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완전한 뇌신체
“정말이냐?”
대머리 노인은 계속 주춤거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목진이 갑자기 이리 나오자 조금 놀란 듯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이에 목진은 아무런 말도 없이 웃기만 했다.
“재미있는 친구일세.”
대머리 노인은 목진의 속내를 어느 정도 알아채고 흡족해했다. 대머리 노인은 인정을 중히 여기는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언제 시작할까요?”
목진은 결정을 내린 이상 바로 시작하고 싶었다.
“지금 당장 시작하자꾸나. 네가 만약 흑신뢰를 견뎌낸다면 완전한 뇌신체를 전수해주겠다.”
대머리 노인은 목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이어갔다.
“변수가 생기면 내가 나설 테니 걱정 말거라. 난 절대 너를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수백 년도 기다렸는데 이 정도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최선을 다할게요.”
목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대머리 노인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몸을 움직여 검은색 뇌해에서 만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넌 저쪽에 가 있거라.”
대머리 노인은 멀지 않은 곳에 떠 있는 검은색 석대를 가리키며 목진에게 말했다.
목진은 바로 석대에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차가운 기운이 체내에 스며들어 흑신뢰에 입은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석대는 화뢰석(化雷石)으로 만들어져 벼락의 힘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으니 네가 받을 고통을 덜어줄 것이다.”
대머리 노인의 말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봤다.
목진이 준비를 마치자 대머리 노인은 검은색 뇌해를 바라보더니 메마른 손으로 허공을 가볍게 찔렀다.
윙.
그러자 공간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일그러지더니 공간 파문이 일며 공간 사슬이 뇌해에 꽂혔다.
쾅.
엄청난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수십 장 크기의 검은색 벼락이 거대한 이무기처럼 공간 사슬에 얽매인 채 뇌해에서 끌려 나왔다.
그리고 한 갈래의 흑신뢰가 발버둥 치며 파멸의 힘을 발산했는데 취약할 것 같은 공간 사슬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목진은 이내 혀를 내둘렀다. 역시 9급 지존경은 엄청난 존재였으니, 흑신뢰마저도 북명룡곤한테는 갓난아이처럼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이때, 대머리 노인이 주먹을 쥐자 공간 사슬이 흑신뢰를 조였는데 이로 인해 흑신뢰는 점차 작아졌고 그 속에 깃든 파멸의 힘도 함께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비슷할 것 같구나.”
대머리 노인이 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준비되었느냐?”
목진은 흑신뢰에 깃든 파멸의 힘을 힐끗 쳐다봤는데 그날 맞았던 것과 비슷했다.
“네.”
목진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 고개를 끄덕였다.
쿵!
대머리 노인이 손을 휘두르자 흑신뢰는 파멸의 힘을 싣고 목진에게 내리꽂혔다. 이에 목진은 뇌신체를 소환해 흑염이 타오르는 영력을 끌어올렸다.
쿵!
목진이 방어태세를 취하자마자 흑신뢰가 바로 그를 때렸다.
퍽!
튕겨 나갈 것처럼 느껴져 목진은 최선을 다해 석대에 붙어있느라 흑염이 깃든 영력이 사라지는 것도 몰랐다.
그러나 눈 깜빡하는 사이, 영력은 다시 목진의 체내로 돌아왔고 파멸의 힘을 실은 흑신뢰도 함께 체내에 스며들었다.
엄청난 고통이 목진이 몸 전체로 퍼지자 그는 이를 악물고 몸을 파르르 떨며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움직여 흑신뢰에 맞섰다.
다만, 이 정도의 영력으로 흑신뢰를 상대하기란 역부족이었다. 검은색 뇌장이 목진의 체내에서 날뛰자 경맥마저 일그러졌고 온몸에서 섬뜩한 소리가 났다.
이를 견뎌내느라 어느새 입을 깨물어 피가 난 목진은 겨우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었다. 자신이 의식을 잃으면 흑신뢰의 힘은 몸을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이 분명했다.
검은색 뇌광은 목진이 괴롭든 말든 몸 표면에서 무서운 빛을 발했다.
한편, 이를 지켜보는 대머리 노인도 긴장하며 목진을 바라봤다. 만약 목진이 이를 견뎌내지 못하면 뇌신단을 취할 방법을 다시 찾아야만 했다.
“부디 견뎌내거라.”
대머리 노인이 나지막하게 외쳤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체내에 스며들어 목진 체내의 고통을 덜어주었고 난폭한 흑신뢰의 움직임도 느려졌다.
