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두 개의 5급 영진
거대한 광진이 천천히 회전하며 내뿜은 무서운 영력 파동이 영력 돌풍을 만들어 하늘마저 일그러진 것 같았다.
두 개의 5급 영진이 주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목진에게 필살기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처음부터 5급 영진을 두 개나 칠 줄은 몰랐다.
이 정도라면 통천경 초기의 고천염이라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수렵전에 참가한 학생들이 목진에 대한 기대가 더 짙어졌다. 목진이 무승부로만 대결을 마쳐도 이번 영광 관정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한편, 다른 두 산봉우리에 있던 심창생과 이현통도 강력한 영력 파동에 이내 한시름 놓았다. 그들도 목진이 가장 걱정되었는데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이번 대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임쟁과 주청산도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심창생과 이현통이 화천경 초기인 신생과 함께 도전하러 온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고, 목진이라 불리는 신생도 역시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결이 더욱더 흥미진진해졌다.
“두 갈래의 5급 영진이라…….”
고천염도 고개를 들어 하늘에 떠 있는 두 갈래의 방대한 영진을 바라봤다. 그 영력의 위압감에 옷깃과 머리가 펄럭였다.
“운이 좋았어요. 시간을 다투는 싸움이었다면 절대 이 같은 영진을 칠 시간이 없었을 거예요.”
목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현재 실력으로 5급 영진을 치기엔 조금 무리였고 성공할 확률도 확실하지 않았다. 심안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면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영진자는 목진의 능력과는 무관한 물건이라 여태껏 상대에게 겁을 주려고 사용했던 물건이었는데 지금은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5급 영진 한 갈래로는 고천염과의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과정보다야 결과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넌 운이 좋았다고 했는데 운도 결국 실력이야.”
고천염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을 내뱉더니 눈이 서서히 충혈되며 손을 뻗어 적홍색 영력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갔고 그가 서 있는 구역은 유달리 건조했다.
“시작할까? 네가 친 두 갈래의 5급 영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빨리 확인해보고 싶구나!”
적홍색 영력이 화염처럼 고천염을 감쌌고 그 속에서 녀석의 웃음소리가 스며져 나왔다.
목진은 숨을 깊게 들이켜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떠 있는 두 갈래의 커다란 영진을 바라봤다.
목진이 영진자로 친 5급 영진은 현음영진(玄陰靈陣)으로 기껏해야 5급 영진 중에서 초급이라 겨우 통천경 초기의 위력을 지녔다.
이에 목진은 두 갈래의 영진을 동시에 소환하면 아마 고천염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목진은 바로 두 손을 모아 결인하여 영진을 소환했다.
꽈르릉!
두 갈래의 방대한 영진이 동시에 회전하며 놀라운 영력을 발산하였다.
흑련 두 송이는 회전하며 꽃잎을 움츠리더니 연심 쪽에서 칠흑같이 검은 빛줄기를 만들어 내뿜었는데 두 갈래의 빛줄기가 부딪혀 1장 정도의 광련을 형성했다. 자그마한 광련이 계속 움직이며 무서운 파동을 발산하였다.
나머지 현음영진도 천지의 한기를 한곳에 모아 영진 속에서 암흑색 물결을 형성해 극한의 기를 발산했는데 이에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그들이 있는 구역은 광련과 암흑색 물결로 인해 음산해졌다.
“흥미롭구나.”
고천염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잘 부탁드려요, 고 선배.”
허공에 뜬 목진이 이리 말하며 기다란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에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광련이 갑자기 폭등을 일으키기 시작했으며 암흑색 물결은 거대한 이무기처럼 주위를 휩쓸고 다니며 모든 곳을 얼려 버렸다.
슉! 슉!
두 갈래의 놀라운 공격이 하늘을 가르며 고천염에게 향하자 사람들은 잔뜩 긴장했다.
영광산과 북명광장에 있는 사람들 역시 전부 주먹을 꽉 쥐고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봤다.
목진의 선제공격에 고천염은 주먹을 꽉 쥐고 적홍색 영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천염신결, 염룡수호!”
