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뇌신체(雷神體)의 위력
바깥쪽 하늘에 서서히 뇌운이 모이더니 우렛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고, 난폭한 칼끝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이와 아우러졌다.
왕씨 삼형제는 북창령원에서 명성이 자자하지는 않아도 실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이현통한테 도전장을 내밀었단 자체가 그들의 실력을 입증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들은 1년 동안 열심히 수련해 실력이 폭등하였으니 이번에 다시 도전하면 이현통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이들은 올해 수렵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될 것이고 오랫동안 한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런데 이현통과 만나기도 전에 목진과 부딪혔으니 이마저도 해결하지 못하면 이현통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반드시 목진을 쓰러뜨려야 했다!
왕씨 삼형제를 건드리면 목진 꼴이 난다고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왕씨 삼형제는 뇌광이 빗발치며 난폭한 벼락의 힘을 내뿜는 언월도를 쥔 채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어느새 뇌운과 아우러져 엄청난 위압감을 형성했다.
이에 안연 등은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신생을 상대로 세 명이나 나서다니, 낯 뜨겁지도 않아?”
그러나 왕통 삼형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우리 형제가 늘 함께 움직이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 상대가 아무리 약해도 우리는 한결같아.”
“너!”
안연이 이를 악물고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하면 네가 했던 어처구니없는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할 것이다.”
왕통이 차가운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똑같이 되돌려줄게요. 사람은 겁도 없이 아무한테나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목진이 피식 웃으며 하는 말에 왕통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나왔다.
왕씨 삼형제는 더는 목진과 말을 섞지 않고 체내의 영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놀라운 영력의 위압감이 서서히 목진을 감쌌다.
“내 도움이 필요해?”
낙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할게.”
버거운 상대였으면 낙리의 도움을 구했을 텐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왕씨 삼형제는 그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는 아닌 듯했다.
“그래.”
낙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마쳤다. 목진은 자존심 따위에 정신을 잃어 판단을 흐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낙리가 조용히 물러나자 안연 등이 부랴부랴 달려와 물었다.
“목진 혼자 둬도 될까?”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
낙리는 웃으며 안연 등을 위로하더니 앞쪽에 있는 소년의 뒤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생긋 웃었다. 그녀의 엄청난 미모에 여인인 안연마저도 사르르 녹아내렸다.
역시 이현통 같은 존재의 마음을 빼앗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창령원에서 더는 낙리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고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낙리는 이미 다른 남자한테 마음을 줬으니 이현통은 평생 기회가 없을 것이다.
쿵!
한편, 왕통 삼형제가 계속 강대한 영력 충격을 내뿜어 지면에 놓인 거대한 돌덩이가 전부 산산조각이 났고, 수중의 은월도에서는 점차 그윽한 뇌광을 발했다.
그러다 뇌운 사이로 한 갈래의 뇌광이 갑자기 이곳을 밝히자 왕씨 삼형제는 맹수처럼 울부짖으며 목진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뇌광을 몸에 휘감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 멀리서 보면 꼭 세 갈래의 뇌광이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것 같았다.
“뇌도!”
왕씨 삼형제가 고함을 지르며 칼을 휘두르자 대지가 찢겼고 세 갈래의 빛이 사정없이 목진에게 내리꽂혔다.
목진은 한기 어린 눈으로 이를 보더니 바로 움직였는데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이 깃든 것처럼 용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세 갈래의 뇌광이 목진이 서 있던 곳을 내리치자 대지는 쩍 갈라졌고 목진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엄청 빠르다!”
왕통 등은 흠칫하였다. 전에 왕뢰와 싸울 때도 기괴한 속도를 뽐냈었다.
“왼쪽!”
불현듯 외친 왕통의 말에 삼형제는 동시에 왼쪽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쿵!
대지는 다시금 찢어졌고 누군가 흐릿하게나마 보이려다 다시 종적을 감췄다.
목진은 매서운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조심해, 속도가 빠른 장점을 이용해 일단 한 명을 쓰러뜨리려는 속셈이야!”