화뢰대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목진은 다시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뎠다. 반 시진 정도 지나 다시금 눈을 떠보니 몸 전체를 감쌌던 흑신뢰는 어느새 사라졌고, 체내에 있던 것도 대부분 사라졌다.
안색이 창백해진 목진이 일어서려고 하자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성공했구나!”
대머리 노인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목진은 너무 괴로워 입을 열 힘조차 없어 일단 눈을 감고 상처를 치유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때 대머리 노인이 손을 휘두르자 웅장한 영력이 목진의 체내에 스며들었고 흑신뢰 때문에 생긴 상처들을 빠른 속도로 치유해 주었다.
이렇게 십수 분이 지나 목진의 상처가 다 회복되자 대머리 노인은 다시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목진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울상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쿵! 쿵!
반나절 동안 목진은 흑신뢰의 공격에 엄청난 고통을 견디느라 애썼다. 마치 육체가 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18번째 흑신뢰가 사라지자 목진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석대에 드러누웠다.
이에 대머리 노인은 그에게 다가와 목진의 머리에 영력을 불어넣어 상처를 치유해 주었다.
그제야 조금이나마 정신이 돌아온 목진은 너무 피곤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지만, 육체가 더 강해진 걸 느꼈다.
대머리 노인이 메마른 손으로 목진의 몸을 쓱 훑자 피부 표면에 흑반이 잔뜩 생겨났고 액체처럼 천천히 흐르는 것이 조금 무서웠다.
그것이 바로 흑신뢰독이었는데, 형전에 있을 때보다 그 양이 훨씬 많았다.
목진은 뇌반을 보고 있노라니 소름이 끼쳤다. 자기 몸속에 이런 물건이 있다니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뇌독이 충분해 네 존재를 감출 수 있을 것 같구나.”
대머리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목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더는 흑신뢰를 맞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조금 기뻤다.
“그럼 바로 완전한 뇌신체를 전수해주고, 흑신뢰독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대머리 노인의 말에 목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드디어 보상을 받을 시간이었다.
대머리 노인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목진의 미간을 만지자 뇌광이 번쩍이며 뇌광 액체 한 갈래가 손가락을 따라 목진의 미간으로 흘러 들어갔다.
쿵!
뇌광이 미간에 닿는 순간, 목진은 머리에서 우렛소리가 나며 엄청난 정보가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뇌신체는 중품 단체 신결로 하늘과 땅의 벼락의 힘을 이용하여 육체를 단련할 수 있는데 이를 제대로 수련하면 육체로 공간을 부술 수 있는 파멸의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이를 심오한 경지까지 수련하면 그 위력은 상품 신결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상품 신결 못지않은 위력이라…….”
단체 신결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뇌신체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줄 몰랐던 목진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는 영치전에서 절대 구할 수 없는 보물이었다!
목진은 자신이 받은 고통만큼 그 보상도 확실하단 생각에 흐뭇했다. 그는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결 수련을 시작했다.
뇌신체 수련에 푹 빠진 목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눈을 떴는데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
뇌신체는 총 9단계로 구문뢰체(九紋雷體)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뇌신체의 수련 단계가 높아질수록 몸에 뇌문을 형성하는 개수에 따라 붙인 이름이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육신의 힘만으로도 지존경의 강자를 때려잡을 수 있었다.
“구문뢰체라…….”
목진은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뇌신체는 생각대로 정말 대단했고, 단체 신결 중에서도 상급에 속했다.
“난 지금 몇 문뢰체일까?”
목진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대머리 노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넌 아직 일문도 아니란다. 뇌신체는 절대 수련하기 쉬운 신결이 아닌 데다 단계가 높아지면서 더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네가 삼문뢰체에 이르면 흑신뢰는 더는 너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흑신뢰보다 더 강한 벼락의 힘을 찾아야만 육신을 단련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흑신뢰보다 더 강한 벼락이요?”
목진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힘을 많이 뺀 흑신뢰조차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보다 더 강한 벼락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울까?
뇌신체는 자신을 괴롭히며 실력을 쌓아가는 신결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를 수련하려면 무서운 힘이 깃든 벼락을 맞아야 하니 수련하는 이들 중 벼락에 맞아 죽은 자가 많을 거라 여겼다.
“너한테는 아직 먼 길이란다. 그러니까 일단 체내의 흑신뢰독을 감지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거라.”
