 눈빛이 남달랐다. 그도 단번에 만 개도 넘는 천뢰주를 거래하는 학생은 처음이었다.

“영치패를 다오.”

중년 남자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거래가 성사되자 목진은 영치패에 적힌 710만이나 되는 숫자에 화색이 되었다. 드디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만큼의 영치를 모아 기분이 좋았다.

“고마워요.”

목진은 흥분한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인사를 올렸다.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구매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그게 뭘까?”

중년 남자가 웃으며 물었다.

“북명룡곤의 정혈을 주세요.”

목진의 말에 중년 남자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700만 영치에 상당한 북명룡곤의 정혈은 영치전에서 아주 비싼 물건으로 여태껏 이를 구매하려고 찾아온 학생은 목진이 처음이었다.

“날 따라오거라.”

뒤에 서 있던 학생들은 목진이 뭘 구매하려는 지 제대로 듣지 못해 궁금했지만 중년 남자의 표정으로 보아 보통 물건은 아닐 거라 예상했다.

목진은 중년 남자와 함께 자그마한 밀실에 들어갔다. 내실에 들어갔던 중년 남자는 반나절이 지나서야 사람 머리만큼 커다란 수정구를 쥔 채 나타났다.

수정구 안에는 금색 액체가 살아 숨 쉬듯 천천히 움직였고 매우 신비로운 파동을 조금씩 발산하였다.

북명룡곤의 정혈은 비록 수정구로 외부와 차단되었지만 목진은 그 속에 깃든 무서운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진정한 신수의 힘이었다.

신수는 지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였다.

“이것이 곧 북명룡곤의 정혈로 북명 대인의 물건이란다.”

중년 남자는 경외에 찬 눈빛으로 물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말한 북명 대인이 곧 북명룡곤이었다.

“이 정혈은 700만 영치로 이미 네 영치패에서 삭감했다.”

중년 남자는 영치패를 목진에게 돌려줬는데 영치는 어느새 10만밖에 남지 않았다. 700만 영치가 들어왔었다는 것이 실감 나기도 전에 나가버려 목진은 조금 무안하였다.

“북명룡곤의 정혈은 이제부터 네 것이다.”

중년 남자는 목진이 이 물건을 어디에 사용할지 무척 궁금했지만 캐묻지 않았다.

“고마워요.”

목진은 영치패를 건네받고 북명룡곤의 정혈을 계자탁에 넣은 뒤 인사를 올리고 영치전을 떠났다.

떠나가는 목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는 숨을 고르고는 고위층에 보고하러 갔다. 북명룡곤이 판매된 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목진은 구유작에게 물었다.

“북명룡곤의 정혈만 얻으면 진화할 수 있어?”

“그럴 리가, 뇌겁을 겪어야 한다.”

“흑신 뇌겁 말이야?”

목진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구유작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뇌겁을 겪고 있었고 이에 실패하여 진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목진은 뇌겁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신으로 거듭나는 건 영수의 수련에 가장 중요한 절차라 절대 쉽지 않다. 난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북명룡곤의 정혈이 있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구유작의 말에 목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혈맥이 연결되어 있으니 구유작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목진도 타격이 클 것이다. 그는 구유작이 무사히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틀 동안 몸조리 잘하고 내 영력도 마음껏 써. 우리 적당한 곳을 찾아 흑신 뇌겁을 이겨내자.”

이에 기해에 있던 구유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걱정되어 건네는 목진의 말에 구유작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목진은 바로 신생 구역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목진이 뇌역 8단계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북창령원에 퍼져 낙신회 사람들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목진에 대한 경외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이에 목진은 사람들과 잠시 담소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낙리는 수련하러 떠났는지 집에 없었다. 하긴, 낙리는 수련을 시작하면 잠도 자지 않고 식사마저 마다할 사람이었다.

가녀린 어깨에 짊어진 그녀의 무거운 책임을 떠올린 목진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낙리가 자신 옆에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낙신족의 차기 낙황이 되기 위해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다.

현재 목진의 실력으로는 낙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목진은 옥탑에 서서 별이 빛나는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직 갈 길이 험하고 멀었지만, 다행히 시간은 그렇게까지 촉박하지는 않았다.

목진은 낙리가 없는 집에서 이틀 동안 구유작이 겁난을 이겨낼 준비를 도왔다. 비록 옆에서 돕는다고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목진은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구유작 역시 두 번이나 실패한 뇌겁에 맞서기 위해 조용히 힘을 구축하였다.

이틀 뒤, 목진은 신생 구역을 떠나 북창령원 외곽으로 향했다. 산맥이 가득한 그곳은 북창령원과도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방해꾼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두 시진이 지나 북창령원에서 멀어지자 목진은 속도를 줄여 한 산봉우리에 내려앉았다. 주위에 영수가 있긴 했지만 강력한 영력 파동이 느껴지지 않아 뇌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적합한 장소였다.