왕통이 목진의 의도를 꿰뚫어 보듯 말했다. 삼형제 중 한 명이라도 쓰러지면 나머지 둘한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중 실력이 가장 미약한 사람은 바로 셋째인 왕중이었다. 목진이 왼쪽에 나타난 것으로 보면 분명 왕중을 노리는 것이 분명했다.
슉!
그런데 이때, 누군가 귀신처럼 이들의 오른쪽에 나타났다.
“감히!”
왕통은 삼형제 중 실력 최강자인 자신을 노리는 목진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쿵!
그런데 왕통이 입을 열기도 전에 왕뢰와 왕중은 뇌광이 빗발치는 언월도를 목진에게 겨눴다.
그러나 목진의 체내에서 한 갈래의 흑광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흑탑을 이뤄 상대방의 공격을 막았다.
“뇌망도결(雷蟒刀訣)!”
왕통이 이리 외치자 수중의 언월도에 뇌광이 번쩍이며 거대한 뇌망을 이뤄 목진을 공격했다.
“타파!”
목진은 피식 웃더니 왕통의 공격에 맞서 인법을 현란하게 변환하였다.
방대한 영력이 목진의 뒤에서 별이 빛나는 공간을 형성하였고 그 속에서 거대한 백호가 울부짖으며 걸어 나와 엄청난 살육의 힘을 싣고 뇌망과 맞섰다.
목진은 현재 실력으로 백호신인을 소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백호가 울부짖으며 뇌망의 몸통을 물어 벼락의 힘이 깃든 놈을 바로 찢어 버렸다.
왕통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천경 중기도 쉽게 막지 못하는 공격인데 이토록 보잘것없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신결을!”
뇌망을 해결한 백호신인은 파죽지세로 왕통을 덮쳐 뇌광이 빗발치는 언월도를 내리쳤다. 이에 왕통은 순간 뒤로 수백 미터 물러났고 주위에 있던 커다란 나무들은 그 위력에 전부 쓰러졌다.
“큰형!”
왕뢰와 왕중은 목진의 공격에 힘없이 물러나는 왕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안연 등도 깜짝 놀랐다. 혼자서 세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데 틈새를 노려 그중 실력이 제일 좋은 왕통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히다니, 그 실력에 다들 놀랐다.
쿵!
왕통은 발을 구르며 겨우 몸을 추슬렸는데 언월도를 쥔 손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신결은 너만 수련한 것이 아니야!”
왕통은 뇌광이 깃든 눈으로 목진을 보며 말하더니 하늘 높이 뛰어올라 뇌운과 하나가 되었다.
이에 왕뢰와 왕중도 영력을 전부 끌어올려 왕통의 뒤를 따르자 하늘이 어두워지며 광풍과 함께 뇌명이 들렸다.
왕통 삼형제는 필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마저 막아내면 우리 삼형제가 패배를 인정하지.”
얼굴에 살기가 깃든 왕통이 이리 말하고 고함을 지르자 뇌운 사이로 커다란 벼락이 언월도에 내리꽂혔고 왕뢰와 왕중도 뇌수처럼 온몸에 뇌광을 휘감았다.
이렇게 눈부신 뇌광은 세 갈래의 수백 장 정도로 큰 뇌광을 형성하여 하늘을 가로지르며 무서운 기세로 목진에게 향했다. 삼형제의 고함이 우레처럼 하늘과 땅에 울려 퍼졌다.
“뇌신구중천(雷神九重天)!”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난폭한 천둥의 힘이 주는 위압감이 이곳을 꽉 채웠다.
세 갈래의 눈부신 뇌광은 엄청난 기세로 하늘을 가르며 목진 주위를 감쌌다.
안연 등은 왕통 삼형제의 공격에 놀라 안색이 창백해졌다. 역시 이현통한테 도전장을 내민 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이토록 매서운 공격은 화천경 후기의 실력자라도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한편,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진붕 등은 불똥이라도 튈까 봐 바로 일어나 도망쳤다. 자신감 넘쳤던 그들은 수렵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토록 많은 실력자를 만날 줄 몰랐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고 뒤로 갈수록 여태껏 실력을 숨겼던 사람들의 발악이 시작될 것 같았다.