대머리 노인의 재촉에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손을 모아 기묘한 인법을 그렸다. 그러자 뇌명과 함께 뇌망이 빗발쳤다.
이때, 목진 체내에 있던 검은색 뇌광이 나타났는데 이는 경맥, 뼈, 피와 살을 부단히 누비며 다녔다.
목진이 육체의 단련으로 인해 주는 짜릿함을 마음껏 느끼고 있을 때, 체내에 갑자기 음산한 파동이 느껴졌다.
화들짝 놀라 살펴보니 체내의 아주 은밀한 곳에 검은색 액체 한 방울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이는 뼛속에 숨거나 피와 살을 꿰뚫고 지나며 지울 수 없는 검은색 흔적을 남겼다.
“이것이 바로 흑신뢰독인가요?”
목진은 흠칫 놀랐다. 자신이 완전한 뇌신체를 수련하지 않았으면 절대 이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목진 체내의 다른 곳에서도 열 갈래가 넘는 음산한 파동이 일었으니, 이는 전부 그 몸속에 숨어든 흑신뢰독이었다.
이러한 존재가 몸을 누비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목진은 왠지 찝찝했다.
“내가 말하는 대로 하거라. 뇌신체를 이용해 뇌독을 오른손 경맥으로 유인하거라!”
대머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목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뇌신체를 소환하였다. 그러자 체내에서 은은하게 뇌명이 들리더니 검은색 뇌망이 살을 비집고 나와 검은색 뇌독을 향해 돌진했고, 한 방울의 뇌독은 이를 감지하더니 바로 도망이라도 칠 듯 움찔거렸다.
이를 확인한 목진은 바로 긴장을 풀었다. 만약 뇌독이 체내에서 멋모르고 돌아다니다가 무슨 사달이라도 나면 일문뢰체도 안 된 육신으로 이를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이에 검은색 뇌독도 목진을 따라 점차 안정을 되찾더니 검은색 뇌망에서 익숙한 파동을 읽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다가왔다.
바로 그때, 목진은 검은색 뇌망을 이용해 뇌독을 천천히 팔의 경맥으로 이끌었다.
“뇌독을 중지에 몰아넣거라.”
목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똑같은 방법으로 이를 해냈다. 중지는 경맥 중 아주 미세한 한 줄기 경맥으로 폐맥(廢脈)이라 할 수도 있는데 지금은 뇌독을 감금하는 가장 좋은 장소가 되었다.
이렇게 한 시진이 넘어가자 목진은 체내의 모든 뇌독을 중지 경맥에 넣고 뇌망으로 이들을 가두었다.
그런데 그때, 열 방울도 넘는 뇌독이 무언가 눈치라도 챈 듯 갑자기 폭동을 일으키며 출구를 가로막은 검은색 뇌망을 향해 돌진하였다.
목진은 눈을 번쩍 뜨고 잔뜩 정색하며 오른손을 바라봤다. 이미 까맣게 그을린 중지는 피부 본연의 색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음산한 기운마저 풍겼다.
“녀석들이 곧 뇌망을 뚫고 나올 것 같아요!”
목진이 계속 중지를 떨며 말하자 노인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 사이로 어두운 금빛 혈액을 튕겼다. 이는 목진의 오른쪽 손바닥에 닿더니 바로 스며들어 한 갈래의 금색 광문이 되어 중지로 향했다. 광문은 봉인을 만들어 뇌독을 더는 나올 수 없게 목진의 중지에 봉인하였다.
목진의 중지는 다시금 본연의 색으로 돌아왔지만, 중지 속 흑신뢰독만은 여전했다.
“해당 인법은 뇌독을 봉인하는 작용을 한다. 내가 인법에 대한 공제를 너한테 넘겼으니 앞으로는 네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머리 노인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는 너에게 주는 두 번째 보상이라고 해두자꾸나. 흑신뢰독은 양날의 검으로 너한테 위험한 동시에 그 작용도 엄청나다. 앞으로 누군가와 싸울 때, 이를 소환해 쏜다면 제아무리 통천경의 강자라도 바로 중상을 입을 것이다. 네가 이 방법만 알았더라면 수렵전에서 고천염과 그렇게까지 싸울 필요는 없었을 테지. 손만 가볍게 튕기면 바로 승리했을 것이야.”
목진은 화색이 되어 자신의 중지를 바라봤다. 흑신뢰독으로 이토록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으로는 이를 흑신뢰독지로 불러야겠어요.”