그때 날개에 흑염이 활활 타오르는 구유작이 작은새로 변하여 목진의 눈앞에 나타났는데 눈에 불굴의 의지와 오만함이 잔뜩 묻어났다.

목진은 황금빛 혈액이 서서히 움직이는 수정구를 꺼내며 구유작에게 물었다.

“시작할까?”

이에 구유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흑염을 내뿜어 수정구를 한입에 삼켰다.

슉!

하늘 높이 날아오른 구유작은 맑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자그마한 몸뚱이가 미친 듯이 팽창하여 어느덧 태양을 뒤덮을 만큼 커졌다.

목진이 구유작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제 구유작은 북명룡곤의 정혈을 빌어 완벽하게 회복했고 힘이 더 세졌다.

구유작의 무서운 영력이 주는 위압감이 천지를 휘감고 있을 때, 목진은 구천에서부터 무서운 파동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파멸의 힘이 깃든 검은색 뇌운이 뭉쳐져 이곳을 향해 돌진했다.

흑신 뇌겁(雷劫)에 맞설 시간이 다가왔다.

밝았던 하늘은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천지의 영기도 무서워 도망갔다.

크으윽.

주위에 있던 영수들은 두려움에 온몸을 파르르 떨며 울부짖었다. 영수에게 흑신 뇌겁은 아주 무서운 존재였다.

이들은 열심히 수련해 진화하기 위해 꼭 겪어야할 뇌겁이 기다려지는 한편, 이에 대한 두려움도 엄청났다.

목진은 산봉우리에 서서 검은색 뇌운이 계속 모이는 구천을 유심히 쳐다봤다. 흑망이 번쩍이는 벼락의 힘은 난폭하기 그지없어 뇌역 8단계의 뇌강은 이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이는 천지에서 비롯된 진정한 파멸의 힘이었다.

한편, 그 아래에서 구유작이 흑염이 훨훨 타오르는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자 온도가 서서히 올라갔다. 날개를 휘저을 때마다 열풍이 이곳을 휘감았으며, 흑신 뇌운을 바라보는 구유작의 눈에서 굳센 의지가 묻어났다.

비록 여러 차례 실패했지만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불사조의 혈맥을 이어받은 고귀한 구유작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신수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하여 그는 반드시 진화에 성공해야만 했다!

이렇게 구유작은 울부짖고 날개를 퍼덕이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흑신 뇌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순간, 흑신뇌겁은 구유작의 의지를 읽기라도 한 듯 무서운 벼락의 힘이 깃든 흑운을 더 빨리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뇌운 사이로 커다란 검은색 신뇌가 파멸의 힘을 싣고 구유작을 내리쳤다. 이에 맞서 구유작은 방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흑염을 내뿜었는데 흑염 돌풍이 일어 검은색 신뇌와 부딪쳤다.

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벼락과 흑염이 부딪쳐 주위에 있던 산봉우리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목진은 지면에 내려와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놀라운 광경을 지켜봤다.

북령경에 있을 때 구유작이 흑신 뇌겁에 맞선 것을 본 적 있는 목진은 양자가 지난번보다 더 강력해졌음을 느꼈다.

“흑신 뇌겁은 상대편 생물의 실력 변화에 따라 힘 조절이 가능한 것 같군.”

역시 영수의 진화에 가장 중요한 절차라 그런지 흑신 뇌겁은 아주 강력했다. 아마 이에 맞서다가 소멸한 영수도 적잖게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첫 힘겨루기는 끝났는데 구유작은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다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때 흑신 뇌겁이 드디어 흑운을 전부 모아 잔혹한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쾅!

어두운 하늘 아래 뇌겁이 득실거리며 거대한 흑신 신뇌(神雷)가 미친 듯이 구유작에게 내리꽂혔다.

이에 구유작은 체내의 힘을 모조리 끌어올리며 날개를 퍼덕여 흑염을 내뿜더니 소용돌이를 만들어 신뇌에 맞섰다.

두 갈래의 무서운 힘이 허공에서 부딪쳐 만 장이나 되는 파문이 일었다. 공간은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그 속에서 흘러나온 힘은 산맥들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양자의 대결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목진은 주먹을 꽉 쥐고 잔뜩 긴장한 채 서 있었다. 흑신 뇌겁의 공격 빈도가 올라갈수록 구유작의 방어가 느슨해지는 것을 발견하여 자못 걱정되었다.

그런데 그때, 거대한 검은색 신뇌가 갑자기 내리꽂혀 흑염 소용돌이를 뚫고 구유작의 커다란 몸을 가격했다.

퍽!

구유작은 천 장이나 내려앉았고 공격당한 부위에서는 검은 연기가 일었다. 제아무리 흑염이 있어도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기엔 무리였다.

쿵! 쿵!

그러나 구유작이 숨을 돌리기도 전에 흑신 뇌겁은 갑자기 난폭해져 뇌운을 끌어모으며 검은색 신뇌를 끊임없이 발사했다. 이에 천지마저 파르르 떠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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