고천염의 외침에 웅장한 영력이 미친 듯이 몰리더니 하늘을 흔들 만큼 엄청난 용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살아 숨 쉬는 것 같이 생생한 화룡이 포효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강 방어를 소환했네…….”
녀석이 목진한테서 어느 정도 위협을 느꼈단 생각에 임쟁과 주청산은 흠칫 놀라 고천염을 바라봤다.
그런데 염룡이 울부짖거나 말거나 두 갈래의 빛줄기는 사정없이 그를 때렸다.
‘쿵’하는 소리에 사람들의 심장마저 파르르 떨렸는데 천 장 정도의 영력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더니 바닥에 균열이 나면서 빠르게 주위로 퍼졌다.
목진은 예상이라도 한 듯 바로 용등술을 소환해 수천 장 밖으로 피신하며 산봉우리를 바라봤다. 자신의 공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자못 궁금했다.
그러나 5급 영진을 다시 소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영진자가 또 있는 것도 아니라 이번 공격이 제대로 먹혔으면 했다.
목진 뿐 아니라 사람들 역시 목진이 여기까지 온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두 사람의 대결이 이대로 끝났으면 하고 바랐다.
다른 두 산봉우리에 있는 심창생과 이현통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상대와 대결을 펼치지 않고 목진을 기다렸다.
만약 목진이 무승부로 이번 대결을 마치면 이들은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대결에 응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들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 결과였다.
그런데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 연기가 가시더니 누군가의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다름 아닌 고천염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붉은색 머리를 휘날리며 산봉우리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고천염이 무려 두 갈래 5급 영진의 공격을 받아냈다!
고천염이 이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사람들은 아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이때, 고천염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어깨 쪽에 붙어있던 옷이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사라지는 게 보였다. 왼쪽 팔뚝에서는 피가 났는데 일전의 충돌로 모든 힘을 잃은 것 같았다.
이에 고천염은 영력을 끌어올려 흐르는 피를 증발시키고 고개를 들어 목진을 바라봤다.
“내가 자만하지 않아 다행이야. 최대 방어를 소환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패배했을지도 몰라.”
고천염이 최강의 방어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상처는 더 엄청났을 것이다.
이에 목진이 웃었다. 역시 삼대장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목진이 최선을 다한 공격에 상대방은 겨우 한쪽 팔의 힘을 잠시 잃은 것뿐이었다.
한편, 고천염은 바로 공격하지 않고 진중하게 목진을 바라봤다. 5급 영진의 공격이 무산되었으니 다른 수단이 없으면 대결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고천염은 더는 목진에게 영진을 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목진이 다시 눈을 감았다.
목진이 다시 눈을 감자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고 심창생 등도 흠칫하였다. 목진한테 또 다른 수가 있는 듯했다.
영진을 치기엔 속도가 너무 느리고 고천염도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기에 목진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렇다면 화천경의 실력으로 무슨 수를 써서 통천경 초기의 고천염을 상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여 허공에 있는 목진을 뚫어지라 바라봤다.
고천염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두 갈래의 5급 영진을 겪은 그는 더 이상 목진을 일반 신생으로 보지 않았다.
또한 대결을 지켜보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목진이 자신을 상대로 또 어떤 수를 쓸지 궁금했다. 일반 수법으로는 목진이 절대 자신을 이기지 못할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눈을 꼭 감고 있던 목진의 몸에서 은은하게 뇌광이 요동쳤고 피부도 점차 은색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뇌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겨우 뇌신체란 말이야?”
심창생과 이현통은 실망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목진을 바라봤다. 이를 수련한 적 있는 두 사람은 뇌신체가 전투력을 올리긴 하지만 실력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목진에게는 결코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목진이 만약 일반 뇌신체로 고천염을 상대하려 한다면 그건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때 목진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뇌광이 깃든 두 눈을 깜빡이며 폭발적인 힘을 발산하였다.
“육체의 힘이 강해졌네.”
고천염도 목진의 이러한 변화에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정도로는 자신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기세등등한 목진이 고천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단 생각에 자못 걱정되었다.
