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화. 혈투
“저건 뭐지…….”
다들 놀라운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파멸적인 그 힘이 어찌 화천경 초기의 몸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뇌신체……?”
심창생과 이현통은 매우 의아했다. 목진의 몸에서 매우 익숙한 파동을 느꼈는데 이는 뇌신체와 비슷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강했다.
북명광장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경악했다. 장로들마저도 엄숙한 얼굴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이 파동은…….”
태창 원장은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하더니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흑신뢰의 힘이네. 몸속에 흑신뢰를 감추고 있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옆에 있던 백발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을 이어갔다.
“어디서 흑신뢰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물건은 지존경의 사람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데 어찌 저걸 몸에 들일 생각을 한 것인지.”
“신결은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네.”
태창 원장은 미소를 짓고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북창령원에 아주 요물 같은 놈이 들어온 게 틀림없었다.
거대한 산봉우리에서 목진은 수많은 사람의 주시하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에서는 흑색 뇌장이 흐르고 있었고 두 눈은 고천염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이내 갈라진 듯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속하죠.”
탁한 목소리와 함께 목진은 한 보 앞으로 나아갔고 이에 대지가 뒤흔들렸다.
거센 파동이 목진의 체내에서 퍼져나가며 웅장한 천둥소리가 목진의 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하늘과 땅이 어두워지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모두 뇌장을 흘리는 목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목진이 보여준 실력에 놀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목진은 훨씬 강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신생은 이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
임쟁과 주청산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목진을 바라보았다. 고작 화천경 초기의 실력인 목진이 어떻게 고천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심창생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이현통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목진이 지금껏 감춰왔던 실력에 대해서 그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목진이 우세인 게 틀림없었다.
고천염은 신중하게 목진을 응시했다. 목진이 내뿜고 있는 파동은 고천염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저 정도의 힘이 고작 화천경 초기인 신생한테서 나올 리가 없다.
고천염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이내 두 팔에 화염처럼 뜨거운 적홍색의 영력을 휘감았다. 어마어마한 적홍색의 영력이 하늘 위로 퍼져나갔고 이에 하늘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고천염은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쿵!
이와 동시에 흑색 뇌장을 휘감은 목진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고 이에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자 이내 번개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고천염은 파멸적인 파동을 휘감고 다가오는 흑색 번개를 보면서 적홍색 영력을 끌어올려 그의 손 위에 화염 장창을 만들었다.
슝!
고천염이 팔을 휘두르자 화염 장창이 한 줄기 불이 되어 하늘을 가르며 난폭한 파동과 함께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 장창을 보고도 목진은 전혀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어 흑색 뇌장으로 주먹을 감싸고서는 있는 힘껏 화염 장창을 내리쳤다.
쿵!
엄청난 굉음과 함께 화천경 후기도 뚫어버릴 수 있는 화염 장창이 목진의 주먹에 폭발했고 적색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목진은 이내 몸을 빠르게 움직여 눈 깜짝할 사이에 고천염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흑색 뇌장을 감싼 주먹을 사정없이 고천염에게 날렸다.
그 권풍이 어찌나 강력한지 공간마저 일그러지는 것 같았다.
만약 전에 목진이 이토록 근거리에서 공격을 개시했다면 고천염은 그를 멍청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정면으로 승부를 본다고 하면 목진이 처참하게 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목진의 실력을 본 고천염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목진이 감싸고 있는 흑색 뇌장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적홍색 영력이 끊임없이 고천염의 몸에서 흘러나왔고 그의 두 팔에는 얇은 층의 적홍 결정이 생겨났다. 영력을 어느 정도 응결하면 나타나는 것이었다.
체내의 영력을 끝까지 끌어올린 고천염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그는 낮은 기합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가며 화염으로 감싼 주먹을 있는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쿵, 쿵, 쿵!
두 사람의 권풍은 삽시간에 맞닿았고 운석이 대지에 떨어지는 것처럼 거센 파동을 일으켰다.
흑색의 뇌장과 적홍색의 영력이 뒤엉킨 채 회오리쳤고 두 사람의 권풍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그들이 서 있는 땅이 움푹 파였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두 사람의 전투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의 대결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이토록 치열한 싸움이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쿵!
구경꾼들의 주시 속에서 난폭한 영력을 휘감은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눈으로도 훤히 보이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고 땅은 순식간에 갈라졌다.
콰르릉!
목진의 눈은 마치 파멸적인 검은색 천둥을 담은 것 같았다. 그의 팔에는 흑색 뇌장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굉장한 힘이 폭발적으로 뿜어 나왔다.
쾅!
흑색 뇌장을 휘감고 있는 목진의 주먹은 다시 고천염의 적홍 결정이 뒤덮인 주먹을 향해 날아갔다.
흑색 파문이 퍼지면서 고천염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주먹을 감싸고 있던 적홍 결정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흑색 뇌장 속에 있던 파멸적인 파동이 그 틈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왔다. 이에 그의 체내에 있었던 영력이 그 파동에 의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물러가라!”
낮은 기합 소리와 함께 목진이 주먹을 휘두르자 흑색 파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고천염의 결정이 점차 부서지기 시작했고 목진의 주먹에 의해 고천염은 수천 척을 날아갔다.
고천염이 날아가면서 그 반동의 힘으로 목진도 크게 타격을 받아 서 있는 자리가 움푹 파여 들어가 몸의 절반이 빠졌다.
“고천염이 또 밀려났어!”
지켜보던 이들은 또다시 감탄했다. 목진이 이토록 무서운 존재였던가? 어찌 고천염과의 정면승부에서 고천염을 물리칠 수 있단 말인가?
