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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12화 (211/1,000)

212화. 영왕 추격전

대지가 흔들리자 영병의 바다가 들끓었고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그런데 영병들은 이들을 막아 나서지 않고 온몸을 파르르 떨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 왕이 군림하듯 엄청난 위압감에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쿵!

그때 깊숙한 곳에 있는 수백 장 크기의 눈부신 거인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자 그가 밟은 곳마다 커다랗게 균열이 일었고, 그 포효하는 소리에 영병들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나 영왕은 신경 쓰지 않고 단 한 사람을 목표로 추격전을 펼쳤다.

“젠장.”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영왕을 본 목진은 순간 정색하였다.

“놈이 왜 우리만 노리는 거지?”

왕통 등은 이를 발견하고 당황하며 말했다. 현재 영왕은 실력이 폭등하여 조청삼, 서황 등이 도와도 절대 상대가 안 되었다.

“나를 노리는 거예요.”

목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내가 놈을 따돌릴 테니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세요.”

“그건 너무 위험해!”

왕통, 안연 등은 목진이 걱정되었다.

“그러다 우리 전부 죽어요!”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숨을 깊게 들이켜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갈라서요.”

“나와 함께 가!”

낙리가 가볍게 이를 악물며 말했다. 현재의 영왕은 실력이 너무 강해 목진 혼자서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그녀는 반드시 그 옆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목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영왕이 탄생기를 완전히 마친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이렇게 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목진은 용등술을 소환하여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낙리도 바로 그 뒤를 따랐는데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크으으으!

영왕은 바로 방향을 틀어 목진의 뒤를 쫓았고 이들은 어느새 사람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가자.”

목진과 낙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확인한 왕통은 안연 등과 함께 영병의 바다를 벗어났다. 이들이 이곳에 남아봐야 짐만 될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편, 황급히 도망치던 사람들은 목진만 쫓는 영왕을 보더니 점차 속도를 줄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쪽을 바라봤다.

“영왕이 왜 목진만 쫓는 거지?”

조청삼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목진이 지하에서 무언가를 얻은 게 아닐까? 그래서 영왕이 그 뒤를 쫓는 거겠지.”

모풍양이 화가 난 듯 이를 갈며 말했다. 이 일은 목진을 영광계에서 내쫓으려 꾸민 일인데 되려 엄청난 호의를 베풀었다는 생각에 배가 아팠다.

영왕이 뒤를 쫓을만한 물건은 절대 평범할 리 없었다. 결국 목진에게 엄청난 보물을 그저 내어준 꼴이 되었다.

어느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모풍양은 회원을 열 명도 넘게 잃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 분해서라도 절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모풍양의 말에 조청삼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도 이대로 이곳을 떠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이를 악물며 말했다.

“몰래 따라가 기회를 엿보다 괜찮을 것 같으면 나서고 아니면 철수하자꾸나.”

결단력 있는 조청삼은 막강한 실력의 영왕을 상대하기에 자신이 턱없이 부족하단 걸 잘 알았고, 이러지 않으면 바로 수렵전에서 내쳐질 수도 있을 거라 판단했다.

이에 모풍양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목진이 사라진 쪽을 바라봤다. 목진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는다면 너무 화가 나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다른 쪽에 있던 서황도 멈춰서서 목진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 * *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갈래의 빛줄기가 쉼 없이 먼 곳을 향해 돌진했다. 수백 장 정도의 거인이 대지를 뒤흔들며 잽싸게 그 뒤를 쫓았는데 눈부신 영광에 똑바로 바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놈이 화가 잔뜩 난 듯 울부짖자 영광이 부단히 주위에 퍼졌고 주위의 산들이 그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용등술을 소환한 목진도 속도가 엄청난 영왕의 추격에 점점 지쳐갔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방금 엄청난 영광을 집어삼켜 계속 도망칠 수만은 없어.”

점차 가까워지는 영왕을 본 낙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수중의 영정 파편을 돌려주기 전까지 절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걸 잘 아는 목진은 놈이 탄생기를 지나면 상대하기 더 어려워질 거라 생각했다. 그때가 되면 진정한 통천경의 강자라도 절대 영왕을 막지 못할 것이고 그런 그가 기어코 목진을 죽이려 들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지금으로서 제일 좋은 방법은 영왕을 죽이는 것이었다. 비록 막강한 상대이긴 했지만 목진에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학요를 위해 준비해둔 필살기인데 이렇게까지 나를 쫓아오니 너한테 먼저 사용해야겠다!”

목진은 다짐한 듯 한기 어린 눈빛으로 놈을 바라보며 낙리에게 물었다.

“녀석의 속도를 잠시나마 늦춰줄 수 있어?”

“당연하지.”

낙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중의 낙신검을 꼭 쥐었다.

낙리의 진정한 실력을 아직도 모르는 목진은 신기인 낙신검을 지닌 그녀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낙신검이 아직은 봉인된 상태지만 목진은 그 절대적인 힘을 굳게 믿었다.

목진이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먼 곳 산봉우리에 내려앉아 바로 두 눈을 감고 손으로 빠르게 결인하자 영력이 들끓으며 주위에 영인을 형성하였다.

“영진을 칠 거야?”

낙리가 목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영진으로 영왕을 물리치려는 것 같은데 4급 영진으로는 절대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다.