그런데 목진은 고천염 한 사람만 바라보더니 번개처럼 뛰어나갔다.
이에 고천염은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이는 목진이 안쓰러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주먹을 쥐며 웅장한 영력 파동을 끌어올렸다.
슉!
목진은 순식간에 고천염 앞에 나타나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흑염이 깃든 영력은 강력한 파동을 싣고 고천염에게 향했는데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 듯 똑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사람들은 차마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보나 마나 결과는 뻔했다.
왕통 등도 쓸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쉬었고 소령아는 사색이 되어 이를 지켜보았다. 낙리만 맑은 눈동자를 부릅뜨고 목진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녀는 목진을 너무 잘 알았다.
그는 아무리 곤경에 빠졌다고 해도 절대 무모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목진과 고천염의 주먹이 닿기 직전, 목진은 다른 한 손으로 몰래 기괴한 인법을 그려냈다.
위잉!
인법을 완성하자 목진 체내에서 갑자기 우렛소리가 들리며 경맥 어딘가에 있던 울퉁불퉁한 검은색 뇌주가 폭발하였다.
퍽!
이와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힘이 밀물처럼 솟구쳤고 흑색 뇌장(雷漿)이 경맥을 따라 미친 듯이 흘렀다.
엄청난 고통에 목진은 눈이 충혈됐지만 꾹 참고 황급히 뇌신체를 소환해 무서운 벼락의 힘을 미친 듯이 흡수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흡수를 마쳤을 때, 두 사람의 주먹이 비로소 충돌했다!
검은색 뇌광이 목진의 모공에서 스며져 나왔는데 은은하게 붉은 기가 돌았다.
쿵!
경천의 소리가 울려 퍼지자 우뚝 솟아오른 산봉우리가 휘청거리며 대지가 움푹 파이더니 커다란 균열이 검은색 이무기처럼 산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암석이 솟구치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다들 눈을 부릅뜨고 암석이 계속 솟구치는 곳을 바라봤는데 눈부시고 난폭한 영력의 빛에 가려져 그곳 상황이 어떤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창생, 이현통, 임쟁과 주청산도 그곳을 예의주시했다.
그런데 그때, 네 사람은 흠칫 놀랐다. 난폭한 천둥소리와 함께 누군가 그 속에서 힘없이 튕겨 나간 것이다.
그는 발로 바닥을 쓸더니 힘껏 발을 굴렀는데 견고한 암석에 수백 장 정도의 검은색 흔적이 두 갈래나 생겼다.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휘청거리던 그의 주위의 빛이 점차 사라지자 붉은색 머리가 보였다.
고천염이었다!
다들 숨을 쉬는 것마저 잊은 듯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럴 수가…….”
영광산과 북명광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믿기지 않은 듯 중얼거렸다. 먼저 튕겨 나간 사람이 고천염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한편, 위에 앉아 있던 장로들도 깜짝 놀랐다.
“어떻게 된 일이지?”
심창생, 이현통, 임쟁, 주청산도 넋을 놓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일전에 목진이 친 두 갈래의 5급 영진마저도 고천염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는데 아무런 승산도 없어 보이는 정면 돌파가 오히려 큰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때 고천염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는데 입가에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또한 경악을 금치 못한 채 아직도 난폭한 영력 파동을 내뿜는 산봉우리의 중심 구역을 바라봤다.
“대단한 걸, 5급 영진보다 더 강한 수가 있을 줄은 몰랐네.”
고천염이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는 더 이상 전처럼 여유롭지 않아 보였다.
그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눈부신 영력의 빛으로 몸을 감쌌던 사람의 형태가 점차 또렷해지며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를 본 사람들은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균열이 인 목진의 몸에서 흑색 뇌장이 모공을 타고 계속해서 흘러나와 그를 감쌌고 검은색 뇌호(雷弧)가 피부 표면에서 요동쳤으며 검은색 눈동자에서 파멸의 느낌이 흘러나왔다.
일전의 목진은 온화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온 세계를 파국으로 이끌 것만 같은 어두운 기운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