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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16화 (215/1,000)

216화. 영광산

수렵전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수많은 사람이 집거 장소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있었고, 조금이라도 수확을 얻은 사람들은 급히 수렵장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수렵전의 마지막에는 진수자(최종수비)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수자는 형전(邢殿)의 삼대장이었다. 그들은 북창령원 지난 기에서 가장 훌륭한 이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의 심창생과 이현통은 고작 신생이었을 뿐이며 그들도 아마 진수자를 동경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1명의 진수자만 있었다면 올해는 난이도를 올려 3명의 진수자가 학생들을 기다렸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그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걱정한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저 대전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 * *

목진 일행은 곧바로 수렵전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도중에 집거 장소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굳이 들어서지는 않았다. 이미 얻을 만큼 얻었고 그들에게 평범한 집거 장소는 더는 의미가 없었다.

전속력으로 달려 하루 만에 그들은 수렵전의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그곳에 들어서니 수렵전의 뜨거운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선 파풍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사람들은 모두 전속력으로 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목진은 산봉우리에 서서 하늘을 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한기가 가득한 눈으로 더 깊은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들은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 목진은 학요가 왜 소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소훤은 원체 부드러운 사람인지라 누군가와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천방 3위에 머물러 있지만 순위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뿐더러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지 소훤은 그 자리를 내어줄 생각이었다.

학요가 소훤에게 도전한 것은 그 자리가 탐나서가 아니라 오로지 숨어있던 목진을 끄집어내기 위해서였다. 목진이 요문을 건드려 학요의 체면을 잃게 한 데다 지금은 영왕의 영정까지 가지고 있으니 학요가 충분히 움직일 만했다.

“내가 목표였군.”

목진은 담담하게 웃었다.

“학요가 영광산에서 소훤 선배한테 도전한 건 분명 너를 끄집어내려고 그러는 거야. 아무래도 네가 대량의 영진을 만들까 봐 두려운 모양이야.”

낙리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목진이 몰래 영진을 만들어 자신을 해할까 봐 미리 손을 쓰는 것이 틀림없었다. 학요는 소훤을 미끼로 목진을 끌어내면 목진은 미리 영진을 만들 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정말 교활한 놈일세.”

왕통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목진과 학요 사이의 원한은 얼핏 들은 적이 있어 알고는 있었다.

“아니면 우리 형제가 영광산에 가서 보고 올까? 여긴 영광계라 소훤이 진다 해도 기껏해야 중상을 입지 목숨에 지장은 없을 거다.”

이에 목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손가락으로 영광상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괜찮습니다. 학요가 이번 수렵전의 종점인 저기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싸움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거지요.”

사실 목진은 학요가 지금껏 실력을 숨겨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목진도 요문으로 찾아갈 때보다 실력이 훨씬 늘었다. 그러니 학요도 목진을 쉽게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갑시다.”

목진이 바로 앞장서서 떠났고 낙리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목진 일행이 급히 그곳으로 향하고 있을 때 수렵장 깊은 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만 척은 돼 보이는 웅장한 산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곧게 뻗어있고 그 꼭대기에는 구름과 안개가 감돌고 있어 몽롱한 느낌이 들었다.

저 산이 바로 영광산이었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형전의 삼 대장이 지키고 있다.

산 밑으로는 넓은 광장이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이들이 서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에 시끌벅적한 소리까지 더해져 주변의 구름마저 그 소리에 밀려 떠난 듯했다.

영광대의 정중앙에는 거대한 석대가 우뚝 솟아있었는데 석대 위에는 텅텅 비어 주위의 인산인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모두 텅텅 비어있는 것만 같은 드넓은 석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남자와 여인이 조용히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북창령원에서 손꼽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마주하고 있으니 당연히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학요,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 싸울 생각이 없는 건가?”

소훤은 미간을 찌푸리고선 차가운 눈으로 멀리 앉아 있는 학요에게 담담하게 물었다. 똑똑한 소훤이 학요가 왜 자신을 찾아와 도전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이에 학요도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소훤, 넌 끝까지 그 녀석을 지켰지만 네가 위험에 처해 있는 지금, 그 녀석은 숨어있느라 나타나지도 않네.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서야.”

소훤은 고개를 들어 더욱더 차가워진 눈으로 학요를 바라보았다.

“입에 발린 소리는 이제 그만하지? 날 이용해서 목진을 끌어내려 하는 것도 그가 영진을 칠까 봐 두려워서 그러는 거잖아?”

소훤의 말에 학요의 눈빛이 흔들렸다.

“난 그저 신생인 그 녀석을 봐줬을 뿐이야. 이제 목진이 나타나면 내가 잘 가르쳐 줄 거야. 요문은 결코 그 녀석같이 형편없는 놈이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목진은 영왕을 격살했지. 넌 할 수 있어?”

