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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재-217화 (216/1,000)

217화. 세 번째 자리

소훤은 마음껏 영력을 내뿜는 학요를 바라보면서 옥주를 더욱더 꽉 쥐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길래 대단한 줄 알았더니 고작 통천경에 발을 담근 수준이네. 그거로는 이현통과 비길 수도 없겠는데?”

“어디서 감히!”

소훤의 말에 학요는 한기를 발산하며 손바닥을 뒤집어 소훤을 공격했다. 그러자 백 척이 되는 푸른 영력이 사정없이 소훤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소훤도 옥주를 구슬리자 파란색의 파도가 옥주에서 흘러나오더니 방대한 회오리가 형성되면서 방패가 되어 소훤을 보호했다.

쿵!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고 파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훤은 창백한 얼굴을 한 채 뒤로 몇 보 물러났고 그녀가 만든 회오리 방패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화천경 후기의 실력으로 학요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꽤 많은 차이가 났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학요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고 절대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다시 한번 공격했다.

이에 소훤의 손에 있던 옥주가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수십 갈래의 파도를 내뿜으며 다시 방패가 되어 그녀를 감쌌다.

쾅!

학요의 영력이 담긴 공격이 방패에 부딪히자 방패에서는 파문이 일어났고 조금전 처럼 방패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소훤의 실력이 학요에게 밀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중수영주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소훤은 아마 학요에게 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방패 안에 숨은 소훤은 이를 악물고 체내에 있는 모든 영력을 중수영주에 넣어 최대한 더 오래 버티려 했다.

그러나 방패는 심하게 흔들리며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석대 밖에서 지켜보던 소령아는 초조한 얼굴로 발만 동동 굴렀다.

쿵!

방패가 부서지려 할 때 하늘 저쪽에서 한 줄기의 영력이 번개처럼 반짝이더니 방패를 압박하는 학요의 영력을 공격했다.

“천방 4위라는 사람이 정말 형편없군요.”

한 줄기의 영력과 함께 비웃음이 가득한 소리가 천둥처럼 하늘에서 퍼졌다. 이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고 곧바로 목진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진이다!”

“저 친구가 바로 영왕을 격살한 목진인가?”

“흥미로운 구경이 되겠네.”

목진이 나타나자 구경꾼들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수렵전에서 훌륭한 실력을 보여준 목진과 원래부터 유명했던 학요와의 싸움은 분명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목진, 드디어 왔구나!”

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공중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그렇게 두렵습니까? 이런 방식으로 저를 끄집어낼 생각을 하다니.”

담담하게 말하는 목진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그러나 학요는 목진의 도발에도 담담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 이제 나타났으니 나도 번거롭지 않게 됐어. 영왕의 영정을 내놓고 영광계를 알아서 나간다면 요문을 건드린 죄는 묻지 않도록 할게.”

이에 목진이 웃으며 손바닥을 뒤집어 깨끗하고 맑은 영정을 꺼내 들었다. 영정의 반짝이는 빛은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저에게 영정이 있는 건 맞습니다만, 제가 왜 당신에게 줘야 합니까? 당신이 뭐라도 됩니까?”

목진의 말에 주위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목진이 겁도 없이 학요를 도발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학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목진을 바라보는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내 발밑에서 기어 다니게 할 테니, 그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보자.”

학요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주먹을 꽉 쥐더니 방대한 영력을 하늘 위로 쏘아 올렸다. 삽시간에 영력은 하늘을 뒤덮었고 굉장한 위력을 내뿜으며 퍼져나갔다.

학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목진을 짓밟아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에 목진도 진지한 얼굴을 하더니 낙리와 다른 이에게 물러나라고 손짓을 했다. 학요의 실력이 막강한 건 사실이지만 목진도 절대로 뒤처지지 않았다.

소훤도 그들을 따라 석대에서 물러났다. 이에 소령아가 급히 다가와서는 소훤을 부축했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치 중인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언니, 목진 혼자서 학요를 상대할 수 있을까요?”

지금 학요의 실력이라면 소훤도 그를 상대하기 어렵다. 목진이 함부로 덤비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전에 요문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건 목진이 철저히 준비한 것도 있었지만 학요가 실력을 감춰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학요는 실력을 감출 이유가 없었다.

“넌 아직도 목진을 모르겠어?”

소령아의 걱정에도 소훤은 평온하게 웃으면서 공중에 떠 있는 목진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여기에 나타났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야.”

전에 목진은 고작 융천경의 실력으로 화천경 후기의 백헌을 격살할 수 있었고 현재의 목진은 이미 화천경의 실력을 지녔다.

소령아는 그제야 한시름 놓였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목진와 학요를 예의주시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모든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슝!

그때 두 갈래의 빛줄기가 영광산에서 나타나더니 이내 석대의 위에 나타났다.

“심창생과 이현통이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다시 시끌시끌해지면서 사람들은 한껏 흥분했다.

저 두 사람이야말로 북창령원의 진정한 풍운아였다.

“흥미진진하군.”

심창생 옆에 있는 이현통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서서 그들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이만 시작해도 될 것 같네.”

