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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07화 (206/1,000)

207화. 단기신석

청년이 뭐라 말한들 사람들은 못난 돌덩이가 그토록 신기한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가격은 어떻게 되는가?”

누군가의 질문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푹 숙였던 청년은 바로 화색이 되었다.

“영병급 영광 오천 갈래나 영장급 영광 스무 갈래라네.”

이에 주위가 순간 조용해지더니 바로 야유가 흘러넘쳤다. 다들 청년이 영광에 미쳐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 살 거면 됐네.”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청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상인처럼 철면피도 아니고 사람을 홀릴 재주도 없는 청년은 낙심해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는 진정한 보물을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 미웠다.

“잠시만.”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은 어리둥절해 뒤돌아봤는데 훤칠하게 생긴 소년이 방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함께했다.

“내가 사겠네.”

목진은 낙리의 몫까지 포함하여 이틀 동안 영장급 영광을 25갈래 모았는데 그녀가 원한다고 하니 애써 모은 영광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영장급 영광을 스무 갈래씩이나 들여 못생긴 돌덩이 하나를 사다니, 목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다.

“정녕 사려는 것인가?”

청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영장급 영광 스무 갈래는 아무나 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한테 팔겠나?”

주위의 시선에 목진은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물었다.

“그렇네!”

청년은 바로 외쳤다. 자신의 물건을 사려는 사람을 어렵게 구하였는데 이렇게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러다 상대방의 생각이 바뀌면 영원히 이 물건을 팔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물건을 넘겼다.

목진은 씨익 웃으며 물건을 건네받으려 했다.

슉!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목진의 손바닥을 공격했다. 목진은 곧바로 흑염이 깃든 어두운 영력을 끌어올려 이에 맞섰다.

쾅!

목진을 공격한 것은 비수 한 자루였는데 목진의 힘에 튕겨 나가 거대한 암석에 꽂히더니 암석과 함께 폭발해 산산조각이 났다.

갑작스러운 변고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뒤쪽에서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들이 서서히 걸어왔다. 그중 제일 앞에 선 청년은 비수 한 자루를 튕기고 있었는데 빛에 반짝이는 비수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흑회의 서빈(徐斌)이군. 그런데 뭘 하려는 거지?”

비수를 쥔 청년은 이곳에서 명성이 자자해 사람들은 바로 알아채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실력이 좋군.”

서빈이라 불리는 청년은 씨익 웃으며 목진을 바라봤다.

그의 칭찬에도 목진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사람한테 호감이 가기는 어려웠다. 목진의 안색이 잔뜩 어두워졌다.

“이 돌덩이는 우리가 사고 싶은데 양보해줄 수 없는가?”

그러나 서빈은 목진의 안색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원하는 만큼 보상해줄 수 있네.”

서빈은 사정하기는커녕 적당한 물건으로 목진 등의 입을 막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영장급 영광 천 갈래를 주게.”

무덤덤하게 하는 목진의 말에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곳 사람들 수중의 영광 전부를 합쳐도 영장급 영광 천 갈래는 안 될 것이다.

“농담은 그만하게. 난 흑회의 서빈이라고 하는데, 이번만큼은 양보해줄 수 없겠나? 우리가 저 물건을 노린 지 오래되었다네.”

이에 목진은 못 들은 척 청년에게 고개를 돌려 검은색 돌덩이를 건네받으려 하였다.

“양보할 수 없는 것 같으니 가격을 논해봐야겠군. 저 소년에게 영장급 영광 스무 갈래를 요구했으니 난 스물두 갈래로 사겠네.”

서빈이 웃으며 말을 건네자 청년은 마음이 흔들렸다. 목진과 서빈 사이에서 난처한 청년은 값을 비싸게 부르는 사람한테 넘기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청년이 난감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목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돌덩이를 사는데도 이러한 변고가 있을 줄은 몰랐다.

“스물다섯 갈래.”

목진이 무덤덤하게 하는 말에 그곳은 다시금 떠들썩해졌다. 영장급 영광을 수집하기란 절대 쉽지 않았으니, 화천경에 육박하는 영장 스물다섯 개를 죽여야 비로소 그만큼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목진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서른 갈래.”

서빈도 드디어 안색이 어두워졌다. 영장급 영광 서른 갈래는 그들이 이틀 사이에 모은 영광의 반을 훨씬 넘었다.

“나 안 가져도 돼.”

낙리가 목진의 옷깃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목진에게 영장급 영광이 25갈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는 조를 수 없었다.

“서빈, 오랜만이다. 사람 속을 긁는 네 성격은 여전하구나.”

목진이 흑회에 대한 호감이 바닥났을 때, 뒤에서 왕통이 안연 등과 함께 걸어왔다.

“왕통?”

왕통 삼형제를 본 서빈은 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도 저 돌덩이가 탐나? 저건 내가 아니라 모풍양 형이 원한 물건이야. 만약 네가 형님과 상대할 급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디 해보든지.”

서빈은 피식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목진과 왕통을 번갈아 바라봤다.

“모풍양이면 천방 9위인 강태와 싸워 이긴 그 모풍양 말인가?”

왕통 삼형제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우린 저 물건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목진에게 빚진 것이 있어 갚으러 온 것뿐이다.”

왕통 삼형제는 서빈과도 불쾌한 추억이 있는 것 같았는데 모풍양이란 말에 감히 나설 수 없어 불타오르는 것 같은 수정구를 목진에게 건넸다.

그 속에는 영장급 영광이 들어있었는지 놀라운 영력 파동이 흘러나왔다.

“수정구 안에 영장급 영광이 서른 갈래 들어있는데 빌려주는 것이니 반드시 갚아라!”

이는 왕통 삼형제가 여태껏 모은 전부였다.