그런데 4급 영진사인 목진이 4급 영진을 치기는 쉬워도 5급 영진까지는 아무리 심진 상태를 통달하여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영진은 등급이 높을수록 복잡해지고 심진 상태만으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또한, 심진 상태는 진정한 대가급 영진사들 눈에는 그저 수련의 시작에 불과하였다.

낙리는 목진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웃었다. 그녀는 목진을 무조건 믿었는데 이는 영로에서 한 해 동안 지내며 터득한 감정이었다.

잔혹한 영로에서 소년은 아무리 타격을 받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점차 강인해졌는데 이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낙리마저도 탄복하는 바였다.

희현의 꾀에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목진은 절대 미친 듯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토록 처참하게 영로에서 내쫓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희현…….”

주먹을 꽉 쥔 낙리의 눈에 어느새 한기가 서렸다. 그의 천부적 재능으로 성령원에 들어도 분명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꼽힐 것이고 언젠가 다시 목진과 진정한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다.

크으으으!

그때 먼 곳에서 놈의 소리가 들리더니 대지와 더불어 주위의 산맥이 부단히 흔들렸고 눈부신 빛이 이곳을 뒤덮었다.

낙리는 점차 가까워지는 영왕과 목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수중의 장검을 꼭 쥔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젠 멈춰!”

낙리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렵한 검기와 함께 이곳 하늘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나 지능이 없는 영왕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울부짖으며 자그마한 낙리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칼집의 속박에서 벗어난 장검의 청량한 소리가 이곳 천지에 울려 퍼졌고 푸른색 검기가 하늘을 벨 듯 치솟았다.

퍽!

검기가 영왕의 커다란 손을 내리치자 영왕은 괴성을 지르며 맥없이 물러났고 주의의 산봉우리는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몰래 이곳에 접근한 조청삼, 서황 등은 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들은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은은한 파문이 일렁이는 장검을 쥔 현의를 입은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쿵!

방대한 크기의 영왕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나자 대지와 산맥이 세차게 흔들렸다. 그러나 영왕은 금세 진정하고 화라도 난 듯 으르렁거렸고 거대한 몸에서부터 스며져 나온 빛은 어느새 이곳 산맥 전체를 감싸 안았다.

크으으으!

영왕은 포효하며 주먹을 쥐더니 엄청난 영력을 모아 휘둘렀는데 이는 수백 장 정도의 방대한 영력 빛줄기를 형성해 하늘 높이 솟아올라 가녀린 여인에게로 향했다.

영결 따위를 전혀 모르는 영왕은 통천경에 이르는 막강한 영력으로 가벼운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바다를 삼키고 산을 부숴버릴 수 있었다.

한편, 영왕이 쏘아 올린 영력 빛줄기에 아래쪽 산맥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산봉우리들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에 멀리서부터 다가오던 조청삼, 서황, 모풍양 등은 흠칫 놀랐다.

전보다 훨씬 좋아진 영왕의 실력에 그들은 사람들이 왜 여태껏 감히 다른 지역의 영왕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짐작이 갔다. 미숙한 영왕도 상대하기 버거운데 다른 영왕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낙리가 숨을 가볍게 들이마시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검을 바라보며 손으로 검체를 쓰윽 쓸어내렸다. 그러자 선홍빛 피가 검을 따라 흘러내리며 금세 흡수되었고 푸른 빛 장검이 미세하게 울리며 날카로운 칼날에 물결이 일었다.

“낙신검결, 일검화낙수.”

그리고 낙리가 수중의 낙신검을 가볍게 흔들자 검 끝이 움직이며 검꽃을 그려냈다. 그녀는 웅장한 영력을 끌어올려 있는 힘껏 상대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른빛 검광은 수백 장 정도의 검광의 물결로 변하여 푸른 용처럼 낙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뿜었다.

그러다 완전한 모양을 갖춘 검광은 바로 자신을 향한 영력 빛줄기와 부딪쳤는데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난폭한 영력과 날카로운 검기의 충격에 산들이 와르르 무너져 주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격의 여파에 낙리는 몸을 파르르 떨며 뒤로 조금 물러났으나 장검을 거머쥔 손만은 미동 없었다. 그녀는 한결같이 영왕을 노려보며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에 영왕도 화가 치밀어 오르듯 울부짖었다. 두 차례의 공격을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는 인간이 막아낸 것이 화가 났는지 영왕은 곧바로 낙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더 강력한 공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수중의 장검을 꼭 쥐고 이에 맞서 싸우며 소녀는 다시 한번 놈의 공격을 막아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조청삼 등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낙리는 비록 수비 상태일 뿐이지만 영왕의 공격을 여태껏 막아낸 것 자체가 대단했다.

이것은 흑회의 회원 중 아무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목진의 뒤에 서 있기만 하던 소녀가 절세의 미모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실력이 이렇게까지 뛰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

“대단하군.”

서황도 이내 감탄을 자아냈고 그 뒤에 서 있던 서청청도 멀리서 영왕과 맞서 싸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낙리를 보며 이를 갈았다. 낙리에 비하면 서청청은 너무 평범했다.

“그녀가 홀로 영왕을 막기엔 역부족이야. 수비가 점차 약해지는 걸 보니 영왕이 곧 수비를 뚫겠어.”

서황은 이리 말하다가 더 멀리에 있는 한 산봉우리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 같아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봤다.

혹시 저 사람은 목진일까? 뭘 준비하는 거지? 설마 저 둘이서 영왕을 죽일 생각인가? 그게 가능할까?

목진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준 화천경 밖에 되지 않다는 생각에 서황은 인상을 찌푸리며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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