들끓는 분위기 속에서 목진은 천천히 구멍에서 몸을 꺼냈고 흑색 뇌장은 이를 따라 조금씩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멀리 날아간 고천염을 바라보았다. 여유로웠던 처음과 달리 지금의 고천염의 두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옷도 찢어졌으며 붉은색의 머리도 흐트러진 채 검게 타버렸다.
흑신 뇌주를 폭발시킨 힘이 목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력했다. 어찌나 강력한지 뇌신체를 수련한 목진도 속으로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뇌신체를 수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천둥의 힘을 빨아들여 수련했다면 아마 흑신뢰의 힘으로 그의 몸이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진은 여전히 이런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었다. 목진의 육체로는 절대 흑신뢰를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빨리 끝내야 해.”
체내의 극심한 고통은 오히려 목진을 더 냉정하게 만들었다. 우세를 차지했다고 해서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쿵!
그때 갑자기 저 멀리 하늘에서 난폭한 영력이 하늘을 뚫고 솟아올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서 있는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하늘 아래엔 고천염이 떠 있었는데 빨간 두 눈으로 조용히 목진을 바라보았다.
“목진, 화천경의 실력으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지금까지 네가 처음이야!”
“네 실력이 대단한 건 인정하지. 나의 마지막 공격까지 받아낼 수 있다면 네가 이긴 거로 해주마!”
고천염은 기합 소리와 함께 일말의 주저 없이 두 손으로 결인을 시작했다. 그의 인법이 변함에 따라 하늘을 뒤덮은 적홍색의 영력이 그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적홍색의 영력이 응결되더니 이내 고천염의 손에서 수십 척 크기의 적홍 장극으로 변했다.
장극은 염룡이 휘감고 있는 것처럼 괴이했고 전체가 붉은색으로 되어있어 마치 붉은 결정으로 만든 것만 같았다. 염룡은 천천히 꿈틀거렸고 형언할 수 없는 난폭한 파동이 장극에서 퍼져 나왔다.
크아!
염룡의 포효 소리가 장극에서 흘러나왔고 이에 하늘과 땅이 뜨거워졌다.
“저걸 내놓다니…….”
임쟁과 주청산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고천염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내놓은 것이 그에게는 가장 강력한 공격이었다.
무조건 이길 줄로만 알았던 고천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창생과 이현통도 고개를 들어 고천염을 응시했다. 그들은 이미 최후의 수단을 다 내놓았다. 오늘 대결에서 목진이 진다고 해도 앞으로 그 누구도 감히 목진에게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마지막이야.”
염룡 장극을 들고 있는 고천염의 얼굴은 조금 창백했다. 그는 빨갛게 된 눈으로 목진을 응시하더니 이내 앞으로 나아가 장극을 휘둘렀다.
“대천염룡극(大天炎龍戟)!”
활활 타오르는 불바다 속에서 용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퍼지더니 염룡 장극은 적홍색의 광룡이 되어 하늘을 가르고 목진을 향해 날아갔다.
적홍색 불바다 속에서 염룡이 포효하고 있었고 그 소리에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목진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뜨거운 바람을 느꼈다. 이와 동시에 목진의 흑색 천둥도 점점 더 난폭해졌다.
그가 두 손을 모으자 흑색 뇌장이 손바닥에서 흘러나왔고 이내 결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영력이 들끓기 시작하자 마치 밤하늘처럼 보였다. 그 밤하늘에서 영력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더니 호랑이와 거북이가 나타나 함께 밤하늘을 거닐었다.
크아!
쿵!
그들은 동시에 울부짖었고 수많은 시선 속에서 고천염을 향해 날아갔다. 그들의 몸에도 흑색 뇌광이 흐르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과 호랑이, 거북이가 힘껏 부딪쳤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사람들의 시선이 모인 곳, 두 사람의 무서운 공격이 혜성처럼 서로 부딪쳐 엄청난 소리를 내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빛은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금세 밝아졌다 사라졌다.
쿵!
한 데 부딪힌 용과 호랑이, 거북은 자신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수천 장 정도의 영력 폭풍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주위 공간이 일그러졌으며 영력은 점차 난폭해졌다. 폭풍도 더는 영력의 힘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사정없이 흔들렸다.
한계치에 도달한 영력 폭풍은 결국 폭발해 영력 물결을 일으키며 하늘에 퍼져나갔다.
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한편, 목진과 고천염은 최선을 다해 방어했지만, 영력 충돌로 여러 개의 산을 뚫으며 튕겨 나갔다.
쾅!
그들은 드디어 한 산봉우리에서 멈춰 섰다. 그러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그 여파에 못 이겨 피를 토하며 튕겨 나갔다.
잠시 후, 영력 폭풍이 가시자 사람들은 몸을 추스르고 두 사람이 싸웠던 산봉우리로 고개를 돌렸다. 균열이 가득 생긴 곳은 어느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두 사람은 어디로 간 거지?”
두 사람의 대결 결과에 따라 수렵전에 참가한 이들의 영광 관정 여부가 달려있기에 사람들은 잔뜩 긴장한 채 무너진 산을 유심히 바라봤다.
목진이 적어도 대결을 무승부로 이끌어야 학생들이 승리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심창생과 이현통 중 한 사람이 승리를 거둬야 하는데 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대결을 펼치지 않은 임쟁과 주청산은 절대 상대하기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에 심창생과 이현통도 두 사람이 내리꽂힌 산을 조용히 바라봤다.
임쟁과 주청산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해 보였으나 대결 결과는 궁금한 듯 두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이 구역은 다시금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는 북명광장도 마찬가지였으니, 다들 두 눈을 부릅뜨고 거대한 광막을 바라봤다. 일전의 싸움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과정이 아무리 좋다 한들 결과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