그럼 이들은 조용히 실력자들의 명성에 묻힐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진붕 등은 쓸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천둥의 빛에 휩싸인 소년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어떻게 대처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목진은 그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싼 천둥의 빛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천둥의 힘이 깃든 빛이란 말인가?”
왕통 삼형제도 뇌역에서 오랜 시간 수련하여 영력에 천둥의 힘이 어느 정도 깃들어있었고 수련한 신결 또한 그와 연관된 거라 위력이 배로 증가하였다.
그때 목진이 주먹을 꽉 쥐자 주위에 서서히 은색 빛이 일었고 그 속에 역시 뇌광이 반짝였다.
이는 뇌신체로 신비로운 대머리 노인이 목진에게 준 선물이었다. 완전하진 않아도 현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목진은 마음을 가다듬고 뇌역 8단계에서 수련하여 얻은 은색 뇌주를 경맥에 서서히 돌렸다.
은색 뇌주의 위쪽에는 크기가 절반밖에 안 되는 검은색 뇌주가 떠 있었는데 눈부신 은색 뇌주에 비해 울퉁불퉁한 것이 볼품없었다. 그런데 검은색 뇌주는 다름 아닌 흑신 뇌겁에서 천둥의 힘이 응결되어 만들어진 터라 그 위력은 엄청났다.
목진이 구유작을 대신해 흑신뇌를 맞으며 미친 듯이 뇌신체를 끌어올려 그 힘을 흡수하여 만들어 낸 것으로 여태껏 감히 사용하지 못했다. 일단 그 속에 깃든 흑신뇌겁의 힘을 사용하면 뒤따른 후과도 엄청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진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은색 뇌주에 힘을 싣자 뇌주에서 갑자기 눈부신 뇌광을 내뿜었다.
쿵!
그러다 은색 뇌주가 폭발해 엄청난 천둥의 힘이 목진의 경맥을 타고 빠르게 움직였고 눈에서는 천둥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뇌신의 몸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목진은 몸에서 뇌광을 내뿜었고 몸이 터질 듯 놀라운 힘을 체감하며 고함을 지르고 발을 굴렀다. 그러자 대지에 커다란 균열이 일더니 천 장 이내의 대지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이와 동시에 목진은 한 줄기의 뇌광처럼 방대한 천둥의 빛을 향해 돌진했다!
정면 승부를 택한 목진을 바라보는 안연, 진붕 등은 어느새 입이 쩍 벌어졌다.
“겁도 없이.”
목진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왕통 삼형제는 잔뜩 화가 나 소리를 지르며 영력을 더 끌어올렸다.
이렇게 천둥의 빛이 은색 빛줄기와 부딪치자 하늘마저 뒤흔들리는 것 같았고 잇따라 하늘을 찢어버릴 듯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이토록 방대한 규모에 비해 은색 빛줄기는 왜소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았고 천둥의 빛이 스친 곳에 그저 은은한 하얀색 흔적만 남았다.
목진은 이를 확인하더니 숨을 깊게 들이마셨는데 몸에서 내뿜는 빛은 점차 밝아졌고 상대방의 공격마저 뇌신체로 인해 흡수되었다.
역시 뇌신체는 왕통 삼형제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덧 뇌신체를 최대한 끌어올린 목진의 한쪽 팔은 완벽한 은백색을 띠었고 그 주위에는 천둥이 요동쳤으며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파동이 일었다.
그러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있는 천둥의 빛에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엄청난 소리와 함게 요동치던 천둥의 빛에서 은색 빛줄기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난폭한 파동을 일으켜 어느샌가 천둥의 빛을 휘감았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은광이 천지를 가르는 뇌신의 창처럼 천둥의 빛을 뚫고 나왔다. 이에 뇌명은 서서히 사라졌으며 그 뒤에서 은광이 모여 늘씬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왕통 삼형제은 상의가 사라져 은색 피부를 드러낸 목진을 바라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철수하라!”
목진의 몸에서 천둥이 요동치며 무서운 힘이 스며져 나오는 것을 보던 왕통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목진의 전투력은 상상 그 이상이라 세 명이 힘을 합쳐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들한테 또 다른 필살기란 없었기에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