왕통은 이틀 동안 목진과 함께 다니다 보니 자신이 몰래 영장급 영광을 수집해 상대방에게 영광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내 반드시 갚을게요.”

목진은 흠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왕통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왕통은 생각보다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모풍양이 이곳에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

왕통이 잔뜩 경계하여 주위를 살피며 하는 말에 목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흑회에 대해 호감이 완전히 사라진 목진은 과연 누가 자신의 앞길을 막을지 궁금했다.

“서른다섯 갈래.”

목진은 수중의 화염이 타오른 것 같은 수정구를 튕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서빈을 바라봤다.

“너!”

서빈은 결국 화가 나 소리쳤다. 모풍양의 이름을 내세웠는데도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을뿐더러 기어코 이 일에 끼어들었다. 영장급 영광 서른다섯 갈래는 이들의 예산에도 훨씬 벗어났다.

단기신석이 아무리 효능이 좋다고 해도 이 정도 대가를 치를 정도는 아니었다.

드디어 조용해진 서빈을 본 목진은 그제야 손을 튕겨 서른다섯 갈래의 영광을 청년한테 넘겼다. 이에 청년은 조심스럽게 목진과 서빈을 번갈아 보더니 그제야 수중의 검은색 돌덩이를 목진에게 넘겼다.

어느 쪽이든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같아 청년은 영광을 받고 최대한 빨리 도망치려고 마음먹었다.

한편, 목진이 받은 물건을 바로 낙리에게 건네자 소녀는 방긋 웃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다.

“목진, 기어코 흑회와 맞설 작정인가?”

목진이 물건을 쥔 것을 본 서빈은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난 학요를 상대로 요문 본부까지 부쉈는데 그따위 말을 위협이라고 하는 건가?”

목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빈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날 건드리지 말게. 당신은 그 대가를 치르기 버거울 걸세.”

이에 서빈은 이를 갈며 온몸을 파르르 떨더니 체내의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왕통 등도 목진 뒤에 서서 영력을 끌어올리며 방어 태세를 취하였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봐 이곳을 떠나려던 찰나, 누군가 가볍게 손뼉을 치며 웃었다.

“역시 이번 기 신생 중 가장 훌륭한 학생이야. 그런데 서빈은 치를 수 없는 대가를 나 모풍양은 치를 수 있을까?”

모풍양의 웃음소리에 분위기는 순간 어색해졌다. 그러나 서빈 등은 화색이 되어 왕통 삼형제를 노려봤다.

목진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사람들 너머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돌정자에 시선을 멈췄다. 그곳에는 검은색 도포를 입은 늘씬한 청년 한 명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거리를 두고 서 있었지만 검은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내뿜는 강대한 영력은 엄청남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그는 분명 화천경 후기의 실력자였다!

“모풍양이다!”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잔뜩 경계하며 돌정자 쪽을 바라봤다. 수렵전 전까지만 해도 무명인사에 가까웠던 그는 천방 9위인 강태(姜泰)와의 대결 이후 순간 이름을 날렸다. 사람들은 그가 이번 수렵전에서 큰일을 칠 것이라 직감하였다.

목진도 고개를 들어 돌정자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검은색 도포의 청년을 바라봤다. 흘러나오는 기세로 보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 모습에 목진 뒤에 서 있던 왕통 삼형제의 안색이 나빠졌다. 비록 형제 세 명이 전부 화천경 중기의 실력자라고 해도 모풍양한테는 상대가 안 되었다. 더구나 서빈까지 있으니 승산은 더 적었다.

“목진이라 했던가, 이번에 들어온 신생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지? 너와 이현통, 학요 사이의 일을 전해 들었는데 흑회에서는 널 아주 높이 사서 우리와 손을 잡으면 그들이라도 함부로 너를 건드리지는 못할 거야.”

모풍양이 웃으며 목진을 바라보는 것이 싸우려는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목진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간절한 마음이 묻어났다.

“이런 대단한 흑회에 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들어간다 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나올게 뻔하니 사양하지요.”

목진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흑회는 성공할 날만을 기약하며 조용히 수련하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지만 회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르지 않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의 대결에서 패배했다고 한을 품고 흑회에 들어가 수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무리 노력해봐야 심창생이나 이현통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은혜도 모르고 감히!”

목진이 단칼에 모풍양의 제안을 거절하자 서빈 등은 곧바로 화를 내며 말했다. 목진이 북창령원에서 인기가 있긴 하나 천방 10위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에 비해 모풍양은 이곳 수렵전에서 이미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러나 목진은 서빈 따위는 무시하고 모풍양을 빤히 바라봤다.

화천경 후기로 보이는 그는 백헌과 실력이 비슷할 것 같은데 상대하려면 까다로울 것 같았다. 그날은 대서미마주가 체내에 남긴 힘을 빌려서 간신히 백헌을 죽였지만 그새 실력이 폭등해 더는 그따위 수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쉽군.”

모풍양은 담담하게 말을 내뱉더니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목진을 노려봤다.

“그런데 단기신석은 나한테도 중요한 물건인데 양보해 줄 수는 없을까?”

“천방 10위권에 드는 인물인데 이깟 돌덩이가 성에 차기나 할까요?”

목진의 무덤덤한 말투에 모풍양히 천천히 답했다.

“성에 찬다면?”

모풍양은 이리 말하며 체내의 영력을 잔뜩 끌어올려 주위에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이에 사람들은 순간 조용해져 눈길을 모았다. 화천경 후기의 실력자가 주는 위압감에 주둔지의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그러나 목진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모풍양을 힐끗 쳐다보더니 뒤돌아 떠나려 하였다.

“그렇게 원하면 다른 것으로 알아봐요.”

목진은 더는 흑회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를 낙리가 따라붙었고 왕통과 안연 등도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목진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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