심창생은 목진과 학요에게 어서 시작하라고 손짓하더니 멀리 있는 산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러분, 저기에 삼대장이 있는 건 알고 있겠지요? 이현통과 제가 가봤는데 아쉽게도 둘이서 상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심창생의 말에 주위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삼대장의 실력이 이토록 강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번 수렵전은 다 실패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보름 동안 노력한 것들이 수포가 될 것이다.

목진도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심창생과 이현통도 상대하기 어렵다면 목진이 영왕의 영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너무 절망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수렵전의 규칙에 따르면 마지막 관문을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세 명입니다.”

심창생은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 한 명이 더 참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자리는 가장 강한 자에게 주려 합니다.”

심창생은 이리 말하면서 목진과 학요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를 얻으면 무슨 이득이 있죠?”

목진의 물음에 심창생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자리를 얻으면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어. 넌 저들의 구원자가 되는 거지. 그 자리를 얻게 되면 너의 명성은 드높아질 것이고, 북창령원에서 우리 못지않은 지위를 얻게 되겠지.”

목진은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또한, 규칙에 따라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우리는 진정한 영왕의 영정을 얻을 수 있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왕이 아니고.”

“그럼 우리 영광 관정의 수준은 더욱 높아지겠지.”

심창생은 턱을 어루만지면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목진과 학요를 바라보았다. 목진과 학요는 심창생의 말에 눈이 반짝거렸다.

“세 번째 자리는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학요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눈으로 목진을 노려보았다. 이에 목진은 담담하게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꺼져.”

목진의 말에 학요는 표정이 일그러져 그를 찢어 죽일 것처럼 눈을 부릅떴다. 그는 목진이 무슨 자신감으로 감히 자신한테 이따위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영왕을 죽였다고 자기 머리 위에 기어오를 자격이라도 생긴 줄 아는 목진이 우습기만 했다.

“감히 어딜 덤벼!”

학요는 한기 어린 눈빛으로 목진을 바라보며 웅장한 영력을 실은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이때, 상대편에서 흑염이 깃든 영력을 끊임없이 내뿜었는데 전혀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학요의 공격에 맞서 주먹을 휘둘렀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영력 충격파가 퍼지며 형성한 영력 돌풍에 이 구역의 공기가 모조리 밀려났다.

한편,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흥미진진하게 이를 구경했다.

영력 충격파에 목진은 두 보 정도 물러난 반면, 학요는 반보밖에 물러나지 않았다. 학요는 통천경에 이르는 실력이라 목진이 아무리 영력에 구유화를 융합한다고 해도 학요가 더 강력했기에 정면 승부에서 우세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목진은 이를 이미 예상한 듯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실력이 강한 줄 알았더니 입만 살았구나.”

자신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학요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흑염이 깃든 영력은 기괴하긴 했지만 목진은 결국 화천경 초기밖에 안 되었다.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은데요?”

목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부가 서서히 은색으로 변하며 뇌망이 보이기 시작했고 체내에서 나지막한 천둥소리가 퍼졌다.

“이건…….”

심창생과 이현통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져 서로를 바라보았다.

“뇌신체…….”

“흥미롭군. 목진도 뇌역에서 그 선배를 만난 것 같은데 뇌신체를 얼마나 수련했을지 궁금하구나.”

심창생이 흥미진진하여 말했다. 그도 이를 수련한 적 있어 뇌신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학요도 목진의 변화에 흠칫하였다. 목진은 전보다 더 위협적인 냄새를 풍겼다.

쿵!

목진은 온몸으로 뇌광을 내뿜으며 한 줄기의 은색 번개처럼 순식간에 학요 앞에 나타나 그의 가슴팍에 영력이 들끓는 은색 주먹을 휘둘렀다.

“정면으로 승부하겠다?”

안색이 어두워진 학요는 체내의 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산 한 채를 거뜬히 부숴버릴 만한 힘으로 목진의 공격에 맞섰다.

쾅!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난폭하기 그지없는 영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쳤고 두 사람은 몸을 파르르 떨며 각자 뒤로 수백 장 정도 튕겨 나갔다.

이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이번 공격에도 학요는 전혀 우세를 차지하지 못 했다.

뇌신체를 소환한 목진의 육신은 금속으로 만든 것처럼 단단해 학요가 아무리 영력이 탄탄하다 해도 똑같은 충격에 맞서기에는 힘들었다.

목진은 역시 상대하기 힘든 존재였다.

“선배도 그렇게 강력한 상대는 아닌 것 같네요.”

목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기회가 닿았을 때 사정없이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아야 마땅했다.

“과연 그럴까?”

학요는 이리 말하더니 갑자기 날아올라 뒤편에 푸른색 영력을 끌어 모으며 놀라운 영력 위압감을 형성하였다. 그가 두 눈을 서서히 감자 푸른색 영력이 폭동을 일으켰고 학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에 천지의 영기마저 영향을 받아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학요가 드디어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다는 생각에 목진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졌다.

“벌써 학신결(鶴神訣)을 소환하다니…….”

심창생과 이현통은 눈을 찌푸리며 학요를 바라봤다. 학요 역시 목진이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잘 알아 한시라도 빨리 이 싸움을 끝내려는 것 같았다.

아래편에 있는 낙리, 소훤 등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학요는 그날의 백헌보다 더 강력한 존재라 그를 이기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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