소훤은 학요를 비웃기라도 한 듯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소훤의 도발에 학요는 주먹을 꽉 쥐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영왕일 뿐이야. 듣기론 그때 영왕이 이미 수십 명의 공격을 받은 직후라고 하더군. 그 녀석은 기회를 엿보다 쉽게 이득을 본 거지. 그게 무슨 자랑거리가 된다고.”

그렇게 두 사람은 석대에서 날카롭게 맞섰다. 그러나 학요는 먼저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이에 지켜보는 사람들도 점점 지쳐갔다. 이쯤 되니 그들도 학요의 목표가 소훤이 아니라 목진이라는 걸 눈치챘다.

목진이 영왕을 격살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엔 왜 학요가 목진을 자신의 상대로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선 납득이 되었다.

수렵전에서 목진의 명성은 학요보다 더 높았다. 왜냐면 목진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영왕을 격살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석대의 끝에는 소령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여정과 곽흉이 소령아와 함께 있었다.

“아마 목진을 끌어내서 영왕의 영광을 빼앗으려 하는 것 같다.”

곽흉이 조용히 하는 말에 소령아가 다급해졌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소령아는 문뜩 소훤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현재 학요의 실력은 매우 강해 소훤도 그를 이기기는 힘들 거라고. 그러니 학요가 원하는 대로 목진이 나타난다고 해도 분명 목진은 학요를 이길 수 없다고.

“지켜보는 수밖에.”

여정과 곽흉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으로선 그들도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령아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를 악물고 석대에 있는 학요를 노려보았다. 정말 얄미운 놈이다.

모든 사람이 영광대를 지켜보고 있을 때 안개가 자욱한 영광산에선 두 사람이 우뚝 솟은 두 그루의 거목 위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학요의 실력이 많이 늘긴 했군. 소훤이 그를 이기기는 힘들겠어.”

이현통은 영광대 위의 학요를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목진이 나타날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학요가 목진을 끄집어내려고 저러는 것 같군.”

이현통의 말에 심창생이 웃더니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우뚝 솟은 산봉우리로 시선을 돌렸다.

“세 분 모두 막강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우리 둘이서 그들을 상대한다고 해도 아마 이기기는 힘들 거야.”

“삼대장 중 아마 임쟁(林錚) 선배가 첫째겠지? 임쟁 선배라면 상대할 수 있어. 다만 승부를 가릴 수는 없겠지.”

심창생은 아쉬운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심창생의 말에 이현통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어찌 임쟁 선배와 싸워도 밀리지 않는다는 거지? 임쟁은 삼대장 중에서 가장 강하며 천방 1위였던 사람이었다.

“나도 한 명은 상대할 수 있어.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한 사람이 부족해.”

이현통의 말에 심창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

“세 번 다 무승부라면 우리가 이기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런데 문제는 그만한 실력자가 없다는 거지. 아무리 학요라도 저들을 상대하기엔 무리야.”

“아직 두 명의 후보가 있지 않나?”

이현통은 먼 곳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목진과 낙리 말이야. 이런 일에서는 남자가 나서는 게 맞지.”

“목진이라…….”

심창생은 말끝을 흐리며 턱을 어루만지더니 석대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목진이 나타날까? 학요를 이길 수 있다면 세 번째 자리는 목진에게 내주도록 하지. 그러면 다른 이들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만약 학요에게 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 자리를 학요에게 내주는 수밖에.”

이에 이현통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라 학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목진이 학요한테 지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자리는 학요에게 줘야 마땅했다.

그때 그는 무언가를 느낀 듯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하늘을 응시했다.

“왔다.”

영광산 산기슭 석대 위에는 천방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북창령원에서도 손꼽히는 사람들인지라 제아무리 수렵전에서 훌륭한 실력을 보여준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자리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으니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학요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학요, 네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난 절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생각이 없거든.”

“기다리지 않으면? 나를 이길 수는 있고?”

소훤의 말에 학요가 한껏 비웃었다.

“난 목진을 잘 알아. 네가 계획한 대로 꼭 나타날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목진이 여기에 오기 전에 내가 너의 힘을 좀 빼놔야겠어.”

소훤은 이리 말하면서 주먹을 쥐더니 동그란 옥주가 손 위에 나타났다.

“널 이길 수는 없어. 그렇지만 영력을 소모하게 할 수는 있지.”

학요는 강력한 영력을 내뿜는 소훤을 보면서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 소훤이 목진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목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소훤이 직접 나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좋은 말로 해서는 안 되겠네.”

학요는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천히 주먹을 꽉 쥐었다.

“목진을 얼마나 대단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눈엔 그저 제멋대로 날뛰는 망나니에 불과해!”

학요는 오싹하게 웃더니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그러자 굉장한 영력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영력은 하늘을 가렸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이에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영력이라면…….”

“설마 학요가 벌써 통천경이란 말이야?!”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들려왔고 몇몇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놀란 눈으로 학요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영력이라면 절대 화천경은 아닐 것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정과 곽흉의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학요가 지금까지 자신의 실력을 너무 잘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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